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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 장강명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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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예정

  • 저 : 장강명
  • 출판사 : 예담
  • 발행 : 2016년 11월 14일
  • 쪽수 : 51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913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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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작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선 지 몇 년이 지난 북한. 평양시 외곽에 신천복수대 출신 장리철이 나타났다. 얼굴에 칼자국 같은 흉터가 있는 수상한 사내 장리철은 주인 잃은 군견처럼 홀로 여기저기 훑고 다니며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조선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흘러든다.
그곳에서 장리철은 우연히 은명화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장마당 거리의 리더 격인 박우희를 소개받는다. 박우희는 자신의 아들과 또 다른 이의 남편이 장풍군 지역 실세인 최태룡 조직 밑에서 일하다 실종되었다며 서로 돕는 거래를 제안한다.
한편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으로,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 그의 불행은 악명 높은 황해북도 장풍군 희망부대로의 파견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마약수사팀 소속 미셸 롱 대위와 함께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출판사 서평

"우린 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얼굴이자 대세로 떠오른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표백 세대'라 명명한 젊은 세대의 '자살'을 다룬 [표백], 한국을 탈출해 '이민'에서 미래를 찾는 [한국이 싫어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댓글부대] 등으로 지금, 이곳을 기록해온 장강명이 이번에는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3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근미래 액션 스릴러이다. "우리 시대를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온 장강명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오늘의 한국 사회와 우리의 적나라한 민낯을 직면하게 만들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라는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혼돈으로 가득한 북한 장풍군에 수상한 사내가 등장한다. 얼굴에 칼날 같은 흉터가 있는 이 사내의 이름은 장리철. 이유는 숨긴 채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한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흘러들게 된다. 한편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으로,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 그의 불행은 악명 높은 황해북도 장풍군 희망부대로의 파견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마약수사팀 소속 미셸 롱 대위와 함께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매 작품마다 한국 사회에 도발적 문제를 제기해온 장강명 작가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통해 '북한 붕괴'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내달린다. "지독하게 다크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달 나게" 한다는 우민호 영화감독과 "장강명의 예언은 불길하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쁜 예언을 엿듣는 건 즐겁고 재미나다."는 홍석재 영화감독의 말처럼. 그토록 지독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악몽 같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문학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바로 이곳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임을 짜릿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승부를 걸어본다'는 생각으로 전력 질주하듯 썼으며 독자들이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끼도록 온 힘을 기울였다"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 역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북한의 붕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악몽이 펼쳐진다"
오늘, 대한민국을 기록하는 장강명 작가가 던지는 또 하나의 문제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북한의 실상과 막연하게 장밋빛 미래로 포장되던 '통일'을 매우 현실적으로 목격하고 경험하게 만든다. '통일은 대박',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는 구호 앞에서 허깨비처럼 버티고 있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린 뒤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세계는 남북한 주민들이 갖게 될 상대에 대한 반감을 넘어서서, 마약과 범죄의 온상이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치안의 공백,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 본능처럼 드러나는 자본주의 속성으로 가득하다.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평화유지군이 북한에 들어왔을 때, 조선인민군 일부가 무기 반납을 거부하고 소모적인 저항을 벌였다. 최고사령관도 그들 중 하나였다. 육군 대좌(대령)였던 그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이 있었다. 그 순간 북한에서 가장 값진 자원은 량강도 기업들이고, 그 마약 공장들이 자신의 부대 근처에 있다는 것. 그 공장들을 운영하는 데에는 무력이 필수적이라는 것.
최고사령관은 군사를 이끌고 량강도 기업들을 접수했고, 유통조직을 재편했다. 수익은 연구 개발과 무장 강화에 재투자했다. 그렇게 해서 '조선해방군'이라는 신생 대기업이 생겨났다. 그는 최고경영자였고, 총참모장은 사내 벤처를 이끄는 유능한 팀장이었다.
(/ pp.13~14)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어느 날 밤에 폭도들이 평양으로 몰려왔다. '정의'와 '민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무슨 단체 발대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몽둥이와 곤봉을 든 채 동네를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김씨 왕조 부역자들을 잡아낸다는 것이었다. 인민보안원들은 겁을 먹고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다.
(/ p.354)

