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1996년 계간 <시와 사람> 신인상으로 등단한 윤석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첫 시집 <잠든 숲에 사랑을 묻다>이후 7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소유론적 욕망에서 존재론적 욕망으로 진화한 시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저자는 늘상 접하는 낙조를 통해 사람이 가장 정갈하게 살다 마지막 불꽃으로 심지를 태워버리며 모든 욕망과 속세의 연을 허허롭게 끊어버리는 다비식의 한 장면으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또한 정직하게 살아도 늘 가슴 시린 소외된 이웃들에게 모닥불 같은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 시인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

○ 윤석주 제2시집『해의 다비식』에 대하여 광주의 중견 시인, 윤석주 시인이 첫시집『잠든 숲에 사랑을 묻다』의 출간 이후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해의 다비식』을 도서출판 화남에서 출간했다. ?중천에 떠 있는 해가 어느 순간 허방으로 떨어진다/ 해의 落花, 서산 너머에는/떨어진 해를 화장하는 무지무지 큰 화장터가 있다/ 다비 불빛이 저물녘 온 산하를 아름답게 물들인다/(중략)/아,아 입술 밖으로 신음 같은 비명이 샌다/ 허공에 뿌려진 해의 뼛가루가 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 밤 앉은 자리를 뜨지 못할 것 같다.? 윤석주 시인은 표제작「해의 다비식」에서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늘상 접하는 낙조를 통해 사람이 가장 정갈하게 살다가 마지막 불꽃으로 심지를 태워버리며면서 모든 욕망과 속세의 연을 허허롭게 끊어버리는 다비식의 한 장면으로 형상화해내는 사물에의 깊은 관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시인은 정갈한 삶과 욕망을 버리는 시적 의식을「은거」라는 시편(칠순 넘은 노보살이 고구바순이나/ 호박잎을 싸들고 와 보시를 하고 갑니다/ 나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먼산만 바라다 보았습니다/(중략)/ 남루를 벗어 던지면 나도 그대로/ 물이 되어 흐를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백 팔 배를 시작하겠습니다?)을 통해 치열하게 드러내 준다. 한세상 사람살이 속에서 힘들고 괴롭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온몸 던져 정직하게 살아도 늘 가슴 시린 소외된 이웃들에게 모닥불 같은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 이 시인의 소망이 이번 시집 속에 도한 오롯이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임동확이 해설에서 언급한 내용을 잠시 들어보자. 유난히 “무엇이 생이냐는 물음”(「가볍지 않는 봄날」) 또는 “생”의 “마감”(「나무의 힘」)에 주목하고 있는 이번 시집의 의의는 바로 그것이다. 액면 그대로 그것들은 단순히 “먼길 떠날 때가” “아닌” “지금” “내가 서 있을 자리는 어딘지” 묻는데서 오는 “체념”(「小寒 지나며」)이나 “연신 돋보기를 고쳐 써도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는”(「인생은 한판의 바둑이라는데」) 생의 회한을 나타내지 않는다. 도리어 그런 물음이나 생의 반추를 통해 “사람의 마을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나는 나무의 마을로 간다」)데 그 목적이 있다. “순간 스쳐갈 한 자락 바람 같은 생”조차 “적멸궁 바람벽에 배접(褙接)”(「壁畵」)할 경지를 탐색하는데 있다. 모든 것을 제 것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유론적 욕망에서 “비어야 자유로울 수 있는”(「빈 소주병들」) 존재론적 욕망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윤석주 시인은 지금 “저물녘 온 산하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다비 불빛”(「해의 다비식」)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오랜 세월” 온갖 욕망에 “묶인” 채 “수인(囚人)”으로 살거나 “영어(囹圄)”의 “몸”에서 벗어나 “문득 빗소리 만한 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다. 비록 그게 일시적 “환청”일지라도,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 “나를 견고하게 묶었던 것들”을 “허물어뜨리는” (「봄밤에 듣는 빗소리」)데서 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한치”의 “마음속” “알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앞산도 못본 놈이 달을 봐”(「암자에서 하룻밤」)라는 일갈은 준엄하고도 또한 진실하게 다가온다. 제 잇속과 욕망에 몸이 무거운‘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그 누구의 강요가 아닌 정신적 가난에 대한 자발적 요청가 맞물려있는 이 시집은 읽는 동안 독자들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다. ○ 소유론적 욕망에서 존재론적 욕망으로의 전화한 시세계! ○ 토속적인 정취와 함께 동양적 무위의 멋이 흐르는 시집! ○ 생의 반추를 통해 사람의 마을에서 자아를 찾는 시집! ○ 자연의 질서에 대한 독특한 생의 인식 지평을 추구하다! * 토속적인 정취, 동양적인 정관의 세계를 추구하는 시집. - 시인 임보(충북대 교수)의 평 *모든 것을 제 것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유론적 욕망에서 “비어야 자유로울 수 있는”(「빈 소주병들」) 존재론적 욕망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윤석주 시인은 지금 “저물녘 온 산하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다비 불빛”(「해의 다비식」)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오랜 세월” 온갖 욕망에 “묶인” 채 “수인(囚人)”으로 살거나 “영어(囹圄)”의 “몸”에서 벗어나 “문득 빗소리 만한 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다. - 시인 임동확(한신대 문창과 겸임교수)의 해설 중에서 * 도무지 그칠 줄 모르고 넘쳐흐르는 온정과, 단칼에 酒神을 요절내는 냉정을, 어르고 달래어 시인은 드디어 이순의 문지방에 이른 시의 귀를 읽었다. 이제 입은 듣기만 하고 귀가 말한다. ―시인 김규성의 평

自序

1부
나는 나무의 마을로 간다
空
自覺
해의 다비식
빈 소주병들
下山 길
나무의 힘
막차를 기다리며
적막에 울다
깨어있는 숲
홀로 걷는 산길
雨期
봄 산, 그 깊은 深淵
버들강아지와 놀다
봄빛, 혁명을 꿈꾸다
버찌를 위하여

2부
探石
11월과 12월 사이
明暗
천수만에서
順理
가볍지 않은 봄날
산벚꽃나무
不忘
고백
壁畵
공룡 알 화석
雨中山行
봄눈
장승
암자에서 하룻밤
독신자의 방

3부
바다는 젖지 않는다
小寒 지나며
苦行
隱居
가죽나무 자반
대책 없는 바람
송이버섯
상여는 말이 없다
참 쓸쓸한 날
山이 스스로 길을 낸다
봄밤에 듣는 빗소리
인생은 한판의 바둑이라는데
겨울저수지
像, 느낌 그리고

4부
도란거리는 가을 강
충효동 왕버들
殘影
지워진 이름
노파의 사막
입춘 무렵
銀針
그리움, 그 속내
월정사에서
상수리나무
곰소항 밤눈
저 무덤들
운주 천불
흘러간다는 것은
어느 봄날에 대한 기억

해설
탈속과 세속, 그리고 욕망의 사잇길 / 임동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