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카스트라....
교실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 모인 장소이고, 카스트란 인도의 그 악명 높은 신분제도인데, 그 두단어가 만나서 만들어진 교실카스트라는 단어는 우리 학생들의 학교내의 신분제도라고 한다.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있는지라 초등학교때와는 또다른 중학생활에 한동안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니, 아직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예전의 초등학교때는 단순히 엄마가 학교에 자주오시거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발언권이 좀 세다는 정도였었는데 요즘은 초등학교때부터 이미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뉜다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사실도 아니었다.
또한 중학교때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부잣집 아이가 발언권이 세다는 것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었는데, 딸아이의 이야기가 인맥이 좋은 아이와 잘 노는 폭력성이 있는 아이가 세력파라는 것이다. 의외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찌질이 취급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막연한 개념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교실카스트라는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성인들의 사회보다 더 무섭고 살벌한 학생들의 학교내 신분제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리 체계적이고 빠져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도 없는지... 정말 우리 딸아이가 빨리 중학교,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생각만이 들었다.
이 책은 일본의 교실카스트의 실상을 알려 주는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화가 일본과 비슷한 것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과도 잘 맞는 이야기였다. 다만,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에겐 인맥이라는 커다란 신분을 결정하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고, 실제로 신분을 결정할 때 제일 많이 작용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딸아이가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는 이 신분제도를 일본에서는 학교의 선생들조차도 당연히 여기며,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 말에는 정말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것이 교육의 현실인지 아니면 일본인들의 민족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커다란 신분의 변화없이 고등학교때까지 지속되는 그 신분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떠한 개혁의 의지없이 그대로 적응을 해서 자신을 그신분으로 한정지어 버리게 되는 것이라면 그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란 말인가. 마치 인도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카스트제도처럼...
자신에 있어서 안,밖으로 가장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게 되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들에게 이런 불합리하고 고질적인 병폐인 교실카스트라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신분제도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가능성과 능력을 좌절하게 만들런지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막연히 학생들의 세계는 그냥 그렇더라라는 생각을 바꾸어서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가지고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개혁됨에 따라 반상제가 사라진 것처럼 아이들의 새로운 신분제도인 교실카스트도 사라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