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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전의 마음』은 저자 권병수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권병수의 시집 「한 세기 전의 마음」은 불확실성을 매개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인간의 삶에서 신비 또는 마술적인 요소들이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그동안 준비한 다양한 시적 주제들을 거침없이 발산한다. 그의 시 세계가 보여주는 뚜렷한 미덕으로는 솔직함이나 담백함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인이 조성하는 언어의 성채에는 거짓이 없다. 그곳은 불필요한 욕심도 증발하는 투명한 공간이다.

권온(문학평론가)
권병수의 시 세계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시인이 조성하는 언어의 성채에는 거짓이 없고 불필요한 욕심도 증발하는 투명한 공간이다. 시인은 일상의 사물 들에서 신선한 시적 인식을 길어 올리는 빼어난 역량으로 인간 본성의 핵심을 포착한다.

박동규(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권병수의 시는 잘 다듬은 정원처럼 탄탄하다. 시의 전개에 있어서 흔히 사용하는 도입적 허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시가 가진 매혹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관에서 비롯된 탄탄한 시의 골격에는 아름답고 초연한 환상의 확장이 있다.


맑고 고요한 내면으로
작은 손거울이 되어
사람들 손에 건네지고 싶습니다

나를 탁발(托鉢)하듯
우물 속 하늘을 길어 올립니다

● 시인의 말


제1부

꽃 12
바람의 말 13
나이 14
빛의 탄생 15
징검다리 16
개미와 지렁이 17
사랑은 18
저녁노을 19
귀소(歸巢) 20
은전(恩典) 21
낙엽 22
눈이 내린다 23
여백(餘白) 24
촛불 25
양파 26
빛의 악수 27
이슬 따 담는 꿈 28
아가(雅歌) 29
눈사람 30
너와 나 31
일획(一劃) 32
달 33
종달새 34
봄날이 간다 35

제2부

숨바꼭질 38
초록 39
작은 고요 40
눈사람 고향 41
묵상 42
푸른 꿈 43
빈집 44
노송(老松) 45
달빛 낙엽 길 46
소가 북이 되어 48
교감(交感) 49
손거울 50
곡비(哭婢) 51
새는 하늘 가서 논다 52
아름다운 거짓말 53
무지개 54
바늘 55
적막(寂寞) 56
허공이 된 사람 57
소름 58
두 사이 59
허공에 구멍을 내고 60
풍경(風磬) 소리 61
하얀 고무신 62

제3부

다비(茶毘) 64
내 안의 나 때문에 65
뻐꾸기 66
낚시(詩) 67
눈물 68
연분(緣分) 69
달·방 70
가을 들길에서 71
여 72
이슬 74
노을 75
범종(梵鐘) 소리 76
눈부처 78
갈등(葛藤) 79
이름표 80
오는 봄 가는 봄 82
이끼 옷 84
탑(塔) 85
고개를 끄덕 해다오 86
하-트(♡) 87

제4부

위대한 완성 90
거울(7) 91
능소화 92
소낙비 93
먼 곳 94
섬 95
합장(合掌) 96
대추 한 알 97
노을 맛 98
파도에게 99
갈꽃 100
거문고 101
까만 꽃씨 102
하늘과 물과 마음 104
중심 105
나이테 106
백지 107
벽조목 인감(印鑑) 108
나무 109
노을 붉은 서쪽 110
개밥바라기 111
공명(共鳴) 112

▨ 권병수의 시세계 | 권온 113
▨ 발문 | 박동규 128

나이

세월이 그늘로
내려앉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천평칭(天平秤) 저울로
무게를 달아본다

교감(交感)

나는 태생(胎生)이고
너는 난생(卵生)이다
태생인 내 발자국 소리를
난생인 네가 듣고 마중 나왔다
물 흐르는 다리목 아래에서
지느러미를 흔들며 노는
너를 보려고 나는 왔다
귀빈을 맞이하듯 사열한다
어떤 놈은 살짝 이마를 내보이고
어떤 놈은 작은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본다
사람 얼굴 닮은 잉어도 있고
사람보다 오래 사는 잉어도 있다는데
물속에서 살 수 없는 내게
뭍에서 살 수 없는 네가
입을 뻐끔거린다

두 사이

죽음은 그림자로 태어나
나와 함께 살아간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죽음은 손을 내밀었다

얼기설기 서로 엮어
늙은 등나무처럼 비비 꼬며
등꽃 달고 살아온 길

우린 서로 한 몸이 되어
떨어질 줄 모른다

사는 날까지
그늘을 더 넓혀가자고
그림자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