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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큰글자도서) : 문지혁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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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문지혁
  • 출판사 : 다산책방
  • 발행 : 2023년 03월 03일
  • 쪽수 : 252
  • ISBN : 979113069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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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단편들,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하다.”
인생의 균열을 바라보는 단정한 시선,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문을 열며 등장한 작가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로 정통문학의 문을 성공적으로 두드린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SF 소설’과 ‘이민자 소설’의 경계에 놓인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장르와 정통 서사 사이에 놓인 다리 같은 소설집을 통해 작가 문지혁의 확장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2016년부터 발표된 단편소설 여덟 편과 함께 문학평론가 이지은의 해설을 함께 실었다.

출판사 서평

“불행은 언제나 패턴이 깨지는 순간 찾아온다.”
SF라는 매혹의 영역을 건너 ‘국적 없음’의 세계로
재난과 삶이 겹치는 곳에서 고요히 번뜩이는 이야기들

SF 장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가 출간되었다. 경험에서 출발한 자전적 소설 『초급 한국어』로 문학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뒤 오랜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소설가 김연수)”이라는 평처럼, 단단하고 깔끔하게 짜인 문장 위에 놓인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설계해놓은 궤도를 따라 순조롭게 움직인다.
그러나 소설들 속 인물들이 거치는 인생의 길목은 결코 평탄하지가 않다. 인공행성에 추락한 여객기의 유족(「다이버」), 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 끌려간 아버지를 둔 아들(「서재」), 전쟁이 났다는 엄마의 말에 화장실로 대피한 청소년(「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과 아들을 잃은 후 매일 호수에 동전을 던지는 천재 수학자(「폭수」), 딸을 잃고 홀로 크로아티아의 섬을 찾아가는 아버지(「아일랜드」), 아내와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인 사업가(「애틀랜틱 엔딩」), 논문도 소설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유학생(「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코로나 팬데믹에 마스크를 잊은 대학 강사(「어떤 선물」) 모두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흔들리며 덜컹거린다.
이들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패턴을 분석하고 바로 잡으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인생의 방정식은 찾을 수 없다. 어제와 오늘, 사건과 사건 사이는 “매일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설명되지 않는 틈(이지은 평론가)”으로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벌어진 불행을 바로잡을 방법은 그 틈에서 시선을 거두고 어렵게 다음 걸음을 떼어놓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틈을 잇는 다리를 놓는 건 소설가의 일이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모두 ‘재난’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인다. 나는 재난과 재난 이후의 삶에 관해, 상처와 폐허와 트라우마에 관해, 우리가 스러지고 다시 일어선 곳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두서없고 더듬거리고 때로는 말문이 막혀 한숨만 내뱉는다 하더라도.
-창작 노트 중에서

“우리가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나’와 ‘너’로 채워지는 빈칸들
서로에게 닿아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의 주인공은 또 다른 방식으로 불행에 저항한다. 이 두 소설은 작가의 전작 『비블리온』(2018,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버전이자 후일담으로 읽히는데, 이야기의 배경은 종이책이 금지되고 모든 지식과 정보가 넷(net)을 통해서만 유통되는 머지않은 미래다. 통합정부는 종이책이 지식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며, 종이책 소지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서재」 속 ‘나’의 아버지는 종이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고, ‘나’는 오랜만에 찾아간 옛집에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과 마주한다. 한편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의 주인공 ‘윤채’는 전쟁 통에 엄마가 남기고 간 책의 나머지 페이지에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둘에게 불행을 선고한 건 불온한 종이책이었지만, 메워지지 않은 책의 빈칸은 오히려 상황을 뒤집을 촉매가 된다.
종이책은 등장하지 않지만, 「애틀랜틱 엔딩」 속 ‘박’의 삶도 빈칸의 법칙을 따른다. 성공한 한인 사업가였지만 부하와 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중인 그는 모든 게 꽉 들어찬 삶을 살며 자신이 선 자리조차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가진 것이 모두 흩어지고, 텅빈 포춘쿠키 안을 확인한 후에야 ‘박은’ 유일한 선택지였던 죽음을 버려둔 채 다시 살아가기로 한다.

“아무 때나 터질 수 있다는 건가요? 물이?”
매끈한 이야기 속 응축된 우아한 에너지
마침내 폭발하는 문지혁이라는 특이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가, 독자에게 생소한 파문을 일으킨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 이후, 문지혁의 소설은 자전적 세계관을 넓혀 이민자 소설의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 창작 노트에서 작가는 “경계에 선,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며, ‘국적 없음’의 세계에서 발현하는 소설의 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국적 없음’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소설을 꼽자면 표제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일 것이다. 『초급 한국어』의 등장인물인 ‘아야’와 ‘나(문지혁)’는 성수대교와 9·11,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을 나누며 18세기 미국독립전쟁의 격전지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넌다. 하나의 장소에서 겹치는 다른 역사,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익숙한 질문을 던지는데, 이 질문은 이 소설집이 고요하게 응축된 작가의 에너지를 분출하게 할 특이점이 되리라는 것을 조용히 짐작하게 한다.

추천사

김연수(소설가)
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목차

다이버
서재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폭수
아일랜드
애틀랜틱 엔딩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어떤 선물

해설 다리 위에 머물기_이지은(문학평론가)
창작 노트
추천의 말

본문중에서

신호 속에는 똑같은 파형의 음성이 30회 이상 기록되었는데, 재생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주문처럼 반복해 흘러나왔다. 지금 가고 있어. 기장은 구조대를 기다리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남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푸른 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반짝거린 뒤 검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이버」 중에서

아버지는 이미 돌아와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자신의 원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과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하나의 인생이 아니라 한 권의 책, 전복의 메시지가 아니라 영원한 빈칸으로.
-「서재」 중에서

“특이점이라고도 하지요.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 만약 평범한 물이 어느 순간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아까 말한 대로 에너지 밀도가 급작스럽게 높아져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수학적으로는 어디에도 없어요.”
-「폭수」 중에서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세린은 건강하고 씩씩한 어른이 되었으며, 아내는 재혼했고 세린과 우진은 정말로 결혼을 해서 그에게는 쌍둥이 손자 손녀가 생겼다. 바다 끝이 희미하게 밝아질 때까지 남자는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장은 끝없이 넘어갔고 마지막 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일랜드」 중에서

“안 되겠어요. 일단 저녁을 먹읍시다. 이 동네에 끝내주는 베트남 쌀국숫집이 있거든요. 진짜 베트남 사람이 주방장이라 달라도 뭐가 달라요. 어제 먹은 국수는 정말 최악이었잖아요?”
박이 천천히 일어나 탁자 위의 짐을 챙기려고 했다.
“총은 놔두고.” 킴이 말했다.
“총은 놔두고.” 박이 따라 말했다.
-「애틀랜틱 엔딩」 중에서

가방 안에는 며칠 전 인쇄한 817매짜리 소설 초고가 들어 있었고, 원래 나는 그걸 다리 위에서 강에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몇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는데 첫째 아야를 만났기 때문이고, 둘째 내가 아야에게 함께 가자고 했기 때문이고, 셋째 우리가 정말로 다리를 함께 건넜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모를 수는 없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중에서

저자소개

문지혁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001

1980년 1월생. 서울대 영문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뉴욕대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단편소설 '체이서'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사자와의 이틀 밤'과 공동단편집 '오늘의 장르문학',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3'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고흐를 만나다', '렘브란트를 만나다', '호세아', '코끼리 믿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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