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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원제 : Pars Avec L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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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늘 삐걱삐걱대지만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이 정리되는 순간은 온다!

“될 대로 되라지. 어쨌든 지금은 떠날 것이다.”
늘 삐걱삐걱대지만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이 정리되는 순간은 온다!


“이제야 나는 안다.
‘언젠가’는 너무 늦거나,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 같은 여자는 한 트럭이나 구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 회사에서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다가 집에 오자마자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남자. 은행원 로랑과 오랜 동거 생활을 해온 서른다섯 살 간호사 줄리에트의 정신은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은 오직 그녀 자신이다. 여자 친구에게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은 날, 스물다섯 살 소방관 로미오는 화재 현장 구조 도중 9층에서 떨어져 몸이 갈가리 찢기는 중상을 입는다. 마약중독자 어머니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여동생 바네사를 지켜야 했던 로미오. 이를 위해 밥벌이를 일찍 시작해 부모에게서 독립했지만 동생에 대한 과한 애착은 스스로를 가두는 덫이 되곤 했다. 로미오는 참혹한 사고 때문에 실려 간 병원에서 줄리에트를 만난다. 환자와 간호사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된 두 사람은 퇴원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지만 결국 로랑의 개입으로 멀어진다. 줄리에트는 로미오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도 오랜 친구도 정신적 지주와 같은 외할머니 마리루이즈와도 단절된다. 여전히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도 원치 않으며 남들 앞에서 인공수정 시술 때문에 불어난 살을 트집 잡는 ‘동반자’ 로랑. 줄리에트는 뭔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면서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먼 희망에 갇혀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마침내 임신에 성공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 아빠 로랑 때문에 유산이 되고 나서야 줄리에트는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는 무작정 기차역으로 향한다. 로미오도 무작정 유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떠난 그녀를 찾아 나서는데…….

출판사 서평

“난 내 행동이 부끄럽지 않아.
만일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면,
그런 삶을 비겁하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인 것을
부끄러워할 거야.”

비겁한 애인에게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날 용기를 낸 이들이 누른
인생의 리셋 버튼!


“절제하는 어조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중 가장 냉정한 자의 가슴도 파고들 것(파시옹 부켕)”이라는 평과 함께 안나 가발다, 마르크 레비를 잇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아녜스 르디그의 신작 [그와 함께 떠나버려]가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 700개 서점이 ‘올해의 책’으로 선택한 전작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은 입소문만으로 출간 후 한 달 반 만에 5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지금까지 하드커버만 13만 부 이상, 총 20만 부 넘게 팔려나갔다. 한국에서도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뷰가 이어지며 독자가 만든 스테디셀러로 등극,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아녜스 르디그의 세 번째 작품 [그와 함께 떠나버려]는 자신을 존중했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삶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로 “행복하기 위해 투쟁하고 싶게 만드는 책[라 플라주]]”, “인생을 뜯어고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 르 파리지앵]”라는 극찬을 받았다. 르디그는 다른 사람의 일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빤하지만 정작 자신은 막막한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헛똑똑이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산다는 게 얼마나 허망하고 불행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동시에 자신도, 사랑도, 삶도 불 위에 올려놓은 우유처럼 늘 살피고 돌봐야 한다는 것을 작가 특유의 유머와 톡톡 튀는 대사들로 전한다. 이 작품은 엄정하고 깐깐하게 선별해 기사를 싣는 권위 있는 프랑스 문화 주간지 [텔레라마]에서 “최고의 재료들로 꾸민 화려한 멜로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재미는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나는 정말 사는 것처럼 산 것일까.’
스스로를 존중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당신을 위한
우울증 치료제 같은 이야기


“존중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깨닫고 도망치는 건 실패도 패배도 아닌
위대한, 아주 위대한 승리다.”

