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무료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한창 내 예민한 감수성에 어찌할 줄 몰랐을 즈음, 읽게 된 책이다. 지식인다워 보이는 사람의 추천을 받은 책을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습성은 나의 못된, 전형적인 버릇인데 가끔 이 방법이 좋은 책을 만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실패 가능성도 꽤 크다.) 이 책은 그 습관의 성공작에서 비롯되었다. 즉, 누군가의 추천이 한 몫해서 구입한 책.
이 책의 내용은 주로 작가의 젊은 날의 기억과 함께 하는 시나 노래 가사들의 기록이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 날카로운 예민함도 진정이 되는 듯하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는 안도감인 것 같다. 분명 사는 곳이나 살아온 방식들은 나와 많이 다른데도 이상하게 그의 글에서 위안을 얻는다.
작가는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며 산다.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며 사는 일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일이 삶이라는 것을, 청춘은 그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야 봄과 같은 시간임을 안다고 이야기하는 작가를 나는 왜 이해하는가. 20대 초반의 내가 그리운 걸까? 아직 30대에 이르지 않았음을 감사해하며 27이라는 숫자에 질문을 던진다.
1.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건 우리가 살면서, 또 사랑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페이지 67)
2.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그때 내 존재는 가장 빛나기 때문이다. (페이지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