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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최윤이 1999년 이후 최근까지 계간지에 발표했었던 단편 여덟 편을 묶어 낸 소설집. 고통과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과 '배반'을 반복하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신작 소설 여덞 편을 담았다. 199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회색 눈사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하나코는 없다' 등과 마찬가지로 굵직한 주제의식, 새로운 형식미, 지적이면서 감성이 짙게 배어 있는 독특한 문체가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전하며, 인물과 사건의 불투명성, 모호함, 나른함 등의 서사와 문체가 갖는 특징을 강력한 시적 효과로 승화시킨다.

출판사 서평

잔잔한 일상의 질서에 파문을 예고하는 최윤의 신작 소설 여덟 편! "그래도 ‥ 삶은 ‥ 겪어볼 만한 ‥ 모험이다"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 수상 작가가 이야기하는 고통과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과 배반을 반복하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깊은 통찰 아름답고 절제된 문체의 다양한 변주를 보이고 있는 작품 세계로 문단의 높은 평가과 함께 독자들의 사랑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행복한’ 작가, 최윤이 1999년 이후 최근까지 계간지에 발표됐던 여덟 편의 소설을 묶어 소설집 『첫 만남』(문학과지성사, 2005)을 선보인다. 이번 책은, 2003년 장편 『마네킹』 이후로 2년 만이고, 소설집으로는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문학과지성사, 1999) 이후 무려 6년 만에 독자와 만나는 것이다. 현재 서강대 프랑스문화과(불문과)에 재직 중인 최윤은 요즘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2005년 6월 20~24일)의 운영위원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작가 최윤의 활동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그답게 한국 문학과 프랑스 문학을 기호학과 언어학, 그리고 비교문학 분야에서 연구한 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이고, 우리 문학을 프랑스어로 소개하여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열정을 쏟는 이름난 번역가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 초까지 만 2년 동안 시인 김혜순과 함께 『파라21』의 기획과 편집을 맡아 진보적이고 때때로 도발적인 젊은 문예지를 만드는 데 열의를 보이기도 했던 그다. 그야말로 문학이란 이름으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 우선하는 최윤의 이름값은 단연 한국 소설의 문체 미학에 있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 최윤’이어야 할 것이다. 1988년에 소설가로 문단에 본격 데뷔한 이후 4년 만인 1992년에 단편 「회색 눈사람」(『저기 소리없이…』 수록)으로 ‘이錯?剋鏶?? 이어 단편 「하나코는 없다」(『열세 가지…』 수록)로 ‘동인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한 그의 화려한 이력은 문단과 독자와의 소통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작가로서 보기드문 영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최윤의 문학에 집중되는 조명 중에는 단연 ‘역사의 실존화’와 ‘비극의 원죄화’라는 초기 작품에서 발견되는 굵직한 주제 의식, 고전적 소설 양식을 거부한 새로운 형식미, 그리고 지적이면서 감성이 짙게 배어 있는 독특한 문체에 대한 지적이 수위를 이룬다. “언어로써, 고통의 아름다움화를 통해 그 고통을 슬픈 아름다움으로 증폭시키는 비의의 언어만이 가능케 할 수 있는 문학”(김병익)을 하는 작가로서, “한국 소설사에서 조용하고도 의욕적으로 이어져온 소수 문학, 이를 테면 전통적 소설 양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려는 간헐적인, 그러나 꾸준한 시도들의 연속이란 흐름에 맥이 닿아 있는 작가”(정과리)로서 최윤은 이미 자기 세계가 확고한 문단의 중진이다. 