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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에서 화려한 것에 가려 그것의 목적을 외면한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라고 애써 위로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밀린다. 그것이란 그랬다. 일견이어도 밟고 올라간 바위와 돌멩이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인데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지 못한 채 내 것이 아닌 것을 찾아 방황했던 날들에 후회에 식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가까운 이들에게 쏟지 못한 정(情)이었다.

물든 낙엽을 보는 어느 가을날일까. 무언가라도 해야한다고 느낀다. 철이 들었을 계절에는 그 뉘라도 설레임에 늦은 건 없다. 못난 단풍도 이쁜 잎도 모두 우리의 자취이기에 살아온 날과 같이 우수수 쏟아질 가을 이파리에도 하고픈 이야기는 많을 거다. 그 중 '네가 있어 나를 본다'며 지는 낙엽에도 '고맙다'는 독백을 넌즈시 건네며 회상하는 낭만은 삶을 헤아릴 줄 아는 거다. <늦계절의 연애편지>가 그렇다. 노란 은행잎을 들고 마냥 좋았을 그때보다 익어가는 날에 못다한 사랑의 가치를 물씬 배이게 한다.
<정이담, 논개애기씨 작가>

고맙소/ 11
식당 안주인/ 13
모기 문(蚊)/ 14
황혼의 새색시/ 15
노년의 꿈/ 17
손주들/ 18
능소화/ 21
세월살이/ 19
추억/ 23
몬 산다/ 24
웃으려고 하오/ 25
세월은 채권자/ 27
촌집/ 29
식사 예절/ 30
회상/ 31
노욕(老慾)일까나/ 33
80에서 만나자 /34
동창회/ 35
봄 마중/ 37
고희(古稀)/ 38
효도/ 39
단사(單詞)/ 41
건강은 한순간에/ 42
보고 싶습니다/ 43
세월유수(歲月流水)/ 45
작심삼일/ 46
자문자답/ 47
착각/ 48
위험한 계단/ 49
허물/ 51
정담(情談)/ 52
꽃/ 53
첫사랑/ 55
라떼 한잔/ 56
일장춘몽/ 57
세월/ 59
아름다운 꽃/ 60
가을 나들이/ 61
갈대의 계절/ 63
세월은 잠깐/ 65
인생 풍자/ 66
욕먹지 않는 삶/ 67
늙은 푸념/ 69
미안하오/ 70
회한/ 71
당신에게 보내는 쪽지/ 73
마음의 이사/ 74
본능의 삶/ 75
고희의 꿈/ 77
허물/ 78
고희연애/ 79
농민의 애원/ 81
코로나 때문에/ 82
고백/ 83
그림자 잊힌 지금/ 85
나무에 기대어 웃는다/ 86
나의 의지/ 87
사랑/ 89
참회/ 91
갈바람/ 93
3차 후유증/ 94
진국/ 97
인품이 최고/ 98
세월/ 99
나침판/ 101

첫사랑

비 내리던 날
희미하게 떠오는 옛 그림자
빗물에 녹지 않고
발을 맴돌며 흐른다
걸어온 흔적에 되새김을 뒤져봐도
이내 생각나지는 않는데
그 사람이라고
흐릿한 기억은 멍을 때리고

돌아갈 수 없는 그때
흘러간 과거의 아쉬움
비오는 날의 가로등 밑에서
말 못해서 잊히지 않던
그해 11월의 마지막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