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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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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이리시 북어워드 2017 신인작가상 ★[이코노미스트] 2017 논픽션 기대작
★[선데이타임스] 2017 올해의 책 ★엘리먼트 픽처스 영화 판권 계약

전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몸이 굳어 가는 남편, 천진난만한 다섯 아이, 같은 슬픔을 겪은 친구,
얼음장 같은 아일랜드의 바다… 이들이 나를 지켰다.”


결말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누구에게나 예정된 운명을 알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올망졸망 세 아들을 키우던 행복한 젊은 부부에게 믿어지지 않는 불행이 닥친다. 촉망받는 영화감독이었던 남편의 불치병 때문이다. 온몸의 근육이 약화되어 결국은 호흡근 마비에 이르게 되는 ‘운동신경질환’은 보통 3, 4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3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남편의 병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쌍둥이를 낳고 꿈을 좇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남편 사이먼은 몸이 점차 굳어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게 되지만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시선 구동 컴퓨터로 소통해 영화를 만들었다. 아내 루스는 자신과 바다 수영 이야기를 써 <아이리시타임스>에 연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를 출간했다.
호흡 부전으로 응급 처치를 받던 남편은 산소 호흡기를 달게 되고 의료진의 반대에도 산소 호흡기를 계속 달고 살아간다. 남편이 집에서 투병 중이라 집안은 정신없이 들락거리는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차지한지 오래다. 루스는 다섯 아이들과 씨름하며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을 다짐하지만 가끔은 도망치고 싶은 일상에 눈물을 쏟기도 한다.
루스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친구와 함께 아일랜드의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고 점차 바다 수영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늘어간다. 초인적인 의지 없이는 견디기조차 힘든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그녀의 칼럼은 신문에 연재되자마자 아일랜드 전역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칼럼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부부의 삶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어떤 역경과 고통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이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
누구에게나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그런 고통이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온 몸이 굳어가는 남편을 지키며 다섯 아이를 키우는 저자의 고군분투기는 너무도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진공처럼 조여드는 무시무시한 불행을 향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녀에게는 비법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신비한 마법이라고 부르는 사랑의 힘. 소원을 비는 깊은 우물처럼 어떤 말이고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친구들, 그냥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 그리고 바다가 있다. 물론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수시로 흔들리는 인간이기에 전쟁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통상적인 질병의 예후를 비웃듯 발병 후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루스와 사이먼 부부는 햇빛처럼 찬란한 다섯 아이들을 키우며 아일랜드의 바닷가에서 활기차게 삶을 이어갔다. 감옥 같은 육체에 갇혀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이먼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시선구동 컴퓨터로 소통해 영화로 만든 최초의 영화감독이 되었고 그 모든 배경엔 당연히 아내 루스가 존재했다.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존재가 떠날 때 나는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루스는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얼음장 같은 바다에 매일같이 몸을 던진다. 사이먼은 결국 세상을 떠났고 비록 그 결말이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고 해도, 그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부부의 여정은 결코 예상할 수 없는 크나큰 여운을 남긴다. 슬픔과 고통의 서사를 있는 그대로 옮기지 않고 내면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통의 극복과 성장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이 책은 실화의 생생한 감동뿐만 아니라 문학성이 탁월한 작품으로서 감동을 더할 것이다.

목차

바다
나의 해변
미셸
친구들
공상
꿈속의 키스
행복
도망치는 날
에이프릭
운동신경질환이라는 병
비극을 겪은 아내들
슈퍼 히어로
진실게임
춤추는 손가락
사막에서 물 주기
두려움
자동차 걷어차기
음식
쌍둥이들
걱정
잃어버린 것들
늑대 혹은 판다
바다 유리
크리스마스
침대 공포증
살인 충동
휴가
다시 바다로 돌아오다
달빛 수영
파도가 들려주는 말들
마지막 인사
강아지 하치

