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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인간과 동물의 건강, 그 놀라운 연관성

원제 : ZOOBIQUITY-What animals can teach us about health and the science of hea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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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매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는 빠져들었다.” -아툴 가완디

    아툴 가완디와 최재천 우희종 교수도 극찬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세계 의료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비퀴티(zoobiquity)’ 개념을 온갖 흥미진진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대중과학서다.
    의사인 내터슨-호러위츠와 과학 저널리스트 캐스린 바워스는 동물의(그리고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치밀한 조사연구를 통해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한데 아우르는 새로운 의학적 관점에 이른다. 바로 ‘주비퀴티’, 수의학과 인간의학의 관계와 경계를 재정립하는 접근법이다. 저자들은 이 ‘통일적 관점’으로 진화 이론과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수의학, 동물학 등을 넘나들면서 우리의 눈을 가려온 벽을 허문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의 질병 치료에서 일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판사 서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물의 원점(原點)에서부터 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인간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동물에게서, 수의학에서 찾는다.
    의료계를 바꾸고 있는 ‘주비퀴티(zoobiquity)’ 개념을 창안자 자신이 르포처럼 정리한 대중과학서.
    ‘원헬스(One Health)’ 운동의 핵심 저작 한국 첫 소개.


    동물에게서 인간의 병을 보다: 심장 전문의인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는 어느 날 특별한 환자를 보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의 황제타마린이었다. 이 작은 원숭이의 병든 심장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야생동물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급성 심장 질환으로 죽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증세와 똑같았고, 병든 세포의 모양도 똑같았다. 단지 병명만이 달랐다.

    놀라운 발견의 여정: 이 경험을 계기로 내터슨-호러위츠는 과학 저널리스트 캐스린 바워스와 함께 의학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발견의 여정에 오른다. 우선 인간과 동물의 질병과 생리 반응, 생태가 얼마나 겹치는지 알아보고자 일련의 질문을 제기했다. 동물도 유방암에 걸리는가?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은 어떤가? 백혈병이나 흑색종은? 성병 감염은? 동물에게도 강박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이 있을까? 약물중독과 남용은? 동물도 자해나 자살을 하는가? 그리고, 둥지를 떠나는 청소년기 동물들은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까.
    찾아낸 답은 놀라웠다. 공룡은 암을 앓았다. 말은 자해를 한다. 고릴라는 우울증에 걸린다. 골든 리트리버, 재규어, 캥거루, 흰고래는 유방암에 잘 걸린다. 도베르만은 강박 증상을 보이기 쉽다. 새와 물고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졸도한다. 코알라들은 성병으로 죽어간다. 조류에서 사슴, 왈라비, 코끼리까지 많은 동물이 자연의 환각물질에 즐겨 취한다. 암말은 색정증에 걸릴 수 있다. 청소년기 동물은 인간 아이들처럼 위험을 무릅쓰곤 한다. 그리고 ‘공포의 생태’ 현상은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주비퀴티-의학과 수의학, 진화의학의 결합: 동물의(그리고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치밀한 조사연구를 통해 저자들은 흥미롭고 의미 깊은 사례들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병과 다른 동물들의 병을 아우르는 새로운 관점에 이른다. 이름하여 ‘주비퀴티(zoobiquity)’다. ‘동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zo’에 ‘모든 곳’이라는 뜻의 라틴어 ‘ubique’를 붙여 만든 이 개념은 수의학과 인간의학, 진화의학의 새로운 결합을 지칭한다.

