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의 트레킹은 나의 오랜 로망 중의 하나이다. 일년이라도 젊은 때 시도해야할 숙제가 아닐까 늘 고민이 따르지만, 그런 로망을 품게 만든 기대는 네팔에서는 순수한 사람과 자연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였던 것 같다. 히말라야 산맥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걸쳐져있는지,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와 협곡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곳 사람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보다는 나의 일상을 멋지게 탈출시켜줄 그럴싸한 곳으로만 인식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달라이 라마와 티벳의 독립, 중국의 탄압에 대한 뉴스를 접해도 나의 낭만적인 여행계획은 언젠가는 멋들어지게 해내야하는 숙제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서양 사람들도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보다.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에드먼드 힐러리경은 세계의 꼭대기를 정복했다는 기록과 함께 이후 학교를 짓고 히말라야에 봉사한 사실로 더욱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후 10년이 지나 미국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정복이 이어졌고 이제는 에베레스트 뿐 아니라 굵직한 세계의 지붕의 봉우리들을 오르고자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소중한 히말라야의 자연을 정복이 아닌 소중함 모험으로 체험하고 이후의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자연의 숭고함을 깨우쳐줄 수 있게끔 보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네팔과 히말라야 주변의 모습도 많이 바뀌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겠지만 그 변화가 과연 그들에게 희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히말라야의 소중한 재산 중의 하나는 정신적인 유산이다. 이러한 정신적 유산이 유지될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맥이 지켜준 덕도 있을 테지만 서양인과 이미 너무많이 서구화된 동양인들 모두에게 히말라야의 깨끗한 자연과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지켜주고 싶은 안식처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분명 그들의 삶에는 우리가 개선시켜주어야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서양인들의 손길이 그들에게 도움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공존의 해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히말라야를 소중히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글이 모여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리라.

 

내가 막연한 로망으로만 상상하던 히말라야보다 실제의 히말라야는 좀더 거칠지만 숭고하고, 순수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면도 있었다. 책 표지에 담긴 히말라야의 봉우리처럼 견고하지만 히말라야 어디선가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의 풍경처럼 영원하였으면 하는 공간이다. 외지인에게 히말라야의 정복만이 아닌 또 다른 목적이 있는 히말라야의 기억이 되었으면 한다.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오른 미국인, 짐 휘태커의 바램처럼 말이다.

"오늘날에도 장대한 산 정상의 눈과 얼음이 계곡을 타고 강과 세계의 대양으로 흘러들어 우리 모두를 연결해주듯이, 나의 소망은 지구의 마법을 이해하고 관리하고 보호하는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깨달아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