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시인의 말 5

01 어떤 흔들림

아름다운 환영 15
미인 16
날마다 환희 17
낯선 여자 18
바람의 언어 20
나를 찾아서 21
무상 22
가는 봄 23
떠도는 시간 24
화이트 아웃 25
통증날개 26
안개비 28

02 다시 시작되는 세계

부메랑 31
닻줄 32
밤기차 33
벌 34
오월 35
찌 36
가을 숲으로 37
꽃이 걸어오자 산이 붉어진다 38
생의 몰락 40
야간개장 41
나비가 된 사람들 42

03 소란과 사람

물고기가 된 아버지 45
최선의 안녕 46
8.15 전야제 48
노모 49
전당포 50
장마 52
이것은 꽃이 아니다 53
눈부신 용서 54
유랑 56
늦깎이 57
휘발유 58
신탄진 60

04 그래도 사랑

봄 65
회상 66
눈물 클로버 68
선운사 동백 69
강물처럼 70
너 71
가원학교 72
홍숙이 74
고성 75
숫 76
한 줌 햇살 77

05 오래오래 빛날 기억들_1

희년에 맞이하는 부활주일 아침 81
내 사랑 나전에게 84
아름다운 산 86
향기로운 꽃이어라 88
돌아본 세월 90
비상하라 날개여 92
광야를 달려라 94
수묵화 같은 여자 96
색소폰 닮은 남자 98
원자력 연구소 100
임이여 그렇게 가셨습니까 102
당신은 우리의 사랑 104
연파선생 탄신 백주년에 106
빛나는 당신의 생애 108
임이 가시던 날 110

05 오래오래 빛날 기억들_2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112
층우여 아름다운 사랑이여 114
빛으로 채우소서 116
희망의 바람이어라 118
복지인이여 희망을 갖자 120
달려라 우리의 백마여! 123

작품해설│김완하 216
사랑을 통한 생의 확대와 심화

노금선 시인의 기억 어디쯤에 “슬픔의 처소”가 있다. 습지(濕地)는 시인의 몸 곳곳에 잠복해 있다. 슬로비디오처럼 재생되는 그 어디쯤에 시인이 거쳐 온 “어둠의 늪”이 있다. 이 시집은 뒤엉킨 “삶과 죽음의 간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피하지 않고 마주치는 것이 시인의 정공법(正攻法)이다. 더는 갈 수 없는 벼랑에서 선택한 것은 “긍정의 힘”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사흘 만에 요양원으로 돌려보낸 어머니의 치매, 해고당한 아버지의 노름, 이유 없는 학대, 폐결핵과 증오, 누가 불행 앞에 이토록 당당할 수 있을까. 시인에게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있다. 축복하고 감싸 안고 베풂으로 꿋꿋하게 걸어온 생의 기록이 한 묶음이다. 죽음이 찾아와 놀다간 자리에서 빛으로 걸어 나와 활짝 웃는 얼굴이 있다. 시인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그래도 사랑”이었다. _마경덕 시인


노금선 시인은 첫 시집 『꽃멀미』(2012년)과 두 번째 시집 『그대 얼굴이 봄을 닮아서』(2015년)에서 사랑의 감정을 자연에 비유하여 사랑을 노래한다. 시인의 새 시집 『그래도 사랑』은 사랑과 자연을 형상화 한 이전 시집들에 비해 구체적인 일상과 아픈 삶들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할머니가 즐거운 놀이를 하지만 그 놀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끔찍한 퇴행 행위이고, 소꿉놀이에 빠진 어머니는 자식도 못 알아보는 낯선 이가 되어버린다. 이 같은 쇠락의 시간은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함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지를 온전히 드러낸다. 그러나 시인은 무상함을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생의 이면이 지닌 심연을 발견한다. 시인의 의식은 허물어져 가는 시간을 애절하게 체감하면서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무상의 세상을 향해 걸어간다. 그는 자신에게 속하던 것들로부터 한걸음씩 멀어지면서 오히려 환희를 느낀다. 시인은 삶의 한복판에 머물렀을 때는 몰랐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삶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_조해옥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