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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해도 짐승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이며 다행입니다 시시한 사람들도 마주하면 가슴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따뜻합니다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기에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사람임을 소중히 간직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살아갈 줄 압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꿈꾸며 한순간도 버릴 수 없어 열심히 살았으며 떳떳하게 살지 못했어도 비겁하지 않았으며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지식은 과시하고 거만하지만 시시한 순수함은 진실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렵고 지겨웠어도 치사스럽지 않았으며 순수했던 시시한 사람들의 시시한 존재를 생각했습니다

천하고 두렵고 괴로운 삶도 부끄럽거나 서러워하지 않았으며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무미건조한 무색의 빛깔 없는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시간을 날마다 무사히 보내주면서 행복하다고 기도했습니다 어떠한 힘에도 굽실거리며 아부하지 않았으며 우아함과 근사함보다 소박함을 좋아했고 지혜로움보다 진실하게 살았습니다 모습은 늙어서 변해가도 순순한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시시한 사람이 시시하게 죽었을 때 시시한 사람들은 죽음도 아무것도 아닌 척 살아갈 줄 압니다 생명까지도 시시하게 여기며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시시하다고 생각했으며 해가 뜨지 않는다 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 「시시한 순수」 전문

0의 세계 - 15
1등은 싫다 - 16
1회용 쓰레기 - 17
60초 전 - 18
525600시간 - 19
K읍의 시인들 - 20
가장 맛있는 것(깊은 중독) - 21
가난한 데이트 - 22
가장 행복했었다 - 24
(갑)질의 맛 - 25
개구리의 재능 - 26
개망초 꽃에게 - 27
개소리 - 28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여자 - 29
고속버스를 타고 - 30
고통 - 31
교회로 가는 길 - 32
구두 만드는 할아버지 - 33
그리움 - 34
그림 속의 새 - 35
깨끗한 사랑 - 36
냉이 꽃(1960) - 37
내가 너무 많아서 - 38
눈(眼) 속에 있었다 - 40
달개비 꽃 - 41
대림산성 - 42
뒤돌아보지 말거라 - 43
똥(1955) - 44
똥구멍 - 45
리즈 테일러(2011. 3. 23) - 46
막걸리 한 사발 - 47
매력 - 48
무미건조하다 - 49
물푸레나무 한 잎보다 더 쬐그만 마디풀 한 잎의 여자 - 50
바람 - 52
밤에만 피는 꽃 - 53
불가능의 꿈 - 54
비둘기 - 55
살던 곳이 그리울 때가 있다 - 56
삶 - 57
샘골 - 58
선물 - 59
세월은 흘러서 간다 - 60
손 - 61
스쳐지나간 인연 - 62
아기가젤의 기적 - 63
시시한 순수 - 64
아부하는 사람들 - 66
아름다운 도전 - 68
언덕 위의 교회 - 69
어떤 시인 - 70
엄마의 자궁 - 72
온전한 사랑 - 74
외로운 것은 - 75
작은 새 - 76
주름살 - 77
젊음의 위상(K군에게) - 78
죽는 놈 - 80
중독 - 82
치매 - 83
컨테이너 집 - 84
코스모스 - 85
페이스북 - 86
편애하지 않는다 - 88
풀밭 - 89
풀, 제멋대로 사는 자유 - 90
하루살이 - 91
한 잔의 즐거움 - 92
해병대 - 93
허수아비 - 94
헌 구두 - 95
황소의 눈처럼 - 96
힘이 센 놈 - 97

K에게 온 글 -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