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Reinventing The Brand , 즉 <브랜드 재창조>.
어쩌다 제목이 또 브랜드와 유통의 전쟁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초반부터 저자는 바라보는 브랜드의 현실에 있어 
유통업계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브랜드가 처한 현실과 현재의 위치변화에 대한 한 면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이 책의 전부를 아우를만한 제목은 아닙니다.

21세기에 변화한 브랜드의 위치를 재조정하기 위해,
브랜드들이 새롭게 나아가야할 방향을 전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는 책임에도,
’유통’과의 전쟁으로 한정짓는 제목이 다소 아쉽습니다.

책의 저자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브랜드들은 프랑스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일부 친숙한 글로벌 브랜드들도
많이 등장하지요.) 계속해서 한국과 삼성이 언급되어 
최근의 삼성의 글로벌 입지에 대해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뒤에는 아모레 퍼시픽의 헤라,라네즈 등의 브랜드명도 나오죠.^^

이 책의 초반은 현재 유통업체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입니다.
최근 유통업체들(대형마트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가 
굉장히 할인업계의 핵인가 봅니다. 한국에도 적용되는지는 잘모르겠네요.)은 
자신들의 유통의 힘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유통을 통한 가격절감의 힘을 이용하여 자체브랜드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 자체브랜드들은 유통업체 본인들의 매장에 얼마든지 가장 좋은 자리에 
가장 많이 진열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지요.

이른바 요새 우리 한국 할인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는 PB 상품들 입니다.
최근 PB상품들은 브랜드와 품질은 같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자체브랜드에 끌리는 이유는, 
최근에는 소비할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생필품들, 휴지나 세제, 비누 등의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만
내가 원하는 아이팟이나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고 또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품질이 덜하더라도 브랜드 충성도가 약한 상품들의 경우에는
가격을 중점으로 평가대상으로 삼는거죠.
한마디로 고관여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저관여 상품들에 관해서는 브랜드를 
무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브랜드들은 왜 자신을 사야만 하는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납득시켜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더 중요해진 이유도 여기 있지요.

사실 자체브랜드들의 이러한 경쟁은 점차 제살 깎아먹기가 되어
점점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내기 여념이 없지요.
역치이론에 따르면 소비자가 상품의 품질의 정도를 인식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 이상이 되어야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사실 자체브랜드들은 대형브랜드나 고급 브랜드들의 상품 품질보다는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역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소비자가
느낄 수 없는 정도의 품질 차이로 가격 혁신을 이루어 냈습니다.
용량을 조금 덜 넣는다든지, 농도를 조금 덜 진하게 한다든지요.
하지만 점점 더 저렴한 가격경쟁으로 하다보니 슬슬 소비자들이 품질의 차이를
인식할 정도까지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브랜드들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보다 고품질의,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어떤 약속을 해주고,
그 브랜드를 써야만 느낄 수 있는 ’혁신’을 선보여야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혁신’과 ’입소문’, ’충성고객’ 입니다.
충성고객은 이전보다 더 강조된, 브랜드를 사랑하는 열성적 소비자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보지요.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과 입소문입니다.

언제나 중요시되는 것은 ’혁신.’
가격이 중요한 평가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상품앞에서는
소비자들은 그 혁신된 브랜드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브랜드는 혁신 그 자체가 입소문이 되기도 하고,
구매과정이나 사용경험 등에서 나오는 ’체험’, 스토리가 입소문으로 퍼지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충성고객들은 ’적극적 소비자’의 역할을 하게 되어,
자신이 그 브랜드 그 자체가 되고자 하죠. 
브랜드는 바로 이러한 고객들을 만들도록 노력을 해야합니다.

굉장히 구체적인 예들이 넘쳐나는 책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알 수 없는 프랑스 브랜드들로 인해 와닿지가 않는게 
참으로 아쉽습니다. ㅠㅠ
프랑스의 유명 치즈 브랜드나 유럽에서 인기있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저에게는 너무 생소하니까요.
또 프랑스의 유통 업체들도 한국에 입점했던 까르푸 외에는 다들 처음 보는 유통업체이다
보니....ㅠㅠ

하지만 그러한 예들을 제외하고라도, 주옥같은 마케팅 조언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한 챕터 챕터마다 줄을 그어놓고 싶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한학기동안 수업교재로 활용해도 될 정도인것 같습니다.

브랜드가 왜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역할을 해야하는지, 
어떻게하면 혁신을 일으킬수 있는지,
브랜드의 글로벌화가 좋기만 한 일인지,
광고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광고를 어떤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인터넷과 입소문은 어떤 식으로 브랜드에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등.

