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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심장 : 김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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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통스럽고 아름답고 당대적인 노동소설 한 편을 읽는 행운”
_김형중(문학평론가)

〈2021 올해의 문제소설〉 선정
노동의 폐허에 스며든 잿빛 심장의 노래
‘기억의 증언자’ 김숨 신작 장편소설 『제비심장』 출간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김현문학패 수상 작가 김숨의 장편소설 『제비심장』이 출간되었다. 입양아, 철거민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이주 고려인까지, 제자리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에 주목해온 작가. 이번엔 사려 깊되 집요한 시선으로 조선소 하루살이 노동자의 삶을 뒤쫓는다.
김숨은 2005년 첫 소설집 『투견』을 시작으로, 16년간 스무 권이 넘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건 한번 붙들린 이야기에서 쉽사리 놓여날 수 없었기 때문일까. 데뷔 작품 두 편을 14년 후에 개작해 새로 출간하거나, ‘위안부’ 피해자 증언 소설 연작 다섯 권을 묶어낸 독특한 이력은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를 여전히 돌아보고 기억하는 이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김숨이라는 뿌리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은 그렇게 다시 새 가지를 뻗으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제비심장』은 그가 『철』 이후 13년 만에 다시 써낸 조선소 이야기다. 「철(鐵)의 사랑」(〈문장 웹진〉 2020년 6월호), 「철(鐵)이 노래할 때」(『릿터』 2017년 10/11월호) 등 그간 여러 지면을 통해 연작 형태로 발표했던 소설을 장편으로 엮었다. 같은 노동자를 세 부류로 나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등장은 그가 내내 조선소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를 겪었고,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처구니없이 죽어나가는 장면들도 지켜보아야 했다. 아울러 저간의 노동자 투쟁 속에 여성의 자리라곤 없었다는 사실, 한국의 가장 험한 노동 현장의 위험을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게 싼값에 외주했다는 사실도 확인해야만 했다. 『철』을 썼던 김숨이 다시 한번 조선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정황은 그렇게 이해된다. 그는 집요하게 윤리적인 작가니까.”_김형중(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조선소에서 버티는 건 쉽지 않아. 일하다 죽기도 하지.
그것은 조선소의 하루살이 노동자라면 누구나 아는 비밀이자 진실이다.”

“세계 1위 조선소가 되면 무엇 하냐? 누구와 같이 만든 세계 1위냐?”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여성 발판공 나윤옥 노동자(〈국민연금 체납 항의 기자회견〉, 2021. 9. 14.)

대한민국 조선 산업은 세계 1~5위를 모두 차지하며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주 실적 달성” “지난 한 해 전체 수주량 5개월 만에 달성” 같은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조선 산업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조선소 노동자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1등 조선소(2021년 7월 수주잔량 기준)라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년에만 두 명, 올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험관리평가 최고 등급 A를 획득한 조선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제비심장』의 노동자들은 병들고 아프거나 죽는다. 도장공들은 페인트와 시너 냄새에 피부가 일그러지고 후각을 잃는다. 발판공들은 철상자 안의 공중누각을 짓다가 추락한다. 용접공들은 강한 불꽃에 시력이 망가지고, 샌딩공들은 철알갱이와 불순물을 들이마시며 일한다. 조선소에서 가장 고되다는 포설공들은 전선의 무게 탓에 손목 인대가 파열되고 근육이 늘어나며, 죽기도 한다. 아무리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도, 용접 불꽃을 피하려다 허리를 삐끗해 다치거나, 위에서 떨어진 발판에 맞아 어깨에 금이 간 이들도 있다. 조선소 노동 현장에는 피할 수 없는 사고와 은폐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불 감시자인 ‘나’(혜숙)는 물량팀 노동자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받는 물량팀 노동자, 세 부류로 나뉜다. 조선소에서 하청을 주는 것은 노동자들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노란 완장을 찬 안전 요원들은 ‘도장과 화기 혼재 작업 금지’를 지키라고 지시하지만, 하청업체 반장들은 작업 기간 단축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한 노동자를 한꺼번에 들여보낸다.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 물량팀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 잔업을 빼먹거나, 작업 기한을 지키지 못해 눈 밖에 나면 다음 일감을 받기 어렵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탓에 산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하다 다치거나 죽어도 책임져줄 곳이 없다.

