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퀴즈에서 쓰는 그 ‘통과’ 말인가요? 이거 정말 예상치 못한 답변인데요. (웃음)”

“네, 저도 웬만하면 그럴듯한 답을 하고 싶었는데 차라리 ‘통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웃음)”

“센스가 넘치세요. (웃음) 북피니언을 보니까 온통 토토로 세상이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나 봐요?”

“애니메이션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뭔가 따뜻하고,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꿈과 무한한 상상의 세계도 좋고요. 무엇보다 제가 토토로를 좋아해요. 저랑 비슷한 면이 많거든요. (웃음)"

"남다른 애정이 보이는군요. DVD MD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음 국내에 처음으로 DVD가 출시되던 2000년도에 처음으로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의 DVD를 사서 봤어요. 처음이라는 충격과 감동 때문에 그 때부터 좋아하는 영화가 생기면 꼭 DVD를 사서 모으게 됐죠. 지금은 몇 편의 DVD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요. 그렇게 DVD 마니아가 되어갈 무렵 인터파크에서 DVD 전문샵을 오픈 했어요. 그게 계기가 되었네요.”

“만약 그 때 MD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요?”

“글쎄요. 제가 워낙 악기를 좋아하거든요. 아마도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뮤지션이라고 할까요? (웃음) 말하고 보니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네요.”

“뮤지션이라, 지금 하고 있는 일과도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잘 다루는 악기가 있나요?”

“뮤지션이라고 하니까 좀 거창한데요. (웃음) 작년에 다시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섹소폰을 하나 장만했는데 쉽지 않네요. 몇 번 불어보지도 못했어요. 동호회라도 들거나 해야지, 혼자서 꾸준히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언젠가 당당히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게 언제일 지는 모르지만요. (웃음)”

“요즘은 정말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는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말이죠. 비디오에서 DVD가 만들어진 것도 그렇고요.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DVD와 비디오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요즘은 DVD에서 블루레이로 넘어가는 초기단계라고 보시면 돼요. 블루레이는 차세대 매체답게 엄청난 저장용량을 자랑해요. 거기다 HD화질에 음질, 극장보다 좋고요. (웃음) 몰론 기본 장비로 블루레이 전용 플레이어도 있어야 하고, 스피커랑 HD를 지원하는 TV도 있어야 해요. 저도 아직까지는 DVD로 만족하고 있지만 올 겨울에는 꼭 블루레이로 넘어가려고요.”  

“극장보다 좋은 화질과 음질, 듣기만 해도 신나는데요.  최근에 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음 출시된 지 좀 된 영화인데요. <카핑 베토벤>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 TV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거든요. 작곡가로서의 베토벤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최고의 명장면인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하던 순간은 소름이 돋으면서 그 감동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클래식을 어려워하시는 분들께도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왠지 가을이라는 계절이랑도 어울리는 영화같아요. 가을은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잖아요? 이런 때 보면 좋을 영화, 어떤 게 있을까요?" 

"사랑하고 싶어지는 로맨틱 무비 3종 세트가 있지요. 가을이라는 계절과 딱 어울리는 <노팅힐>, <노트북>, <이프 온리> 3종 세트를 추천합니다. 사랑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 사랑의 소중함이 더 할 것이고, 사랑에 빠지고 싶은 분들이라면, 글쎄 조금 괴로워질 수도 있겠군요. 사랑하고 싶어져서요. (웃음) 음 사랑에 빠질 내용은 아니지만, 홍콩영화 한 편 보시는 건 어떨까요. 주성치나 성룡 영화 한 편이면 가을의 쓸쓸함을 날려버리기엔 딱 일 것 같은데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웃음)”

“그러네요. (웃음) 좋은 영화를 한 편이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이잖아요. 정작 본인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전 스트레스 해소에는 운동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워낙 보드 타는 걸 좋아하는지라 작년에는 거의 매 주 주말마다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랬는데 실력은 쉽게 늘지 않더라고요. (웃음) 꾸준히 하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계절 스포츠라서 겨울에만 가능하다는 게 아쉬워요. 아, 이제 몇 달 후면 다시 보드의 계절이 오겠네요. 올 겨울에도 전 스키장에서 살 것 같은데요. (웃음)”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마지막으로 많은 걸작들이 있겠지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 6개만 부탁드려요."

