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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바이올린 : 태기수 희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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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태기수
  • 출판사 : 걷는사람
  • 발행 : 2019년 07월 05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128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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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두 번째 희곡집 태기수 작가의 [총과 바이올린]이 발간되었다. 태기수 작가는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해 소설집 [누드크로키], 장편소설 [물탱크 정류장] 등을 출간했다. 2013년 첫 장편소설 [물탱크 정류장]을 각색한 동명의 희곡이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으로 선정되면서 극작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희곡집에는 그가 소설과 희곡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한 3편의 장막극 [총과 바이올린] [물탱크 정류장]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실려 있다. 치밀한 구성으로 작품을 써 내려가는 태기수 작가는 소설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옥탑방에 거주하고 있는 한세종은 어느 날 자신의 집 옆에 놓은 물탱크를 열었다가 자신의 삶을 모두 도둑맞기도 하며([물탱크 정류장]), 인간에게 꼬리를 다는 실험을 하고 있는 생명공학 박사 닥터 프랑켄과 그를 지원해주는 정금단이 인공이 아닌 진짜 꼬리를 단 인간과 만나게 되는([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개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조리한 사회의 여러 단면들이다.

[작가]
저 친구는 사실 1년 전에 죽은 놈입니다. 제가 이사오기 전까지 옥탑방에 살았는데,
건물주가 보증금 올리는 바람에 은행 대출을 받아야 했고,
생활고까지 겹치자 불법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나 봐요.
사채꾼이야말로 가장 지옥에 어울리는 최악의 직업 아닐까요?
저 친구도 사채꾼들 횡포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감마저 탈탈 털리고, 결국 지옥행 열차에 탑승하고 만 거죠. 저는 이거 자살이라고 생각 안 해요.
건물주와 사채꾼 놈들이 지옥행 티켓을 강매한 결과라고 봅니다.
저 친구가 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해요.

[물탱크사내]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나는 이 지옥에서 저 지옥으로 간다.
빚을 받으려거든 저 지옥으로 찾아와라!
('물탱크 정류장' 중에서)

[BJ]
(무선마이크 들고) 기자는 지금, 천마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 송기태 씨가 부당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제 앞에 50미터 높이 철탑 꼭대기에서 300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략) 뭐라구요? 송기태 씨? 제 목소리 들리나요?
[송기태]
네, 말씀하세요.
[BJ]
바지에 달린 그 이상한 꼬리는 뭔가요?
[송기태]
기자님도 참... 정말 기자 맞아요?
[BJ]
아 예, 그걸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서요.
[송기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왜 고작 그딴 게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꽁무니 내보이며) 기자님은 뭐처럼 보입니까?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의 약자로 대표되는 인물들이다. 월세 방을 전전하다 자살을 선택한 사내는 죽었지만 현실세계에 계속 등장한다.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의 삶을 훔치기까지 한다. 이쪽과 저쪽의 방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옥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각자의 지옥에서 살아 남기 위한 싸움이 처절하게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불확실성은 존재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불안한 사회적 위치, 흔들리는 정체성, 불확실한 미래 등 불안의 유령을 춤추게 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은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 삶의 현실적 조건이 점차 각박해지는 시대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다른 삶을 모색하는 것, 혼란스러운 직업적 정체성을 내비치는 것도 이러한 '불안의 징후'와 '정체성의 혼란'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다.
이처럼 '나'를 규정짓는 현실적 조건이 불확실성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임을 확신할 수 있을까?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로 생존할 수 있을까? 태기수 작가는 이러한 존재론적 질문과 함께, 어둡고 우울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황홀한 악몽'의 형태로 그려보고 있다.

[총과 바이올린]에서는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웅적 삶을 살아간 안중근과 달리 아들 안중생은 남겨진 가족들을 보살피며 친일의 행적을 이어간다. 내적 갈등이 최고조로 이룬 순간 안중생은 아버지가 이토 히로부미를 쏜 총으로 자결을 한다.

은령 - (총구가 준생 쪽으로 향하게 총을 내려놓으며) 죽어라, 스스로....
준생 - 자결이라도 하란 말인가.
은령 - 그 총 기억하나?
준생 - 총?
은령 - 브라우니 권총. 이토를 쓰러뜨린 구국의 총.
준생 - 이게 그 총이란 말이오?
은령 - 그 총의 의미가 담긴 총이다.
준생 - 난 총잡이가 아냐.
은령 - (단호하게) 총을 잡아라. 넌 총 맞아 죽은 게 아니라 스스로 자결한 게 되는 거다.
과오를 반성하고 자살한 영웅의 아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준생 - 너도 각본을 써왔구나. 이런 빌어먹을! 양쪽에서 날 이용해먹고 있잖아.
('물탱크 정류장' 중에서)

- 민족 반역자가 되버린 영웅의 아들, 안준생
- 영웅이 아닌, 안중근이 아닌 안준생에게 조국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1939년 10월 16일,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죄한다.
안준생에게 "나라를 팔고 아비를 판 더러운 자식, 친일파, 변절자"라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국가적 영웅의 아들이었던 그가 민족반역자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 선택의 과정에는 무거운 심리적 고뇌와 압박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안준생에게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안준생에게 영웅은 무엇이며, 아버지는 무슨 의미였을까?

이 작품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안을 극적 상상으로 제시해본 것이다.

목차

총과 바이올린
물탱크 정류장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본문중에서

[물탱크 정류장]은 2010년 출간한 장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2013 년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으로 선정돼 그해 여름에 공연(이강선 연 출)했는데, 완성도 면에서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책에 실린 작품은 이 대본을 다시 쓰는 기분으로 개작한 것이다. 메타소설 형식을 접목한 실험적인 시도로 새로움을 더한 점이 대본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도 2010년 발표한 단편소설 [모르모 트 인간]을 각색한 작품이다. 단편의 서사 구조를 장편으로 확장시켜 희 곡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아쉽게도 아직 무대에 오 를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희곡집으로나마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다소 위 안이 된다.
[총과 바이올린]은 '변절자'로 비난받는 안중근 의사의 차남 안준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실제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많은 부 분 허구적 설정으로 빚어낸 일종의 팩션(faction)이다. 스튜디오 반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2017년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이강선 연 출)되었다. 올해 12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재공연을 하는 걸로 일정이 잡혀 있는데, 초연 당시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
2019년 5월 태기수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8
출생지 전북 임실
출간도서 8종
판매수 1,698권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 월간 [현대문학] 신인공모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출간한 작품으로 소설집 [누드 크로키], 장편소설
[물탱크 정류장] 등이 있으며, 공연작품으로는
[물탱크 정류장], [총과 바이올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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