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지영 작가의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 어릴 때부터 공지영의 책을 많이 읽어왔다. 한 번 읽고 만 게 아니라 권당 3번 이상은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찾게 되는 책이 달라졌다. 어릴 때는 봉순이 언니를 제일 많이 읽었다면 요즘 내가 많이 찾는 책이 바로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이다. 처음에 말했다시피 공지영의 책을 많이 읽어왔기 때문에, 어느샌가 그녀의 문체에 익숙해져서인지 안 읽어본 책은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서점에 갔을 때 신간이 나오면 바로 구입해서 집에서 읽고는 할 정도로 거의 '팬' 수준이었다. 이 책을 구입한 건 2월쯤이었는데,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신문에서 연재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책이 나오면 바로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서점에서 발견하자마자 구입을 했다.
제일 처음 접한 공지영의 책이 봉순이 언니였고,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수도원 기행 등을 차례로 읽었다. 그러다가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이때까지 읽은 책과 즐거운 나의 집은 많이 다르다고 느꼈고, 즐거운 나의 집의 연장선에 있다할 수 있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었다. 이 두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부드럽고 솔직하고 유쾌한 느낌이었고, 작가 공지영이 아닌 인간 공지영의 이야기가 더 많이 묻어났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소설이 아니라 공지영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여러 수단 중 글로 풀어낸 것이다. 평소에 소설에서는 딱딱한 느낌을 받았다면, 지리산 행복학교에서는 공지영 작가를 앞에 두고 혹은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평소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우리를 쫓아내던 여주인은 우리를 정원의 가장 시원하고 경치 좋은 자리에 앉히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머리에 예쁜 손뜨개 모자를까지 뒤집어쓰고 나왔다(흠, 거기엔 꽃이 한 송이 달려 있었다). 그러더니 일하는 아이를 불렀다.
"얘, 옥잠화가 피었느냐? 피었으면 꽃을 좀 따서 전을 부쳐오너라."
그야말로 '？o미'적 사태였다. … 중략 … 곰곰 생각해보니 이제부터 누구와 지리산에 가는 게 유리한지 답이 나온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강남좌파 형의 자동차와 운전 솜씨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칭찬하고 평소에 그 형이 주식으로 삼는 족발과 쥐포를 부지런히 공급하며 지리산에 자주 모시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마다 여주인은 색색가지 다른 모자를 쓰고 나와(거기에는 꼭 다른 꽃이 달려있다, 흠) 우리를 맞았고 처음 먹어보는 온갖 음식을 내놓았다.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中
이 책은 '공지영'이라는 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공지영의 주변 인물의 대한 이야기를 '접사 모드'로 담아내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에서 즐거운 나의 집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은 소설이지만 공지영 작가의 딸과 아들, 그리고 작가 자신을 인물로 삼아 썼으며,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공지영이 엄마로써 딸에게 쓰는 편지, 즉 수필이다. 이 두 책에서는 공지영과 공지영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데, 그 주변 사람들이 바로 지리산 행복학교의 주인공들이다. 나는 먼저 그 두 권을 읽고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었는데, 읽는 내내 "아, 그 사람이 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보 이상은 승차'가 생활 신조라는 사람, "생명 평화 이제 말만 들어도 지겨워. 생명이란 말로 수경 스님이 전화하시면 팍 죽고 싶어. 평화 집회라고 도법 스님이 전화하시면 마누라랑 막 싸우고 싶다니까…… 하하." 라는 사람. 모두 이 책 3권 중 2곳 이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점 역시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는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난 꼭 책 3권을 같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아직 무지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크게 느낀 점이라던가 말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시험을 치는 학교, 다달이 나오는 성적표와 등급, 10시까지 하는 야자……. 바쁜 생활을 보내던 와중에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으니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느꼈다. 공부를 왜 하나요? 라고 질문 받으면 "나중에 좋은 직업 가져서 잘 먹고 잘 사려고." 라는 게 몇 년 째 내 1순위 대답이다. 그런데 지리산 행복학교의 낙장불입 시인, 버들치 시인, 최도사, 고알피엠 여사 등은 좋은 직업, 많은 돈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읽으면서 나도 적당히 살다가 지리산에 들어가서 마음 편하게 살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의 산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이기에(…) 그냥 공부를 하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게 다인가? 하는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해 좋은 직업을 가져 떵떵하게 사는 게 최고 행복의 길이라면 지리산으로 귀농하는 사람도 없을 터이다. 어쨌든 나는 공지영 작가처럼 '인터넷 쇼핑으로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이 곳에서 나갈 용기가 없기에 지리산 행복학교을 통해 지리산의 생활을 간접 경험한다.
이 책을 학교에서 읽을 때 담임선생님께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이 뭘까?" 나는 당시 책을 다 읽지도 못했기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몇 번이나 읽은 지금도 '행복'이 뭔지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아마도 연봉 200만원으로 짜장면 한 그릇 시켜먹으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고 어림해보는 것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지리산 행복학교의 '행복'에 대해 알려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버들치 시인, 소풍 주인, 강병규 사진가, 섬진강변 옷가게 여사장님, 시창작반 비너스, 강남좌파, 회 천사, 꽁지 작가에게 언제나 행복이 머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