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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결속 [양장]

원제 : Les solidarites mysterie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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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이끄는 신비하고 절대적인 결속

그가 가는 곳에 나도 가리라
그가 사는 곳에 나도 머물겠노라
그가 죽는 곳에 나도 묻히리라

‘프랑스의 국민작가’, ‘작가들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신비한 결속]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키냐르는 소명과 같이 여기며 평생에 걸쳐 쓰고 있는 ‘마지막 왕국’ 시리즈(콩트, 시, 잠언, 어원적이거나 철학적인 성찰, 에세이 등을 단상 형식으로 써내려가는 글쓰기―한국에서 출간된 [은밀한 생] [떠도는 그림자들]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이 이 시리즈에 속한 작품들이다)와 소설을 번갈아 집필하고 있는데, [신비한 결속]은 일체의 사회적 자아를 벗어던지고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궤적’을 그린 키냐르의 소설 중 두번째 작품이다.
‘본연의 모습을 찾는 여정’과 ‘곳(장소)에 대한 결속감’을 본격적인 주제로 삼은 키냐르의 소설 두 편 중, 앞서 발표한 [빌라 아말리아]와 이번 작품의 차이라면, 전자의 여주인공 ‘안’의 탐색이 의지적인 데 반해 후자의 주인공 ‘클레르’의 탐색은 무의지적, 거의 샤먼적이라는 사실 정도이다. 이성과 절제를 지닌 [빌라 아말리아]의 안이 키냐르의 사실임 직한 분신이라면, 사회적 자아를 벗어던진 알몸으로 열정과 야성을 서슴없이 분출시키는 클레르는 그가 꿈꾸는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겠지만 키냐르는 이 소설 [신비한 결속]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프랑스의 국민작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 『신비한 결속』. 일체의 사회적 자아를 벗어던지고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궤적을 그린 저자의 소설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자신이 쓴 작품 가운데 가장 애착을 느끼는 소설이라고 밝히기도 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그, 그리고 그가 갈망한 그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

키냐르와 그의 누나 마리안은 매년 여름이면 상스에 있는 욘 강변의 집에서 함께 지내는데, 키냐르는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신비한 결속’이라고 명명하고 2010년 여름 내내 누나와 함께 지내며 이 작품을 집필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신비한 결속감은 소설 속의 남매, 클레르와 폴의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어머니의 부재로 특별한 결속감을 형성하게 되고, 단 둘이 지내는 남매의 모습이 바로 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마흔여섯의 번역가 클레르. 어느 날 그녀는 세계 각지를 누비던 여행을 그만두고, 번역에서도 손을 떼고, 베르사유의 고급 빌라를 매각한 뒤 고향인 바닷가 마을 라클라르테로 내려온다. 그곳에는 평생의 연인, 어린 시절 함께 자랐으나 이제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시몽이 있다. 클레르는 고향에서 농가를 빌려 살며 시몽과 밀회를 즐기지만 시몽은 가정을 버리지도, 클레르를 잊지도 못해 괴로워한다.

시몽을 떠나보낸 클레르는 상실감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 이후 남동생 폴이 내려와 작은 농가에 자리 잡게 된다. 클레르는 세상 모든 것을 놔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내면만을 들여다본다. 온종일 걸어 다니고, 늘 밖에 살며 오로지 걸으며 자연 속에서 그만 바라보고 훔쳐본다. 그리고 그‘곳’으로 녹아든다.