"네, 먼저 첫 번째 추천작은 누구나 좋아하는 명작이죠. <사운드 오브 뮤직 40주년 한정판>이요.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최고의 영화잖아요. 알프스 초원을 배경으로 들려오는 귀에 익은 선율과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셨으면 해요. 두 번째 추천작은 <시크릿 한정판>이요. 이 DVD는 베스트셀러 도서 <시크릿>의 원작 다큐멘터리 DVD로 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영상과 음향을 맛보 실 수 있을 거예요. 세 번째 추천작은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이요. 한 가족의 요절복통 미인대회 참가기를 다룬 영화인데요. 가족 코미디가 그리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추천작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를 추천할게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한 번에 모두 감상 할 수 있어요. 영상미와 멜로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분들께 추천할게요."


"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제 주변 지인들도 굉장히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네, 거기다 주걸륜이라는 배우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기면 연기, 피아노 연주 실력하며, 피아노 배틀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웃음) 다섯 번째 추천작은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인데요. "



"영화 이름이 독특하네요. 이름에서부터 영화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아요."

"항구도시 핀란드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일상이 인상적이랍니다. 여러분도 카모메 식당에 한 번 들러보세요. 마지막 추천작은 <노트르 담 드 파리>요. 오리지널 프랑스 뮤지컬의 감동을 DVD로 꼭 다시 느껴보시길 바라요. 제가 추천하는 작품은 여기까지 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DVD와 비디오의 차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DVD는 비디오처럼 단지 영화만 보는 매체가 아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담겨 있어요. 배우나 감독의 영화 이야기, 촬영 에피소드, 그 외에 다양한 콘텐트가 담겨 있죠. 그저 영화 한 편 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장의 DVD에는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기록이 담겨있다고 할까요? 영화는 한 번 다운받아 보고 삭제해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영원히 간직해야하는 소중한 문화 콘텐트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전장희 MD 북피니언 다시보기]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 콘텐트의 소비에 대하여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말처럼 문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 소중함과 의미를 잊고 있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불법 다운로드’ 라는 검은 통로로 그저 한 번 소비한 후 ’삭제’ 해버리면 그만이라지만, 제작자들의 피와 땀이 담긴 수고까지 함부로 버려져서는 안 된다.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부터 특별한 영감을 선사하는 <카핑 베토벤>까지,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색다른 재미와 뭉글뭉글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들, 그 중심에 서서 여러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맛의 작품들을 추천해주는 전장희 MD,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전장희 MD와의 인터뷰를 읽고 난 소감을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추첨을 통해 3명에게 전장희 MD가 추천하는 DVD를 선물할 예정이다. 오늘 정글북이 전하는 인터뷰는 여기까지다.

“참고서멘토라,  서재 사진을 보니 왠지 멘토라는 단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참고서는 아니지만 (웃음)”

“네, 아무래도 제 분야가 공부하는 학생들과 관련되니까요. 거기다 제 일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니 멘토라는 단어랑 딱 맞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다른 온라인 서점의 북 마스터보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겠지만 ’이것만은 자신이 있다’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웃음) 호기심에서 시작된 다양한 발굴이라고 할까요? 사실 저도 참고서 분야를 담당하게 된지 이제 1년 밖에 안된지라 이것저것 배울 게 많아요.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참고서를 학생의 입장에서 살피다 보면 기존에 인기 있는 참고서 말고도 새롭게 구성된 좋은 참고서들을 발굴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참고서라고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까요? 그래서 더 많은 책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참고서 파트를 담당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원래 제가 다방면에 관심이 많거든요. 한 분야에서 멈춰있기 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인터파크에서 기회를 준거죠. 참고서라고 특별히 다른 분야와 다르지 않아요. 제가 엄선한 참고서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좌절하기도 하고, 다 똑 같은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거, 그게 숙제겠어요. 어떻게 좋은 학습서를 선별하는지 궁금해요.”

