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범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가 '환경을 사랑하는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본문은 어미 고래가 아기 고래와 함께 남쪽 바다로 가는 여정 동안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무지개 전사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람들이 항구에 버려져 있던 배-디젤 발전기를 단 영국 최초의 배라고-를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고치고 녹슨 몸체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새 단장한다. 이 배에 붙여진 '무지개 전사호'라는 이름은 크리족 예언에 나오는 전사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남극으로 향한 무지개 전사호는 고래 사냥을 막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금전적인 이득이 걸린 일이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인간들의 눈에 어린 바다표범은 그저 멋진 외투를 만들 수 있는 하얀 털을 구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모피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멋이나 부의 상징인양 그걸 사 입는 사람도 잔인함의 무게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무지개 전사들은 바다표범의 털에 초록색 물감을 칠하거나 사냥꾼들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 어떤 나라에서는 바다표범 사냥을 금하는 성과를 얻기도 한다. 크고 작은 물고기의 씨를 말릴 만큼 촘촘하게 짜인 그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화학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하거나 핵폐기물을 실은 잠수함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것을 방해하는 등 무지개 전사호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행한 일들은 참 많다. 고래와 바다표범, 물고기, 사람의 형상 안에 무지개 전사호의 활약하는 일련의 과정이 간략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본문 뒤에는 무지개 전사호에 대한 정보와 한 일을 연도별로 정리하여 실어 놓았다. 그림을 보면 무지개 전사호에 탄 사람들이 백색 깃발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나선 무지개 전사호의 순수한 의도와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으로 무지개 전사호의 일화들을 알게 되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조금 덜 아프고, 훼손되는 속도도 조금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잊지 말고 함께 응원하자! 

꽃섬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웠던 섬이 사람들에게 의해 망가졌다가 생명이 찾아드는 곳으로 되살아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난지도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생긴 산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바로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로 이루어진 산인 것이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들이 난지도에 견학을 간 형식으로, 꽃이 지천으로 피고 겨울이면 많은 철새들이 찾아들며, 풍광이 아름다워 영화 촬영지로도 이용되던 난지도가 어떤 이유로 죽음이 드리워진 곳이 되었다가 되살아났는지 들려주고 있다.

 

 이름에 '도'자가 들어간 것에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옛날에는 난지도가 한강에 속한 섬이었으나, 지금은 상암동에 속한 땅으로 배나 다리를 이용하지 않아도 갈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섬 난지도는 1978년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되면서 15년 동안 이곳에 갖다 버린 쓰레기가 두 개의 산을 이룰 만큼 엄청난 양이 쌓였다고 한다. 더구나 예전에는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등의 구분 없이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갖다버렸다.

  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로 인해 살고 있던 동물도 사람도 떠나고 침출수가 땅을 오염시켜 그 땅에서 얻는 것은 먹을 수도 없게 된 난지도. 집 앞에 쓰레기가 하루만 방치되어도 한여름이면 참을 수 없이 고약한 악취가 풍겨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지 않던가. 인간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흙으로 덮어버리지만 자연은 생명이 사라진 곳에 다시 생명을 부여함으로서 스스로 치유를 시작한다. 나중에야 사람들도 이런 저런 장치를 만들고 식물을 심고 공원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쓰레기 산에 씨앗이 싹을 틔우고 죽어가던 땅이 살아나 다시 생물들이 찾는 곳이 된 것은 복원의 힘을 가진 자연의 위대함 덕분일 것이다. 

 지방에 살 때는 난지도의 존재도 잘 모르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인 것으로 여겨져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에 정작한 뒤에 난지도 이야기를 가끔 접하면서 어떤 의미를 지닌 곳인지 간단하게나마 알게 되었고, 이 그림책을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난지도에 조성되어 있는 하늘공원에 가보질 못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던 그 곳, 다시금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그 곳에 언제 아이들과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문 뒤에 "난지도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에는 본문에 언급된 사실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았는데, 아래 사이트에 가면 난지도의 역사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http://worldcuppark.seoul.go.kr/history/h_main.html, http://worldcuppark.seoul.go.kr/history/h_after.html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게 되어 정든 집을 떠나는 아기 곰 가족의 이야기로 프랭크 애쉬의 작품. 추억이 담겨 있는 정든 곳을 떠날 때 드는 아쉬운 마음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가구며 옷, 장난감 등 모든 것을 가지고 가는데도 어쩐지 무엇인가 남겨두고 떠나는 듯한 아쉬운 마음이 잘 느껴진다. 아기 곰 가족이 집안을 둘러보며 어떤 물건들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는 장면에서는 트럭에 옮겨 싣기 전에 놓여 있었던 자리에 반투명한 형태로 표현하였다.

 엄마 아빠와 함께 상자에 담은 이삿짐을 날라 차에 다 실은 아기 곰은 뭔가 잊은 것 같다며 집 안으로 달려간다. 텅 비어 있는 집 안 곳곳에 가보는 아기 곰에게 아빠 곰은 "기억은 어때?"하고 말한다. 가족들은 자기 의자와 사물들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떠올려 보고, 방, 식당, 계단, 천장과 벽에게도 작별 인사를 한다. 지하실과 아이가 모래놀이 같은 것을 하며 재미있게 놀았을 법한 뒷마당에 있는 것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한 뒤 이사 차에 타고 떠나는데, 과연 아기 곰은 무엇을 잊었던 것일까?

 우리 아이들도 작년에 이사를 해 본 경험이 있는데 벌써 몇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곳을 그리워한다. 혹 전철을 타고 가다 예전 집 근처를 지나갈 무렵이 되면 전철 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기들이 뛰놀았던 골목길을 바라보며 "우리 집이다!"하고 외치곤 한다. 아이들에게 "이제 우리 집 아냐"라고 말은 하지만 실은 나 역시 그 근처를 지날 때면 마음이 예전 집 쪽으로 달음질치는 것을 느낀다.

 이사 당일, 가구며 그릇, 책상자들이 하나하나 트럭으로 옮겨 가는 동안 하나둘 비워지는 공간을 보며 그제야 칠 년을 넘게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실감났었다. 모든 짐을 싣고 난 후 마지막으로 그 집을 나설 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 가족이 살아 온 흔적과 추억 때문이었으리라.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예전 집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은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