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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 고등어[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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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고수리
  • 출판사 : 세미콜론
  • 발행 : 2020년 11월 17일
  • 쪽수 : 1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040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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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생의 모든 ‘띵’ 하는 순간,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민음사 출판그룹의 만화·예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한 ‘띵’ 시리즈는 한마디로 ‘음식 에세이’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이 시리즈는 꾸려질 예정이다. 1권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다혜). 2권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미깡), 3권 그리너리 푸드 [오늘도 초록](한은형), 4권 프랑스식 자취 요리[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재호), 5권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김민철)에 이어 6권 고등어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고수리)를 새롭게 출간한다.
각 권마다 주제가 바뀐다는 점에서 잡지 같기도 하고, 한 사람(혹은 두 사람)의 에세이로 온전히 채워진다는 점에서 일반 단행본 같기도 한, 무크지의 경계선에 이 책들이 놓여도 좋겠다. 그러면서도 시리즈의 고정된 포맷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제각기 자유로운 디자인과 내용 구성을 통해 작가의 개성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하였다. 판형은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본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용이해 부담 없이 일상에 자리하기를 바란다.
책의 모두(冒頭)에는 담당 편집자의 ‘Editor's Letter’를 싣는다. 이것은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지만, 단행본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 그대로’ 편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비하인드 편집 스토리를 소개하거나 짧게나마 책을 안내하는 문장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것은 편집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 더 가까이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이기도 하다.

출판사 서평

바다에서 밥상으로 연결되는 마음, 너울너울 파도처럼 일렁이는 마음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감히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엄마, 엄마의 엄마, 그리고 작가 자신이라는 엄마, 세 명의 ‘엄마’가 먹고 자란 짜고 비릿한 바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나눈 다정하고 정겨운 마음의 이야기.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고등어 노릇하게 구워 살을 발라 아이들 숟가락 위에 놓아주는 마음, 짜고 맵고 푸근한 밥을 먹으며 어딘지 안심이 되는 마음,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제일 먼저 엄마가 생각나는 마음, 맛있는 거 한입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 알면서도 좀처럼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마음까지…. 그 마음들은 모두 ‘사랑’의 다른 말이었다. 이 책은 그래서 모녀 삼대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사랑의 밥그릇이며, 삶 그 자체다.
제주 상군 해녀 출신인 할머니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생계를 위한 일터이자, 곧 숙명과도 같았다. 4․3사건의 비극을 겪고 피난을 떠나 정착한 곳도 강원도 삼척이었다. 할머니, 엄마, 작가 자신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생활은 억척스럽고 고달프면서도 보드랍고 따뜻했다. 짜고 비리면서도 고소하고 달짝지근했다.
이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른 것은 다름 아닌 고등어였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만만한 고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코 고등어다. 틈만 나면 구해다가 구워 먹고, 조려 먹고, 찜을 해 먹었다.

“엄마, 근데 우리 너무 짜게 먹는 거 아니야?”
“얘는. 우리가 샐러드 먹는 집은 아니잖니.”
할머니와 엄마,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가족을 굳건히 지켜낸 두 사람의 목소리