출판사 서평

"사람들이 날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마흔여섯의 번역가 클레르, 어느 날 그녀는 세계 각지를 누비던 여행을 그만두고, 번역에서도 손을 떼고, 베르사유의 고급 빌라를 매각한 뒤, 고향인 바닷가 마을 라클라르테로 내려온다.
어렸을 때 비극적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과도 떨어져 큰아버지 집에서 자란 클레르는 시청으로 넘어간 친권을 해제할 목적으로 일찍 결혼을 하고 딸 둘을 낳았지만, 둘째를 낳은 지 6일째 되던 날 집을 떠났다. 남편과 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이다. 그 후 번역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녀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은 고향 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곳엔 평생의 연인, 어린 시절 함께 자랐으나 이제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시몽이 있다. 고향에서 농가를 빌려 살며 시몽과의 밀회를 즐기지만, 시몽은 가정을 버리지도 못하고 클레르를 잊지도 못해 괴로워한다.
시몽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클레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 이후 남동생 폴이 내려와 둘은 라클라르테의 작은 농가에 자리 잡는다. 클레르는 세상 모든 것을 놔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내면만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온종일 걸어 다니고, 늘 밖에서 산다. 책 한 권, 음반 한 장 사지 않고, 오로지 걸으며 자연 속에서, 그만 바라본다. 훔쳐본다. 그리고 그 ‘곳’으로 녹아든다.

신비한 결속-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 본문 중에서)

이 작품의 원제는 "Les solidarites mysterieuses"이다. 대체 ‘신비한 결속’이란 어떤 관계를 말하는가? 하지만 읽을수록 더 궁금한 것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신비한 결속이 작품 속 어떤 관계를 말하는가이다. 사실 제목의 "결속mysterieuses은" 복수형이다. 추상명사에 복수의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우리말의 특성상 ‘신비한 결속’이라 번역되었지만 의미상으로는 ‘결속들’이 맞다.
작품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그 이해에 따라 다르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으나, 옮긴이는 ‘신비한’이란 형용사가 붙을 만한 결속은 셋이라고 한다. 즉 1. 클레르와 시몽(연인 관계), 2. 클레르와 폴(남매 관계), 3. 클레르와 고향인 ‘곳’(연어와 모천의 관계). 소설 초반에는 셋 중에 1이 단연 가장 핵심적인 ‘신비한 결속’으로 보였으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1(클레르와 시몽의 관계)은 3(클레르와 고향인 ‘곳’의 관계)에 흡수되고, 결국 2와 3의 결속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클레르와 폴
작가 키냐르와 그의 누나 마리안은 매년 여름이면 상스에 있는 욘 강변의 집(키냐르가 집필에 몰두하는 은신처)에서 함께 지낸다. 키냐르는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신비한 결속’이라 명명하고, 2010년 여름 내내 누나와 함께 지내며 [신비한 결속]을 집필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신비한 결속감은 소설 속의 남매 클레르와 폴의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옆에서 남매를 지켜본 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따금 남매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을 때에는 연인들보다 서로를 더 사랑한다. 욕망으로 격앙될 때보다 분명 더 항구적이고 믿음직하다. 게다가 연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 그것은 최초의 사랑이므로 가장 알아보기 힘든 사랑, 기원의 경계선에서 솟아오르는 사랑이다."(210~11쪽)
보통 ‘최초의 사랑’이라면 당연히 ‘모성’이 떠오르지만, 키냐르에게서 모성은 차가운 것으로 나타난다. 이 역시 키냐르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으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클레르와 폴 그리고 키냐르와 마리안이 느꼈을 결핍은 ‘최초의 사랑’에 해당하는 자리를 남매에게 내준 것이다. 작가 자신이 쓴 작가 남매의 초상, 자신이 경험한 신비한 결속의 형상화, 이것이 그가 이 작품에 애착을 갖는 한 이유일 것이다