감사의 글

본문중에서

세 살짜리 딸 세이디는 아빠가 눈으로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시선구동 컴퓨터를 쓴다는 말보다는 훨씬 더 낭만적이다. “아빠 눈한테 물어볼래.” 아이는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나를 사랑해!” 아이는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소리친다. 사랑은 남편이 우리에게 주는 귀한 선물이다. 나는 그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꽉 껴안는다. 남편은 그토록 놀라운 존재지만 그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나는 집에서도 그를 찾아 헤맨다. 그는 기도에 뚫어놓은 파이프로 숨을 쉰다. 그는 모든 것을 느끼지만 근육을 움직일 수 없다. 나는 그의 가슴에 엎드려 기계가 내는 호흡수를 센다. 손을 잡아도 그는 내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만이 그의 유일한 소통 창구다. 그러나 그를 찾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 영혼이 그러기를 바라고 그의 영혼도 바라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운동신경질환(MND, 운동신경세포가 퇴행하며 소실돼 근력이 약화되는 질병으로 루게릭병도 이 질환에 속한다-옮긴이)에 걸렸지만 궁지에 몰린 건 아니다.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 용감해져야 한다.
(/ pp.9~10)

시골에 살면서 셋째를 임신한 나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실에서 사이먼을 기다리고 있다. 초록색 상의 때문에 내 배가 라우스 카운티와 모너핸 카운티의 경계를 이루는 아름다운 둥근 동산처럼 보인다. (…) 훗날 그 순간은 내 생애 최초로 공상을 후회했던 순간이 되었다. 왜 좀 더 주의 깊게 보지 못했을까? 왜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을까? 아버지의 발자국 모양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의사가 나를 부른다. 사이먼은 몹시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 책상 뒤에 앉은 전문의가 입을 열자 내 귀에서 모든 소리가 빨려나간다. “유감스럽게도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사이먼의 목소리가 더는 대문자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죠?” 나는 울먹이며 묻는다. 3, 4년 정도 산다는 대답이 나온다. 산다고? 머릿속에서 대문자로 비명이 울린다. 운동신경질환은 공상을 무너뜨리기에도 적당한 이유가 아닌데 이젠 내 인생을 무너뜨릴 모양이다.
(/ pp.37~38)

우린 다들 기억한다. 갤런은 중앙분리대가 있는 N11번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러다 갓길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에 머리를 부딪쳤고 헬멧이 둘로 쪼개지면서 그의 척추도 부서졌다. (…) 수영을 하고 나온 우리는 벌벌 떨면서도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내 입술은 파랗게 질린다. 미셸의 얼굴은 환하게 열린 것 같다.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키가 더 자란 느낌이다. 에이프릭은 그저 깜짝 놀란 표정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미셸에게 인사를 건넨다. “갤런은 어떻게 지내요?” 그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며 바닷물에 젖은 미셸의 팔을 꼭 잡는다. “정말 대단해요. 둘 다 참 대단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당신들은 정말 용감해요.” “맙소사, 미셸! 이러니까 우리 ‘비극을 겪은 아내들의 클럽’ 같아.” 내가 중얼거린다. “그럼 대체 에이프릭은 여기 와서 뭘 하는거야?” 미셸의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 pp.85~89)