브랜드가 처한 현실을 모두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매일 매 순간의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었다.
-p.59


<1984년>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역사 및 기록을 날조(위조)하는 진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빅브라더와 당을 위해 얼마든지 다시 쓰여지고
지워질 수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사람 조차도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있지도 않은 사람이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훈장까지 받으며 추앙받도록 만드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걸세,"
-p.75

조지오웰은 <1984>년에서 '신어'라고 불리는 새로운 언어 체계를 설명합니다.
사상은 결국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므로, 언어를 지배하면 생각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당의 생각에 따라, 많은 언어가 다듬어지고 새로 만들어집니다.
마치 우리나라와 북한이 처음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우리말을 다듬고
사전을 편찬했던 일이 생각나 오싹합니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무산계급(r.노동자)에만 있다. ...
피압박 대중만이 당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은 내부로부터는 전복될 수 없게 되어 있다.
p.98

산엄한 감시를 받는 당원들인 만큼, 당원들로부터 당의 전복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윈스턴.
하지만 무산계급, 노동자로부터의 당의 전복 역시 한낱 꿈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쓸데없는 것만 기억할 뿐이었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그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실들은
그들의 관심 밖이없다.
-p.131

전장에서나 고문실에서나 침몰하는 배에서나 사람들은
늘 진정으로 싸워야 할 상대를 잊어버린다.
p.144


재화는 생산되어야하지만 분배되어서는 안된다.
결국실제적으로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전쟁 뿐이었다.
... 대중을 지나칠 정도로 편안하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그들을 지혜롭게 하는데 사용되는 물품들을 박살내거나 하늘로 날려버리거나
바다속 깊이 빠뜨리는 것이 전쟁이다.
p.268

결국 전쟁은 대중을 무지하게 하고,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뿐입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정도라야 겨우 알아볼 법한
CCTV 영상 속의 범인들을 찍혔다하면 기어코 잡아내는 ’과학 수사의 힘’을 보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범죄자를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CCTV가 우리의 생활 낱낱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인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우리 집과 화장실안에까지 
설치되어서요.
조지오웰의 <1984>가 점점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제 우리는 그런 것들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부터, 
최근의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내어줄줄 모르는 하루키의 1Q84, 
또 광고인들이라면 아시겠지만 1984년 1월 1일 단 1번의 광고로
광고사에 길이 남은 애플사의 광고까지 
조지오웰의 1984는 동서(東西)와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책을 이제야 읽어보다니 오호라 통재라!
사실 많은 분들이 (거의 대부분의 성인들이) 조지오웰의 1984를 알고 있지만
(심지어 그 안에 나오는 빅브라더와 전체주의에 의한 무서운 감시 
체제정도까지는 다들 알고 있지요~)
그 알고 있는 수에 비해 읽어본 분들은 의외로 적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1948년에 쓰인 이 ’1984년’에 관한 책은
’극한적인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윈스턴 스미스라는 한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1부에서 윈스턴이 누구이며, 이 윈스턴을 둘러싼 1984년 영국(영국사회주의)의 
모습은 어떠한지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설명합니다.
윈스턴은 영사(영국사회주의)의 외부당원입니다.
당은 크게 내부당원과 외부당원으로 나뉘고 당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사람들은 노동자로 불리웁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1984년의 모든 사람이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감시를 당하고 세뇌에 가까운 
사상 교육을 받는 것은 외부당원에 한정됩니다. 
(내부 당원은 보다 높은 특권층, 당의 지도부를 의미합니다.)

윈스턴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로 당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사실과 진실을 써내고자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종종 노동자들의 구역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당원은 당원 서로들끼리 물론 가족들조차도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살벌한
내부 감시를 받고 있는데요.
노동자의 구역에 허가없이 돌아다니던 어느날 윈스턴은 같은 
당원 줄리아를 마주치고 고발될 위험에 떨며 1부가 끝이 납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그 줄리아와 사랑에 빠져 남몰래 사랑을 나누고,
(1984년은 성욕조차 완벽하게 통제되며 사랑이나 이성간 애정에 대한 감정은 
철저히 배척당합니다. ’사랑’은 곧 사상죄를 의미합니다.)
1부에서 알게모를 호감을 느꼈던 오브라이언이라는 내부당원을 만나
’형제단’이라는 현재 빅브라더의 사상을 반대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비밀조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또 그를 통해 빅브라더가 천하의 역적이자 최고의 
사상법으로 꼽는 골드스타인이 쓴 책을 구해 읽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3부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3부의 내용은 남겨두기로 하겠습니다.^^
 
<1984>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예전의 전제주의 왕권을 누렸던 왕족과 귀족들이 백성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이들은 노동자들이 생계와 생리적 욕구에만 급급하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기를 바랍니다.
같은 외부당원들은 당의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지성이 필요하지만
그 지성이 당의 존속과 체제를 위협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되기에
굉장히 치밀하고 단계적인 방법들로 그들의 머리속을 지배하고 감시합니다.

읽는 내내 우리의 반쪽 북한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듯 합니다.
사회주의로 위장한 전체주의의 모습이 꼭 닮아 있으니까요.
또 1960년~1970년대의 한국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체제를 위한 반공의 강조. 마치 정권유지를 위해 전쟁을 계속해서 선동하는 
1984년과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습니다.
조지오웰이 읽어낸 미래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던 1970년대의 우리의 모습과도
굉장히 밀접하게 닮아있습니다.

읽는 동안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시가 떠올랐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쓴다’는 김지하 시인처럼 윈스턴도 진실을 
일기장에 기록합니다.

또 김수영 시인이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러워했던 자신의 소시민적 근성처럼,
노동자들은(그리고 우리는) 정작 정말로 화내고 분노해야할 대상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김수영 시인의 시들도 떠올랐습니다.

분명 오래된 책이지만 전혀 오래되지 않은 느낌의 책.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조지오웰만의 문장력도 일품입니다.
각 부마다 위기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꼭 추천도서 100안에 들어서라기보다 정말 재미있어서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야기책임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1984, 전체주의, 조지오웰,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