그녀들은 너무 오래 견디어왔다. 무시하는 말, 힐난하는 눈빛, 날아오는 주먹보다 남자 친구가 자신을 떠나는 것이 더 두려워 뭐든 감내하는 서른다섯 줄리에트. 아무 쓸모없는 것 같은 자기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남자애들의 섹스 상대가 되어주는 열네 살 바네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남편의 모욕과 변덕으로 결혼 생활 내내 포로 같은 삶을 살았던 여든넷의 마리루이즈. 스스로가 불행하다는 것을 잊기 위해 아예 ‘나’를 지워버린 여자들은 낯선 천국보다는 익숙한 지옥을 택한다. 오랫동안 “얼토당토않은 자기 비하”를 하던 그녀들은 신물이 날 만큼 지옥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선택한 불행에서 탈출할 용기를 낸다.

아녜스 르디그의 소설 쓰기는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였다. 마치 아이를 잃은 비극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주인공 줄리에트처럼. 아이를 잃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갖고 새로운 삶의 장막을 열 수 있었던 르디그. 그렇기에 르디그가 말하는 불행은 설득력이 있다. 조산사로 일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만났던 작가 아녜스 르디그는 적지 않은 이들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으로 괴로워하면서도 혼자 속을 끓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르디그는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했을 때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여성의 삶을 다룸으로써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서, 자기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한다. 모든 걸 멈추고 다른 곳으로 떠난 뒤에야 비로소 본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건 얼핏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다. 주어진 일상을 박차고 뛰쳐나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작가는 줄리에트가 왜 떠나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충만한 삶을 위해 자기 존중이라는 태도를 갖기를 독려한다. 여기서 ‘떠남’은 공간적인 이동은 물론 자기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자존감을 갖는 심리적인 독립이기도 하다. 작가는 오롯이 혼자로서의 자유를 느끼며 자신에게 집중할 때야 비로소 삶은 새로운 운명을, 새로운 사랑을 열어 보인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700개 프랑스 서점이 선택한 베스트셀러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아녜스 르디그의 신작!
그녀가 말하는 기적 이전의 ‘능동적인 행복’에 대하여


“해낼 수 있어. 용기를 갖고 희망을 버리지 마. 안 그러면 네가 버림받는다.”
“누구한테, 로랑한테요?”
“아니, 희망한테.”

줄리에트는 굴레 같은 남자친구를 떠나서야, 오랜만의 평안을 누리며 무기력했던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그녀에게 어리석다고, 나약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지옥에서 탈출하겠다’라는 결심이 섰을 때야 손 내밀어 도와줄 수 있지만 아무도 결심하게 만들 수는 없다. 못난 남자들보다 더 못난 건 그런 남자 곁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알게 된 그녀. 나아가 삶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통과하는 것이 결과나 성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국내 출간 이후 “쉽게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마는 이야기”, “희망을 어떻게 품어야 할 것인지, 삶을 어떻게 버티고 살아갈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는 환호를 받으며 아녜스 르디그라는 낯선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전작에서 ‘기다리면 언젠가 다가오는 기적’을 통해 비교적 낙관적인 행복에 대해 말했다면 신작 [그와 함께 떠나버려]를 통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자기 기쁨을 일궈가는 힘, 능동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산소의 적자를 원고료로 충당하며 본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각자 자신의 행복에 책임이 있으며,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작품 속 대사가 더욱 울림 있게 전달되는 것이다. 행복은 적극적으로 성취하는 것, 이 간명한 이치를 그녀는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

