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거리는 많지만, 깊은 고민은 부족하다. 워낙 생각할 일들이 많고 좀더 깊이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게 깊이 생각하다가도 금방 생각의 끈을 놓곤 한다. 최근 체계적인 사고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고민하는 힘>이다. 어떻게 보면 무겁게 들릴법한 책 제목과는 달리 책은 상당히 얇았지만, 두께처럼 책의 진도가 나가는 책은 아니었다.
재일교포 2세로 재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가 쓴 삶의 고민들과 고민하는 힘을 통해 얻는 살아가는 힘에 대한 질문들이 실려있다. 그의 청년시절을 떠올려본다면 그가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가 짐작이 간다. 그렇기에 남보다 더 많은 시간들을 고민에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간들을 통해 삶의 해답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의미와 힘을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가 내놓은 질문들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보지만, 고민하는 시간만큼 답을 얻을수 없는 질문들이다. 깊이 빠져들다보면 점점 미궁에 빠지는 질문들...
강상중 교수는 그러한 질문들과 자신의 고민들을 일본의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를 통해 질문을 더 고민해보고 우리보다 훨씬 과거에 살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을 가진 석학들의 나름의 고민의 답을 통해 더욱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다.
메이지 20~30년대를 살았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현대사회를 미리 내다보았던 시선을 느끼다보니 괜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의 여러 작품들에 담겨있는 이야기에서 작가의 다양한 시각을 읽고 다방면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던 것에서 더욱 소설의 매력을 느꼈다.
강상중 교수가 내놓은 질문들에는 강상중 교수만의 나름의 해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것이 바로 정답아닐까요 라는 말도 없다. 결국 그에 대한 답을 찾고 고민하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이다. 그가 내놓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꽤나 많은 책들과 경험들을 접한 후 다시 이책을 펼쳐들게 되면 어느정도 답이 보이지않을까 싶다. 그것도 오롯한 나만의 답 말이다. 그 답을 찾기 전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쉽게 그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