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야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상상하게 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바람’처럼 말이다.

​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등장인물은 ‘바람’과 ‘달’이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 따라 온 천지를 떠돌아다니는 존재이다. 그리고 달은 하늘 높이 떠서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는 존재이다.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울지는 정확히 단정할 수 없지만, 더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 ‘달’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바람의 오해에서 시작된다. 달보다 낮은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한 바람은, 달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불편해하고 기분 나빠한다. 그런 바람의 소원은 달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하루는 바람이 달을 향해 세차게 불어댔다. 그러자 달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람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의 들뜬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다. 영원히 사라진 줄로 알았던 달의 모습이 다시금 짠!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달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바람은 쉬지 않고 몸에 공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면 세차게 불어댄 바람에 밀린 듯이 달의 모습이 잠깐씩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동안 반복을 하다가 어느 날, 아주 커다란 보름달이 되어서 나타났다. 그리고는 온 천지를 예전보다 더 환하게 밝혀주었다.

​

그것은 지구 둘레를 주기적으로 공전하는 달의 모양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바람은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달이 한 달(29∼30일)을 기준으로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 등의 일정한 주기로 변화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따라서 달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은 모두 바람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그림책으로만 읽힐 수 있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달의 모양 변화에 따른 과학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고 볼 수 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인심이란 곧 사람의 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서 수시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은 나이나 형편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 않던가. 그래서 우리가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렸을 때와 어른이 된 후의 생각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은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가 그만큼 자유롭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이것저것 계산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 세상인심이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가 어른이 된 후에는 자신이 처한 형편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런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인간들의 삶에서는 모든 것이 엎치락뒤치락 수시로 변하지 않던가. 특히 가정의 경제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일찌감치 무모한 판단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말이다.

 

“교상이는 문중 어른들이 그렇게 배수의 진을 치고 의도적으로 소문을 흘렸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주울이도 거기에 동조했다. 나는 동조하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그럴듯한 추리라고 했다. 사실 그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왜 여기에다 집 지을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장군봉의 아름다운 숲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마다 경쟁적으로 장군봉 숲 사진을 걸어놓았고, 천혜의 자연 환경인 장군봉 주위에다 집을 짓고 사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혜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장군봉 숲이 개발되면 이곳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제법 들렸다.” -102쪽.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내 눈이 감겼다는 것은 수종이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아빠는 보름 전에 슬그머니 와서 당신은 문중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는 식으로 발뼘을 했고, 엄마는 항상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둘러대기만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만 오면 내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해서 비밀결사라도 하듯이 은밀하게 주고받았다.” -232쪽.

 

이처럼 어린 마음으로 세상의 인심을 바라봤을 때와 어른이 된 후에 자신이 직접 맞닥뜨리게 된 세상의 인심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숲의 상징성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이, 추억들이, 생각들이, 현재의 시간이 될 수 없듯이, 현재의 추억이 될 수 없듯이, 현재의 생각도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서글프게도 하지만, 정반대의 생각도 얼마든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게 한다. 이것은 곧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무의식 세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소설치고, 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더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최윤식의 주니어 미래준비학교 미래 인공지능>에서 저자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단연 인공지능”(p.15)이라고 포문을 연다. 우리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하였다. 무려 4대 1일로 인간 이세돌을 크게 따돌린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인공지능 시대가 활짝 열릴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 당시 알파고에게 패한 이세돌은 알파고의 승리를 인정한다. 반면, 알파고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채 바둑을 두었다고 생각한 이세돌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대명사처럼 떠오른 알파고에게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다며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저자는 71쪽에서 “인간의 두뇌에는 약 1천억 개의 신경 세포인 뉴런이 있으며, 각각의 뉴런은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시냅스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은하계를 구성하는 행성 수보다 많은 수치이며 시냅스가 연결되어 나올 수 있는 모든 조합은 약 150조 개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성공과 실패는 양자컴퓨터의 발전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러한 말은 인공지능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히려 사람의 두뇌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두뇌라고 주장한다. 즉 두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해서 다시 그것을 창조적으로 불러내어 활용하는지를 밝혀야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신경망을 본 딴 인공신경망이 개발되었지만 말 그대로 극히 일부를 흉내 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기술의 일환으로 인간 뇌의 분석은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1천억 개의 뉴런과 150조 개의 시냅스를 갖고 있는 인간의 커넥톰을 완성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미국은 2013년에 인간 커넥톰을 작성하기 위한 1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니 기대가 된다. 커넥톰을 통해 우리 뇌의 사고 과정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면 인간과 가장 흡사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지 않을까?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은 똑똑한 정도에 따라 아주 약한 인공지능, 약한 인공지능, 가한 인공지능, 아주 강한 인공지능 등 이렇게 4가지로 나눠지는데, 그 까닭은 이렇게 나누어 보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발달 정도에 따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아주 약한 인공지능은 사람이 주입한 명령에 따라 지능이나 감정을 흉내 낼 수 있고, 약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합습하는 능력이 있어서 인간이 내린 명령을 넘어 자기 자신이 판단하여 합리적 행위를 할 수 있고, 강한 인공지능은 지능을 뛰어넘어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강한 인공지능은 모든 점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체로 인간을 완전히 모방하며, 완전한 마음을 갖는다. 이것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유의지를 가진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래 인공지능의 발달은 환영할 일지만, 그것이 인간의 한계와 능력을 뛰어넘는 건, 자칫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환영할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