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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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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이곳’에 꼭 필요한 책을 만나다!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총서 「쏜살 문고」.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우리가 익히 알지만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작가들의 눈부신 작품들을 만나본다.

독일어권 문학뿐 아니라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기이한 존재로 여겨지는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 산문과 독특한 소품을 엄선해 엮은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산책』. 20세기 산업 사회의 광기와 그늘, 대도시가 빚어내는 비인간적 환경과 인간 소외, 고독의 문제가 잔혹할 정도로 생생하게 담겨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산문 《산책》을 비롯해 모티프와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는 《어느 학생의 일기》 등 11편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로베르트 발저

20세기 현대 문학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수수께끼 같은 작가 로베르트 발저
불확실한 삶과 죽음의 그림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예술가의 초상


현대 문학이 성취한 가장 심오한 작품 중 하나다.-발터 벤야민
나는 로베르트 발저를 존경한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헤르만 헤세
로베르트 발저는 카프카가 보여 준 문학에 먼저 도달했다.-수전 손택

제한적이지만 열광적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로베르트 발저는 기이한 노벨레의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와 초현실적 사실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다. 일찍이 그는 헤르만 헤세, 쿠르트 투홀스키, 로베르트 무질, 프란츠 카프카, 발터 벤야민 등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당대의 대중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오늘날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선구적인, 20세기 초반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20세기 문학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수수께끼 같은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작은 세계’가 열리다


독일어권 문학뿐 아니라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기이한 존재로 여겨지는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 산문과 독특한 소품을 엄선해 엮은 『산책: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로베르트 발저는 일찍이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로베르트 무질, 발터 벤야민 등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로부터 높이 평가되었지만, 정작 당대 독자들에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기울어 가는 가정 형편 탓에 열네 살 무렵부터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정규 교육을 중단한 채 온갖 직장을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연극을 사랑하고, 시를 짓는 데에 관심이 많았던 발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문학적 열정을 단념하지 않았다. 이 불우한 천재에게도 몇 차례의 기회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끝내 대중적 성공을 이루지 못했고, 계속된 가족의 상실 속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전부 배신당하고 말았다. 결국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발저는 정신 병원으로 보내졌고, 상태가 호전 뒤에도 오갈 데가 없었던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 스스로 병실에 갇혀 여생을 보냈다. 하지만 발저는 끊임없이 이어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사랑했고, 돈이 들지 않는 장거리 도보 여행을 즐기면서 종이를 아끼기 위해 매우 작은 글씨로 집필 활동을 하며 엄청난 분량의 기록을 남겼다.
작가 스스로는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에는 20세기 산업 사회의 광기와 그늘, 대도시가 빚어내는 비인간적 환경과 인간 소외, 고독의 문제가 잔혹할 정도로 생생하게 담겨 있다. 수전 손택의 말처럼 “카프카가 보여 준 문학에 먼저 가닿았던” 로베르트 발저는 찬란한 문명과 무한한 진보가 약속하는 미래의 환상에 가려 미처 보이지 않았던 ‘소수자’, ‘소외당한 개인’, ‘도구처럼 소모되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문학 속에 펼쳐 보였다. 게다가 그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거부하면서 완벽히 ‘새로운 문학의 영토’를 열어젖혔고, 단어를 선택하거나 시제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상식을 파괴했다. 가령 발저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음에도 그 엄청난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며, 다른 작가들에게선 매우 흔하게 다뤄지는 로맨스조차 한평생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또한 개인 형편상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매우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과 매우 제한적인 범위의 경험만을 되풀이했다. 한편 로베르트 발저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돌연 중단하기도 했으며, 관료적 산업 사회에서 줄곧 강요받아 온 ‘하류 지향적 태도’,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서의 인간상’을 담담히 토로하면서 지난 시대의 거장들이 이룩한 ‘교양 소설’의 전통과 서구 지성사가 자랑스럽게 간직해 온 ‘인본주의적 가치’를 해체(전복)하기도 했다.
이렇듯 미증유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 로베르트 발저는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서 다시 한 번 크게 상찬됐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비롯해 페터 한트케와 같은 현대 문학의 거장들에게도 공공연히 존경을 받고 있다. 어쩌면 로베르트 발저는, 점점 비인간화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 의미심장하게 읽힐지도 모른다.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 산문 「산책」을 비롯해
작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글들을 엮은 작품집


