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에는 공지영의 책이 즐비해 있었다.
분명 엄마가 공지영을 싫어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도 어쨌든 꽤 여러 권의 책이 있있고,
덕분에 공지영의 책에 접근하기는 꽤 쉬웠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땐가, 처음 봤던 '봉순이 언니' 이후에
두번째로 읽은 공지영의 책이 바로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당시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아있었느냐하면,
표지의 어떤 아스트랄한(?) 일러스트로 인해
( 예를 들어 닥쳐라, 재수없어랄랄랄랄라, 꺼져 등이 적혀 있는 말풍선 )
'욕이 표지부터 적혀 있는 무서운 책' 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집에서 한동안 굴러다닐 때도 표지만 보고 히익, 하고는 읽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었는데
굉장히 가볍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공지영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가벼운 문체가 드러나 있었다.
( 이건 아마도 화자가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 )
중간 중간에 '엄마' 공지영의 엉뚱한 면모가 드러나기도 하고,
위녕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발상이 되게 재밌었고. ㅋㅋ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 그냥저냥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워낙 좋아하는 책은 두고 두고 여러 번 보는 타입이라,
이 책도 여지 없이 자주실에 처박혀서 과자 먹을 때마다 읽는 책이 되었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기분이 묘 ~ 해지더라.
공지영의 자전적인 소설이니만큼 그녀와 화려한 전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겠거니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쫌 … 싶었다.
여러 번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것을 굉장히 미화시켜 놓은 것이나
( 물론 자기 얘기니까 미화시키고 싶어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
엄마의 연애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다 큰 딸이나 ….
(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ㅠ.ㅠ 그래도 뭔가 사랑에 있어 너무 가벼운 느낌을 받았어. )
요즘 이혼하는 게 그렇게 보기 드문 일도 아니고,
그런 걸 감안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메세지 - 가족에 있어 피는 중요하지 않다던가 - 는
물론 당연히 의미가 있고,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특히 공지영의 책이 좀 어렵다,
( 물론 내 생각에 공지영 작품들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술술 읽히는 것 같지만 )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공지영 입문용(?)으로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