짠맛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생존 요소다. 생리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 그렇다. 짠맛이 우리 몸을 기능하게 했고, 짠맛이 우리 마음을 튼튼하게 했다. 그러니 이 책은 딸이 엄마가 되고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동안, 짭짜름한 바다 것들을 먹으며 울고 웃고 떠들고 힘을 냈던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다. 여전히 바닷가에 살고 있는 엄마와 지금도 밥상에 고등어를 자주 올리는 작가에게 앞으로의 모습도 아마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얄궂은 눈물도 바닷물만큼이나 짠 것이었다. 눈물이 많은 할머니와 엄마를 닮아서 자주 울던 고수리 작가에게 바다는 눈물의 집합소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짧지 않은 세월 흘린 눈물이 모이고 모여 깊고 넓고 푸른 바다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 심연에 자리잡은 바다는 꼭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눈물은 살기 위해 흘리는 감정의 배출인 동시에 기쁘고 뭉클한 마음의 소리 없는 폭죽이었다.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고수리 작가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삶이라는 드라마를 에세이로 풀어내며 주변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엮어낸 바 있다. 현재 창비학당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며 여전히 에세이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문체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용기와 위로가 되었다.
또한 등의 프로그램 방송작가 생활로 다져온 철저한 사전조사와 취재는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삶을 증언하듯 생생하게 쏟아지는 엄마의 말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고,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할머니 생전의 말씀들도 제주와 강원 사투리 그대로 되살아났다. 더불어, 치글치글 바작바작 폭닥 챨챨챨챨… 책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생동감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도 읽는 재미와 운율을 더해준다.
여기에 시간을 재구성하고 흡입력 있게 풀어내는 탄탄한 필력,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따스한 통찰력, 작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선한 호기심이 더해져,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웅장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가슴 아픈 한국사와 가탈 많은 가족사라는 커다란 서사 속에서도 하루하루 삶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장면들을 포착해 기록해냈다는 것. 평범한 주변의 일상과 매일 먹는 밥 한 끼도 작가의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보면 어느 하나 가슴 뛰지 않는 것이 없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집집마다 가족의 형태나 구성이 다르고, 또 살아온 시간의 결과 무늬가 저마다 지문처럼 고유하겠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사랑과 상처가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삶은 언제나 즐겁기만 할 수 없고 역시 반대로 고달프기만 하지도 않다. 사사건건 일희일비하는 존재가 인간이고, 희로애락이 파도처럼 반복되는 하루하루겠지만, 인생을 한 걸음 뒤로 떨어져 바라보면 먼바다로 이어지는 윤슬처럼 고요히 빛난다. 책의 표지에서 섬세한 붓터치로 표현된 바닷물의 일렁거림 그리고 눈부신 윤슬은 그런 삶의 장면을 담아냈을 것이다.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삶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건 어느 누구의 삶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짠맛이 나를 키웠다

엄마 손바닥 같은 가재미
먹을 만치만 톨톨 따다 무쳐 먹던
할머니의 바다는 어떤 색깔이었을까
볼그스름한 초여름의 맛
아랫집이랑 나눠 먹으렴
할머니는 꿈에서도 고등어를
웃음도 울음도 쉽고 다정하여
김 하나에 행복했지
곰국 꼬아내듯이 폭 꼬아내야 해
서서 밥 먹다가 엄마에게 혼난 날
엄마가 쥐여준 보따리를 먹기만 할 때는 몰랐지
혼밥생활자들의 집밥
내 젊은 날의 뒤풀이
엄마가 좋다니까 나도 좋아
배 속에 개구리가 울면
할머니의 빈집
헤어질 땐 맵고 짠하게 안녕
맛있는 거 한입이라도 떼어주는 게 사랑이지
엄마가 숨겨둔 이야기
동그랗고 빨갛고 따뜻한 한 그릇

에필로그 엄마가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웠다는 걸 알아

본문중에서

할머니가 물질하는 동안에 엄마는 테왁을 끌어안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들어간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짙고 깊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어린 엄마가 셀 수 있는 숫자가 다 지나가고도 바다는 조용했다. 파도만 처얼썩 치고 사방이 고요했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가 자꾸만 가슴을 때리는 바람에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을 때, 엄마는 눈을 감고 처음부터 다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 ‘프롤로그 : 짠맛이 나를 키웠다’ 중에서/ p.9)