목차

그리고 어둠 | 조지안이 누굴까? | 푹신한 안개 | 욕망의 등식 | 무의식 속의 의식 | 마카롱을 사이에 두고 | 암흑의 피신처 | 손가락 끝에서 | 작은 전등 | 그의 여동생 | 여린 당돌함 | 알아볼 수 없는 | 절대적 무력감 | 샤넬의 재봉사 | 자유롭게 숨 쉬며 | 그게 어딘가 | 맥주 한 잔을 위하여 | 지겨워 | 희생자 | 잘 정돈된 삶 | 사과파이 | 그 애를 떠나보내다 | 텅 비었어! | 그리움 | 말루와 사람들의 불행 | 프리 허그 | 최종 기한 |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리 | 할아버지의 깜짝쇼 | 결혼 안 해 | 정신과 의사들의 음흉함 | 성당 꼭대기에서 | 불빛이 꺼지고 | 천사 기욤 | 빛나는 우편함 | 아이들에게 말할까? | 치욕 | 보행지지대 떼기 | 홀로 집에서 | 헤벌쭉한 미소 | 명령 이행 | 갈가리 찢겨 | 러시아 억만장자 | 파블로프와 마르셀 | 다음 생 | 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몇 가지 징후들 | 억수같이 퍼붓는 비 | 부른 배를 안고 사고를 당하다 | 오직 중요한 한 가지 | 피해자 이름 | 사랑의 무지개 | 그녀를 다시 만나다 | 그와 함께 떠나버려 | 편지 | 떠나기 | 할머니 자격 | 알렉상드르의 어선 | 패딩 점퍼 | 비인간적인 것과의 결별 | 명중 | 태양이 두 번 뜰 때 | 헤매지 말기를 | 작은 인어 | 빨간 작은 점 | 야생 그대로의 바베트 | 그녀가 상어에게 미소 | 산속의 얼음물 | 기다림 | 야생 염소들이 거기에 | 바로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 상어 | 그녀는 단호함의 화신 | 심지어 개들을 두고도 | 줄리에트를 부르는 메아리 | 그래서? | 그런 말은 한 번으로도 충분해 | 응당! | 인생에 대고 맹세! | 떠나기 전에 | 강물과 바람 속에서

본문중에서

욕실에서 나오니 로랑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식탁이 깨끗하다. 사무실에서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다가 집에 돌아와 맨 먼저 하는 일이 다시 컴퓨터라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나서야 한다. 나는 벽장에서 요깃거리를 대충 집어 들고서, 컴퓨터 모니터에 넋을 빼앗겨 눈빛이 멍해진 로랑의 볼에 키스한 뒤 집을 나왔다. 메일을 확인할 때면 로랑은 업어 가도 모른다. 확인이 끝나면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틀림없이 몇 시간이고 전쟁 게임에 빠져들 터였다.
(/ p.20)

병실로 들어가보니 아닌 게 아니라 한 소녀가 의자에 못 박힌 채 소방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참상이 자기의 가냘픈 어깨에 얹혔다는 듯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아니면 어쩌면 너무 빨리 자라버린 몸을 웅크림으로써 달아나려는 유년 시절을 붙들어 매두려는 걸까. 소녀는 문을 등지고 앉아 있다. 소녀의 발치에 놓인 이스트팩 배낭엔 털 인형 열쇠고리 세 개가 지퍼마다 각각 매달려 있다. 길을 걸을 때마다 털 인형들이 흔들릴 테고 이 또한 유년 시절을 상기시키며 소녀를 안심시킬지도 모른다.
(/ p.45)

젠장! 망할! 우리 오빠 어떡해……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오빠라는 걸 알았어,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봤거든. V자를 에워싼 작은 꽃 세 송이를. V는 바네사의 V야. 2년 전에 우리가 대판 싸운 뒤 오빠가 날 버리고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하자 안심시키기 위해 문신을 했지. 하지만 그밖에는…… 아무나 데려다놨더라도 난 오빠인 줄 알고 속아 넘어갔을 거야. “안녕, 학생, 이 사람이 당신 오빠예요”, 그들이 퉁퉁 부어오른 미라 앞에 나를 데려다놓고서 이렇게 말했어. 문신 만세! 오빠도 이젠 내가 문신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까. 언젠가 내가 오빠 같은 꼴을 당하면 이런 식으로라도 쓸모가 있을 거 아냐.
(/ p.58)

“오늘 하루 잘 보냈어?” “응, 병원에 심각한 환자들이 있긴 하지만 재미있는 일도 있어.” “맥주 없어?” “응, 장 볼 시간이 없었어.” “넌 정말 너랑 네 일이랑 환자밖에 생각 안 하는구나.” “미안해. 다음 번엔 신경 쓸게.” “오늘 하루 힘들었어. 은행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 내가 다 일일이 챙겨야 한다고! 주위에 무능한 인간들뿐이라…… 오직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실 생각으로 집에 왔는데 없다니.” “내가 저 아래 식료품점에 가서 사올까? 거긴 저녁 8시까지 열어.” “아냐, 됐어. 다른 걸 마실게.” 빠르고 간략하고 거친 부둥킴, 이걸로 저녁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단지 마시지 못한 맥주 생각에 욕구를 분출한 듯한 느낌이다.
(/ p.79)