산책은 말입니다. 활기를 찾고, 살아 있는 세상과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대한 느낌이 없으면 나는 한 마디도 쓸 수가 없고, 아주 작은 시도, 운문이든 산문이든 창작할 수가 없습니다. 산책을 못 하면 나는 죽은 것이고, 무척 사랑하는 내 직업도 사라집니다. 산책하는 일과 글로 남길 만한 걸 수집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고, 긴 노벨레는 물론이고 아주 짧은 글마저도 쓸 수 없습니다. 산책이 없다면 나는 그 무엇을 인지할 수도, 스케치할 수도 없습니다. ―「산책」에서

『산책: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에는 발저의 산문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며 나날이 더욱 중요해지는 「산책」을 필두로 작가 본인의 예술관을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툰의 클라이스트」, 「시인」, 「작가」와 대표작 『벤야멘타 하인 학교』의 모티프와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는 「어느 학생의 일기」, 「그것이면 된다」 등 11편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표제작 「산책」은 로베르트 발저의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아무런 계기도 없이 시작되고, 마치 모든 서사적 필연성을 거부하기라도 하듯 별다른 사건 없이, 개연성으로부터 멀리 물러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산책」의 주인공 ‘나’는 마을을 돌며 서점에 들러 잘 팔리는 책을 살피기도 하고, 양재사와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한편 갑자기 찾아온 행운, 즉 후원금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기도 하고, 어느 관대한 귀부인이 마련한 점심 식사에 초대받았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이야기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주인공을 환대하던 귀부인이 돌연 협박을 가하는가 하면, 엄중한 관공서의 관리는 할 일 없이 편히 산책만 즐기는, 작가라면서 달리 ‘사람 구실’도 못 하는 ‘나’의 삶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제 관심사는 때 묻지 않은 자연으로, 그와 대조를 이루는 산업화의 현장으로 이어지다가, 뜬금없이 낯선 여인에게 자신의 환상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야기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화자의 감정 또한 기쁨과 두려움,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다만 나아갈 뿐이다. 오로지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한 ‘나’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우리는 (너무 만연한 나머지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던)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와 고독, 타자와 거대한 존재(국가 기관 등)에 대한 공포 등을 명확히 체감하게 된다. 현대의 병폐를 예언하듯 선취한 「산책」은,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이 시대의 가장 심오한 작품”이라고 평가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주제 면에서 「산책」의 연장선상에 놓인 「그것이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죽음에 관한 두 개의 이상한 이야기」에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섬뜩하게 읽힐 만한 내용이 잔뜩 담겨 있다. 시민으로부터 발언권을 빼앗고 그들이 침묵하고 복종하기만을 바라는 권력자, 노동자가 기계처럼 일만 하고 어떠한 불만도 품지 않기를 원하는 자본가, 우중(愚衆)이 늘어나기를 노리는 사이비 언론의 뒤틀린 욕망을 그대로 되뇌는, 이를테면 욕심 가득한 권력의 세뇌를 받아 꼭두각시가 되어 버린, 완전히 마비된 개인의 모습을 반(反)영웅적 표상으로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들을 읽다 보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상황과 묘하게 중첩되는 부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기능적 효율성을 맹신하는 산업화가 불러들인 비인간화와 자본주의가 배태한 황금만능주의, 언제라도 광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연약한 일면을 누구보다 먼저 내다보았고, 또한 그것을 문학적으로 성취해 낸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들은 과거보다 오늘날, 또 지금보다 앞으로 더욱더 중요하게 읽힐 것이다.

목차

산책
젬파흐 전투
빌케 부인
그것이면 된다
시인
스노드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툰의 클라이스트
어느 학생의 일기죽음에 관한 두 개의 이상한 이야기
작가

저자소개

로베르트 발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78

1878년 스위스 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예비 김나지움을 다녔으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그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열네 살 때부터 베른 주립은행에서 견습생 생활을 했고, 이후 취리히, 베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뮌헨 등 스위스와 독일의 여러 도시들로 거처를 옮기며 엔지니어 조수, 은행원, 사서, 비서 등으로 일했다. 1898년 처음으로 지역 신문에 시를 발표했고, 그 후로도 여러 작품을 문학잡지에 발표했다. 1906년부터 '탄너 일가의 남매들', '조수',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 등 대표작을 출간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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