클레르와 ‘곳’
옮긴이는 ‘클레르와 시몽’의 관계가 클레르와 ‘곳’의 관계에 흡수된다고 했는데, 이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클레르와 시몽의 도저한 사랑이 희미해졌다거나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시몽의 사망 시점부터 클레르의 시몽에 대한 사랑이 ‘곳’에 대한 사랑에 확연히 겹쳐진다는 의미다. 시몽이 마치 ‘곳’의 화신처럼, ‘곳’이 인간으로 육화된 존재처럼 나타난다. 시몽은 죽어서 ‘바다’가 되었다, ‘만’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위’가 되었다고 표현된다.
‘곳’에 대해 느끼는 인간의 결속감은 그 어떤 결속보다 신비하고 절대적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키냐르는 이미 [빌라 아말리아]에서 ‘곳’에 대한 결속감을 본격적인 주제로 삼았었다. 키냐르는 그에게 중요한 개념인 최초의 왕국, "옛날-수태된 순간부터 언어 습득 이전까지의 시기"을 불러올 효과적인 방법으로 독서, 사랑하는 남녀의 성행위, 음악, 미술, 자연의 관조를 꼽는다. 언젠가부터 키냐르는 점점 더 자연의 관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의 소설에서 ‘곳’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곳’에 속한다는 것은 풍경으로 편입된다는 뜻이며, 그리하여 모든 존재의 자궁인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때 ‘나’와 ‘자연’의 거리는 완전히 소멸한다. 이 작품에서 ‘곳’이 ‘누군가’로 인격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둘이 하나 되었음을, 즉 ‘자연과의 합일’을 의미한다.

키냐르가 아끼는 소설, 키냐르에게 다가가기

2013년 1월 15일,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서 키냐르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특히 [신비한 결속]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다. "이것은 내가 쓴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소설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측건대 이 소설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이 소설이 그를 담고 있어서다. 과거와 현재의 그, 그리고 그가 갈망한 그. 어머니의 부재로 특별한 결속감을 형성하게 되고, 단 둘이 지내는 남매의 모습은 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다. 또한 키냐르는 [신비한 결속]의 주인공 클레르가 무척 부럽다고 말한다. 욘 강변의 은신처에서 집필하다가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해 이따금 도시 속으로 들어오는 키냐르에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쓸모 있다는 게 지겨워" 모든 것을 놓고 자연 속으로 녹아든 클레르는 작가 자신이 본능이 극대화된 모습인 것이다.

그가 가는 곳에 나도 가리라
그가 사는 곳에 나도 머물겠노라
그가 죽는 곳에 나도 묻히리라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이끄는
신비하고 절대적인 결속

‘프랑스의 국민작가’, ‘작가들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신비한 결속』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키냐르는 소명과 같이 여기며 평생에 걸쳐 쓰고 있는 ‘마지막 왕국’ 시리즈(콩트, 시, 잠언, 어원적이거나 철학적인 성찰, 에세이 등을 단상 형식으로 써내려가는 글쓰기―한국에서 출간된 『은밀한 생』 『떠도는 그림자들』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이 이 시리즈에 속한 작품들이다)와 소설을 번갈아 집필하고 있는데, 『신비한 결속』은 일체의 사회적 자아를 벗어던지고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궤적’을 그린 키냐르의 소설 중 두번째 작품이다.
‘본연의 모습을 찾는 여정’과 ‘곳(장소)에 대한 결속감’을 본격적인 주제로 삼은 키냐르의 소설 두 편 중, 앞서 발표한 『빌라 아말리아』와 이번 작품의 차이라면, 전자의 여주인공 ‘안’의 탐색이 의지적인 데 반해 후자의 주인공 ‘클레르’의 탐색은 무의지적, 거의 샤먼적이라는 사실 정도이다. 이성과 절제를 지닌 『빌라 아말리아』의 안이 키냐르의 사실임 직한 분신이라면, 사회적 자아를 벗어던진 알몸으로 열정과 야성을 서슴없이 분출시키는 클레르는 그가 꿈꾸는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겠지만 키냐르는 이 소설 『신비한 결속』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사람들이 날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마흔여섯의 번역가 클레르, 어느 날 그녀는 세계 각지를 누비던 여행을 그만두고, 번역에서도 손을 떼고, 베르사유의 고급 빌라를 매각한 뒤, 고향인 바닷가 마을 라클라르테로 내려온다.
어렸을 때 비극적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과도 떨어져 큰아버지 집에서 자란 클레르는 시청으로 넘어간 친권을 해제할 목적으로 일찍 결혼을 하고 딸 둘을 낳았지만, 둘째를 낳은 지 6일째 되던 날 집을 떠났다. 남편과 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이다. 그 후 번역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녀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은 고향 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곳엔 평생의 연인, 어린 시절 함께 자랐으나 이제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시몽이 있다. 고향에서 농가를 빌려 살며 시몽과의 밀회를 즐기지만, 시몽은 가정을 버리지도 못하고 클레르를 잊지도 못해 괴로워한다.
시몽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클레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 이후 남동생 폴이 내려와 둘은 라클라르테의 작은 농가에 자리 잡는다. 클레르는 세상 모든 것을 놔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내면만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온종일 걸어 다니고, 늘 밖에서 산다. 책 한 권, 음반 한 장 사지 않고, 오로지 걸으며 자연 속에서, 그만 바라본다. 훔쳐본다. 그리고 그 ‘곳’으로 녹아든다.

