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xpressions to memory for technical reason

 

[PREFACE]

 

I have never learned to feel comfortable in the role of a writer on human development who must publish clinical observations as part-evidence.

 

(e) the nessity of re-evaluating his own thinking in the light of acute historical change.

 

 

[CHAPTER 1. PROLOGUE]

 

제2차세계대전 - "shellshocked"

They were impaired in that central control over themselves for which, in the psychoanalytic scheme, only the "inner agency" of the ego could be held responsible. Therefore, I spoke of a loss of "ego identity." Since then, we have recognized the same control disturbance in severely conflicted young people whose sense of confusion is due to a war withing themselves, and in confused rebels and destructive delinquents who war on their society.

 

what was first recognized as the common dynamic pattern of a group of severe disturbances revealed itself later to be a pathological aggravation, and undue prolongation of, or a regression to, a normative crisis "belonging" to a particular stage of individual development. Thus, we have learned to ascribe a normative "identity crisis" to the age of adolescence and young adulthood.

 

 

let me present two formulations which assert strongly what identity feels like when you become aware of the fact that you do undoubtedly have one.

  As a subjective sense of an invigorating sameness and continuity, what I would call a sense of identity seems to me best described by William James in a letter to his wife.

  "A man's character is discernible in the mental or moral attitute in which, when it came upon him, he felt himself most deeply and intensely active and alive. At such moments there is a voice inside which speaks and says : 'This is the real me!' (..) "

  어금니를 악물며 흐느끼는 할아버지의 울음소리는 뼈가 버걱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여윈 온몸의 뼈가 이런 젠장, 이런 젠장, 하고 있었다.

  "그 동네 사는 조선 사람들까지 죄다 전쟁에 내몰았구먼. 20년쯤 지나면 그런 것도 몽땅 없었던 일이 된다더냐?" 올림픽이란 게 그거 얼른 끝내자는 흥정인 거야? 그래, 그렇다면 다 잊어버리라고 해. 하지만 이 할애비는 잊어버릴 수가 없구먼. 온 세상 사람이 다 잊어버려도 이 할애비는 잊어버릴 수가 없어."

  선생님은 일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리석은 전쟁을 했다고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말을 들으면 벌떡 일어나서 똑바로 대답하리라.

  그 어리석은 전쟁을 우리 할아버지는 지금도 혼자서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바보가 아닙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죄다 바보고, 우리 할아버지 한 사람만 바보가 아닙니다.

  히로시는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르는 건 이제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차표>

 

 

 

 

  느닷없이 이별을 고했을 때조차 마사코는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그건 우리 사이에 정말 사랑이 있기는 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웃음이었지만, 물론 나는 불만은커녕 오히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특별한 하루>

 

 

 

 

 

  떠나는 선배들마다 한결같이 40년 세월이 꿈처럼 짧았다고 했지만, 요네다는 아무래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그 숫자에 꼭 맞는 길고도 묵직한 세월이었다.

  그건 아마도 수훈이라고 할 만한 게 단 한 건도 없었던 탓일 것이다. 부족하나마 경찰 생활을 42년씩 하다 보면 미처 다 말하지 못할 만큼 무용담도 쌓이게 마련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네다에게는 남에게 자랑할 만한 업적이 없었다.

  퇴임 사령은 내년 정초에 나오니 올해는 연말연시 근무를 하겠다고 자원했지만 젊은 신임 서장이 하는 말로는 어쨌건 주어진 휴가를 다 쓰는 게 최우선 사항이랬다. 아무래도 요네다가 사직할 즈음이 다 되어서야 경찰 조직도 드디어 다른 직장과 비슷한 곳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집안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할 수도 없어서 그 말대로 여행이나 떠나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이라도 떠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호박>

 

 

 

 

  "스칼러라는 건 뭐냐?"

  아이들에게 토끼뜀과 팔굽혀펴기의 벌을 내리는 것만이 삶의 보람이었던 체육 선생이 물었다.

  "스칼러십의 줄임말이래요."

