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떤 멋진 청년을 또 보았다(“바보 같은 놈!”). 이 만남으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좋아! 나는 이제 깨닫기 시작한다. 멋진 몸들 때문에, 내가 갖지 못한 삶의 수월함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거다. 저 멋진 청년들같이 자신만만한 태도와 품위 있는 모습을 갖고 싶다. 저 청년의 몸을 탈처럼 뒤집어쓰고 하루만 지내면서 스스로 마음 가볍고 아무 걱정 없다고 느끼며 사는 기쁨을 실컷 누려보는 것, 자신만만하게 길을 쏘다니고, 잘빠진 내 몸매를 훑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시선들을 받아내는 것. 나는 어려움 없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완벽한 몸을 꿈꾼다. 즉 온전한 만족, 극단의 쾌락주의를...

내게 부족한 점들, 나의 불만, 특히 나의 환상을 내게 드러내 보여주는 이상적인 수컷들은 나를 흘끔흘끔 본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이성은 알지만, 가슴은 여전히 의심한다. 대체 이 삶에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뭐지?

 

혈액검사를 위한 의사와의 마지막 약속. 내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분투할수록, 팔은 경련하며 나름의 투쟁을 한다. 반항하는 몸을 볼 때면 드는 완전한 무력감. 갑자기 한 단어가 무겁게 내리누른다. “좋아!” 그러자 투쟁은 차츰차츰 진정되고, ‘나도 모르게’ 차분해진다. 몸이 가르쳐주는 내용이 나는 좋다.

“좋아!”

 

내가 날렵하게 몸을 놀리는 저 청년이라면 좋겠다. 좋아! 체념과 자만 사이, 자기도피와 영합 사이에서 미묘하고 섬세한 균형을 과감히 찾는 것. 그러면서 가는 곳마다 내면에 도사린 ‘논평가’를 데리고 다닌다. 눈에 뵈는 모든 것에 대해 적당히 안심시키는 “좋다!”와 경악하게 하는 “나쁘다!”로, 때로는 “이건 해라, 저건 하지 마라!” 혹은 음험하게 “너 그러면 안 되겠지!”라는 말로 토를 다는 그자. 몸시 말 많은 그가 끊임없이 나를 질서 쪽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저 청년을 부러워하면 안 되지!”

그래, 나는 그 청년을 부러운 눈초리로 본다. 이런 바보 같은 놈!

좋다! 그래서?

좋다! 나는 뻣뻣한 밧줄처럼 굳은 채, 줄타기 곡예사처럼 숙명론과 자신에 대한 증오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오늘 아침, 어떤 멋진 청년을 또 보았다(“바보 같은 놈!”). 이 만남으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좋아! 나는 이제 깨닫기 시작한다. 멋진 몸들 때문에, 내가 갖지 못한 삶의 수월함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거다. 저 멋진 청년들같이 자신만만한 태도와 품위 있는 모습을 갖고 싶다. 저 청년의 몸을 탈처럼 뒤집어쓰고 하루만 지내면서 스스로 마음 가볍고 아무 걱정 없다고 느끼며 사는 기쁨을 실컷 누려보는 것, 자신만만하게 길을 쏘다니고, 잘빠진 내 몸매를 훑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시선들을 받아내는 것. 나는 어려움 없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완벽한 몸을 꿈꾼다. 즉 온전한 만족, 극단의 쾌락주의를...

내게 부족한 점들, 나의 불만, 특히 나의 환상을 내게 드러내 보여주는 이상적인 수컷들은 나를 흘끔흘끔 본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이성은 알지만, 가슴은 여전히 의심한다. 대체 이 삶에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뭐지?

 

혈액검사를 위한 의사와의 마지막 약속. 내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분투할수록, 팔은 경련하며 나름의 투쟁을 한다. 반항하는 몸을 볼 때면 드는 완전한 무력감. 갑자기 한 단어가 무겁게 내리누른다. “좋아!” 그러자 투쟁은 차츰차츰 진정되고, ‘나도 모르게’ 차분해진다. 몸이 가르쳐주는 내용이 나는 좋다.

“좋아!”

 

내가 날렵하게 몸을 놀리는 저 청년이라면 좋겠다. 좋아! 체념과 자만 사이, 자기도피와 영합 사이에서 미묘하고 섬세한 균형을 과감히 찾는 것. 그러면서 가는 곳마다 내면에 도사린 ‘논평가’를 데리고 다닌다. 눈에 뵈는 모든 것에 대해 적당히 안심시키는 “좋다!”와 경악하게 하는 “나쁘다!”로, 때로는 “이건 해라, 저건 하지 마라!” 혹은 음험하게 “너 그러면 안 되겠지!”라는 말로 토를 다는 그자. 몸시 말 많은 그가 끊임없이 나를 질서 쪽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저 청년을 부러워하면 안 되지!”

