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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양장]

원제 : Rhetorique Specul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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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은 그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해 온 키냐르가 펼치는 문학론이다. “사색적 수사학”이라는 원제를 단 이번 책은 키냐르가 본격적으로 ‘문학이란 무엇인지’ 혹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대해 사색하는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키냐르답다. 독자에게 쉽게 길을 내어 주기는커녕, 독자를 점점 더 안갯속으로 이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빛이 거기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에서 저자는 역사 속 잊힌 인물, 잊힌 언어, 잊힌 전통의 기원을 탐색한다. 이렇듯 ‘잊힘으로써’ 문학에 가해진 폭력은 키냐르의 글쓰기로 조용한 회복의 시간을 맞이한다.

잊힌 전통을 되새김으로써 문학을 이야기하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은 그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해 온 키냐르가 펼치는 문학론이다. 경계 없는 글쓰기를 해 온 저자는 여러 작품을 통해, 때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때로는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과 언어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독창적인 사고를 전개한 바 있다. “사색적 수사학”이라는 원제를 단 이번 책은 키냐르가 본격적으로 ‘문학이란 무엇인지’ 혹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대해 사색하는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 책 역시 키냐르답다. 독자에게 쉽게 길을 내어 주기는커녕, 독자를 점점 더 안갯속으로 이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빛이 거기 있다. 키냐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는 안내가 없으니 언어의 부재하는 별을 단호히 따라가야 한다”고.

이 책에서 키냐르는 철학자의 글쓰기와 작가의 글쓰기로 나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현자들이 남긴 글들을 재해석하며, 철학자의 글쓰기에 경도된 서구 문명이 놓치고 있는 감수성의 세계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리와 논증에 기반한 철학적인 글쓰기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동시에 이미지에 기반한 문학적 글쓰기를 예찬한다.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엄청난 독서 이력이 녹아 있는 이번 책에서 키냐르는 역사 속 잊힌 인물, 잊힌 언어, 잊힌 전통의 기원을 탐색한다. 이렇듯 ‘잊힘으로써’ 문학에 가해진 폭력은 키냐르의 글쓰기로 조용한 회복의 시간을 맞이한다.

이미지는 곧 생명,
이미지 없는 문학은 검에 낀 녹에 불과할 뿐

키냐르는 역사의 먼지 더미 아래 부당하게 묻힌 여러 인물을 건져 올린다. 백과사전 속 “공허하고 어리석은 주장을 펼친 수사학자”로 명시된 1세기 로마의 수사학자 마르쿠스 코르넬리우스 프론토는 저자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다. 키냐르에 따르면 프론토는 철학에 의연히 맞서 온 문학 전통이 존재했음을 증언한 최초의 인물이며, 고대 로마의 사상가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심오한” 인물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명상록』의 저자로도 유명한 2세기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수사학 스승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명상록』은 과연 어떤 책인가. 이 역시 키냐르에 따르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사색적이며 연상적인 이미지의 모음집”이다. 생명과 이미지가 연결되는 까닭은 이미지들에 지배당하는 눈의 운동과 발기가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들을 제시하는 언어가 발기한 가운데 흥분을 유발하고 활기를 띠고 커져서 배가되는 환각적인 이미지들의 몽환적이고 확실한 진전이 없다면 소설은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키냐르가 철학적 글쓰기를 비판하는 걸 넘어 거부하는 까닭은 철학자의 글쓰기에는 “기대 너머에서 불현듯 등장해서 독자나 청중을 후려치는” “예상 밖의, 뜻밖의 낱말”이 없기 때문이다. 문학은 자고로 듣는 이를 ‘설득’이 아닌 ‘열광’으로 이끌어야 하며, 위대한 시인이나 산문 작가가 몰아지경의 말을 찾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게 키냐르의 설명이다. 또한 철학은 기본 수사학의 한 지류일 뿐인데도 철학자들의 담론은 기를 쓰고 이미지들을 멀리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프론토의 말 혹은 이미지를 빌려 철학은 “검에 낀 녹”에 불과하며 “언어와의 전투에서 매일매일 검의 녹을 벗겨 눈부시게 반짝이도록 닦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키냐르 글쓰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책
이 책에는 프론토에 대한 글 외에도 다섯 개의 글이 더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소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며 ‘소론’이라는 이 독특한 글쓰기는 파스칼 키냐르를 특징짓는 파편적 형태의 글쓰기다. 자신의 『소론집』에 대해 쓴 소론(‘『소론집』에 관한 미세한 소론’)에서는 자기 자신을 특징짓는 이러한 글쓰기를 “나의 집”, “나의 이름”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비록 그것이 유행에 뒤지고 고독할지언정, 나를 규정하는 제2의 자아라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키냐르 글쓰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며, 키냐르식 글쓰기의 근원, 더 나아가 문학적 글쓰기의 시작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 같은 책이다.