또한 최윤은 인물과 사건의 불투명성·모호함·나른함 등의 서사와 문체가 갖는 특징을 강력한 시적 효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꾀하는 독자들의 욕구와 취향을 이용하되, 그 심연에 도사린 공포를 겉으로 표출시키고, 반복에 의한 일상화의 결말을 파국 혹은 무기력한 편입으로 끝맺는, 그러나 그것이 결코 결말이 아닌 미완결성의 소설의 전범을 추구하는 최윤의 소설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90년대 초 80년대 사회적 정황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던 최윤의 소설이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의 구분이 모호한, 두 차원이 서로에게 스며 훨씬 더 압축적인 세계의 지향이란 변화를 조용히 꾀해왔듯이, 이번 『첫 만남』에 묶인 여덟 편의 단편들 역시 거대 서사가 개인을 지배하는 작품보다는 일상 속 개인의 실존, 칼끝처럼 날카로운 섬세한 감각으로 생을 재단하는 개인의 삶과 죽음에 보다 많은 의미망을 걸쳐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발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것들은 작가의 생의 통찰들을 나긋나긋 속삭이는 원형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누구도 쉽사리 저항할 수 없을, 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장소진)들을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단호한게 한 글자 한 글자, 방점을 찍듯 분명한 목소리로 최윤은 말한(쓴)다. “사실 모든 작품은 이동의 기억이지”라고 말하는 최윤은 이번 작품집에서 자주 ‘이사’ ‘이동’ ‘이주 ’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 작품집들에서도 그래왔든 삶으로서, 문학으로서 일상의 ‘반복’이란 주제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삶의 기억을 투시한 작품이 이번 작품집에 여럿 수록되어 있다. 최윤은 올해 5월에 나온 『문학과사회』 여름호(통권 70)의 <이 작가>란을 빌려, 이번 단편집 『첫 만남』을 묶을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고 있다. “할 얘기가 하나도 없는데 입을 열면 말이 쏟아져 나오고, 써야 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책상 앞에 끝려가 앉아 쓰기 시작하면 글이 스스로의 작동 법칙에 따라 연결돼 나오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거지. 이번 작품집의 글들은 그런 식으로 씌어졌다고 보면 돼. 이 작품집에 들어 있는 한두 편의 작품을 쓰던 때의 상태는, 그것이 매우 위험스러울 수도 있는 예외적 순간들(여기에 실린 단편 가운데 상당수는 작가 최윤이 모친의 임종에 직면에 감당키 어려운 심적 고통에 직면했던 때의 자취를 담고 있다_편집자)이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 […] 나는 점점 더 (쓰고 말하는 개인의) 현실의 기동력으로서의 말의 확장에 더욱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돼. 외계인의 시선이지. 그것이 바로 나를 외계인으로 만들기도 하는 외계인의 언어의 윤리성이 아닐까 싶어.”_최윤, 「외계인의 사랑」,『문학과사회』 2005년 여름호, p. 253. “어떤 물보다도 더 단 말. 손놀림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것보다도 정교한 말의 공장. 어떤 투명한 사람보다도 더 투명한 말. 어떤 음악보다도 더 천상적인 음악. 어떤 사랑보다도 강한 말(글)의 사랑. 어떤 말보다도 더 진짜인 글. 상상해봐.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이 속도로 간다 치면 말(글)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야. 사라져버리는 것이 더 낮지 않겠어? […] 문학은 이런 경고 아니던가. […] 누구나가 감탄사를 발하기를 기대하면서 시대의 공장이 만들어내는 모든 새로운 것들이라 칭해지는 것들이 드러내는 것. 대부분 물질적 열광의 변주에 다름 아닌 그 지루한 반복이라니! 그 여일한 반복만큼 신기한 것이 또 있을까!”_최윤, 「외계인의 사랑」,『문학과사회』 2005년 여름호, p. 253~54. 이번 작품집에 해설을 쓴 평론가 김치수(이화여대)는 “떠돌면서 움직이지 않고, 말하면서 침묵하는 그의 독특한 문학의 힘”(p. 279)에 주목하며 최윤의 글(말)에 ‘떠도는 자들의 언어’라는 또 다른 별명 하나를 추가했다. 이방인의 정서와 이방인의 언어에 견주어진 최윤의 이번 작품집 『첫 만남』은 그래서 제목부터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의 흐름과 의식에 여행 끝에 닿을 수 있는 ‘첫 만남’을 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쁨과 고통, 고통과 아름다움의 존재 방식에 대한 통찰을 간곡한 언어로 또 한번 단련하는 최윤의 작업에 언젠가 평론가 유종호가 한 “문체지만 단순한 문체가 아니다. 글재주도 아니다. 많이 보고 생각하고 아팠기 때문에 문체로 빚어진 진실이다”라는 지적은 큰 설득력이 있다. 6년 여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독자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최윤의 『첫 만남』. 이제, 우리 시대 지리멸렬한 일상에 깊은 사유와 통찰, 그리고 찬란한 미소로 화답하는 작가 최윤에게 우리 독자가 화답하는 일만 남았다.