그래, 나는 그 청년을 부러운 눈초리로 본다. 이런 바보 같은 놈!

좋다! 그래서?

좋다! 나는 뻣뻣한 밧줄처럼 굳은 채, 줄타기 곡예사처럼 숙명론과 자신에 대한 증오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상담'이라는 인간의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해 그려주고 있다.

나 또한 상담함에 있어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들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제1원칙은 "마음 속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든 소중한 것이다."

경박하거나 의미 없는 장난처럼 느껴지는 말도

모두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것도 버릴 것이 없이 소중히 들어준다면

말한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변화한다. 당장은 그 의미가 떠오르지 않더라도

10년 뒤, 20년 뒤에라도 어려울 때 생각나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당신에 대한 답은 당신만이 가장 잘 알 수 있으니 무조건 100점입니다." 처럼

 

올림픽 소녀나 호스티스 소녀의 사례처럼

사실은 본인이 문제를 알고 답도 알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또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해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소설에서처럼, 몇 번의 편지로 나의 본심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이 편할까.

실제는 몇 달 또는 수십년이 지나도 그것을 이루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틀림없이 많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어느 다른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다.

다른 위치에서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을 토대로 그의 목소리에 반응해주면

상담을 원해서 왔다고 해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뿐

상담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상담해주는 사람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90%, 그리고 가능하다면 유용한 정보 10% 정도로

그 사람의 선택을 사소하게 또는 중대하게 보조할 뿐이다.

나는 관객들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답가라도 하듯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큰일 아니야. 마음에 두지 않으면 돼.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날 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도 단 한 명의 외면을 커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질 않았고 나는 그저 결심할 뿐이었다.
‘이제 연락이 와도 기필코 씹으리라. 이 치욕을 갚아 주리라.’
그러던 여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건 만난 지 꼭 일주일 만이었다. 그토록 결심하고 또 결심했건만 그 짧은 문자 하나로 나의 일주일간의 불만은 봄눈 녹듯 녹아버리고 나는 그저 헤벌쭉 천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문자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보고 또 볼 뿐이었다.
[뭐해요?]
무슨 대단한 내용도 아닌 달랑 이 한마디에 열광하는 내 신세. 그런데 그냥 있다고 답을 하니 곧이어 하달된 접선 장소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태원 스모키살롱. 여덟시?]
이 상황에 햄버거집이라. 내가 화가 났다는 건 도무지 모르고 있는 눈치다. 나는 오늘에야말로 우리 중 누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갈며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날 밤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편의 어느 골목길.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가게 앞에 도착하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고 여자는 벌써 안쪽에 자릴 잡고 앉아 있었다. 약간은 어색한 기운을 누르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여자는 웃으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아니, 자기는 연락 같은 거 잘 안 한다더니 어째서 손엔 저렇게 항상 핸드폰이 들려 있으며 그러면서 왜 나한텐 연락 한 통을 안 하는 거야? 나는 애써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며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나는 오늘 이 여자한테 남자친구로서 요구하고 싶은 것들을 죄다 말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그리고 네가 나에게 꼭 해주어야 하는 것들과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이리 앉으세요.”
나를 발견한 여자가 네 기분 따윈 알 바 없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권했지만 난 단호히 사양하고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삐지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는 여자의 표정이 내심 거슬렸기 때문이다. 여자는 지난 두 번의 만남 동안 때때로 보이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마치 내 생사여탈권이라도 쥔 의사선생님마냥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제발 네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그런 표정 좀 짓지 말라고. 정말 그런 것 같아서 두려워지잖아.
아메리칸 스타일의 크고 질펀한 수제 햄버거를 말끔하게 먹어치운 여자가 (어쩜 그렇게 자기 얼굴보다도 큰 걸 바로 앞에서 남자가 보고 있는데도 저리 스스럼없이, 야채 한 쪽 흘리지 않으면서 먹을 수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며 앞에 앉아 있는 나라는 존재쯤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터.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서 밀리면 사귀는 내내 고생할 테니까)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을 때, 난 속으로 대꾸했다. 할 말? 있겠지. 나도 있어. 나는 우선 여자의 얘기부터 듣기로 했다. 보나마나 연애를 시작하기에 앞어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이런 룰을 지 맘대로 정하려 들 테지만 어림없다. 나는 너에게 끌려가는 연애를 할 마음이 없으니까. 이미 난 충분히 끌려가고 있긴 하지만 내가 이리 마음을 쓰고 있는 건 단지 지금의 내 안 좋은 상태 때문이지 아직 진짜로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닐 거라고 믿었기에. 그리고 그런 것을 떠나 어차피 연인으로서의 관계는 이미 시작된 것. 서로에게 솔직하고 서로 존중하며 지낸다면 무엇이 문제랴, 하고 나는 생각했으나 그것은 실로 순진한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