언제부터였을까. '북한 도발', '핵실험 강행', '미사일 발사 감행' 등 남북 관계의 위기라는 소식이 들릴 때, 우리는 더 이상 라면과 생수를 사지 않는다. 북한의 어떤 뉴스에도 무관심과 냉소로 반응하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같은 동포가 아닌 일본이나 미국 언론이 북한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이와 같은 현실을 강민준 대위의 입을 빌어 있는 그대로 진술한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2, 3년에 한 번씩 북한은 핵실험을 벌이거나 미사일을 쏘거나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에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르렁거리면 부모님이 집에 생수도 사고 라면도 사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일이에요. 그렇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고, 다시 사고, 그러기를 수십 년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생수도 라면도 안 사게 된 거죠. 북한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만큼도 위험하지 않은 존재예요. 실제로 얼마나 위험이 되건 말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말건."
(/ p.226)

그런 냉담한 현실에 장강명 작가는 일침을 가한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테러 사태에는 애도를 표하면서 지금 여기 한두 시간이면 닿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왜 관심이 닿지 않는가. 의도된 외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통일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십 년 뒤에 막대한 경제 효과를 낼 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예요. 어느 편이 더 수익이 높을지는 모르는 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십 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 pp.327~328)

이 소설을 감수한 송홍근 '신동아' 기자는 "김씨 왕조가 평화적으로 무너졌고, 국지전이 발발하지 않았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지 않았고, 중국 군대가 북한에 주둔하거나 북한 일부가 중국에 편입되지도 않았다(/ pp.5~6)"는 소설 속 가정에 대해 "북한 정권 붕괴 후의 설정이나 배경, 인물 등에서 어색하다거나 아쉬운 곳을 찾기 힘들다"라고 평한다.
이처럼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야 전문가 및 관련자들 취재를 바탕으로 써낸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근미래로 설정한 철조망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흡사 거울에 비친 우리 사회의 모습인 듯한 기시감이 들게 한다. 또한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 속에서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 p.203)"라며 한 탕을 노리는 범죄 조직 연합을 상대로 오직 자신의 신념을 걸고 맨몸으로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3일간의 사투가 숨 막히게 펼쳐진다. '늑대'와 '군견'으로 비견되는 사내들의 피 튀기는 격투와 총격전이 펼쳐지는 이 악몽 같은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낄 것인지는 이제 막 이 소설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추천사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라는 다소 진부한 서평은, 그러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감상일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마치 누아르와 첩보물이 결합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인상으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지독하게 다크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달 나게 하는.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잔혹하고 암울한 사회상 묘사는 '시카리오'를, 정권 몰락 이후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변한 북한 내부의 풍경을 다루는 방식은 [매드맥스]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 리철의 절륜한 활약상은 '제이슨 본'을 닮았다. 자칫 민족주의나 감상주의로 흐르기 쉬운 내용이지만, 모든 내적 흥분(?)을 차단하고 냉철함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작가의 문체 역시 미국 장르 소설 같은 매력을 풍긴다.
단,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소설이 담아낸 모든 이야기는 철저히 허구로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 이후 우리가 마주할 현실이 이 작품처럼 가혹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러우니까.
- 우민호 / 영화'내부자들' 감독

현존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첨예하게 건드리는, 그래서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장강명을 읽는다. '팩트인 듯 팩트 아닌 듯 팩트 같은' 이야기를.
- 김지수 / '조선비즈' 문화부장

모든 이야기는 당대를 반영하고, 좋은 이야기는 시대의 그림자를 깊게 훔쳐본다. 그리고 가끔 어떤 이야기는 시대를 조금 앞지르기도 한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시작부터 김씨 왕조가 무너진 북한 붕괴 이후를 거두절미하고 들이민다. 박력에 놀랐다가 문득 불편해진다. 북한 붕괴 이후의 한국을 예상해보지 않았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지만 무의식중에 깊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를 거부해온 것이다. 별로 좋을 게 없는 세계라는 걸 본능적으로 예감해서가 아닐까.
이 소설의 가장 큰 야심과 매력은 그 세계를 코앞에 들이민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카산드라'다. 장강명의 예언은 불길하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쁜 예언을 엿듣는 건 즐겁고 재미나다. 미리 꾸는 악몽 같은 이 소설은 우리를 겁먹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악몽을 먼저 꾸기 때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
- 홍석재 / 영화 '소셜포비아' 감독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한 달 전에 군대에 다시 불려와 대위로 진급한 30대 초반 사내들이 열의 없이 대답했다.
강민준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머리가 곱슬곱슬한 데다 피부가 희어서 주위에 있는 다른 군인들보다 다소 앳되어 보였다. 눈동자가 유난히 까매서 영리한 인상이었지만, 입술을 한쪽으로 삐죽 올리거나 어깨를 자주 으쓱하는 버릇 때문에 진중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어쨌든 강민준은 그 순간 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최근 한 달간 백번 넘게 했던 푸념을 속으로 한 번 더 되풀이하면서.
'이거 다 꿈 아닐까? 군필자라면 누구나 꾼다는 군대 다시 가는 악몽. 여기서 눈을 뜨면 땀을 뻘뻘 흘리며 침대에 누워 있고 뭐 그럴 수는 없을까? 정말 기가 막힌 일이지. 내가 싸이도 아니고...... 제대할 때 비상소집에 대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평화유지군에 사람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장교가 더 먼저 소집될 거라는 루머도 알았지만, 설마 그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줄이야. 평화유지군이고 나발이고 진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남한에서 1년 더 복무하라고 해도 돌아버릴 텐데 북한 땅에 배치된다니.'
(/ p.41)