“네, 되도록이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려고 해요. 구성은 보기에 편한지, 이해가 잘 되는지, 난이도는 어떤지, ‘내가 학생이라면 어떨까’ 고민하죠. 근데 사실 제가 공부에 손을 놓은 지 오래 돼서요. 제가 이해하고, 보기 편한 정도면 정말 쉽게 구성된 책이 아닐까요? (웃음) 매일 책상에 앉아서 생각해요. 제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요.”

“현정님의 학창시절에 함께 하던 참고서와 지금 학생들이 보는 참고서,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참고서는 아마 더 할 거에요. 초등 문제집 같은 경우엔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게 하려고 캐릭터나 만화로 구성된 책들이 많아요.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틀린 답 지우다 보면 종이가 너덜너덜해지곤 했는데 요즘은 종이 질도 아주 좋고요. “

“맞아요. 요즘 학생들 참고서는 정말 공부할 맛 나게 만들어지더군요.”

“네, 중고등학생 참고서도 그래요. 정석이나 성문, 맨투맨처럼 기성세대들이 봤던 참고서들도 여전히 인기지만, 새로운 신예도 많이 등장했어요. 학생들 개성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거겠죠. 요즘 참고서들을 보면 ‘내가 학생일 때 이런 참고서가 있었으면 더 열심히 공부 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갑자기 솜씨 없는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웃음)” 

“매일 매일 참고서에 파묻혀 있다 보면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 같아요.”

“요즘은 평생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대잖아요.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고, 고등학교 때 제 2 외국어였던 프랑스어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의지가 약해서 내내 미루고 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해보려고요.”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계세요? 설마 참고서는 아닐 테고 (웃음)”

“지금은 정한아의 <달의 바다>를 읽고 있어요. 전 주로 국내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그 중에서도 얼마 전부터 수상작 읽기 시즌에 돌입했어요.”

“수상작 읽기 시즌이라, 재미있네요. 어떤 책 인가요.”

“문학동네 출판사 작가상 수상작인데요. 일단 간결하고 톡톡 튀는 문체가 마음에 들었어요. 최근에 읽는 책 중에서 가장 신선한 스토리와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에요. 오묘한 스토리라인과 반전까지 일품이죠. 발상이 신선해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솔직히 예전에는 주로 술로 풀었는데요. (웃음) 요즘에는 몸 생각해서 혼자 영화보고, 산책하기로 바꿨어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골라서 가장 한산한 극장을 찾아가요. 영화가 끝나면 커피 한 잔 들고,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죠. 그럼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헷갈릴 정도로 기분이 상쾌해져요.”

“최근에 본 영화는 뭔가요?”

“얼마 전에 광화문에서 <달려라 자전거>라는 영화를 봤어요.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영화요.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이에요. 보기만 해도 어찌나 설레던지 (웃음) 영화를 보고, 경희궁 산책도 했는데 이래저래 참 좋더라고요. 좀 소박한가요? (웃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 수록 남들에게 기대기보단 스스로 위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더 편한 것 같고요.”

“미혼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직업이 직업인만큼 자녀교육에 관한 열정도 뜨거울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벌써부터 미래의 제 아이에 대한 교육 플랜을 가끔 짜보곤 해요. (웃음) 전 시골에서 자라서 학교 공부만 했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워낙 엄마들의 교육열이 뜨겁잖아요. 영향력도 무시 못하고요. 교육 정책도 너무 자주 바뀌고, 자사고, 특목고도 모자라서 중학교 입학부터 걱정 해야 하는 실정이니, 안타까워요. 그래서 전 일찍부터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려고요. 음 그 다음은 그 때 생각하고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