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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큰글자책)

원제 : The Scarlet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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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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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미국 문학의 고전을 탄생시킨,
너새니얼 호손의 대표작 『주홍 글자』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 버킷리스트!
이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통이 과연 그렇게 큰 죄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어 토론을 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토론이다. 청교도 정신의 엄격함이 근간을 이루고 있던 초기 미국 땅에서, 그 정신과 윤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새로운 땅에서, 과연 ‘한 개인이 지닌 자연스러운 욕망과 본능은 그 윤리와 양립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적 질문이다. 작가는 엄격한 청교도 정신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그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진지한 질문을 통해 청교도의 윤리가 실현되고 있는 미국 땅이 진공 청소된 불모의 땅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곳이 된다.

큰글자로 읽는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출판사 서평

법과 윤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
『주홍 글자』
미국 문학도 크게 보면 서구 문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미국 문학은 우리가 이제까지 섭렵한 서구 문학과는 완연히 다르다. 그리고 미국 소설의 원조로 인정받고 있는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주홍 글자The Scarlet Letter』는 미국 문학의 그러한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뒤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 여러 나라의 각축장이 되었고, 그 가운데 북아메리카가 그 각축장의 중심에 있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다분히 다민족 국가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하지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데 주축이 된 것은 아무래도 최초로 아메리카 동부에 터를 잡은 영국 이주민들이다. 달리 말하면 미국은 영국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된다.
하지만 미국은 핏줄이 영국과 이어질지 모르지만 영국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미국 건국의 시조들은 그들이 몸담고 있던 구대륙에서 몸만 탈출한 것이 아니라 아예 그들과 연결된 탯줄을 끊으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당시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영국의 영광과 화려함을 새로운 땅에서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구약에 나와 있는 모세의 영광의 탈출이 역사 속에서 재현되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신대륙에 정착한 게 아니라 그 신대륙을 신천지로 만들기를 꿈꾸었다.
그러자면 당연히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제도가 필요했고, 새로운 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윤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청교도 정신이었다. 청교도는 물론 기독교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종교이기도 하다. 우리가 청교도로 옮긴 단어의 원어는 ‘프로테스탄트’다. 지금은 기독교 구교도와 대립되는 신교도 정도로 번역하고 있지만 본래의 뜻은 ‘반항하는 사람’ ‘항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영국의 영광과 화려함을 전면 부정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반항의 길을 택했는데, 이것이 이들의 종교ㆍ윤리ㆍ법ㆍ제도ㆍ정신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핏줄이 다른 사람들을 맺어주는 새로운 핏줄이 되었다.
우리가 『주홍 글자』에서 읽을 수 있는 청교도 정신은 서슬이 시퍼렇게 엄숙하고 엄격하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니 가혹할 정도로 엄격할 수밖에 없다. 헤스터가 감옥에서 나와 처형대로 향할 때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던 한 아낙네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당시의 청교도 윤리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한마디로 근검절약하며 죄를 짓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놀고먹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 일단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일한 만큼 벌어라!’ 이게 첫째 원칙이다. 그 원칙에 맞게 열심히 일을 하니 소득이 많다. 그러나 근면과 더불어 검소함과 절약이 미덕이니 벌어들인 돈을 펑펑 쓰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돈이 쌓인다. 그 돈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자본’이다. 자본이 쌓이니 자본주의가 저절로 생긴다. 재미있지 않은가? 적어도 미국의 경우 자본주의는 탐욕의 소산이 아니라 근검절약의 소산인 것이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된다. 미국 자본주의를 낳게 한 기본 정신이 그렇다는 것이지, 자본주의가 언제나 근검절약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돈에는 원래 그 자체 탐욕의 속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그런 순결함을 금세 잃게 마련이다.
그런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작품의 무대는 17세기 중엽 매사추세츠만(灣)의 보스턴이다. 영국에서 온 이주민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시기인 것이다. 즉 청교도 윤리가 엄격하게 확립되어 가던 시기다. 당시의 관점으로 본다면 간음을 범하고 사생아를 낳은 헤스터 프린은 극형에 처해야 하는 중범죄자다. 그녀는 극형은 면하지만 평생 가슴에 ‘주홍 글자’를 달고 다녀야만 하는 처벌을 받는다. 그것은 이런 범죄는 절대로 이들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 사회에서 소외된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그런 형벌을 내린 재판부가 그녀가 다른 곳에 가서 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다른 곳에 가서 주홍 글자를 가슴에 달지 않은 채 얼마든지 새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청교도 사회의 엄격함은 그곳 뉴잉글랜드만의 고유한 특성이지 결코 보편적이 아니라는 뜻이며 이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들이 편협하다는 것을 그들이 인정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들은 선택된 존재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죄를 짓고도 버젓이 살아갈 수 있는 타락한 곳이지만 이곳만은 순결한 곳이라는,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신천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을 종교와 법률과 윤리의 이름으로 엄격하게 실현하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타락한 자는 얼마든지 타락한 곳에 가서 살아도 된다는 뜻이다. 헤스터 프린과 딤스데일 목사는 한때, 이곳을 벗어나 유럽 땅으로 돌아가 새롭게 살겠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딤스데일 목사는 목사로서의 영광이 절정에 달했을 때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죽고, 딸과 함께 다른 곳에 가서 살던 헤스터 프린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살다가 목사 옆에 나란히 묻힌다. 왜 그들은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가서 버젓이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을까?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될 텐데 그러지 않았을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그리고 자연에는 그 자체 하나님의 뜻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연스러운 본능을 처벌하고 억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것이 진정 하나님의 뜻일 수 있는가? 인간들이 세운 인위적인 윤리가 어떻게 그렇게 절대적인 권능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작가는 그 질문을 통해 청교도 사회를 탄핵하지는 않는다. 만일 딤스데일 목사와 헤스터 프린이 뉴잉글랜드를 탈출해서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다면 청교도의 땅은 작가에 의해 처형당한 불모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딤스데일 목사와 헤스터 프린을 유럽으로 보내지 않고 이곳에서 죽게 만든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은 것은 이곳을 사람들이 살 만한 곳, 청교도 정신이 살아 있는 신천지를 이들도 함께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헤스터 프린은 죄를 범하고 고통을 겪은 바로 이 땅으로 속죄를 하기 위해 돌아온다. 그리고 그 속죄의 징표를 스스로 가슴에 단다. 그리고 힘들고 슬픈 일을 겪은 여자들에게 구원의 말을 해주면서 헌신적인 삶을 산다. 그러자 주홍 글자가 세상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의 징표에서 존경의 징표로 바뀐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던진 진지한 질문은 역설적이게도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한 청교도의 윤리가 실현되고 있는 그 땅을 진공 청소된 불모의 땅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준다. 국가 차원에서 엄격한 윤리와 법률이 존재하는 곳, 청교도 정신이 실현된 곳이면서 동시에 그 정신에 의해 마침내 억압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자연스러운 본능이 절멸되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작가가 꿈꾼 것이다. 작가의 그 꿈에 동참하면서 우리도 법과 윤리의 문제,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행복이라는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언제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그 질문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던져봐야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좀 더 사람다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 언제고 던져야만 하는 그 질문!