    인간의 병, 동물에게서 해법을 본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동물이 인간과 함께 앓는 병들에 수의학자들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학에 크게 도움이 될 방식들이다. 흑색종에 걸린 반려견, 백혈병이나 림프종에 많이 걸리는 고양이의 치유 백신이 그런 예다. 또, 열두점박이 잠자리의 ‘감염성 비만’은 인간 비만의 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스트레스나 고립, 권태 때문에 촉발되는 동물 자해의 치유법 역시 인간에게 거의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의 옆구리를 계속 물어뜯는 종마는 암말과 함께 풀을 뜯게 하고 깃털뽑기장애가 심각한 반려조는 다른 새장 옆으로 옮겨주면 모두 자해를 멈추는데, 이런 방법은 면도날 따위로 자신의 몸을 긋는 ‘커터’ 등 인간 자해 행위자에게도 효과가 크다.
    그뿐 아니다. 우리의 동물 조상이 두려움, 불안, 스트레스의 영향 아래 발달시킨 섭식 전략은 기말시험 내내 연신 캔디바를 먹는 대학생이나 출장 떠나기 전 쿠키 한 줄을 해치우는 회사 간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지렁이의 머리를 물어 끊고는 차가운 흙 속에 1,000마리도 넘게 보관하는 두더지, 햇병아리를 수십 마리 죽여서 헛간 선반에 쌓아놓는 가면올빼미, 당장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곤충을 거미줄로 돌돌 말아 ‘테이크아웃’ 포장을 해놓는 거미 등은 강박적 저장증후군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야생에서 하루 종일, 연중 내내 벌어지는 ‘안전치 못한 성행위’의 결과에서도 배울 게 많다. 무수한 동물이 성병에 감염돼 있는데, 그럴 경우 짝짓기에 적극적이 되기도 한다(심지어 식물도 성병에 걸리면 ‘문란’해진다). 이런 생태들을 면밀히 관찰하면 교활한 성병균이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을 침대로 뛰어들게 만드는지까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책 전체가 ‘동물에게(그리고 식물과 미생물에게서도) 배우기’의 사례로 넘쳐난다.

    1.4%의 빛에 눈멀어: 인간은 동물계에서 가장 뛰어난 종이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차이는 1.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데카르트와 모차르트, 우주 탐사와 분자생물학 연구를 가능케 한 특질들이 들어 있다. 그렇다 해도 1.4퍼센트의 눈부신 빛 때문에 우리는 98.6퍼센트의 유사성과 거기서 얻어낼 수 있는 엄청난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는 그 뿌리 깊은 유사성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탐사하고 채굴한 기록이다.

    농담만은 아니다: 수의사들 사이의 농담 하나. “의사를 뭐라고 하면 되지? 인간이라는 종 하나만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지.” 의사들은 수의학에 관심이 없고, 지식은 더욱 없다. 게다가 오만하다. 동물을 다루는 의사를 동료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의 토대를 이루는 생물학 전체가 ‘우리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에 기대고 있다. 이 책은 의사들, 나아가 인간 일반의 이 같은 편견을 보여주고, 그 때문에 우리가 놓쳐온 사실들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추천사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이 만나는 부분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 나는 빠져들었다.
    - 아툴 가완디 / 의사, 저술가,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저자

    이론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실용적으로도 탁월한 책이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와 함께 비교의학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두 권을 구입해 한 권은 당신이 읽고 다른 한 권은 당신의 주치의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 최재천 / 동물행동학자,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석좌교수

    그동안 우리는 왜 눈앞의 98%는 보지 않고 2%만 바라보았을까? 인간-동물-환경을 통합된 체계로 보는 ‘원헬스’ 개념이 십여 년 전 제시된 이래, 교육제도는 물론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주비퀴티’를 지향하고 있다. 저자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주비퀴티의 경이로운 세계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펼쳐 보인다.
    - 우희종 / 수의학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동물과 진화에 대해 관심 있고 생물학자나 동물행동학자, 의사, 수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심리치료사, 영양학자가 되거나 기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것을 고려 중인 학생에게는 ‘필독서’다.
    - 마크 베코프 / 생물학자,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 저자

    올리버 색스나 마이클 폴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들 못지않게 명쾌하며 우리의 인식을 바꾼다.
    - 미국도서관협회 서평지 "북리스트"

