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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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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미승
  • 출판사 : 다른
  • 발행 : 2020년 06월 23일
  • 쪽수 : 2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633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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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가 우등상을 탈 수 없다는 게 사실입니까?
카레이스키라서요? 전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일제 강점기, 러시아에서 살아간 고려인들의 이야기


어두운 시대를 건너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시선에서 풀어내 온 김미승 작가의 청소년 역사소설 [검정 치마 마트료시카]가 출간되었다. 소설은 일제 강점기 러시아에서 살아야 했던 고려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라를 잃고 눈 시린 바다를 건너야 했던 디아스포라, 러시아 동쪽 끝 사할린에 첫발을 디딘 고려인들은 어떤 일을 겪었을까?
수많은 고려인 중 작가는 특별히 두 사람을 조명한다. 러시아 혁명가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알렉산드라와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노동자 김윤덕이다. 조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하바롭스크의 학교를 졸업한 열다섯 살 쑤라(알렉산드라 세묘노비치 김)의 모습 속에 김알렉산드라의 꿋꿋함이 담겼고, 소년 탄부 김현도의 석탄물 든 손끝에서 김윤덕이 되살아났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쑤라는 러시아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등상을 받지 못하지만, 철도국 통역관인 아버지가 직접 만든 ‘검정 치마를 입은 마트료시카’를 졸업 선물로 받는다. 블라디보스토크 여자사범학교에 진학할 꿈을 꾸며 마음을 다잡지만,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사라진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군에 발각되어 사할린으로 끌려간 것이었다. 쑤라는 홀로 길을 떠나 사할린의 가와카미 탄광촌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고된 노동과 멸시 속에 살아가는 현도를 비롯한 조선인들을 만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차오르는 뜨거운 분노와 조선에 대한 애틋함을 느낀다.

“보고 싶다 쑤라야, 미안하다. 기죽지 마라. 김두삼.”
다코베야의 낙서, 밟아도 아리랑, 조선어학교에 남은 아픔과 희망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쑤라가 만나는 조선인들은 모두 험난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우랄의 벌목장에서 나무몰이꾼을 하다가 다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기수대, 일본군에게 위협을 당한 뒤에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 수대의 딸 예분, 하굣길에 집까지 데려준다는 트럭에 탔다가 납치되듯 가와카미 탄광촌에 끌려온 현도, 탄광촌의 감옥형 합숙소인 다코베야에서 고된 노동을 견디는 박. 이들은 모두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고통을 당한다. 그럼에도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돕는다. 쑤라의 아버지 김두삼은 막장에 갇힌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어두운 다코베야의 밤에 조선인 노무자들은 손끝으로 벽에 낙서를 새기고 신음 같은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일본인이 떠난 사할린에 조선인은 학교를 세운다.
언젠가는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 땅에 돌아가기만을 바라며 참고 견디는 디아스포라 조선인들의 꿈은 푸른 바다 끝자락에서 환영처럼 일렁인다. 일본이 전쟁에서 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오도마리 언덕에 올라 자신들을 데리러 올 귀국선을 기다리는 조선인들의 통한과 눈물이, 시대를 건너 오늘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이렇듯 [검정 치마 마트료시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소녀 쑤라의 성장소설이자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오늘까지 이어지는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다.

목차

카레이스키 •007
아버지의 이름 •027
열차 안에서 •044
바니노 항구 •059
검은 섬, 가라후토 •068
탄광촌 사람들 •087
마트료시카와 뜸북새 •102
나는 사람입니다 •116
과외 선생 •130
밟아도 아리랑 •151
음모 •166
돌아오지 않는 배 •180

본문중에서

“치, 러시아는 나무도 살갗이 하얘.”
쑤라는 괜히 자작나무 껍질을 손톱으로 벗기며 투덜거렸다. 하얀 자작나무 껍질 위에 놓인 자신의 손등이 유난히 노랗게 보였다.
‘여긴 눈도 많이 오니까 세상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사람들 피부도 하얗고…….’
쑤라는 괜히 억지를 부리고 싶어졌다. 자신의 피부가 러시아 아이들처럼 하얗지 않은 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부모님이 조선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칙칙한 피부색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아버지의 나라 조선에도 눈이 올까? 그곳에도 자작나무가 있을까?’
쑤라는 문득 아버지의 나라 조선이 궁금해졌다.
(/ p.18)

상자 안에는 자그마한 마트료시카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상점에서 파는 마트료시카 인형과는 달랐다. 대개 마트료시카는 스카프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통통한 러시아 여자 모양인데, 이건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인형이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와, 아버지가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시다니.’
인형을 여니 그 안에 좀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고, 또 열어 보니 인형이 또 들어 있었다. 쑤라는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마트료시카 인형을 나란히 세워 놓고 바라보았다.
‘내 안에 다른 내가 둘이나 있네!’
(/ p.29)

오늘 탄광에 끌려온 뒤 처음 맡아 보는 생선국 냄새에 뱃속이 꼬르륵꼬르륵 요동을 쳤다. 앞에 늘어선 배식 줄이 까마득히 길어 보였다. 드디어 현도 차례가 되자 가슴이 설ㅤㄹㅔㅆ다. 바로 앞에 선 박진태가 받은 국에 청어 조각이 담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자기 것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자신의 국에는 살점은 없고 앙상한 가시와 국물뿐이었다. 국 통을 기웃거려 봤지만 청어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운 좋게 조각이 박진태에게 간 것이었다. 저 맛난 것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현도는 박진태의 식판에서 냉큼 청어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 순간 박진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박진태는 현도의 입을 벌려 청어 조각을 빼내려고 했다. 현도는 뺨을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그래도 입을 앙다물고 벌리지 않았다. 이대로 맞아 죽는다 해도 고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입속에서 느껴지는 청어 맛이 황홀했다. 현도는 고기를 꿀꺽 삼켰다. 순간 주먹이 날아오고 발길질이 쏟아졌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반장님,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 pp.114~115)

기다려도 기다려도 배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며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연히 시비가 붙어 나뒹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감당하기 힘든 절망감에 바다를 쥐어뜯기라도 하려는 듯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무심한 바다는 파도를 밀었다 당겼다 하며 저 홀로 놀고 있었다.
조용히 오도마리 항구를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어디로 갔을까?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갈 곳은 다시 막장뿐이었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자꾸만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보면 자신들을 태울 배를 더 먼저 발견할 수 있으니까. 쑤라 일행도 언덕에 자주 올라갔다. 다들 퀭한 눈으로 멀리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뿐이었다.
(/ p.189)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전남 강진
출간도서 8종
판매수 289권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다.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며 자나 깨나 열심히 읽고 쓰고 있다. 1999년 계간 [작가세계]에 시로 등단하여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 가는 시간이 환하다]를 펴냈다. 첫 청소년소설인 [세상에 없는 아이]는 2015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콘텐츠 제작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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