  기요타가 자조적으로 대답했다. 체육 선생은 걸음을 옮기며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제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심한 소리네. 다음부터는 못 하게 하마."

  이 선생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싶었다. 나나 기요타는 태어나서 이날까지 줄곧 가난뱅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뒤에서 놀려대는 데는 아무런 근질거림도 느끼지 않았다. 첫째로, 우리를 놀려먹는 같은 반 친구들의 가정 형편 역시 대충 거기서 거기였다. 가난뱅이가 가난뱅이를 비웃는 데는 악의가 없고 오히려 친근감의 표현이었다. 그것을 악의로만 받아들여 따끔한 설교를 하신다면, 그거야 말로 나와 기요타만 난처해지는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기요타의 충고를 이해했는지 어땠는지, 체육 선생이 '스칼러' 합창을 못 하게 하는 일은 없었다. 그 후로 우리는 월말이 되면 친구들의 성원 속에서 교장실로 향했다.

 

  여자처럼 여위어서 마치 꽃줄기 같은 목젖, 그 갈증의 움직임을 나는 우유병을 움켜쥔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둘 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내 것과 남의 것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런 녀석들을 두고 선생들은 흔히, 도둑질하지 않고 누구를 괴롭히지도 않고 한결같이 제 영역을 잘 지켜왔다는 식으로 아주 쉽게 칭찬하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기적이었다.

  "근데 왜 나야?"

  기요타가 요만큼의 의심도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이유는 너무 복잡해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고, 물론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있는 그대로 우유를 훔치고 깨부순 데 대한 속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를. 하지만 그 있는 그대로에 전혀 거짓말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현실과 진실이 같은 의미라는 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가난뱅이에겐 그렇지 않다. 즉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말하자면 이렇다.'라고 나는 말했던 것이다.

 

<언덕 위의 하얀 집>

 

 

 

"요컨대 가에데 문을 살려달라는 구걸이구먼."

"그랬군. 가에데 문은 자네의 옛 주군이 건설한 게이트였나. 심정을 모르지는 않네만 그런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혀선 안 되지. 자네는 이미 도쿠시마 번사가 아니야. 하치스카 가문의 가신도 아니고. 일본국 관원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싯 다운, 플리즈."

 

<하코다테 증서 중>

 

  

 

 

근위 장교에게 하사된 서양 시계는 어쩌자고 바늘이 세 개나 되는지. 생김새마저 밉살맞기 짝이 없었다.

 

시간이 인간을 지배할 리 없다고 쓰치에는 생각했다. 시계가 그 정도로 대단한 물건일 리는 없다. 그 증거로 혼마루와 무코지마에서는 실제로 20초라는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가. 도쿄 사람들이 전부 오포에 시계를 맞추었다면 저마다 시간이 달라진다.

 

나는 서양 시간에 당황했던 것이 아니다. 시간에 지배되지 않고, 시간에 지배될 수 없는 인간으로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지각하면서도 어쨌거나 인간으로서 사명은 완수했다.

 

 

 

<먼 포성 중>

 

"그 자는 십삼 년을 자복한 게 아닙니다. 자복이라 함은 다음을 기약하며 곤란을 참는다는 의미지요. 다시 말해 기약할 미래 같은 게 있을리 없는 그자는 한갓 도망자일 뿐입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두둔하십니까."

어떻게 하면 이 불쌍한 사내를 설득할 수 있을까.

자기 머리 위에서만 시간이 정지한 것을, 긴고는 아직도 알아채지 못했다.

"잘 듣게, 시무라 긴고. 하코네 번은 이미 이 세상에 없네."

"알고 있습니다."

 

나오키치는 끈질기게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메이지 6년 2월 7일자 태정관 포고였다. '복수는 국법으로 금지 ㅡ 형벌은 국가의 대권'이라는 큼직한 활자가 춤추고 있었다.

