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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나 루켄이 쓰고 그린 네 번째 그림책이 김세실의 번역으로 새로 선보인다. 작가가 지금까지 보여준 전작의 그림책들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감으로 그려낸 ‘알파벳을 몸’으로 표현한 활동적인 그림책이다. ‘즉흥 무용’을 전공한 루켄이 15년 동안이나 구상해 그린 그림 속에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에 전통을 둔 52개의 다양한 몸동작이 연출된다. 보자마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움직이게 되는 ABC 그림책이 등장했다

책장을 덮고 어서 일어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일어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친구, 부모나 선생님과 함께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알파벳을 배운다. 물론 여럿이, 모두 함께 놀면 즐거움을 더 커진다. 자신의 이니셜이나 좋아하는 사물을 넘어 나만의 ‘문자’까지 창의적으로 나타내게 된다. 물론 몸으로 즐겁게 익히는 놀이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부모와 교사는 이 그림책을 사용하여 아이들이 창의적인 움직임을 탐색하게 된다.

다양한 세상을 우리 함께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다양성의 공존’이다. 나이, 피부색, 국적, 몸집, 능력이 달라도 우리들이 ‘동등한 사람’임을 52명의 등장인물로 말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와 위치가 달라도 ‘우리 함께’라고 인식하게 해준다. 특히 코로나 시대, 온라인 학습으로의 전환은 우리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걸 보고, 작가는 사람들의 춤 장면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로써 이 그림책의 마지막 형태가 구체화되고, 완성되었다.

섬세하고 다정한 일러스트
아이와 어른이 함께 협력해 만든 각각의 알파벳을 형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은 드로잉과 모노타이프(종이 판화)의 조합이다. 작가가 15년 전 작업을 시작할 때의 컬러 그림에서 검정과 회색을 거쳐 마침내 라인이 돋보이는 그림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연필, 색연필, 잉크로 그리고, 머리와 알파벳 속 사물들은 수채화로 표현했다. 옷은 흰색이고 배경은 글자 모양이 최대한 선명하도록 사람들 뒤쪽에 종이 블록을 배치했다. 그 결과 마치 식물성 느낌의 그림은 다정하게 우리 곁에 다가온다. 작가는 수년 동안 이 사람들을 그리면서 인물 드로잉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책
코리나 루켄의 전작 『내 마음은』, 『내 안에 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그림책에도 ‘마음 챙김’의 요소가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 모든 등장인물이 입은 흰옷과 자세가 눈에 띈다. 몸동작을 보면 요가 복장이 아닌데, 요가와 명상이 떠오르며 편안해진다. 또 그림책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파스텔 색감은 우리의 마음을 따듯하고 차분하게 해준다.

숨은 그림을 찾으며 알파벳 놀이
작가는 등장인물의 얼굴과 세부 요소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각 알파벳에 그 글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물을 여럿 배치하였다. 덕분에 아이들은 작은 존재를 빨리 발견하는 능력으로 즐겁게 놀 수 있다. 책 뒷부분에 있는 ‘우리 함께 ABC, 그림 속 단어’ 코너에서 무엇이 숨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어 판에는 Aa Bb Cc…처럼 알파벳 26자를 문자로 넣었다.

내 희망은 이 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고,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몸을 한껏 늘리거나 구부리거나 흔들어 보기를 바란다. 특히 평소에 자주 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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