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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표현 문제

원제 : Spinoza et le probleme de l'ex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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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는 들뢰즈의 박사학위 논문인 『차이와 반복』의 부논문으로, 국내에는 2003년 이진경, 권순모 번역으로 출간되었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의 전면 개정판이다. 이전에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표현” 개념을 스피노자의 텍스트에서 발굴해 낸 들뢰즈는 표현 개념에 비추어 스피노자의 철학이 일의성의 철학, 긍정과 기쁨의 철학임을 해명하고자 했다.

출판사 서평

긍정과 기쁨의 철학,
들뢰즈의 스피노자 읽기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박사학위 논문인 『차이와 반복』의 부논문으로, 국내에는 2003년 이진경, 권순모 번역으로 출간되었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의 전면 개정판이다. 이전에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표현” 개념을 스피노자의 텍스트에서 발굴해 낸 들뢰즈는 표현 개념에 비추어 스피노자의 철학이 일의성의 철학, 긍정과 기쁨의 철학임을 해명하고자 했다.

“어떻게 스피노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세기 전반에 스피노자는 데카르트를 추종하는 자, 특별할 것 없는 합리주의 철학자였다. 하지만 1968년 무렵에 프랑스의 몇몇 뛰어난 학자들에 의해서, 스피노자는 급진적이고 이단적인 사상가로서 그야말로 “재발견”되었다. 그 이후 스피노자의 철학은 학계와 대중들에게 급격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떻게 스피노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대 철학자 지젝은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가 불러온 파급력을 이렇게 야단스레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이 책은 들뢰즈 현대 철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이기도 하다. 가타리와 함께 하기 이전에도 그는 절대적인 내재성이나 일의성에 천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개념을 극단까지 밀고 나간 철학자가 스피노자이다. 감응, 역량, 관계 등 들뢰즈의 철학적 무기들은 스피노자를 읽으면서 다듬어졌다.
어떤 철학이 지닌 힘이란 그것이 창조하거나 그 의미를 갱신한 개념에 의해서 측정될 수 있다. 들뢰즈는 과거의 철학을 읽을 때마다 그 철학의 이념을 담는 개념을 포착해 낸다, 가령 흄의 주체성, 베르그손의 기억, 라이프니츠의 주름 등은, 철학사 연구자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개념들이다. 그것들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고전들은 현행적인 철학으로 변모하게 된다.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에서는 “표현”(expression) 개념이 문제다. 이 개념은 스피노자의 존재론, 인식론, 개체론 전체를 관통한다. 1부 “실체의 삼항관계”, 2부 “평행론과 내재성” 3부 “유한양태이론”에서 표현 개념은 각기 다른 수준에서 다루어진다. 신은 초월적이지 않고, 내재적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의 표현이다. 다음으로 관념은 그 대상의 결과도 아니고, 대상을 모방하지도 않는다. 관념은 표현적이다. 마지막으로 개체의 수준에서도 표현 개념은 작동한다. 정신이나 신체, 그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더 우월하지 않다. ‘나’라는 개체를 구성하는 정신과 신체는 별개의 실체들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두 표현이기 때문이다.

윤리학과 접합된 스피노자의 형이상학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표현 이론 전체가 일의성을 위해 봉사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의성이란 존재에 대한 순수한 긍정이고, 존재의 동등성에 대한 선언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은 윤리학과 접합된다. 일의성에 따라 존재 사이에 질적 구별이 없다면, 선과 악도 있을 수 없다. 스피노자는 니체의 윤리학을 선취한다. 관습적이고 보편적인 명령에 불과한 도덕은 폐기되어야 한다. 대신 우리는 더 큰 기쁨을 산출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노자의 철학은 긍정과 기쁨의 철학, 저 너머의 죽음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철학이다.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는 상당히 난해하다는 평판이 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실체, 속성, 양태 같은 추상적인 개념 속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그래서 3부 “유한양태이론”, 특히 15장 “세 가지 질서와 악의 문제”나 “16장 “윤리적 세계관”부터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매료시켰던 스피노자의 불온한 “무도덕주의”가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다루어진다. 이러한 결론을 미리 보고 대강의 방향을 잡는다면 책의 앞부분으로 돌아가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불친절한 책이다. 이 책은 학술 논문인 까닭에 저자는 근대 철학 연구자들을 그 독자로 상정하고 있고, 덕분에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스피노자나 데카르트의 주요 저작(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을 옆에 놓고 볼 필요가 있다. 들뢰즈가 축약해 놓은 부분을 풀어나가서 진도를 나가다 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이 책만 보면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철학을 전복한 자로 보인다. 그러면 스피노자와 데카르트 텍스트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자칫 놓치기 쉽다. 반대로 대개의 철학사 연구자들은 그 유사성 때문에 스피노자를 그저 데카르트주의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들뢰즈는 작은 차이들을 포착하는 데 탁월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텍스트를 살짝 비틀어 놓는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매우 감탄스러운 방식으로 그것이 완전히 상반된 철학적 의미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더불어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가 논문이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들뢰즈의 주장과 그 근거가 무엇인지 재빨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노력만 더 추가된다면 우리는 이 책을 들뢰즈의 다른 저서보다 쉽게 읽을 수 있고,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