목차

1 감옥 문 앞
2 인정
3 면담
4 바느질하는 헤스터 프린
5 펄
6 총독 저택 방문
7 의사
8 딤스데일 목사
9 헤스터 프린
10 숲속에서
11 환희의 빛, 그리고 어두운 전조
12 혼돈 속의 목사
13 경축일
14 드러난 가슴속 주홍 글자
15 결말

『주홍 글자』를 찾아서
『주홍 글자』바칼로레아

본문중에서

프리즌 레인 감옥 풀밭 앞에 보스턴 주민들이 그렇게 모여 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세기 전 어느 여름날 아침이었다. 그들은 감옥의 거대한 참나무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끔찍한 일이 당장 벌어질 것 같았다. 어느 악명 높은 죄수의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청교도들은 무척 엄격했다. 그들에게는 종교와 법률이 거의 같은 것으로 여겨졌고, 둘은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벼운 것이건 무거운 것이건 공적인 처벌 행위는 모두 찬탄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처형대에 오르는 죄수가 이 구경꾼들에게 바랄 수 있는 동정심이란 참으로 보잘것없고 냉혹한 것이었다. 또한 오늘날이라면 가벼운 수치나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을 처벌도 그 당시에는 사형과 비슷한 정도의 준엄한 위엄을 띠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pp.12-13)

수많은 진지한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꽂히는 것을 느끼며 이 가엾은 여자는 최선을 다해 몸을 꼿꼿이 가누고 서 있었다. 하지만 군중의 엄숙한 분위기는 그녀를 더욱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천성적으로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이 여자는 가시나 독을 품은 군중들의 모욕이나 오만에는 얼마든지 맞서리라고 단단히 대비하고 있었다. (p.21)