    손에서 놓기 힘들다. ... 이 책을 읽고 나는 털로 덮였거나 깃털이 달린 이웃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 일간지 "보스턴글로브" 서평

    우리가 벌레와 물고기, 유인원과 공유하는 조상이 먼 과거에 존재했다면,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 많은 장벽과 신화들을 깨뜨리는 저서인데, 그 목적은 순전히 인간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 닐 슈빈 / 고생물학자, [내 안의 물고기] 저자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비교론적 관점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다른 종에게서 배워야 할 게 이제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 스티븐 스턴스 / 예일대 진화생물학 교수

    목차

    제1장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와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가 만나다
    - 의학의 경계를 재정립하기
    제2장 심장의 속임수
    - 우리는 왜 기절하는가
    제3장 유대인, 재규어, 쥐라기의 암
    - 아주 오래된 병에 대한 새로운 희망
    제4장 야생의 오르가슴
    - 인간의 성에 대해 동물이 알려주는 것
    제5장 취하는 동물들
    - 약에 취하기와 행동에 취하기
    제6장 무서워서 죽다
    - 야생에서의 심장마비
    제7장 비만한 행성
    - 동물은 왜 뚱뚱해지고 어떻게 날씬해지는가
    제8장 격렬해진 그루밍
    - 통증, 쾌락, 그리고 자해의 기원
    제9장 먹기가 두려워
    - 동물 세계의 섭식장애
    제10장 코알라와 성병
    - 감염의 숨겨진 힘
    제11장 둥지를 떠나다
    - 동물의 청소년기와 성장한다는 것의 위험성
    제12장 주비퀴티

    본문중에서

    나는 반사적으로 인간의 증상과 동물의 증상을 나란히 놓고 보았다. 감정의 촉발...스트레스 호르몬 분출...심장 근육의 기능 저하...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 나도 모르게 ‘아하!’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다코쓰보 심근증과 동물에게 나타나는 포획근병증 심장병은 거의 확실하게 관련이 있었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증상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곧 이어서 더욱 깊은 깨달음이 왔다. 핵심은 두 질환의 공통점이 아니었다. 둘 사이에 놓인 심연이었다. 거의 40년 전부터(더 오래전부터일 수도 있다) 수의사들은 이런 일이 동물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 즉 극심한 두려움을 느낄 때 몸의 근육, 특히 심장 근육이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2000년대 초에 와서야 이런 현상을 발견하고는 그걸 자랑스럽게 알려대고, 특이한 외국어 이름을(다코쓰보) 즐겨 언급하면서, 수의학과 학생이면 누구나 1학년 때 배우는 걸 가지고 ‘새로운 발견’이라며 학문적 경력의 디딤돌로 삼았다.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감조차 잡지 못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면...수의사들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무엇을 알고 있을까? ‘인간의’ 질병 중 또 어떤 것들이 동물에게서도 발견되었을까?
    (/ p.15)

    암은 생태계와 동물계 어디에서든 발생한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 에드워드 주니어가 1970년대 초에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원인이었던 골육종은 늑대, 회색곰, 낙타, 북극곰의 뼈도 공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 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면역계에 생기는 암인 호지킨림프종과 싸워 이겨냈다. 하지만 같은 병에 걸린 아이슬란드의 범고래는 몇 달 동안 열과 구토와 체중 감소에 시달리다 안타깝게도 끝내 굴복하고 말았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생명을 앗아간 신경내분비종양은 사람에게선 드물게 나타나지만 집에서 기르는 페럿에게는 꽤 흔하며 독일셰퍼드와 코커스패니얼, 아이리시세터를 비롯한 여러 품종의 개에서도 발견된다. 전 세계의 야생 바다거북들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유발한다고 추정되는 암성 종양으로 인해 대량으로 죽어간다. 북아메리카의 바다사자에서 남아메리카의 돌고래, 난바다의 향유고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양 포유류 사이에선 생식기의 암들이 만연하고 있다.
    (/ pp.65~66)

