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자신의 마음을 가린 소녀의 모습이 표지인 이 책은 돈 윈슬로의 닐 캐리 첫번째 시리즈라고 한다. 20여년 전에 발표한 그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의 데뷔작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나 스토리가 탄탄하다. 에드거상과 셰이머스상의 후보로 올라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처음 책 두께에 살짝 주눅이 들었던 나는 이 책을 몇시간만에 읽어버릴만큼 대단했다. 그중에 나는 몇가지 마음에 강하게 남긴 몇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주인공 닐 캐리는 아주 불우한 환경속에 자라며, 미래도 없었고 하루하루만이 존재하는 그런 소년이었지만 조 그레이엄을 만나는 순간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좀도둑에서 간큰 대범한 도둑으로 변모한다고나 할까? 좋게 말해서 탐정일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조 그레이엄은 닐을 아들처럼 생각하며 아껴주고 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탐정으로서 가져야할 능력들까지 지도해주며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지만 야누스적인 것도 있는것이, <가문의 친구들>의 일에는 하늘이 두쪽이 나도 달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닐은 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는것이다.
<가문의 친구들>덕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어 이제는 교수가 될 꿈을 꾸고 있는 닐에게 있어 <가문의 친구들>은 그의 목에 걸린 족쇄일 것이다. 이것을 두고 과연 조와의 만남이 닐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묻는다면 난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약중독이라는 단어는 나에겐, 우리에겐 몹시 생소한 단어다. 술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때문이겠지만 주변에 마약을 하는 인물도 없다. 아주아주 먼 나라 일일 뿐이겠지만 이 책에서 보자면 이미 그네들의 나라는 마약을 구하려면 아주 쉽사리 구할수도 있다는게 (어쩌면 책의 인물이 마약중개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시 먼나라 이야기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매우 재미있다.

앨리와 닐의 사랑은 한편으로는 스톡홀름 신드롬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닐은 앨리를 납치했으니까.
그리고 앨리의 마약중독치료과정에서 앨리는 닐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앨리처럼 자아가 강하고 또 마음만 먹으면 탈출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남아있었던 점을 보아하면 그닥 스톡홀름 신드롬에 끼워넣기 애매한 점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며 사랑이 싹튼다. 아무도 없는 초원에서 시간을 잊어가며 세상사와 멀어지며 오로지 둘만 있는 그런 곳이면 그런 마음이 싹트지 않을까?
나도 그런곳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닐에겐 애인이 있다. 다이앤이라는 이름도 이쁜. 하지만 앨리와 그런 공간에 있으며 앨리를 도우며 생긴 마음이 과연 닐을 어떤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난 사실 고백하자면 이런 끝이 참 좋다. 닐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매우 궁금했지만, 마치 '기역은 ㄱ' '니은은 ㄴ' 이라는 식으로 일일이 수저로 떠넣어주는 식이 아닌 약간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이러 끝이 참 좋다. 책을 덮으며 이런 마무리가 너무 좋아서 환호성까지 지를뻔 했다. 역시 최고다. 아마도 닐의 선택이 어떠했을지를 짐작하려면 - 닐캐리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는 필수코스 일것이다. 닐 캐리를 또 만날 수 있는것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리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은 이유다.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을때 이 책을 읽으라 권하고 싶다.
몇시간 동안은 책 안으로 빨려들어가 이 세상에는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책장을 덮으며 잔잔히 밀려오는 감동을 맛보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학창시절이 아주 많이 떠올랐고, 지금의 내 나이는 게리만한 아들을 두고 있지만
난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난 꽤나 아들을 이해하는 엄마처럼 보일테지만
아들이 날 보는 눈은 절대적으로 그런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또래들의 성향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내가 게리의 친구가 되어 책 안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게리의 옆을 지켰다.

게리는 너무나 특별한 아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것이 꿈이고 그 꿈을 위해 쉴새없이 개그를 남발한다. 비록 그의 개그는 주위의 눈을 찌뿌리게 할지라도 게리는 자신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은 주위의 사람이 재미없어 한다면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며 포기할수도 있을텐데 게리는 다음엔 더 멋진 유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전따 (전교왕따)를 당하면서도 오로지 웃는 게리를 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미 나는 책 안에서 게리의 주위사람으로 변모해 있었음) 그런것 조차도 유머로 넘기려는 게리는 집에서는 착한 아들이었나?

아니다.

게리는 자신을 얼간이라 놀리는 친구에겐 관대했지만 집에선 엄마나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짜증도 내는 그야말로 아들의 전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밖에서 얼간이라 하여 집에서도 어두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다크게리는 아닌것 또한 색달라 보였다. 게리의 부모는 정말이지 마음이 쌔까맣게 탔을지도 모른다. 우습지도 않는 개그를 쉼없이 쏟아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 나는 책 속에서 게리부모의 친구로 또다시 변모했다. 부모마음은 모두 한마음이 아니겠는가?
게리의 부모는 아들에게, 제발 개그를 하지 않고 3주만 버텨준다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게리는 양심적으로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며 농담을 하지 않는 3주동안 자신의 자질을 서서히 의심하기 시작하고 개그를 하지 않기로 다짐도 한다. 누군가의 시선때문에 그만두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질을 두고 중단하는 게리의 모습이 내가 보기엔 너무나 훌륭해 보였다.