그는 미친 나라에서 태어났다. 미친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언제라도 주변의 모든 사람을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가끔 그런 경쟁과 전투에는 아무런 한계가 없어 보였다. 극한상황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한번 그렇게 황폐해진 내면에 어떤 덕성이 다시 깃들기란 매우 어렵다.
어린 리철에게 가치 기준을 제공하고 그를 도덕적으로 재무장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였다. 비록 그 가치와 도덕이 군대만의 질서, 군대만의 논리와 섞여 있기는 했지만. 리철은 규칙과 명령을 따랐고, 복종 속에서 편안해졌다. 그는 무리에 속해 있는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짖고, 뛰어다녔다.
(/ p.79)

"계영묵이, 우리 길게 한번 잘해보자. 같이 자본주의의 더러운 돈 한번 시원하게 벌어보자."
'자본주의의 더러운 돈'이라는 말은 일종의 농담이었다. 최태룡처럼 자본주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자본주의에 대한 최태룡의 태도는 '숭배'에 가까웠다. 최태룡은 계영묵에게 자본주의의 장점에 대해 길게 설명한 적도 있었다.
"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는 게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계영묵도 최태룡의 생각에 동의했다. 자본주의는 솔직해서 좋았다. 지상낙원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가능할 것 같아서 좋다고도 생각했다. 이전까지 계영묵을 둘러싼 세계는 오래갈 수 없는, 근본적으로 작동이 불가능한, 부품이 몇 개 빠진 기계 같은 것이었다. 신천복수대도 그랬고 조선인민군도 그랬고 김씨 왕조도 그랬다.
(/ pp.202~203)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남조선 당국이 학교 시설을 고치고 아이들 밥을 먹이는 데 쓰라고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해줬지요.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어요. 김씨 왕조를 우상화하는 교육은 절대 안 된다, 교과서 내용을 고치고 교원들도 다시 시험을 치게 하라는 것이었어요. 영어나 수학 교사들은 상관이 없었지만 도덕, 력사 과목 교사들은 큰 타격을 받았죠. 사실은 남조선에서 두 과목 교사들은 전부 다 내쫓으라고 요구했대요. 그리고 남조선에는 일 없이 노는 늙은이들이 많으니, 그 노인들을 조금 가르쳐서 공화국에 보내 력사 교사로 일하게 만들려 했다는 거예요. 그 노인들의 봉급은 공화국이 주게 하고요."
"몰랐습니다."
"그게 남조선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에요. 늘 자기들의 진짜 의도를 숨기고 상대편에게도 기회가 있는 척 말하지요. 그러면서 시험이나 면접 같은 걸 치게 해요. 그걸 평가하는 위원들은 전부 다 자기편 사람들로 채워놓고요. 그리고 돈을 공짜로 줄 때에는 결국 그 돈이 자기들에게 돌아오게 만듭니다. 알아두세요."
(/ pp.304~305)

인간이 그렇게까지 악한 존재로 태어나는 건 아니라고 계영묵은 생각했다. 누구나 사람을 상대로 처음 폭력을 휘두를 때에는 주저하게 된다. 자신이 구타하는 사람과 처음 눈을 마주칠 때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움찔 놀란다.
그런데 인간이 그렇게 선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 심리적 저항선을 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몇 번 하다 보면 어린아이도 능숙해진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구타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생긴 짜증을 구타로 풀게 된다. 그래서 열한 살짜리가 열 살짜리를 죽을 때까지 괴롭히다가 결국 죽이기도 한다.
선을 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적절한 지점까지만 선을 넘는 게 어렵다.
(/ pp.351~35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8,787권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나와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4년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2015년 장편소설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그 외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소설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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