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최근에 애장판으로도 출간되어 

예전에 출간된 만화지만 요즘 시류에도 맞는 작품이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대대로 여성들만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아르미안이라는 나라.

그렇기에 이 만화의 주인공인 네 명의 자매는 사랑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한 남자의 소유물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랑보다는 권력을 손에 넣고 싶은 장녀.

사랑하는 남자를 장녀에게 빼앗기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둘째.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헤어지게 된 후 눈물의 나날을 보내는 셋째.

사랑보다는 모험에 관심이 많은 막내 등등... 다양한 인생을 보여주고 있는 네 자매.

신일숙님 만화 전개의 특징상 한 남자를 너무 사랑하게 되면 비극적 결말을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레 마누나 샤르휘나처럼 권력이나 모험에 몰두하는 게 답인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들이 사랑보다 자기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런 만화가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림체가 귀엽고 소녀들이 많이 등장하는 4컷만화라는 점에서

'주문은 토끼입니까' 등의 비슷한 만화들을 떠올리게 된다.

연극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정작 연극에 관한 내용은 그다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그저 소녀들의 일상 이야기를 그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연극이 나올 뿐...?

연극부 이야기이지만 제목에 연극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고

심플하게 '히나코 노트'라고만 정한 점이 그래서였구나 싶다.

뭔가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대사를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그런 점이 만화의 개성을 저하시키는 것 같다.

소녀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부끄러워하거나, 서로의 몸매를 비교하며 자괴감을 느끼는 장면 등...

그런 장면이 꼭 나와야만 한다는 일본만화 성공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연극이라는 주제의식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아서 다음 권에서는 연극 얘기를 좀 더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인기있는 만화라는 소문을 듣고 처음 문호 스트레이독스를 접했을 때

우선 한국만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설정에 놀랐던 것 같다.

실존했던 일본 소설가들의 이름을 딴 캐릭터들이 

그 소설가의 작품 제목을 필살기로 사용하는 판타지 만화라니...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

소설가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 작품 경향까지 캐릭터 설정에 차용하고 있어 

일본 소설을 평소 즐겨 읽으시는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다.

물론 평소 일본 소설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이 만화를 보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소설가로 치면 '이상'이라는 이능력자 캐릭터가 사용하는 필살기 이름이

'날개' '오감도'라는 설정의 판타지 만화를 본 느낌... 그 정도의 충격?

이 만화의 주인공은 다자이 오사무라고 볼 수 있지만

만약 한국판이 나온다면 주인공은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살기 이름으로 사용할 게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