자장가 같은 노래를 불러주며 나의 배를 만져주던 엄마의 보드라운 손바닥. 속이 쓰리거나 탈이 났을 때, 엄마는 나를 솜이불에 눕히고 손바닥으로 배를 쓸어주었다. 동그랗게 손바닥 온기가 스미면 아픈 배는 꿀렁이며 움직이기도 하고 쿠루루루 소리를 내기도 하다가 차츰 잠잠해졌다. 따스해졌다. 그러면 나는 아픈 것도 잊고 잠이 들었다. 엄마 손바닥에 배를 맡긴 그 시간이 좋아서, 조금만 꾸룩거려도 조로로 달려가 배를 까고선 엄마 앞에 누웠더랬다.
( ‘엄마 손바닥 같은 가재미’ 중에서/ pp.19~20)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음식을 만나본 사람은 알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 평생 기억에 남은 이유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어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위로 같다. 재료를 구하고 씻고 다듬고 만들어 전하는 수고로움과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한데 섞인 맛깔스러운 위로. 그런 음식을 입으로 넘겼을 때 나는 처음으로 미음을 먹어본 아기처럼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저 고맙습니다, 인사하며 울 것 같은 마음으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세상에는 이런 음식도, 이런 위로도 있다.
( ‘아랫집이랑 나눠 먹으렴’ 중에서/ pp.48~49)

그러나 그 후로도 나는 자주 부엌에 서서 밥을 먹었다. 아이 둘 홀로 육아하며 나까지 챙기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씩은 나를 위해 따뜻한 국을 끓여보고 고등어도 구워보았다. 집이 좁고 혼자 밥 먹는다고 불평하기에, 누군가 나의 수고를 알아주길 바라기에, 누가 해주는 밥이 그립다고 슬퍼하기에, 먹고사는 일상은 하루하루가 반복. 지겹고 지루했다. 먹고 돌아서면 또 배고프고. 밥을 지어 먹이고 먹으며 다시 힘을 내야 했다. 놀랍게도 살아가는 일의 절반은 밥을 지어 먹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 키우면서 깨달았다. 그러니 제대로 힘내서 살아가려면 나 스스로를 잘 챙기는 수밖에.
( ‘서서 밥 먹다가 엄마에게 혼난 날’ 중에서/ p.91)

“딸, 잘 들어라. 잘 들으래도 너는 듣지 않겠지만. 인생이 그렇다. 부모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일러줄 때는 귀찮고 부아가 나서 잔소리라고만 여겼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중요하게 느껴지고 중요하게 나타난단다. 그걸 깨닫고 배우고 싶어서 달려가면 부모는 없어. 그 맛도 이미 없고. 그게 얼마나 허망한 마음인지 아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중요하다 하는 것들에 대해 조금은, 아니 조금만 너그럽게 돌아봤으면 좋겠어. 엄마가 살아 있을 때 말이야.”
( ‘엄마가 쥐여준 보따리를 먹기만 할 때는 몰랐지’ 중에서/ pp.99~100)

혀는 맛을 기억했다. 소금, 설탕, 다진 마늘, 깨소금, 식초, 간장, 참기름, 매실액 같은 것들을 조금씩 넣어보다 어느 순간 동생이랑 나는 엄마가 해준 집밥 맛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손가락으로 한 꼬집 넣고서 조물조물 버무려 한입 와아암. 그래, 이 맛이야! 외치는 순간이 어찌나 뿌듯한지. 뭐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딱 맞는 간을 우리는 똑같이 찾아냈다. 세상에 같은 맛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사는 즐거웠다. 아무리 오래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산다 해도 ‘맛있다’라는 어떤 맛을 똑같이 알아보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 ‘혼밥생활자들의 집밥’ 중에서/ p.109)

할머니는 처음 말린 예쁘고 좋은 오징어들은 팔지 않았다. 예쁘고 예쁜 것들만 골라 묶어서 딸들부터 챙겼다. 멀리멀리 시집간 딸들에게 해마다 첫 오징어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나는 꼬꼬마 시절부터 오징어를 쫀드기처럼 질겅거렸다. 딱딱하고 짠 오징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침이랑 뒤섞여 짭짤한 바다 맛이 돌았다. 일일이 깨끗이 손질하고 빳빳이 늘린 손길의 맛이었을까. 뜨고 지는 햇볕을 머금고 바닷바람이 도닥거린 시간의 맛이었을까. 오래 매만져 굳세어진 짠맛이 나를 씩씩하게 했다.
( ‘할머니의 빈집’ 중에서/ pp.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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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나고 자랐다. 글 쓰는 나를 만든 몇 가지를 알고 있다. 엄마와 바다와 밤과 눈. 이 책은 엄마와 바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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