    동물들 주위에 얼마간이라도 있어보면, 그들의 성이 여러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종은 평생을 철저히 일부일처로 산다. 반면 어떤 종은 난교가 아주 심해서 성병까지 퍼뜨린다. 삶의 어느 시기에는 이성애적 행동을 보이다가 다른 시기에 이르면 동성애로 전환하는 종도 있다. 강간을 하는 동물이 있고, 상대를 속여 교미하는 동물이 있으며, 자신의 새끼를 겁탈하는 동물도 있다. 전희처럼 보이는 행동을 오래 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짝에게 구강성교인 펠라티오를 해주는 동물도 있고, 짝짓기에 앞서 어떤 형태의 동의부터 구하는 동물도 있다. 동물의 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태와 행동을 과학적으로 면밀히 관찰하면 인간의 성의 진화적 배경을 밝힐 수 있다. 동물의 발기와 짝짓기, 사정, 나아가 오르가슴에 대한 주비퀴티적인 조사를 통해 인간 성기능 장애의 치료를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성적 쾌감을 높이는 방법까지 알아내게 될지도 모른다.
    (/ p.95)

    문어와 종마는 우리가 ‘커터(cutter)’라고 부르는 자해 환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해를 한다. 야생의 침팬지는 우울증을 겪으며, 때로 그 때문에 죽기도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강박장애 환자가 보이는 강박 증상은 수의사들이 동물 환자에게서 발견하는 ‘상동증(常同症, stereotypy, 같은 행동이나 몸짓, 말 등을 무의미하게 장시간 반복하는 증상)’과 비슷하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나 앤젤리나 졸리(두 사람 모두 칼로 자해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강박적으로 자신을 무는 말을 치료하는 말 전문가와 그들의 충동에 관해 의논했다면 위안을 찾을 수 있었을 법하다.
    (/ p.24)

    사람과 동물이 자해를 하는 이유의 하나는 생화학적인 것일 수 있다. 즉, 그들은 신경전달물질을 바탕으로 한 피드백 고리에 갇혀 있는데, 이 고리에서는 그들이 통증을 일으키는 뭔가를 하고 나면 그들 몸이 평안함과 좋은 기분으로 보상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들의 심장은 흥분으로 마구 뛰다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이런 기분을 더욱 강화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쾌락과 고통, 그루밍(몸단장)과 신체 손상-가 몸에서 유사한 결과를 빚어낸다는 것이다. 너무나 비슷해서 어떤 사람들의 몸은 이것들을 혼동하는 듯하다. 뽑기, 쑤시기, 씹기 등 때로는 우리 자신을 해치는 행동이, 우리를 진정시키고 평화를 지켜주고 건강을 유지케 하고 근심을 잠재우는 그루밍과 동일한 스펙트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유전자군에 남게 됐다. (...) 수의학이 인간의학에서도 탐구할 만한 새로운 통찰을, 혹은 적어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전통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은 성격장애나 과거의 트라우마 같은 것을 통해 자해를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수의사 동료들은 문제에 더 직접적으로 접근한다. 환자와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상황에서(어쩌면 이것이 외려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는데), 그들은 가장 흔하게 자해를 촉발하는 세 가지 요인을 확인했다. 스트레스, 고립, 그리고 권태다.
    (/ p.269)