“헤스터 프린, 설사 그가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그대 곁 처형대 위에 서게 되더라도, 그가 평생 동안 비밀스러운 죄를 마음에 감추고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그대의 침묵은 그 사람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소. 하나님은 당신 마음속의 죄악과 겉으로 드러난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런 공개 처형의 기회를 주신 것이오. 당신은 지금 그대 입술에 들이대고 있는 술잔, 입에는 쓰지만 영혼에는 축복인 그 술잔을 그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오. 필시 그 사람은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 그 술잔을 들지 못하는 것일 게요.”
젊은 목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달콤하고 낭랑했다. 호소력이 강한 그의 말에 사람들은 곧 헤스터 프린 입에서 남자의 이름이 나오거나, 아니면 죄를 지은 남자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처형대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pp.34-35)

그녀 앞에 미래는 없었다. 미래는 현재의 치욕을 씻어주거나 덮어주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련을 가져올 것이며, 그 새로운 시련은 언제나 지금 겪고 있는 시련처럼 견디기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미래는 결코 짐을 내려놓게 하지 않을 것이며 계속 똑같은 짐을 지고 가게 할 것이다. (……)
사실 그녀가 이곳 후미지고 외딴 청교도들의 식민지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마음대로 고향으로 갈 수도 있었고, 유럽의 어느 땅이든 택해 새롭게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치욕의 상징 역할밖에 할 것이 없는 이곳을 그녀가 떠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pp.47-48)

그녀에게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생겼다는 것, 그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닌가! 사람들은 그녀에게 죄의 징표로 분홍글자를 새겨놓았다. 그 글자의 힘은 너무 강력했고 불길했기에 그녀처럼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인간적 동정심을 그녀에게 베풀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이 벌을 준 그 죄악의 직접적인 결과로 하나님께서는 그녀에게 사랑스런 아이를 주셨다. 그 아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비록 더럽혀진 엄마의 가슴이지만 그 아이는 그의 부모를 영원히 인류와 그 자손에게 연결시킬 것이며 마침내 천국에서 축복받은 영혼이 되리라! (p.54)

“안 돼요! 당신에게는 절대로 안 돼요! 속세의 의사에게는 안 돼요!” 딤스데일 목사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의사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만일 내 영혼이 병들었다면 그건 영혼을 치료해주시는 분께 맡기겠어요. 그분만이, 만일 그런 선의를 가지고 계시다면 저를 치료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를 죽이시겠지요. 그분만이 그분의 정의와 지혜로써 모든 것을 바로 보시고 그에 따라 처분해주실 겁니다. 이런 일에 간섭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환자와 그의 하나님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p.83)

얼마 후 자리를 뜨는 의사의 얼굴에는 경악과 희열과 공포가 묘하게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얼굴만으로는 부족한 듯 온몸으로 무시무시한 광희를 내뿜었다. 심지어 미친 듯 천장을 향해 두 팔을 뻗고 방바닥을 두 발로 쾅쾅 구르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누군가 그의 모습을 보았다면 천국에 가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진 영혼을 맞이하며 기뻐 날뛰는 사탄의 모습이 바로 저러하리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다만 의사의 희열과 사탄의 희열 사이에 차이점이 있었다. 의사의 희열 속에는 놀라움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p.85)

사람들이 재난을 당한 곳에서는 언제나 그 빛나는 글자가 있었기에, 그 글자는 이제 지상의 빛 같지 않은 빛으로 사람들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A’라는 글자를 더 이상 죄악의 표시로 보지 않고, ‘능력(Able)’을 뜻하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 언제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 말이다. (pp.98-99)

“비밀을 밝히겠어요. 그분은 당신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 해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그분에게 지고 있는 빚, 믿음이라는 빚은 꼭 갚아야겠어요. 그건 제가 그분을 파멸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진실만을 밝히고 싶어요. 그렇다고 당신께 허리 굽혀 자비를 구걸하지는 않겠어요. 그분에 대해서는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이 어두운 미로에서 빼내줄 수는 없으니까요.” (p.106)

목사의 말을 듣고 있던 헤스터 프린은 자신이 하고 싶던 말을 할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문을 열었다.
(……)
“그리고 당신의 죄를 알아볼 그런 적(敵), 벌써부터 그런 적(敵)이 있었어요. 지금 당신과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어요.”
그 말을 듣자 목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뭐라고?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적이라고! 나와 한 지붕에서 살고 있다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pp.116-117)