목차

그 집 앞
느낌
밀랍 호숫가로의 여행
굿바이

시설 - 우울한 날 집어탄 막차 안에는
2마력 자동차의 고독
파편자전 - 익숙한 것과의 첫 만남

작품 해설 / 떠도는 자들의 언어 _ 김치수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그 집 앞」(『문학과사회』 2004년 봄호) 화자 ‘나’는 3년 전, 10년 전, 그리고 아주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세상을 떠도느라 행방이 묘연한 세 살 위 언니 ‘K’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여덟, 아홉 살 되던 무렵, ‘K’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아무 말 없이 ‘이 집’ 문턱을 넘어 가족의 일원이 된다. 그때까지 안온한 축에 속했던 집안 분위기는 점차 음산한 고택의 정경을 취하며 가족들 모두에게 퇴락하고 귀귀한 더께를 씌운다. 10년 전 어느 날, 냉기와 예측할 수 없는 바람으로 가득 찬 집에 피를 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 듣고 모여든 형제들 앞에, 채 식지 않은 검붉은 피가 듣는 칼을 쥔 K와 피범벅으로 죽어 널브러진 K의 애견. 오랜 투병, 그러나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과 K가 자신의 강아지를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광경에 충격을 받은 (K를 제외한) 다섯 형제는 각자 객지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3년 전, 직업 여행가로 살아가던 K는 여섯째인 ‘나’의 서른 살 기념으로 사막 여행을 제안한다. 그러나 여행 도중에 K는 사막 한복판에 나를 버려두고 가버린다. “어떤 이들에게,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잊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불행한 자들에게 숨쉬기는 고난이지. 어떻게 이런 고난의 숨쉬기를 하지 않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니. 대체 너는 누구니. 언제부터인가 네 손길이 스치는 곳, 네 눈길이 머무는 곳, 너의 혀가 명명하는 사람은 스치는 것만으로,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명명되자마자 그만 몸을 비틀며 재로 변해버리는데 이런 영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찌 이 고난의 숨쉬기를 계속하지 않을 수 있겠니.” p. 16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 어쩌면 일생이 걸리는 실험들이 있는 거야. 그러고도 확인되지 않는 실험도 있겠지. 그러나 실험과 함께 이미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너는 아니?” p. 34 「느낌」(『동서문학』 2000년 여름호) ‘그녀’는 감각과 느낌에 무척 예민한 여자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한 남자 사원과의 사소한 신체적 접촉 때마다, 이상한 파장의 느낌을 갖게 된다. 그 기묘한 감각은 이후 그녀의 일상을 강력하게 지배해간다. 가령, 그 느낌과 감각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일부러 그 남자와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에도 그 느낌을 다시 상상하며 애초의 황홀했던 감각의 복원을 시도하고 그 정체를 분석하고자 하는 욕망에 집착한다. 점차 느낌과 관련된 현실의 영상이 희미해져갈 무렵 환영처럼 그녀 주위에 어른거리는 이상한 손을 감지한다. 동시에 타인의 손으로 관심이 옮겨간다. “당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일종의 한 감각. 그것은 약 5초간, 놀라운 속도로 그녀의 온몸을 돌고 난 후 그녀의 몸 안에 갇혀버렸다. 광속도나 소리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빠른 감각의 전달에 다른 이름을 준다면 그것은 느낌의 속도쯤 되리라.” p. 36 「밀랍 호숫가로의 여행」(『문학사상』 2003년 봄호) 부부 약사로서 순탄한 결혼 생활을 해온 ‘나’는 주식 투자로 빚에 쪼들리고 어학연수를 떠났던 딸아이가 행방불명되면서 삶의 위기를 맞는다. 급기야 ‘나’는 병원서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지만 남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다. 그러던 중, 남편과 함께 고향집 근처 한 낯선 별장에 머물게 된 ‘나’는 말없이 자신을 사흘 동안 버려뒀다가 돌아온 남편의 입에서 혼외정사로 ‘아이’가 생겼다는 고백을 듣는다. “뒤늦게 나는 기쁨과 고통은 별개로, 그렇기에 서로 상관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고통과 무관하게 투명한 기쁨이 존재하며, 어떤 기쁨으로도 자제되거나 삭감되지 않는 열정과 같은 고통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p. 87 「굿바이」(『21세기문학』 1999년 겨울호)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주인공이 자신의 공허감과 싸우며 밤마다 집을 나서서 떠도는 이야기. 주인공인 ‘그녀’는 6개월 전부터 매일 밤 고속도로를 달려 회사 동료인 남자의 집에 갔다가 몇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아침이면 출근하는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집에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불리우는 투병 중인 어머니와 가전제품 대리점을 경영하며 ‘가장’으로 지칭되는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임종을 맞고 주변을 정리하고서 나흘 만에 출근한 그녀는 동료들의 위로의 말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힘겹게 ‘실소’를 참아낼 정도다. 아버지는 체력을 단련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자마자 화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3

저자 최윤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8년 중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문학과 사회》에 발표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회색눈사람》, 《속삭임, 속삭임》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첫만남》 《숲속의 빈터》를 출간했다. 장편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마네킹》 《오릭맨스티》, 중편 《파랑대문》, 수필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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