    예일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초원의 풀숲 위에 철망과 유리섬유로 우리를 여러 개 짓고 그 풀들을 주로 먹고 사는 야생 메뚜기를 넣었다. 몇 개의 우리에서는 메뚜기가 평화롭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했다. 그들은 대개 단백질이 풍부한 풀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무리의 메뚜기 우리에는 아주 불편한 깜짝 선물이 넣어졌다. 포식자인 거미들이었다. 메뚜기를 보호하기 위해 거미의 입은 접착제로 붙여놓았다.
    거미들의 존재는 놀랍고 의미심장한 효과를 낳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적들과 한 공간에 살아야 하는 메뚜기들은 풀 먹기를 거의 포기했다. 하지만 먹는 일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그들은 꽃을 피우는 종자식물이며 달콤하고 탄수화물이 잔뜩 든 미역취로 먹이를 바꿨다. 같은 유형의 실험을 다시 하면서 이번엔 설탕이 많이 든 쿠키와 단백질이 풍부한 과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만들었을 때도, 메뚜기가 단백질보다 설탕을 선호하는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을 고안한 생태학자 드로어 홀레나는 이런 결과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거미 때문에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메뚜기들은 설탕과 탄수화물을 잔뜩 먹은 것이다. (...) 섭식장애를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폭식증 환자들이 단백질이나 잎채소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데 주목한다. (...) 하지만 다른 일부 동물들도 두려울 때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려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캔디를 마구 먹는 사람이 자신의 그런 행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캔디 폭식이 허리둘레와 혈당, 어금니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면서도 그 충동을 누르지 못하는 까닭은 그것이 위협에 대한 유전적으로 각인된-그리고 태곳적부터 많은 동물의 생명을 구해준-반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 p.289)

    인간 사회에서도 우리는 힘이나 세력이 우세한 자들이 약자를 공격하는 것을 늘 보는데, 다만 여기에 좀 더 일상적인 이름을 붙인다. 바로 약자 괴롭히기(bullying)다. (...) 동물들을 연구하면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 희생자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동물 집단에서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개체는 그만큼 더 괴롭힘에 노출될 수 있다. 포식동물과 그리 다르지 않게, 남을 괴롭히는 사람 역시 자신의 피해자가 될 만한 사람들에게 무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뭔가가 없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남을 괴롭히는 자들의 흔한 표적은 동성애자인-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소년들이다. 사실 2010년 9월에 자살한 10대 여섯 명에게는 자살한 해와 달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여섯 아이 모두 동성애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었다.
    (/ p.364)