그는 이상하게 불안해지는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헤스터와 함께 세운 출발 계획에 대해 하나하나 분명하게 따져보았다. 둘은 뉴잉글랜드나 아메리카 대륙의 황야보다는 구대륙이 도피처로 유리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목사의 건강이나 학식과 교양으로 보아 문명사회가 더 적응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계획을 도와주려는 듯 마침 항구에 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 그녀는 긴밀한 사정이 있으니 비밀로 해달라며 어른 두 명과 아이 한 명의 표를 부탁해 이미 구해놓았다. (pp.137-138)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의 생애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찬연히 빛나는 순간, 승리의 순간을 맞이한 셈이었다. 또한 그는 그의 지성과 학식과 웅변과 목사로서의 성스러움으로 당대 그곳 사람들 사이에 가장 높이 우뚝 서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헤스터 프린은 여전히 처형대 옆에 서 있었고 그 가슴에는 여전히 주홍 글자가 불타고 있었다. (p.162)

목사가 말했다.
“헤스터 프린, 부디 잘 있구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목사의 얼굴에 가까이하며 속삭였다.
“우리는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할까요? 우리는 함께 영생을 누리지 못할까요? 우리는 이제 이 모든 고통 덕분에 속죄한 게 아닌가요? 영원의 세계를 바라보고 계신 당신, 당신의 눈에 지금 무엇이 보이시나요?”
“쉿! 헤스터 프린, 쉿! 우리는 율법을 어겼소. 그리고 그 죄가 이렇게 무섭게 드러난 거요. 당신은 그것만 기억해야 하오.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오. 무엇보다 내가 고통 받고 있을 때 자비를 베풀어주셨소. 이 불타는 가책을 가슴에 안고 다니게 해주심으로 말이오! 저 무서운 노인을 내게 보내시어 그 가책이 이글이글 불타게 해주심으로 말이오! 또한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 군중들 앞에서 수치스럽지만 승리에 빛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셨소. 그 모든 고통 가운데 하나만 없었더라도 나는 영원히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오.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할지어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럼 안녕!” (pp.169-170)

그러나 헤스터 프린은 펄이 가정을 꾸린 낯선 지방보다 이곳 뉴잉글랜드에서 좀 더 진실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죄를 범했고, 이곳에서 고통을 겪었으며, 이곳에서 속죄를 해야 했다. 그녀는 이곳으로 오자, 지금이라면 아무리 냉혹한 재판관이라도 강요하지 않을 그 속죄의 징표를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헤스터 프린의 헌신적인 삶이 이어지면서 주홍 글자는 세상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 징표에서 존경의 징표로 바뀌었다. (……)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뒤, 오래되어 움푹 가라앉은 무덤 옆에 새 무덤이 하나 생겼다. 두 무덤은 가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유해가 합쳐질 권리는 없다는 듯 약간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두 무덤에는 공동으로 하나의 비석만이 세워져 있었다. 초라한 석판 한 장만으로 만들어진 그 비석에는 조각한 방패꼴의 문장(紋章) 비슷한 것이 새겨져 있었으며 거기에는 제명(題名)으로 볼 수 있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너무 어두침침해서, 그림자보다 더 어둡다고 할 수 있는 한 점 빛 때문에 겨우 글자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검은 바탕에 주홍 글자 A.” (pp.174-176)

저자소개

너대니얼 호손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040704

1804년 7월 4일에 매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17세기의 청교도를 선조로 모신 가정이었으므로 청교도 사상, 생활 태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작품을 썼다. 보든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시인 롱펠로와 호라티오 브리지 및 프랭클린 피어스와 생애의 친교를 맺었으며 1828년 최초의 소설 <팬쇼 Fanshawe>를 출판했으나 뒤에 미숙한 작품임을 깨닫고 회수해버렸다. 1837년 단편집 <두 번 들려준 이야기 Twice-told Tales>를 발표했으며, 1839년 경제적 불안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보스턴 세관에 근무했다. 그 후 1850년 그의 대표작이 된 <주홍글씨>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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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저자 진형준은 교수 겸 문학평론가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저자는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면서 인문대학 학장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상상적인 것의 인간학―질베르 뒤랑의 신화방법론 연구』『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미지』『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상징적 상상력』『상상력의 과학과 철학』『어린 여행자 몽도』『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루소의 식물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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