'살인은 나라가 엄금하는 바이며 살인자를 벌하는 것은 정부의 공권임에도 불구하고 예부터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는 것은 아들과 아우의 의무로 삼는 풍습이 있어..."

요컨대 복수란 개인적 노여움으로 인한 살인으로, 본래 국가가 내려야 할 벌을 개인이 무단으로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간혹 복수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복수를 엄금하며, 불행히도 부모가 살해당한 경우에는 즉각 법에 호소해야 한다. 종래의 관습대로 복수를 결행한 자는 처벌할 것이니 명심하라 - 대강 이런 요지였다.

 

<석류고갯길의 복수 중>

 

 

 

 

 

 

내가 구와나의 저택에서 태어난 건 그렇게 한창 혼란할 때였으니 아버지나 어머니를 알 겨를도 없었어. 철들어보니 활폐해 진 저택에 나랑 할아버지, 그리고 딱히 충절이 굳세어서가 아니라 도망갈 때를 놓쳐 눌러앉게 된 늙은 하인 부부만 남아있었어.

 

고물상들이 살림살이를 몽땅 짐수레에 싣고 사라진 뒤, 할아버지는 썰렁한 방에 주저앉아 이런 말씀을 하셨어.

"이제부터는 만사가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세상이다. 돈으로 못 사는 건 하나도 없는 세상인 거야. 무사의 얼이 스러지면 자연히 그리된다."

 

새삼 떠올리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또 모르지. 독을 뱉어내면 수명이 얼마간 늘어날지.

 

줄지어 선 노송들의 그림자가 뚝뚝 드리워진 도카이도를 할아버지는 달빛 아래 울먹울먹 걸었어. 걸으면서 내 아버지 이름을 부르고, 어머니 이름을 부르고, 누님 이름을 부르고,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 이름을 불렀어. 그 밖에도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수도 없이 불렀어.

난 무섭지 않았어. 만일 할아버지가 꼿꼿하고 기운차게 내 손을 끌었다면 무서웠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죽음의 공포는 사라졌어.

생각해보면 그 때 좋은 걸 배웠어. 어떤 각오로 나선 싸움이건 선봉에 서는 자는 무섭지 않다는 걸. 무서운 건 외려 뒤따르는 사람이야. 무서울 땐 뒤로 물러서면 안 돼. 다른 사람보다 앞서 죽음과 마주하면 무섭단 생각이 안 든단다. 그리고 죽고 사는 건 인간이 정하는 게 아니거든.

 

고생은 차츰차츰 잊어야 돼. 머리로는 잊고 몸으로만 기억해두면 되는 거야. 고생 끝에 세상 이치를 터득한다는 건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지.

말을 하면 언제까지고 못 잊는 법이다. 말을 안 하면 잊어버리지. 그러니까 별것 아닌 고생담은 떠벌리지 않는 게 곧 자신을 위하는 길인 거야.

 

그 안에서 뭐가 나왔는지 알겠니? 잘 생각해봐라. 고로지 할아버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그걸 내개 전해달라고 부탁한 게 분명했어. 본인의 뜻이 아니라면 그런 걸 유품이라고 가져올 리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 그건 조부의 대머리 꼭대기에 늘 앙증맞게 얹혀 있던, 보는 사람마다 웃게 만들었던 그 덧상투였어.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어.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었지. 장교도 추베에 부자도, 다들 웃으면서 울었어.

"왜 이와이 님은 이런 것을 유품으로 남기셨답니까?"

한참을 울고 웃다가 추베에가 가까스로 물었지.

"모르겠습니다. 꼭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가령 그것이 덧상투일지라도 싫다고는 못 하지요."

난 알겠더라고. 할아버지는 말이야, 모두가 웃기를 원하셨던 거야. 슬픔을 모두 웃음소리로 뒤덮고 싶으셨던 거야.

그리고 하나 더 - 사무라이가 말하는 도리란 덧상투 하나만도 못하다는 걸 내게 깨닫게 해주신 거지. 사무라이의 시대 따위 잊어버리고 새 세상을 살라고 말이야.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무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