우리는 언어에 기댄 삶을 산다. 그만큼 언어가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생각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발아하기도 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언어란 무엇인가. 문학을 이루는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와 말, 글쓰기에 대한 사색의 끈을 놓지 않는 키냐르의 이번 책은 미로 같은 말들 속을 헤매는 독자에게 하나의 “부재하는 별”이 될 수 있을까.

추천사

리베라시옹
우리는 문학을 옹호하는 키냐르의 글을 읽는 동안 ‘사유하는’ 독자라는 즐거운 착각을 안겨 주는 작가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프론토
라틴어
숨은 신에 대하여
요한 볼프강 폰 괴테에 대하여
운율 사전
『소론집』에 관한 미세한 소론

본문중에서

낱말들이 서로 이어진 것이 시詩다. 말oratio은 문학적 말이다. 프론토는 철학자들이 말할 수 있는 추론은 이미지 없는 논증이어서 혀 차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날이 밝으면 빛이 있는 법.” 수사학자는 절대 논증하지 않는다. 그저 가리킬 뿐인데, 그가 가리키는 건 열린 창문이다. 그는 언어가 창문을 연다는 사실을 안다. 밤이 낮을 주듯이 말은 각 시대에 제 빛을 주기 때문이다. _ 18쪽(프론토)

철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명상록』의 모순되고 산만하며 착란적인 특성이 거기서 비롯했다. 이 책을 구성하는 건 결속되고 연역적으로 이어져 정렬된 논거들이 아니다. 이성을 갖췄거나 아니면 적어도 의미를 갖춰 체계를 형성하거나 혹은 자기 고백을 하는 인간의 심리를 밝혀 주는 논거들이 아니다. 이 책에 담긴 건 그날그날 처한 상황에 던져져 상황을 잇는 데 유효한 이미지들이고, 운명들이다. 최고의 그물이 낚아 올리도록. _ 37쪽(프론토)

그리스어로 심연은 무슨 뜻일까? 바닥없음을 뜻한다. 충동의 자존성自存性,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앞에서 그것을 언어로 환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은 틈hiatus을, 바닥없이 열린 입구를, 심연abyssos을 판다. 바닥 모를 심연은 또 하나의 그리스어를 규정하는데, 바로 ‘카오스chaos’다. 카오스가 존재와 세상 사이에 심연을 파고, 그 심연을 시간이(그리고 언어들의 변신의 무게가, 변신metamorphosis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다시 떨어지는 변태metabole의 무게가) 끊임없이 더 깊게 판다. 계통발생학의 흐름에서는 이 심연을 뭐라고 부를까? 히스토리아Historia. 인간의 역사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이 변신의 무게를 계산할 수 있을까? 이 변신은 2백9십만 년 가운데 1만 천 년에 영향을 미친다. _ 99쪽(숨은 신에 대하여)

임제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당혹스러운 문체의 스승이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바울이 격렬한 문체의 스승이듯이 임제는 당혹스러운 문체의 스승이다.” 삶이 살아진 순간부터 삶에 환대를 제공하는 유일한 장소는 오직 말뿐이다. 그리스의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수사학자인 로기노스는 삶이 어떻게 문자언어 속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묘사했다. 글로 쓰인 작품은 라이터에서 솟구치는 불꽃처럼 그것을 쓴 사람의 내면에서 급격히 전개된다. 쓰는 사람은 스크린도, 이론도, 숙고도 없이, 무엇보다 언어도 없이, 갑자기 장면들을 눈앞에 보아야 한다. _ 128쪽(운율 사전)

멋진 서사의 조건은 이러하다. 파렴치함, 게임, 초연함, 비인간성, 정신적 태만, 말하지 않으려는 의지, 멸시. 복수심 품은 환희. 존중받는 독자. 저자와 주인공 사이의 내밀함. 여기저기 끼어든 부수적 생각의 범용하면서도 심오한 특징. 형태에 대한 당당한 자유. _ 133쪽(운율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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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파스칼 키냐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8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네르뇌유쉬르야브르에서 태어났다. 대대로 언어학자와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5개 국어를 습득하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자라났다. 이러한 배경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오페라 작곡가라는 다양한 이력으로 이어졌으며, 그의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 에서부터 '마지막 왕국' 시리즈까지 일관되게 그 작품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페증과 68혁명의 열기,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벵센 대학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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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희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맹 가리ㆍ밀란 쿤데라ㆍ아멜리 노통브ㆍ피에르 바야르ㆍ리디 살베르 등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중요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 《웃음과 망각의 책》 《마법사들》 《햄릿을 수사한다》 《흰 개》 《울지 않기》 《예상 표절》 《하늘의 뿌리》 《내 삶의 의미》 《책의 맛》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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