신비한 결속?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_본문에서

이 작품의 원제는 “Les solidarit?s myst?rieuses”이다. 대체 ‘신비한 결속’이란 어떤 관계를 말하는가? 하지만 읽을수록 더 궁금한 것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신비한 결속이 작품 속 어떤 관계를 말하는가이다. 사실 제목의 “결속myst?rieuses은” 복수형이다. 추상명사에 복수의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우리말의 특성상 ‘신비한 결속’이라 번역되었지만 의미상으로는 ‘결속들’이 맞다.
작품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그 이해에 따라 다르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으나, 옮긴이는 ‘신비한’이란 형용사가 붙을 만한 결속은 셋이라고 한다. 즉 1. 클레르와 시몽(연인 관계), 2. 클레르와 폴(남매 관계), 3. 클레르와 고향인 ‘곳’
(연어와 모천의 관계). 소설 초반에는 셋 중에 1이 단연 가장 핵심적인 ‘신비한 결속’으로 보였으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1(클레르와 시몽의 관계)은 3(클레르와 고향인 ‘곳’의 관계)에 흡수되고, 결국 2와 3의 결속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클레르와 폴
작가 키냐르와 그의 누나 마리안은 매년 여름이면 상스에 있는 욘 강변의 집(키냐르가 집필에 몰두하는 은신처)에서 함께 지낸다. 키냐르는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신비한 결속’이라 명명하고, 2010년 여름 내내 누나와 함께 지내며 『신비한 결속』을 집필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신비한 결속감은 소설 속의 남매 클레르와 폴의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옆에서 남매를 지켜본 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따금 남매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을 때에는 연인들보다 서로를 더 사랑한다. 욕망으로 격앙될 때보다 분명 더 항구적이고 믿음직하다. 게다가 연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 그것은 최초의 사랑이므로 가장 알아보기 힘든 사랑, 기원의 경계선에서 솟아오르는 사랑이다.”(210~11쪽)
보통 ‘최초의 사랑’이라면 당연히 ‘모성’이 떠오르지만, 키냐르에게서 모성은 차가운 것으로 나타난다. 이 역시 키냐르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으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클레르와 폴 그리고 키냐르와 마리안이 느꼈을 결핍은 ‘최초의 사랑’에 해당하는 자리를 남매에게 내준 것이다. 작가 자신이 쓴 작가 남매의 초상, 자신이 경험한 신비한 결속의 형상화, 이것이 그가 이 작품에 애착을 갖는 한 이유일 것이다

