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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생애의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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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발행 : 2005년 04월 11일
  • 쪽수 : 337
  • ISBN : 97889320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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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25전쟁으로 인한 실향의식과 삶의 뿌리찾기의식 등 체험을 토대로 한 깊이 있는 주제를 작품화함으로써 엄숙주의적 경향을 띤 작가로 평가받는 소설가 전상국 씨가 9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새 소설집.
 
1997년부터 2004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전상국의 글쓰기를 이끌어온 테마 '실종'을 중심으로 하여 각 작품이 동심원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거듭 떠나거나 사라지거나 숨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온 생애의 한순간』은 일상성의 공간이 우리의 실존적 도약을 좌절시키는 감옥인지 묻고 만약 그렇다면 거기서 벗어나 존재의 전환을 이룰 해방의 통로는 있는지, 또 어떤 방식의 삶이 그 탈출구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2003년 이상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플라나리아」, 표제작으로 곤충들을 찍으러 다니는 여자와 건축 회사를 다니는 남자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온 생애의 한순간」 등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

9년간의 침묵 끝에 다다른 전상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 일상의 어두운 벽을 깨고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투명한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 『온 생애의 한순간』 그들은 왜 숨고 사라지는가 소설가 전상국이 9년간의 침묵을 깨고 새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을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도 자신의 세계를 조용히 확장해온 전상국의 문학적 품새는 『온 생애의 한순간』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997년부터 2004년에 이르는 7년 여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전상국의 글쓰기를 이끌어온 테마는 ‘실종’이다. 『온 생애의 한순간』에서 사람들은 거듭 떠나거나 사라지거나 숨는다. 「너브내 아라리」에서 쏘가리 최씨는 반공포로라는 그의 이력이 불러오게 될 사회적 박해를 피해 장항리라는 오지 마을에서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제목 자체가 「실종」인 소설에서는 30년 이상의 시간적 격차를 둔 두 실종 사건이 겹쳐지면서 실종이라는 테마의 역사성은 우리 삶에 집요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이미지로 간다」에서 미지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형상화된 실종의 테마는 상실의 고통과 이것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사이의 간극이 펼쳐내는 정신적·물리적 공간 속에서의 방황의 몸짓을 낳기도 한다. 이보다 단순하게 「온 생애의 한순간」 「플라나리아」 「소양강 처녀」 등의 작품들에서 실종이라는 테마는 사귀거나 같이 살던 여자의 떠남이라는 행위로 구체화되고, 「물매화 사랑」에서의 그것은 「너브내 아라리」와 비슷한 은둔의 형태를 취한다. 이렇게 『온 생애의 한순간』에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소설들은 실종의 테마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물을 차례일 것이다. 그들은 왜 숨고 사라지는가? 일상이라는 벽을 부수고 투명한 언어로만 드러나는 존재의 본질을 찾아서 『온 생애의 한순간』에 수록된 전상국의 소설들은 이와 같이 ‘실종’이라는 테마로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죽음을 포함한 실종들은 일상성이라는 삶의 질서를 반성하게 만들고 그것에 길들여져 굳어지거나 이완된 의식에 금이 가게 만든다. 예컨대 「소양강 처녀」에서 한 여인의 사라짐은 일상적 질서 아래 감춰져 있던 욕망의 층위가 한 꺼풀씩 드러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너브내 아라리」에서 쏘가리 최씨의 죽음은 타락한 세계에 길들여져가던 주인공에게 “어느 때 어떻게 죽어야 다른 사람 속에 되도록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남기며 회사에 사표를 던지게 만든다. 작가가 이렇듯 실종의 테마에 집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으로 굴절되고 분화되는 삶의 다양한 층위들을 포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온 생애의 한순간』을 통해 연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물음들은 거칠게나마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일상성의 공간은 어떠한가? 과연 그것은 우리의 실존적 도약을 약속하는 성취의 장인가, 아니면 그것을 좌절시키는 감옥인가? 만약 후자라면 거기서 벗어나 존재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해방의 통로는 있는가? 과연 어떤 방식의 삶이 그 탈출구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가? 『온 생애의 한순간』의 인물들을 떠나게 하고 숨게 만드는 근본 동기는 “어디에도 갇히지 않”(「플라나리아」)는 자유에 대한 열망이다. 그러나 일상의 언어로 표현되는 삶은 범속함과 무의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작중인물들의 떠남과 실종이란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난다는 의미를 지닌 동시에 타락하고 불완전한 언어로부터의 탈출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삶을 범속함과 무의미함에서 구해내려는 실존적 도약의 시도로서의 실종은 따라서 진실한 창조와 생성의 언어를 회복하려는 의지와 동행하게 된다. 「물매화 사랑」에서의 그녀는 고부간의 갈등과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가지울에서 칩거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이유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는 근본적 문제는 의사소통의 단절이다. 그러므로 은둔의 삶을 통해 존재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그녀에게 필요해지는 것은 ‘반사회적 실어증’ 속에 상실된 언어를 되찾는 일이다. 그 언어는 존재의 본질을 정확히 지시하며 의미와 상징으로 활짝 피어나는 언어이며 이에 그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를 꿈을 통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창조의 언어다. 나날이 비속해지는 일상과 경박해지는 언어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흐려져 가는 존재의 의미라는 우울한 현대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전상국은 ‘실종’의 테마를 통해 그것으로부터의 탈출과 존재 회복의 가능성을 꾸준히, 단계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말은 내 앞에 없고 앞으로도 없을 그 어떤 것에 대한 꿈꾸기라고 할 수 있다.” (「물매화 사랑」) 『온 생애의 한순간』은 그러므로 ‘작가의 말’에서 비친 ‘아껴둔 얘기’들과 앞으로 이루어질 투명한 언어의 세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전상국 문학의 또다른 이정표이다.

목차

물매화 사랑
소양강 처녀
플라나리아
온 생애의 한순간
이미지로 간다
한주당, 유권자 성향 분석 사례
너브내 아라리
실종
 
해설 | 말이 꽃으로 피어날 때_권오룡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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