    수의사들은 [심부전을 앓는 고릴라 바베크의 심장에 심박조율기를 달아주기 위해] 살균 소독된 메스로 조심스럽게 바베크의 피부를 절개하고 나서 조율기 삽입 작업을 시작했다. 여섯 시간 동안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의사들은 상처를 닫고, 붕대를 감고, 테크니션들이 바베크에게 깨어날 준비를 시키도록 방을 나갔다. 그런데 수술을 하는 동안, 인간 병원의 수술실에서라면 수간호사가 히스테리를 일으킬 만한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수술이 한창이던 때 보조자 한 사람이 평소엔 거무스름한 바베크의 손톱을 새빨간 매니큐어로 칠했다. 또 다른 사람은 고릴라의 두 다리 털을 여기저기 조금씩 밀어내고는 의사들의 메스가 근처에도 가지 않은 피부를 느슨하게 꿰매어 ‘유인용’ 실밥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수의사 몇 명은 인간 병원의 수술실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짓을 했다. 그들은 마스크에 가려진 입으로 커다란 껌 뭉치를 힘들여 씹었다. 그러면서 이따금 입에서 놀이용 구슬 크기의 껌 덩이를 끊어내 바베크의 털 사이에 끼워 넣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바베크 담당 수의사가 나중에 내게 설명하기를, 인간의 보건규정에는 위배되는 그런 일들이 사실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발한 계략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계략은 바베크 가슴의 절개 부위를 섬세하게 꿰맨 진짜 봉합사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뭔가 보호책을 쓰지 않으면 바베크가 깨어난 후 몇 분도 안 돼 실밥을 뜯어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호할 건가? 나의 사람 환자들은, 적어도 반흔 조직이 형성되는 서른여섯 시간 동안은 실밥을 만지작거리고 싶더라도 참으라고 구슬리면 대체로 따라준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설교로도 고릴라가 상처를 탐사하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의사들은 기발한 속임수를 생각해냈다. 그들은 환자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는 방법으로 봉합사를 보호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 고릴라로 하여금 애초에 실밥 같은 걸 뜯어내게 만드는 본능적 충동, 즉 그루밍의 충동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바베크의 수의사들은 그 고릴라가 나의 인간 환자들이 수술 후에 흔히 그러듯, 정신이 혼미한 채 갈피를 못 잡고 불편한 상태로 마취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회복실을 둘러보던 바베크는 절개한 상처가 있는 가슴 쪽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손을 들어 올린 상태로 동작을 멈췄다. 새빨간 손톱들이 딱딱한 사탕처럼 빛났기 때문이다. 그게 족히 몇 분은 바베크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다시 손을 가슴 쪽으로 움직였지만 얼마 못 가서 손가락에 껌 덩이가 닿았다. 그 거슬리는 물질을 뜯고 비틀고 잡아당겨서 겨우 떼어냈나 했더니 곧바로 또 다른 껌 덩이가 손가락에 닿았다(수의사들은 껌을 씹고 나서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열처리를 했다). 그 다음 바베크의 눈길을 끈 것은 발목에 있는 가짜 봉합 실밥이었다. 이처럼 바베크가 걸리적거리는 뭔가를 처리할 때마다 또 다른 것이 기다렸다가 관심을 끌어당김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 즉 가슴 봉합선에 그의 주의가 쏠리지 않도록 했다.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이 이미 하나로 수렴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다. 어느 쪽에서도 그걸 깨닫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일부 치료사는 자해를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기를, 자신을 베거나 불로 지지거나 타박상을 입히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는 몸을 덜 해치면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게 하는 ‘대용 통증’을 시도해보라고 한다. 손가락 하나를 아이스크림 통에 갑자기 집어넣거나, 얼음 한 조각을 손으로 꽉 쥐거나, 고무 밴드를 손목에 끼우고 탁 튕기는 것 등의 방법이 때로 효과가 있다.
    선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갈구하는 커터들은 베고 싶은 부위를 칼날 대신 빨간색 사인펜으로 그으면 된다. 빨간 식용색소를 넣어 만든 얼음덩이를 살갗에 문질러서 갈망을 적시는 진홍의 액체가 흐르게 할 수도 있다. 혹은 상처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피부라는 캔버스에 헤나 물감을 휙 뿌려도 된다(이 물감은 상처 딱지 비슷한 밀도로 말라붙어서 실감과 만족을 더해주는 추가적 이점도 있다. 물감 딱지는 다음날 떼어내면 그만이다). 자해 욕구에서 주의를 돌리는 이런 대안들은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자해의 ‘방출...후련함’ 효과를 얻게 해준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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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Barbara Natterson-Horowitz, M.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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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병 전문의로서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데이비드게펜의과대학 교수이자 UCLA 생태학·진화생물학과 교수다. 또한 같은 대학 진화의학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이며, 전국 규모의 학제적인 교육 프로그램 ‘주비퀴티 콘퍼런스’ 의장이기도 하다. 여러 해 전부터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의 의료자문위원으로 동물들의 심혈관 질환 진료를 돕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병을 아우르는 접근법을 주창하고 이 책의 공저자 바워스와 함께 ‘주비퀴티’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하버드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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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린 바워스(Kathryn Bower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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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저널리스트로, 정책연구소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이자 애리조나주립대의 온라인 잡지 "소칼로퍼블릭스퀘어"의 편집위원이다. 스탠퍼드대 졸업 후 시사잡지 "애틀랜틱" 편집자, CNN 인터내셔널의 작가 겸 프로듀서, 주(駐)러시아 미국 대사관 부공보관 등으로 일했고, UCLA에서 의학 관련 글쓰기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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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워런 13세와 속삭이는 숲],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이기는 공식], [이반 일리치의 죽음], [워런 13세와 모든 것을 보는 눈], [나는 더 이상 너의 배신에 눈감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상실 그리고 치유], [키친하우스], [집으로 가는 먼 길],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고독의 위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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