클레르와 ‘곳’
옮긴이는 ‘클레르와 시몽’의 관계가 클레르와 ‘곳’의 관계에 흡수된다고 했는데, 이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클레르와 시몽의 도저한 사랑이 희미해졌다거나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시몽의 사망 시점부터 클레르의 시몽에 대한 사랑이 ‘곳’에 대한 사랑에 확연히 겹쳐진다는 의미다. 시몽이 마치 ‘곳’의 화신처럼, ‘곳’이 인간으로 육화된 존재처럼 나타난다. 시몽은 죽어서 ‘바다’가 되었다, ‘만’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위’가 되었다고 표현된다.
‘곳’에 대해 느끼는 인간의 결속감은 그 어떤 결속보다 신비하고 절대적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키냐르는 이미 『빌라 아말리아』에서 ‘곳’에 대한 결속감을 본격적인 주제로 삼았었다. 키냐르는 그에게 중요한 개념인 최초의 왕국, “옛날-수태된 순간부터 언어 습득 이전까지의 시기”을 불러올 효과적인 방법으로 독서, 사랑하는 남녀의 성행위, 음악, 미술, 자연의 관조를 꼽는다. 언젠가부터 키냐르는 점점 더 자연의 관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의 소설에서 ‘곳’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곳’에 속한다는 것은 풍경으로 편입된다는 뜻이며, 그리하여 모든 존재의 자궁인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때 ‘나’와 ‘자연’의 거리는 완전히 소멸한다. 이 작품에서 ‘곳’이 ‘누군가’로 인격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둘이 하나 되었음을, 즉 ‘자연과의 합일’을 의미한다.

키냐르가 아끼는 소설, 키냐르에게 다가가기

2013년 1월 15일,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서 키냐르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특히 『신비한 결속』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다. “이것은 내가 쓴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소설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측건대 이 소설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이 소설이 그를 담고 있어서다. 과거와 현재의 그, 그리고 그가 갈망한 그. 어머니의 부재로 특별한 결속감을 형성하게 되고, 단 둘이 지내는 남매의 모습은 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다. 또한 키냐르는 『신비한 결속』의 주인공 클레르가 무척 부럽다고 말한다. 욘 강변의 은신처에서 집필하다가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해 이따금 도시 속으로 들어오는 키냐르에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쓸모 있다는 게 지겨워” 모든 것을 놓고 자연 속으로 녹아든 클레르는 작가 자신이 본능이 극대화된 모습인 것이다.

목차

제1부 클레르
제2부 시몽
제3부 폴
제4부 쥘리에르
제5부 황야에 울리는 목소리들

옮긴이의 말 클레르-캣우먼으로의 변신 이야기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제1부 클레르
제2부 시몽
제3부 폴
제4부 쥘리에르
제5부 황야에 울리는 목소리들

옮긴이의 말 클레르-캣우먼으로의 변신 이야기
작가 연보
작품 목록

본문중에서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그건 운이 좋은 거잖아?"
"난 쓸모 있다는 게 지겨운걸."
"맙소사!"
(/ p.38)

아주 작은 골짜기가 틈새 바닥을 따라 내포로 이어졌다. 내포는 그저 흘끗 보일 뿐 절벽에서 무너져 내린 바윗돌들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사랑을 나눴다. 말라 죽은 나무, 표류물, 비닐봉지, 폐타이어 들과 어둠과 수면에 보일 듯 말 듯 솟은 바위들에 가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p.86)

혼자 밧줄을 매고 틈새 안으로 내려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담배를 챙겨 넣은 나일론 재질의 작은 하얀색 배낭을 메고서였다. 그녀는 새와 게 틈에서 그를 기다렸다.
혼자 내려가는 것은 밧줄이 있더라도 좀 위험하고 약간 불편했다. 쓰레기며 녹슬고 부러진 농기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레 기죽지 않고, 장애물들을 무사히 통과해서 물줄기에 발을 씻고, 옷을 홀딱 벗고 온몸을 씻은 다음에 1미터 남짓한 폭의 자그만 계곡에 누우면, 늘 그늘지고 항상 선선하며 어두운 그곳이 다름 아닌 낙원이었다.
(/ p.88)

누나가 울먹였다. 정말이지 누나답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내게 도와달라고 전화까지 하다니. [......] 누나가 원하는 도움을 주려고 달려갔다. 빗속에서, 기메 박물관 맞은편, 그리고 뤼베크 거리와 부아시에르 거리 모퉁이의 나무에 기대고 선 누나를 보는 순간 내 삶이 전복되면서 구원받았다는 생각을 나는 전혀 하지 못했다.
(/ pp.119~120)

