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건 사고는 케이토 나카자와 마키 치요를 비롯한 여섯 주인공의 일상을 하루를 기점으로 담고 있었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본 것처럼 일상적인 일들이 그려졌다.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각 주인공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에서 담고 있지 때문에 장이 바뀌면서 주인공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어려웠던 것도 같다.

책의 속지, 표지가 어우러져 다른 이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별일은 없었지만 약간의 소소한 갈등이 담긴 일기장 같았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의 이야기여서 공감이 갔고 그들의 모습에서 각각 나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케이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친구를 졸라 꽃미남 가와치를 데려오게 하는 모습, 안도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모습까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확신할 수 있지만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은 내 상황과 비슷했다. 케이토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극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발 물러나는 소심해지는 성격. 케이토에게 ‘너 그렇게 하면 이도저도 안된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어울려 다닐까 궁금했는데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고, 옛날을 추억하고, 이성 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친구들과 모여 우리의 지난날을 추억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기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 책을 읽었는데 주말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 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 휴식을 맛보는 기분, 급하게 달려온 한 달을 다시 정리한 기분이 들었다. 잊고 지냈던 친구들에게도 다시 전화를 한 통 해봐야겠다.

옷 속에 녹아난 엄마의 이야기

 

‘나를 벗겨줘’라는 자극적인 제목은 이 책이 무슨 책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옷을 입는 스타일에서 그 사람을 알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하는 호기심에서 책을 들었다.

 

책은 19개의 에피소드와 이에 대한 해석이 함께 이루어졌다.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고 주로 옷을 처음 입혀준 엄마와 관련되어 해석이 이루어졌다. 에피소드는 쉽게 넘길 수 있었지만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여러 정신 분석학의 이론이 큰 설명 없이 나와서 프로이드의 이름만 들어본 나로서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들었다.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만하게 가볍게 읽으려 접근했다가는 두께만큼 내용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 같다. 책 속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과의 문화적 차이는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일어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책은 주로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옷의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옷과 가지고 엄마와 갈등했던 원인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점점 자라면서 엄마가 선택한 옷을 거부하였고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내게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엄마가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엄마 혼자 일방적으로 옷을 사오는 것을 거부했다. 빨간 미니스커트 에피소드와 전통과 품질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방법이었고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옷이 엄마의 가치관을 내게 투영하는 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딸인 나와 함께 옷을 입으려는 엄마의 모습이 엄마들의 로망임을 알게 되었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엄마와 갈들의 원인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숨은 의중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주로 엄마와 딸 그리고 옷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관계에 대해 무엇인가 느꼈지만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책의 소개와 위험함 관계라는 제목, 무채색의 표지는 묵직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서간체 소설이라는 특징을 가졌는데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인공이 아저씨에게 일방적인 내용을 전달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세실 볼랑주라는 어린 아가씨의 편지로 시작하며 메르테유 후작 부인, 발몽 자작, 당스니 볼랑주 부인, 법원장 부인의 편지가 나온다. 이 편지들을 제 3자가 모아 출간한 것으로 되어있는 것이 흥미롭다.

 

전반적인 내용은 배용준이 출연했던 영화 ‘스캔들’과 흡사하다. 배경과 약간의 소품만 바뀌었을 뿐이지 등장인물의 성격과 전반적인 관계는 거의 같아 ‘혹시 이렇게 전개되는 거 아니야?’ 했는데 정말 그대로 진행되어 당혹스러웠다. 책을 알리는 글에 영화 스캔들의 원작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못 보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몽자작은 배용준, 메르테유 후작부인은 이미숙, 세실은 이미숙의 집안에 들인 첩, 법원장의 부인은 전도연, 당스니는 그 첩을 좋아하던 청년으로 겹쳐지고 성격이나 태도도 비슷하였다.

 

편지로 전개되는 글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섬세한 심리묘사는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른 전개를 위협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는 책을 읽는데 지루함을 가져왔다. 서간체로 구성되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스캔들이라는 영화를 미리 접해서 전개가 느리다고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인간군상과 함께 18세기 프랑스 사교계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편지는 이 책의 장점이 된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비틀어져 있는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환멸을 대변해 주었다.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을 파고들며 본다면 사회를 보는 좋은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