“나도 운동병에 걸릴까요?” 레이프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묻는다. “아니, 넌 절대로 운동병에 걸리지 않아.” 내가 대꾸한다. 아이가 일주일 내내 절룩이며 걸어 다녀서 결국 내가 학교로 불려간다. 아이는 걱정스런 얼굴로 양호실 침대에 누워 있다. “있잖아, 잘 들어봐!” 나는 크리스마스 때처럼 신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의사들이랑 과학자들이 다 같이 아빠의 피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니? 우리 가족 중엔 아무도 절대 운동병에 안 걸릴 거래. 그분들이 약속했어.” “정말이에요?” 레이프가 더듬더듬 묻는다. “‘진실’이야.”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발 아픈 게 훨씬 나아졌어요.” 아이가 인정한다. 내가 제안한다. “그럼 바닷가에서 뛰어보자.” (…) 아빠가 집에 없는 걸 아이들은 싫어한다. 시끄러운 에어 매트리스가 텅 비고 휠체어가 차지하던 넓은 공간도 휑하다. “아빠는 어디 갔어?” 사이먼과 간호사들이 사라지면 헌터가 울먹울먹 한다. 나는 속옷 바람으로 다니며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싶은데 아이들은 겁에 질린다. “나는… 아빠… 보고 싶어!” 흐느끼며 눈물을 삼키는 사이사이 헌터가 울부짖는다. “우리는 아빠 없는 거 싫어!” 아이들 모두 징징거린다.
(/ pp.102~104)

우리 부부의 결혼사진 앞에서 세이디가 작은 가슴을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다. “왜 나는 결혼식에 못 갔어? 왜 아빠는 말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해? 아빠는 아픈 사람이야? 아빠는 괜찮아? 아빠도 영원히 우리랑 살 수 있어?” 아이가 흑흑 흐느낀다. 오, 안 돼. 또 시작이군. 내 두뇌가 비명을 지른다. 이런 날이 올 것인지 사실은 궁금했었다. “왜 아빠는 옛날처럼 걸을 수도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해? 그건 다 그냥 옛날 일이야?” 아이의 작은 몸을 덥석 껴안는다. 아이의 젖은 뺨에 속삭이며 나도 좀 더 마음의 준비가 되었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엔 구차한 말로 변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아빠도 마음속으론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이야. 아빠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해.” “아빠 마음속에서 옛날 아빠가 나오면 되잖아. 왜 그게 안돼?”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준비해둔 내 말이 아이의 질문에 뭉개진다.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들의 논리로도 디즈니 만화의 진부한 대사 정도는 쉽게 무너진다.
(/ pp.185~186)

“한가위 보름달은 올해 9월 16일에 뜬대요.” 그녀가 자료를 읽어준다. 그럼 그렇지.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믿어지지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메리언이 바짝 경계하며 묻는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사이먼과 제가 9월 16일에 결혼했어요. 그날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고요.” (…) “왜 여자들만 물에 들어가요?” “왜냐하면여긴 레이디스코브이고 우린 인어거든.”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수다를 떠는 사이사이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치자 환호성과 가쁜 숨소리가 들려온다. 질투를 느낀 사내아이들도 물에 따라 들어온다. 우리는 재빨리 매끄러운 바위 쪽으로 건너가 거듭 다이빙을 한다. 갤런은 초능력 개 캐스퍼에게 막대기를 계속 던져주고, 캐스퍼는 끙끙대며 헤엄쳐 막대기를 물어온다. 그 개는 우리 모두와 경주를 해도 가장 빠르게 바위를 기어오르는 녀석이다. 기분이 황홀해진 우리는 예상보다 오래 바다에 머문다. 결국 나는 덜덜 떨며 손톱 밑에 해초가 가득 낀 채 뾰족한 바위 사이로 기어 나온다.
(/ pp.23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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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루스 피츠모리스(Ruth Fitzmauric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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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라디오 작가와 PD로 일했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사이먼과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운동신경질환MND(Motor Neurone Disease)이라는 진단과 함께 3년 시한 선고를 받는다. 호흡 부전으로 응급 처치를 받던 남편은 뜻하지 않게 산소 호흡기를 달게 되고 의료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산소 호흡기를 계속 달고 살아간다.
남편의 병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쌍둥이를 낳았고 꿈을 좇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몸이 점차 굳어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게 된 남편은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시선구동 컴퓨터로 소통해 영화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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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라, 영문도 모르고 입학한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 후 영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시간 여행자의 아내][마음의 시계][미스테리오소][대실 해밋][모든 것의 이름으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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