일생 동안 누나가 그를 안아본 것은 어쩌다 몇 번에 불과했지만, 60년 넘게 그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절대적 관계였다. 시몽의 생애 마지막 몇 년 동안 누나는 매일 그를 엿보았다. 그가 끔찍한 죽음을 맞을 때까지 날마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죽음―누나 자신의 죽음이기도 한―을 목도하는 순간 누나는 지극히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p.125)

그가 살아 있는 내내 누나는 고통을 겪었다. 사람이 그렇게 지속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죽가 누나는 행복해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자, 감히 말하건대 기적처럼 고통 또한 사라졌다. 어쨌든 고통이 멎으면서 애도로 바뀌었다. 수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다음에, 슬퍼하는, 단지 슬픔에 잠긴 누나를 보는 것은 거의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육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죽음 저편의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일이 누나에겐 행복인 것 같았다. [......] 그 역시, 헤매고 다니며 자신을 지켜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하루 온종일 시간대별로 그녀를 눈으로 뒤쫓았다. 누나도 마찬가지로 바다에 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바다가 지겨운데도 낚시를 하는 척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맺어지길 원치 않는 그를.
(/ pp.155~156)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
그들은 비록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했다.
이유 따위는 찾으려 애쓰지도 않았다. 서로 도우면 그만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갑작스런 욕망보다 상대의 변덕스런 기분에 더욱 자발적으로 호응했다.
(/ pp.209~210)

죽음조차도 그들을 갈라놓지 못한 듯하다. 어쩌면 그 반대일 것이다. 그의 죽음이 그들을 결합시키지도 못했지만, 그는 여기에 있다. 늘 이곳에 있다. 줄곧 엄마와 함께 있다. 그건 서로 마찬가지다. 엄마도 늘 그와 함께 있으니까. 엄마가 그를 돌본다. 그는 만(灣)이 되었다.
(/ p.239)

시몽이 사망하자 평화가 도래했다. 클레르 누나에게 야릇하고 총체적인 평화가 찾아들었다. 요지부동의 평화가 깃들었다. 그 이후로는 날마다 그렇게 살았다. 모든 게 완수되었고, 누나는 그저 완료된 뒤에도 살아남은 거였다. 혹은 완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랑이 떠나간 이 세계에서 누나는 여전히 떠돌았다. 그리고 모든 게 이미 오래전에 끝나버렸다는 듯이, 그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누나는 황야로 나가 거기서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 클레르는 시몽이 되고, 그 ‘곳’이 되었다.
(/ p.262)

누나는 소변이든 대변이든 생리 현상을 들판에서, 즉 특정한 바위 옆이나 어떤 식물 부근에서 해결하길 좋아했다. 나는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누나는 즉시 흙이나 이끼나 나뭇잎으로 재빨리 흔적을 덮었다.
누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속했다.
누나는 ‘곳’에 속했다.
(/ p.263)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지겨워.”
“그건 운이 좋은 거잖아?”
“난 쓸모 있다는 게 지겨운걸.”
“맙소사!” _38쪽

아주 작은 골짜기가 틈새 바닥을 따라 내포로 이어졌다. 내포는 그저 흘끗 보일 뿐 절벽에서 무너져 내린 바윗돌들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사랑을 나눴다. 말라 죽은 나무, 표류물, 비닐봉지, 폐타이어 들과 어둠과 수면에 보일 듯 말 듯 솟은 바위들에 가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_86쪽

혼자 밧줄을 매고 틈새 안으로 내려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담배를 챙겨 넣은 나일론 재질의 작은 하얀색 배낭을 메고서였다. 그녀는 새와 게 틈에서 그를 기다렸다.
혼자 내려가는 것은 밧줄이 있더라도 좀 위험하고 약간 불편했다. 쓰레기며 녹슬고 부러진 농기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레 기죽지 않고, 장애물들을 무사히 통과해서 물줄기에 발을 씻고, 옷을 홀딱 벗고 온몸을 씻은 다음에 1미터 남짓한 폭의 자그만 계곡에 누우면, 늘 그늘지고 항상 선선하며 어두운 그곳이 다름 아닌 낙원이었다. _88쪽