반장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뛰지 마.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해.” 뛰지 않으면 오늘 안으로 못 끝낸다는 걸 그들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안으로 끝내려고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펄쩍 뛰면서 말한다. “그러게 뛰지 말랬잖아.” (p. 61)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비릿한 피냄새가 맡아진다.
이상하다. 어째서 쇳덩이에서 피냄새가 나는 걸까.”

작품의 주 배경이 되는 ‘철상자’는 조선소에서 만드는 철배의 조각이다. 무게가 2, 3톤쯤 나가는 철판을 이어 붙여 더 큰 철판을 만들고, 그 철판을 짜 맞춰 철상자를 만든다. 60여 톤에 달하는 철상자 3백여 개를 조립해 연결하면 철배가 탄생한다. 철배의 일부를 구성하지만, 그곳에서 나올 수 없는 철상자는 중간착취의 욕망 아래 부품처럼 쉽게 쓰이고 소모되는 노동자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제비심장』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철상자 안에서 길을 잃는다. 작업을 끝내고 철상자에서 나오던 ‘선미’는 그 안에 갇혀 죽음을 맞는다. ‘나’는 당시 선미의 짝이었던 ‘최 씨’를 보며 그가 한 번쯤 뒤를 돌아보았다면 선미가 철상자 안에 혼자 남겨져 길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누구 탓일까’ 거듭 되묻던 ‘나’는 이윽고 깨닫는다. “하루살이 노동자인 나는(우리는) 조선소에서 유령과 같아 실은 철상자 안에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나는(우리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철상자 안에서 평생을 보내지만 철배를 본 적이 없다. 철배를 보지 못했듯, 조선소 주인도 본 적이 없다. 조선소 정문 전광판에는 ‘무재해 무사망’ 일수를 뜻하는 숫자 392가 떠 있다. 오늘은 392, 내일은 393, 그렇게 하루가 갈 때마다 1이 더해진다. 이 숫자가 0으로 돌아가면 안 되기에,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을 할 수 없다. 철배를 만들기 위해 다치고 죽어가지만, 결국 철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는 전광판 숫자에 가려진 진실을 알고 싶게 한다.

철배는 없다. 우리 중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으니 우리에게 철배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철배는 없지만 철배를 만드는 철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살보다, 뼈보다 철을 더 많이 만진다.
우리는 철배가 없다는 생각을 못 하는데 우리는 그것의 심장이 될 철상자 속에서 종일 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종일 철을 망치질로 때리고, 페인트를 칠하고, 철을 자르고 붙이고 다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것을 만드느라 불구가 되고, 병이 들고, 죽기도 한다. (pp. 94~95)

목차

제비심장
해설|우리는 세 부류로 나뉜다 · 김형중

제비심장
해설|우리는 세 부류로 나뉜다 · 김형중

본문중에서

반장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뛰지 마.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해.” 뛰지 않으면 오늘 안으로 못 끝낸다는 걸 그들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안으로 끝내려고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펄쩍 뛰면서 말한다. “그러게 뛰지 말랬잖아.” (p. 61)

탁, 탁, 탁, 탁, 지지직- 지지직- 불티 한 점이 날아와 작업화를 신은 내 발등에 떨어진다. 넋 놓고 있던 나는 놀라 뒷걸음질한다. 휘청거리다 애써 정신을 차리며 운이 좋았다고 중얼거린다. 불티가 작업화 속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니까. 재수가 없었으면 불티가 작업화 속으로 떨어졌을 테고, 더 재수가 없었으면 양말에 불이 붙어 발에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p. 72)

“세상 사람들이 우리 같은 하루살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을 것 같아? 세상 사람들은 철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모를걸.”
“세상에서 가장 큰 철배를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어요?” 내가 묻는다.
“우리에겐 조선소가 전부지만, 그들에겐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전부니까.” (p. 230)

나는 신나게 튀는 불티를 바라보다 철상자 안을 둘러본다. 다들 내일 작업 검사가 있는지 미친 듯이 일한다. 철상자에서는 시간이 서너 배 빠르게 돌아간다. 그래서 그 안의 우리는 세상 사람보다 서너 배 빠르게 늙는다. 우리의 얼굴, 손, 폐, 쓸개, 우리의 심장도. (p. 339)

저자소개

생년월일 -

저자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 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에 '중세의 시간' 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장편소설로 '백치들', '철'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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