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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 이주혜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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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소설가 이주혜 첫 산문집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빛이 되어준 존재들을 향한
사랑과 우정과 연대의 마음

“우리가 새로이 시작할 또 다른 이야기의 뜨개질은 지금보다는 덜 외롭고 쓸쓸한 다가올 시간 속의 우리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프롤로그〉 13쪽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는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를 통해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존재와 현실을 힘있는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보여준 소설가 이주혜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나의 진짜 아이들》과 같은 책을 옮긴 번역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대를 학생운동으로, 30대를 출산과 양육으로 지나오며 마흔을 앞두고 번역을 시작했고, 그다음엔 소설을 썼다. 2016년 창비소설신인상을 받으며 소위 ‘늦깎이’ 데뷔를 한 만큼, 그 후 소설 집필과 번역을 오가며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으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두 권의 소설을 통해 보여준 치밀한 여성 서사의 관점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주혜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세계를 다잡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던 존재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힘든 집안일을 마치고도 늦은 밤 작은 상을 펴놓고 불경을 필사했던 할머니, 한없이 친밀하지만 태생적 불안의 근원인 어머니, 공동의 기억과 경험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여성들, 그리고 아직 자신이 하지 못한 이야기를 먼저 써서 들려준 작가들이다. 이주혜는 그들이 기꺼이 베풀어준 사랑과 우정과 연대의 마음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자신도 글쓰기를 통해 그 고마움을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그 마음이 뭇 사람들에게 닿아 묘한 위안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

“눈물은 맺혀 살아 있는 것들 사이에 깃든다”
결코 쉬워지는 법이 없는 삶을 진득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다독임

이 책 곳곳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눈물은 슬픔의 눈물일 때도, 기쁨의 눈물일 때도, 분노의 눈물일 때도 있다. 이 눈물은 주로 여성이 흘리는 눈물이다. 작가는 말한다. 눈물은 맺혀 떨어지지만 동시에 심어진다고. 그 눈물이 심어진 자리에서 무엇이 싹틀지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이주혜는 아직 소설가가 되기 전 육아와 살림의 하루 끝에서 온전히 ‘글을 읽고 쓰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밤의 시간을 떠올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쉽게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고 마는 여성의 삶을 고찰하면서, 작가로서 지금 자신의 책무는 무엇일지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의 원형이자 불안의 근원인 ‘어머니’라는 질문을 붙들고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떤 관계 맺기가 가능할지 고민한다.
이 산문집의 제목이기도 한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는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의 삶과 작품에서 큰 위안을 얻은 작가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쓴 글이다. 그는 비숍의 시 네 편을 들려주며 평생 영혼의 안식처를 찾기 위해 시인이 흘렸을 눈물의 의미를,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각자의 안식처를 찾으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나란히 놓는다. 결코 더 쉬워지는 법이 없는 삶을 진득하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다독임. 누구든 ‘눈물을 심어본 적’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 닿아 위로가 될 글이다.

문학 속에서 ‘다시 만난 여성’ 그리고 작가의 책무에 대하여

“언어가 없는 곳에 언어를, 빛이 없는 곳에 빛을 들고 찾아가는 자. 이것이 수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밝힌 작가의 정의다. 드러내고 밝히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기본 책무이고 이 기본은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손전등 하나의 역할을 통해〉 162쪽

이주혜는 《소설 보다》(2022년 봄호)에 실린 이희우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써냈을 때 그것을 읽는 나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내가 쓴 어떤 이야기가 다른 작가에게 비슷한 기쁨을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부 ‘눈물은 떨어지지만 동시에 심어진다’가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담은 글들로 이루어졌다면, 2부 ‘언어가 없는 곳에 빛을 비추는 사람’은 문학이라는 빛으로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가들의 역할을 읽어내는 작업이다. 여기서 쓰기 위해 먼저 ‘읽는 사람’인 이주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생의 고통 속에서도, 가부장제의 검은 그림자 아래에서도, 모성 신화의 모순 속에서도 기어이 문학이라는 조명으로 삶을 비추고 상처받은 영혼을 보듬으려는 작가들의 노력과 시도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리고 그 작품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자신의 질병을 하나의 문학적 주제로 바라보고 치열하게 기록한 작가였던 앨리스 제임스, 시의 힘으로 이슬람 가부장 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포루그 파로흐자드, 모성의 공포를 강렬한 서스펜스로 묘파한 사만타 슈웨블린,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주고자 했던 진 리스, 정체성과 이름 찾기의 과정이 요란한 투쟁임을 보여준 저메이카 킨케이드, 순환하는 돌봄에 관해 성찰하게 하는 델핀 드 비강 등… 총 17명의 작가와 그들 작품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이해가 여성 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맞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를 찾아 뛰어든 그곳에서
내 손으로 힘겹게 건져낸 보물이 결국 나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얼굴이길 바란다”

