<최윤식의 주니어 미래준비학교 미래로봇>(2017, 지식노마드)은 환상이 아니라 곧 현실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다보면 그냥 뜬구름 잡듯이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것은 ‘1장 로봇과 로봇과학자, 2장 미래를 상상하라, 3장 로봇 과학자가 되려면’ 등 총 3장으로 구성된 목차만 살펴봐도 믿음이 간다.

 

저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오늘날 우리 지구인의 현실적 목표는 화성이라고 한다. 화성 탐사를 위해 지금껏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2022년 후반에 첫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 21세기 말까지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하는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앨런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라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그리고 이것들을 실행하기 위해서 인간보다 로봇을 먼저 화성으로 보낸다는 대목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면, 로봇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람을 헤치는 일에 동원되는 경우는 전쟁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98쪽에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이미 2003년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며 무인 비행기를 선보였는데, 그것은 미사일을 발사해 목표물을 제거하는 일종의 ‘킬러’ 비행기라고 설명한다. 또 전문가들은 곧 이런 무인 비행기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조종사보다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로봇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속에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기술이 인류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한결 더 빛나지 않을까 한다. 파괴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일보다는 평화와 화합을 위해 앞장서는 로봇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

나도 클래식이라는 매혹적인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다. 지금처럼 '네이버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전에 'Daum cafe'가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나는 문학카페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카페지기로서 내가 매일 반복적으로 했던 일은 '좋은 글'과 '좋은 시'를 선정하여 그 글이나 시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소스를 골라서 카페의 게시판에 올리기도 하고, 그것을 회원들에게 전체 메일로 발송하기도 했었다. 그때 글 속에 삽입했던 배경음악은 주로 조용한 클래식이었다. 좋은 글과 클래식의 만남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내가 즐겨 들었던 클래식 음원音原은 직접 구매해서 카페 회원들과 공유하였다. 굳이 음원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음원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별다른 제약制約 없이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때는 'Daum cafe'마다 무료 음악게시판이 자리하고 있어서 해당 카페의 회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음원 공유가 가능했다. 하지만 개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인터넷에 무한 방출되었던 음원 역시 더 이상 네티즌(netizen)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일대변화를 겪게 된다. 너무나 당연한 저작권법이 만들어진 것인데, 처음엔 많이 혼란스럽고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15년이 넘은 세월을 그렇게 클래식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냈다. 당시 내가 운영하던 문학카페의 회원수는 15만 명을 훌쩍 넘었었다. 그 정도의 수치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난 수많은 'Daum cafe'들 중에서 꽤 잘 나가는 편에 속했다. 그때는 카페마다 회원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였으므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불과 16~7년 전의 일인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김주영의 <클래식 수업>(2017, 북라이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 지난 시간을 회상해보았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피아니스트 겸 칼럼니스트 김주영이 펼쳐내는 음악가들의 생생한 연주 이야기와 흥미로운 해설, 아는 음악도 새롭게 들리고! 클래식 감상이 깊이를 더해주고 즐거움을 극대화해줄 책”이라는 소개 글이 나온다. 또 “풍성하고 깊이 있는 클래식 감상을 위한 안내서”라는 문구도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1월 생일로 찾아본 음악가 이야기, 2월 소나타 형식이란, 3월 지휘자의 지휘봉, 4월 위대한 실패작들, 5월 암보란 무엇인가, 6월 쇼팽의 4대 천왕, 7월 빗방울 속에 숨은 클래식, 8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피아노곡, 9월 음악가와 음식, 10월 살아 있는 녹음을 찾아서, 11월 음악회장의 여유, 12월 피아노는 할 말이 많다” 등으로 이뤄진 구성은 섬세하게 직조된 거미줄처럼 낭창낭창 빛났다.

 

이러한 구성에 따라 소개된 작품마다 자세한 해설이 덧붙여져서 고전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1868년 요하네스 브람스가 발표한 작품번호 45의 레퀴엠은 독일어 가사로 노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며, 다른 작곡가의 곡들과 구별되는 <독일 레퀴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작품은 1856년 세상을 떠난 브람스의 멘토 슈만과 1865년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어머니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슈만 사후 그의 작품 계획에 들어 있던 ‘독일어 레퀴엠’은 브람스가 우연히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 루터 교인이라고 밝힌 브람스가 채택한 가사는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에서 따왔으며 마태복음, 시편, 야고보서 등을 토대로 했다. 모두 7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악장마다 서로 다른 악상과 관현악법, 합창과 솔리스트들의 입체적인 분배 등으로 자유로운 성격을 띠어 교회에서 연주되기보다는 음악회장을 위한 ‘감상용’ 작품(p.121)”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끝없이 제공해준다.

 

<클래식 수업>은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추천 음악, 음악가만이 느낄 수 있는 곡의 구성과 작곡가의 영감, 클래식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감상 포인트, 바흐부터 필립 글래스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 이야기(뒤표지)”까지 그동안 쉽게 만나보기 힘들었던 클래식에 대한 깨알정보를 수북하게 담고 있다. 이렇듯 풍부한 정보 중에서 “음악 외적인 소재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거기에서 받은 ‘인상’을 음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베토벤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는데, 이런 작곡 콘셉트를 자신만의 음악 언어로 확립한 인물이 바로 프랑스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클로드 드뷔시와 관련된 이야기는 무척 신선했다. 클래식 좋아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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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요즘이야 멀리 떨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유선전화 아니면 편지와 엽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하면 자주 만날 수 없는 친구들에게까지 편지를 쓰곤 했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진다. 문득 학창시절에 편지를 주고받았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꽤 오래 전의 일인데, 추억은 언제 떠올려도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사랑이 사랑에게 보낸 마음이 제대로 도착할 때까지 몇 사람의 소을 거쳐야 했던 그런 날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다시 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서야 사람이 사랑에게 도착했던 어떤 편지들이 이야기인지라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그 애틋한 감정이란 경험자만이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그렇게 전달된 편지를 서랍이나 상자 속에 보관해 둔 채,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날 때면 몇 번이고 꺼내서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은 비단​ 어느 특정인만의 추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서 '공감'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절묘하게 어울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공감지수가 정점을 찍는다. 무엇이든지 조금씩 모자랐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고, 애잔하고, 귀하게 여겼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편지의 주제만큼이나 요즘은 전달매체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뭐든 살짝 부족했던 그때보다 내 삶의 만족도는 낮은 것 같다. ​

 

"자네가 원하던 라디오 말일세. 우리 PX에 아직 나오지가 않아. 앞으로 나오면 휴가 사병 편으로 보내주겠네. 그런데 원주까지 가는 사병이 있으면 보내주겠다만 서울 지방으로 가면 곤란하지 않겠나. 혹시 서울 주소라도 있으면 다음 편지에 주소를 명확히 적어주면 좋겠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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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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