목차

서론: 표현의 역할과 중요성

1부. 실체의 삼항관계
1장. 수적 구별과 실재적 구별
2장. 표현으로서의 속성
3장. 신의 이름들과 속성들
4장. 절대적인 것
5장. 역량

2부. 평행론과 내재성
6장. 평행론에서의 표현
7장. 두 가지 역량과 신 관념
8장. 표현과 관념
9장. 부적합성
10장. 데카르트에 반대하는 스피노자
11장. 내재성과 표현의 역사적 요소들

3부. 유한양태이론
12장. 양태의 본질 : 무한에서 유한으로의 이행
13장. 양태의 실존
14장. 신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5장. 세 가지 질서와 악의 문제
16장. 윤리적 세계관
17장. 공통 개념
18장. 3종 인식을 향하여
19장. 지복(至福)

결론 :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의 표현 이론(철학에서 표현주의)
부록
옮긴이 후기

본문중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순수 긍정의 철학이다. 긍정은 『윤리학』 전체가 의존하는 사변적 원리다. 여기서 우리는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의 관념과 어떻게 마주치고 그것을 사용하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사실 실재적 구별은 긍정 개념에 실제적 논리를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데카르트가 활용한 실재적 구별은 우리를 심오한 발견의 길로 안내했다. 구별된 항들이 상호 대립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실정성(적극성)을 그대로 간직한다는 것이다. 대립이 아닌 차이, 그것이 새로운 논리학의 정식이었다. (63~64쪽)

표현으로서 속성은 단지 “거울”이 아니다. 표현주의 철학은 두 가지 전통적 은유를 가지고 온다.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반사하는 거울과 나무 전체를 “표현하는” 씨앗이라는 은유다. 속성들은 우리가 자리하는 관점에 따라서 전자이기도 하고 후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본질은 속성들 속에 반사되고 다수가 된다. 속성들은, 그들 각각이 자신의 유(genus)에서 실체의 본질을 표현하는 거울이다. 거울이 이미지를 보는 눈과 관련되듯이 속성들은 필연적으로 지성과 관련된다. 그런데 나무가 씨앗 속에 함축되어 있듯이, 표현된 것은 표현 속에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실체의 본질은 속성들에서 반사되기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속성들에 의해 구성된다. 속성들은 거울이라기보다는 역동적 혹은 발생적 요소들이다. (89~90쪽)

마치 표현에 그것을 이중으로 만드는 논리가 있는 것처럼 모든 일이 진행된다. 스피노자는 문법에 매우 관심이 많았고, 우리는 “표현”의 언어학적 기원들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속성은 이름이지만 형용사가 아니라 오히려 동사다. 각각의 속성은 하나의 동사, 첫번째 부정사 절, 구별되는 의미를 지닌 하나의 표현이다. 그러나 모든 속성들은 단 하나의 동일한 것으로서의 실체를 지칭한다. 따라서 표현된 의미와 (자신을 표현하는) 지칭된 대상의 전통적 구별이 스피노자주의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121~122쪽)

그래서 윤리학적 물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어떤 변용들을 할 수 있는지, 우리의 역량이 어디까지 이르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는가? 실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수동적 변용들로 실행된다. 유한 양태는 그가 태어날 때, 이미 자신의 본질 혹은 역량의 정도와 분리되는 조건,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분리되고 그의 작용 역량과 분리되는 조건 속에 있다. 우리는 추론을 통해 작용 역량이 우리의 본질의 유일한 표현이라는 것, 우리의 변용 능력의 유일한 긍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앎은 추상적 앎에 그친다. 우리는 그 작용 역량이 어떠한지도, 어떻게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지 혹은 되찾을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능동적 존재가 되려고 구체적으로 시도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윤리학』은 다음과 같은 환기로 끝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을 때만 자신이 실존한다고 느낀다. 그들은 겪음에 의해서만 실존을 지탱한다. “(무지자는) 겪는 것을 멈추자마자,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멈춘다.” (272쪽)

저자소개

질 들뢰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25

프랑스 파리 출생의 철학자. 1944년 소르본에서 철학 연구를 시작하여 1957년 파리 대학 교수로 임용, 리옹 대학과 파리 제8대학에서 1987년까지 강의하였다. 장 이폴리트와 조르주 캉길렘의 지도로 쓴 DES 논문 1947을 기초로 한 첫 번째 단독 저서『경험주의와 주체성』(1953)과 『니체와 철학』(1962)은 실재의 근본적인 본성의 발견을 위해 이성의 제한된 힘을 강조하고 전통 철학의 허식을 조롱한 사상가들에 대한 연구였다.『차이와 반복』(1968)은 ‘차이’의 평가절하에 반론을 제기, 반복 자체에 차이가 내재함을 보여준다. 이어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1968),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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