이 산문집의 〈프롤로그: 이야기의 코〉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다. 초여름 늦은 밤 하루의 피로로 지친 한 사람이 어둑한 골목길에서 ‘크고 환한 빛’을 발견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은 힘들고, 슬프고, 외로운 사람. 크고 환한 빛을 내는 곳은 뜨개방이다. 그곳에는 겨울을 대비해 포근한 털실로 옷을 뜨는 여인들이 있다. 그들은 이 지치고 외로운 사람이 어떤 사정, 어떤 기억, 어떤 눈물을 가졌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의 뜨개질’을 함께할 수 있도록 뜨개방의 문을 열어준다. 곁을 내준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말한다. “좋아하게 된 것들, 몰랐으나 어느새 알게 되었고, 다시는 몰랐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며, 지금의 나를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 되어버린 이야기들을 끊길 듯 끊기지 않는 털실처럼 찬찬히 풀어내” 보자고.
이 산문집의 글들을 관통하는 작가의 태도는 “다면체”인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남의 행과 불행을 제멋대로 짐작”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각성이다. 그리고 나의 눈물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타인의 눈물까지도 기꺼이 껴안으려는 온정의 실천이다. 불가해한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어서,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기 버거워서 외로운 당신을 위해 이주혜는 이 글들 속에 크고 환한 빛을 켜두었다. 누구든 그 빛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가기를, 그러는 중에 위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차

프롤로그: 이야기의 코 5

1부 눈물은 떨어지지만 동시에 심어진다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18
조명의 책무에 대하여 46
내 손이 당신의 얼굴을 건져내길 54
수모의 공동체는 어떤 방언을 쓰는가 60
기억을 안고 걸었다 70
이름에게 78
어머니 내게 송곳니를 심어주었네 86
악몽의 계보 94

2부 언어가 없는 곳에 빛을 비추는 사람
고통을 피우다 108
빛의 언어를 찾아서 122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쓰는 사람이다 136
손전등 하나의 역할을 통해 150
정체성 찾기가 요구하는 대가 164
순환하는 돌봄에 관하여 178
희생양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190
전복의 목적 200

본문중에서

눈물을 심어본 적이 있는 당신에게, 깨진 거울을 겁내는 우리에게 나는 오늘 화환처럼 무지개를 걸어주고 싶다. 산다는 게 다 그렇다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내느라 오늘도 모진 애를 쓰고 있으므로. 어린 날의 낙하는 크느라 그런 거라지만 오늘 우리는 끝내 추락하지 않기 위해, 기어이 생존자가 되기 위해 낚싯바늘 몇 개를 아래턱에 매달고도 숨을 쉬고 있지 않은가.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45쪽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도움을 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림자 노동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이름을 가지지 못한 것들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프게 상기해야 한다. 내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에 타인의 이름을 지우지 않는 일도 포함됨을 알아야 한다.
-〈조명의 책무에 대하여〉 50쪽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이 나도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뭔가를 기록한다. 그것은 내 다짐일 때도 있고 비루한 마음의 고백일 때도 있다. 너의 이름일 때도 있고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당신의 얼굴일 때도 있다. 로런스가 말한 ‘잠수’가 내겐 글쓰기가 될 터인데,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를 찾아 뛰어든 그곳에서 내 손으로 힘겹게 건져낸 보물이 결국 나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얼굴이길 바란다.
-〈내 손이 당신의 얼굴을 건져내길〉 59쪽

수모의 공동체는 공통 기억으로 굴러간다. 그곳은 여성이라는 이름의 방언을 사용한다. 그 언어를 체득하고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는 것은 기꺼이 미움과 불화를 각오하고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말과 같다.
-〈수모의 공동체는 어떤 방언을 쓰는가〉 68쪽

이름은 식별과 호명의 기본 수단이지만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건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선 정확한 명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왜곡과 혐오를 목적으로 하는 멸칭은 이름이 될 수 없다. 첫 이름이 정확하다면 이제 별명의 차례다. 정확함이 이름 붙이기의 기본이라면 이름 바꾸기의 전제는 애정이다. 오직 애정으로 붙이고 또 붙인 이름만이 길어질 수 있고, 우리는 마음을 다해 긴 이름을 부르는 수고로움을 자처할 것이다.
-〈이름에게〉 85쪽

정전은 다시 쓰여야 한다. 내겐 당장 어머니와 딸이라는 책이 필요하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는, 조력자와 서당 개 역할만 주어진 채 그들만의 서당을 얼쩡거렸던 우리만의 서사가 필요하다. 죄책감을 먹고 자란 서당개의 날카로운 송곳니로 고루한 책들을 실컷 물어뜯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그리고 새롭게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고 싶다. (중략) 존재하지 않는 책을 발견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기어이 쓰는 일밖에 없다.
-〈어머니 내게 송곳니를 심어주었네〉 91쪽

어쩌자고 이 여성들은 삶을 불태워가면서까지 문학에 닿기 위해 노를 저었을까? 여성이라는 신분, 병자라는 처지, 사랑조차 족쇄가 되었던 시대를 살아갔던 이 여성들이 유일하게 자유로웠을 때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면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고통을 피우다〉 120쪽

글을 쓰는 여자는 모두 생존자라고 했던가. 이 문장을 조금 고쳐 말하고 싶다.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생존자다. 그러므로 고통과 기쁨이 범벅이 된 모성의 양가성을, ‘생명을 젖으로 빨아대는’ 엄마 됨의 분투기를 증언할 때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쓰는 사람이다.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쓰는 사람이다〉 149쪽

처음 두 사람이 맞잡았던 손이 세 사람, 네 사람의 손으로 확장되며 함께 이룬 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그 원 안에 품을 수 있는 돌봄 대상의 수 역시 함께 커지는 것이야말로 순환하는 돌봄의 본질적 효과가 아닐까.
-〈순환하는 돌봄에 관하여〉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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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주혜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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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치우침 없는 공정한 번역을 위해 노력하는 번역가이자,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소설가다. 《프랑스 아이처럼》,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멜랑콜리의 묘약》 등 많은 책을 옮겼고, 소설 《자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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