누나가 울먹였다. 정말이지 누나답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내게 도와달라고 전화까지 하다니. [……] 누나가 원하는 도움을 주려고 달려갔다. 빗속에서, 기메 박물관 맞은편, 그리고 뤼베크 거리와 부아시에르 거리 모퉁이의 나무에 기대고 선 누나를 보는 순간 내 삶이 전복되면서 구원받았다는 생각을 나는 전혀 하지 못했다. _119~20쪽

일생 동안 누나가 그를 안아본 것은 어쩌다 몇 번에 불과했지만, 60년 넘게 그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절대적 관계였다. 시몽의 생애 마지막 몇 년 동안 누나는 매일 그를 엿보았다. 그가 끔찍한 죽음을 맞을 때까지 날마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죽음―누나 자신의 죽음이기도 한―을 목도하는 순간 누나는 지극히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_125쪽

그가 살아 있는 내내 누나는 고통을 겪었다. 사람이 그렇게 지속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죽가 누나는 행복해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자, 감히 말하건대 기적처럼 고통 또한 사라졌다. 어쨌든 고통이 멎으면서 애도로 바뀌었다. 수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다음에, 슬퍼하는, 단지 슬픔에 잠긴 누나를 보는 것은 거의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육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죽음 저편의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일이 누나에겐 행복인 것 같았다. [……] 그 역시, 헤매고 다니며 자신을 지켜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하루 온종일 시간대별로 그녀를 눈으로 뒤쫓았다. 누나도 마찬가지로 바다에 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바다가 지겨운데도 낚시를 하는 척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맺어지길 원치 않는 그를. _155~56쪽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
그들은 비록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했다.
이유 따위는 찾으려 애쓰지도 않았다. 서로 도우면 그만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갑작스런 욕망보다 상대의 변덕스런 기분에 더욱 자발적으로 호응했다. _209~10쪽

죽음조차도 그들을 갈라놓지 못한 듯하다. 어쩌면 그 반대일 것이다. 그의 죽음이 그들을 결합시키지도 못했지만, 그는 여기에 있다. 늘 이곳에 있다. 줄곧 엄마와 함께 있다. 그건 서로 마찬가지다. 엄마도 늘 그와 함께 있으니까. 엄마가 그를 돌본다. 그는 만(灣)이 되었다. _239쪽

시몽이 사망하자 평화가 도래했다. 클레르 누나에게 야릇하고 총체적인 평화가 찾아들었다. 요지부동의 평화가 깃들었다. 그 이후로는 날마다 그렇게 살았다. 모든 게 완수되었고, 누나는 그
저 완료된 뒤에도 살아남은 거였다. 혹은 완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랑이 떠나간 이 세계에서 누나는 여전히 떠돌았다. 그리고 모든 게 이미 오래전에 끝나버렸다는 듯이, 그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누나는 황야로 나가 거기서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 클레르는 시몽이 되고, 그 ‘곳’이 되었다. _262쪽

누나는 소변이든 대변이든 생리 현상을 들판에서, 즉 특정한 바위 옆이나 어떤 식물 부근에서 해결하길 좋아했다. 나는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누나는 즉시 흙이나 이끼나 나뭇잎으로 재빨리 흔적을 덮었다.
누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속했다.
누나는 ‘곳’에 속했다. _263쪽

저자소개

파스칼 키냐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8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네르뇌유쉬르야브르에서 태어났다. 대대로 언어학자와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5개 국어를 습득하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자라났다. 이러한 배경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오페라 작곡가라는 다양한 이력으로 이어졌으며, 그의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 에서부터 '마지막 왕국' 시리즈까지 일관되게 그 작품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페증과 68혁명의 열기,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벵센 대학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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