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러브액추얼리의 매력적인 영국 수상 ’휴그랜트’와 지금은 영국의 류승호로 훌륭하게 자라난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영화.
바로 그 영화의 원작소설이 이 동명 제목의 ’어바웃 어 보이’입니다.
영국은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닉 혼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2명 중 1명 입니다.
그가 쓰는 소설은 거의 대부분 영화화되었을 뿐 만 아니라,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지요.
이 소설도 역시, 영화화되었는데 저는 영화로 먼저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결말을 알고 보는 데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닉 혼비의 익살스럽고 바람처럼 가벼운 문체 속에 스며든 유머들!
하지만 절대 짧지 않은 구구절절 긴 문장!ㅎㅎ 궁시렁대는 문체라고나 할까요?ㅎㅎ
전 이런 문체를 굉장히 사랑합니다!ㅋ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성장소설’입니다.
누구보다 쿨~한 백수 ’윌 프리먼’ 과 세상에서 가장 나이든 열두살짜리 ’마커스’,
두 남자가 우연히(?) 만나 기묘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들을 통해
둘이 내적으로 성장해간다는 큰 줄거리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기존의 성장소설들과 다른 점은, 대개의 성장소설이 미숙하고 어린 주인공들이
’인간으로써 바람직한 이상적 모습’에 다가가는 묵~직한 내용이 아니라는 거죠^^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지금 이 시대에 살아가는 두 남자가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깨달으며 개인적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이라고나 할까요?
등장인물들을 조금 살펴볼까요?
닉혼비의 등장인물들은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 세상 여자들의 적 까지는 아니어도,
제발 피하고 싶은 찌질한 남자 들에 가깝습니다.
먼저 (자칭) 쿨한 백수, ’윌’ 입니다.
서른이 훌쩍 넘은 윌은 미혼으로 직업이 없이
작곡가인 아버지가 딱 한 곡 성공한 캐롤의 저작권료를 받아먹으며 사는 ’백수’입니다.
어쩌면 요즘 우리들이 가장 바라는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ㅎㅎ)
윌은 단 한번도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날아오는 수표들을 자유롭게 쓰며,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티비를 보고 쇼핑을 하고 미용실에 가고 당구를 치고 등등.....
그리고 가끔 미인과 데이트도 하고 가~끔 너무 무료해서 봉사활동같은 것도 하고.....
’윌’은 자신의 이런 삶에 너무나 너무나 만족하며 살아가는 ’쿨 한 백수’ 입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가족을 꾸리며 사는 것이 굉장히 ’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며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돌싱’, 즉 이혼녀와 데이트를 하게 되면서
이 이혼녀들에게는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이스 가이’로 비출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한마디로, 미혼인 엄청난 미인들은 아무 직업도 비전도 없는 ’윌’과는 이야기도 섞지 않지만
엄청난 미인이지만 이혼녀이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 에게는
다정하고 (시간이 남아돌아) 자신을 챙겨주는 ’윌’이 ’나이스 가이’로 비춰진다는 거죠.
그래서 윌은 말도 안되게 자신에게 있지도 않은 아이 ’네드’를 만들어내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모임에 가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수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그녀 친구의 아들, 세상에서 가장 늙은 열두살, 마커스를 만나게 됩니다!
마커스가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애늙은이가 될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의 엄마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혼자 마커스를 키우는 엄마는
채식주의자에 히피적 성향이 강한 음악치료사입니다.
하지만 음악으로 남을 치료하면서, 정작 자신은 우울증으로 자살을 꿈꾸고 또 실제로 자살을 기도하기도하죠.
마커스는 이런 엄마가 잘못되는 것이 두려워
엄마가 골라주는 전교에서 제일 이상한 신발과 촌스러운 코트를 입고,
엄마가 잘라주는 바가지 머리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감이 될지언정,
엄마 말에 순종하고 엄마를 걱정합니다.
엄마의 자살기도 이후 마커스는 깨닫습니다.
식구가 ’둘’인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그래서 자신의 삶에서 만약 엄마가 잘못되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또는 혼자 남지 않게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커스가 고른 사람, 바로 그게, ’윌’ 이었습니다.
수지와 데이트하고 싶어서 ’마커스’를 만나는 윌,
엄마와 데이트하게 하고 싶어서 ’윌’을 만나는 마커스.
서로 동상이몽을 갖고 시작된 이 기묘한 관계가 점점 처음의 목적과 달리,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누가 봐도 아들과 아버지뻘인 이 두 남자의 기묘한 관계~^^
중간부까지는 영화와 똑같이 진행되지만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원작 소설을 읽는 재미도 놓칠 수 없습니다.
또 영화도 굉장히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잡아내고 영상으로 나타내었지만,
역시 영상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행간의 마력’ 이랄까요 ㅎㅎ
번역하신 분도 닉 혼비의 엄청난 팬이라, 굉장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번역해서인지
닉혼비의 즐거운 문체가 그대로 한글로 옮겨와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일상이 우울할 때, 답답하고 짜증날 때, 독서가 지겨워 질 때.
닉 혼비의 소설은 다시금 독서의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별 다섯 개에 다섯 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