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위험한 15분간의 짜릿한 경험에의 초대
-존 말코비치되기
존 말코비치되기는 제목 그대로-Being John Malkovich- 말코비치가
되는 경험을 떠벌리는 영화다.-이 '떠벌린다'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정말 정신없이 뒤죽박죽 떠벌리는 스타일이었다. 그 점이
오히려 더욱 유쾌했지만!- 나는 난데, 내가 말코비치가 되는 경험.
말코비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말코비치의 몸을 통해 쾌락을 느
끼는, 음... 그러니까 나와 말코비치가 동일한 존재의 일치를 나타내
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을 영화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존 말코비치되기!"
-존 말코비치가 된다는 것
카메론 디아즈는 말코비치가 되어 본 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
게 된다. 자신이 진짜 무엇울 원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놀랍
게도 남성성을 획득하는 것이 어서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주기는 했지
만, 어쨌든 그 경험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카타르시스였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느낀 바대로 남편이 사랑하는 여인조차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담한 변화를 일으킨다.
또한 존 쿠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말코비치가 되기로
한다. 말코비치가 되어서 깨달은 것이 아니라 말코비치가 되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알았기 때문이다.-그는 솔직히 너무나도 불쌍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사랑하는 여인을 자신의 아내에게 빼앗기다니!
..쯧쯧- 말코비치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그녀의 사랑을 얻고, 그
사랑을 영원토록 간직하길 바라는 열망에 자신을 잃는 대신 말코비치
자체가 되기로 한다.
어떤이는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하여 말코비치가 되고, 타인이 되어 볼
수 있다는 짜릿한 경험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더럽고 음침한 터널 속
으로 기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즐거움으로 말코비치
가 되어보지만, 정작 말코비치는 자신이 되어봄으로써 자신만으로 이
루어진 세계의 끔찍성만을 느낄 뿐이다. 즉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말
코비치가 되는 일이 말코비치 자신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는 것, 그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를 생각해 보면 또한 웃을 수 만은 없지.
-존 말코비치가 되자
타인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가! 그것은
매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것이기 때문이고, 또한 불가능한 일이기 때
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화는 말도 안되는 이런 이야기들을 진지
하지도 않게 우습게 늘어놓고 깔깔대게 만드는 데도 밉지가않군. 그것
은 끝이 없는 상상력의 유쾌한 행진과 부산스런 가운데서도 문득 던져
지는 질문들에 관한 철학적 명상의 가능성에 있다.
말코비치가 되어 보는 것, 그것은 나와 다른 무엇을 경험해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아닌 남이 되어 보는 것, 재미있는 경험 이
전에 진정한 나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므로. 아니 어쩌
면 우리는 그러한 자극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
마나 되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