나에게도 게리만한 아들이 있다고 앞서도 말했지만, 나의 아들도 누군가의 만류나 주위의 시선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아이가 되지는 않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해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이 그렇다면 계속 밀고 나갔으면 싶기도 하다.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다 하더라도.
생각을 해보고 자신의 결정대로 미래를 향해 나가는 그런 아들이었으면 싶다.
하지만 내 아들은 지금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마냥 행복하기만 한 16세 소년이다.
난 이 책을 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느낀 이런 마음들을 내 아들은 또 어떻게 느낄지는 알수없지만 얼간이 게리로 불리던 게리가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지 같이 봤으면 정말 좋겠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건 그 때문이야. 그래서 '유머'라고 하는 거라고.
('humor'와 'human' 은 어원이 같다.) 개가 언제 농담하는 것 봤냐?"

일본 만화책중에 <소년탐정 김전일>을 즐겨 읽었던 때가 있었다. 추리는 소설로도 재미있지만 만화로 보는 재미도 무시할수 없다. 요즘엔 <명탐정 코난> 역시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도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지 드라마로도 극장판 영화로도 제작되어 검색결과가 엄청나게 많다. 나는 이 책을 서평으로 먼저 알게 되었는데 호평과 더불어 특히 내 눈길을 끈것은 주인공이 미모의 여형사라는 점이었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형사가 주인공이어서 난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검색결과에 나온 극장판 여주인공은 책에서 내가 상상한 만큼의 미모는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역시 책으로 상상하며 읽는 맛이 최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출판계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 출판업계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얼마나 더러울수 있는 바닥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사회고발성이 짙은 책이다. 나오는 책만 즐겨읽고 베스트셀러면 으례 그런가보다 하며,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관심조차 두지 않던 내가 출판업계의 생리를 곰곰히 생각하게 했으니 말이다.

본문에서는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보다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정말일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문제라 제대로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좁디 좁은 내 안목에 가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책을 즐겨 읽을 뿐인데, 세상에는 읽는것 보다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니 갸웃하지 않을수 없다. 이 세상엔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그리도 많은걸까? 실력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가 되고자 하는 미련을 끊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걸지도 모른다.

대필작가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아마추어 작가를 매수해 그 작가가 쓴 소설을 자신이 쓴 양 세상에 내 놓는다면 이것은 작가로서의 정신적인 사망이나 다름없다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소설은 픽션이라고 하지만 픽션이라고 치부 할수도 없는것이 그럴수도 있고 이미 그랬을 문제이기도 할것이기 때문이다. 암암리에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책을 사랑하는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슬픈일이다.

이 책을 한번 펼쳐 들고는 손에서 뗄 수 없었던것은 등장인물이 가진 각각의 독특한 매력때문이다.
미모의 여형사라니 이건 정말 로망중의 로망이 아닐수 없다. 쿨하고 멋진데다 검거율 1위인 능력있는 여형사라면 누구든지 푹 빠지지 않고는 못베길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인간적이기도 한게, 너무 멋지기만 한 이 여형사에게도 한가지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청소라던지 정리라는 단어를 아예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쿨해서 자신의 파트너인 신참 형사 (남자)가 자신의 알몸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더군다나 자신의 파트너와 술에 만취해서 둘 다 알몸으로 잠들어 버린 사건은 삭막한 살인사건 속에서도 대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어 한줄기 청량감을 맛볼수도 있었다.

미모의 여형사와 같은 등장인물도 있지만, 또 다른 등장인물중 출판사 편집자인 세자키의 경우는 그의 성격에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다. 언제나 침착하고, 언제나 냉정할 수 있는 그의 성격이 너무나 부럽기만 해서 일까?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늘 그런 성격을 동경해 왔다. 난 늘 눈물도 많고, 당황하면 침착하지도 못하는 나는 그런 성격이 늘 부러웠다. 세자키는 말한다.
" 내 인생관은 굽힐 수 없으니, 어쩔수 없다." 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세자키가 어쩌면 멋져보이기까지 했다.

무차별살인에다 살인예고까지 곁들인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나니 주말이 벌써 다 가버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버릇이 나오려고 해서 너무 힘들었다.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겨우 억눌렀던 버릇. 궁금해지면 뒷 부분을 펼쳐 범인이 누군지,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읽어버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알고 읽는 버릇이다. 난 범인이 궁금해서 몇번이나 이를 악물어야 했다. 참고 읽으면 나중에 그만한 보상을 받을것이라 내 자신을 다독이면서. 난 그 보상을 받았다.

출판업계의 비리를 파헤친 이 소설은 시리즈로 만들어져 있다. 미모의 여형사 유키히라의 활약은 이게 끝이 아니어서 난 기분이 좋다. 누군가 죽어나가는것을 봐야하는게 약간 두렵지만 유키히라의 시원시원한 활약을 또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내가 상상한 만큼의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가 열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검색으로 봤던 여배우는 내 상상을 못따라 가는것 같아서 좀 실망이긴 하지만.


불공정 한 것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