부모님은 식당 일에 치여 나의 감정이나 실존적 문제를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나중에 고생하지 않도록 바른 길로 나아가기만을 원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기를, 너무 일찍 남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를, 좋은 인연을 만나 당신들을 부모의 책임에서 영원히 해방시켜주기를. 나는 그렇게 했다. 복종했다. 바른 길로 나아갔고, 모범생이었으며, 남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고, 여생을 물질적 결핍 없이 지내게 해줄 남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사는 것처럼 산 걸까?
(/ p.153)

나는 불편해진 기분으로 차에 앉아, 로랑이 집까지 올라와 의상에 대해 요구 사항을 말하든가, 어차피 갈아입을 시간이 없다면 지적질을 삼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저녁 내내 사람들이 행여 내 엉덩이를 보게 될까 봐 염려하며 어떻게든 몸을 숨길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가능한 한 의자에 붙어 앉아서.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이의 입에서 넘쳐나던 모든 칭찬은 이제 먼 옛날의 추억거리일 뿐이다.
(/ p.170)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겐 모든 것이 제 시간에 찾아드는 법이야.” “그래도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온통 기다리며 보낸 건 너무하지 않아?” “그럼 다음 생에는 당신이 배우게 될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보상받아.” “내 다음 생에도 당신이 곁에 있어줄 거야?” “당연하지!”
(/ p.213)

“왜냐하면 난 여자애들이 지긋지긋하거든. 샤를로트하고 두세 명만 빼놓고. 여자애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노상 투덜거려. 이를테면 교내에서 제일 싫어하는 여자애가 자기랑 똑같은 바지를 입었다든가, 매니큐어 칠에 기포가 생겼다든가, 반에서 일등이 아니라든가, 생리통이 심하다든가 하는 것들로. 여자애들한테는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맞을지 몰라, 악독하고 앙심을 품거든. 난 남자애들이랑 함께 있는 게 편해. 여자애들과 달리 이해하고 이해받는 기분인 데다, 잘 투덜거리지도 않고 혹시 투덜거린다 해도 이유가 덜 바보 같아.”
(/ p.281)

그중에 유난히 심하게 요동을 치는 놈이 있으면 아저씨가 곤봉으로 대가리를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 기절시켰다. 내가 결코 좋아해본 적 없는 장면이지만, 오늘은 특히나 꺼림칙하다. 나 자신이 한 남자에게 수년 동안 몽둥이질을 당한 물고기였던 기억이 떠올라서이리라. 양동이 속에 갇힌 얼빠진 물고기. 죽지 않기 위해 약간의 공기를 찾아 입을 헤 벌린 포로. 나는 셀레스틴 덕분에 마지막으로 펄쩍 뛰어올라 양동이에서 빠져나왔고, 나 자신을 구했으며, 나를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게 해준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오늘 아침,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서 다시 숨을 쉰다. 알렉상드르를 되찾고, 다시 숨을 쉰다. 알렉상드르와 아저씨와 함께 호수로 나와 다시 숨을 쉰다. 나는 과거에 대한 혐오감에 소리 죽여 울었다.
(/ pp.304~305)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야, 줄리에트? 왜 떠나지 않았어?” “그 사람의 위협이 겁났어.” “그렇게 되기 전엔 왜 떠나지 않았는데?” “그전엔 친절했거든…….” “그럼 덜 친절하다고 느꼈을 때는?” “그땐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웠어.” “함께 있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차라리 혼자가 나아.” “혼자가 된다는 생각을 못 견디겠더라고.” “그 인간이 못되게 구는데도?” “못되게 군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너무 늦었을 때란 결코 없어.”
(/ pp.346~347)

난 내 행동이 부끄럽지 않아, 그건 정당방위였으니까. 그는 평생을 나를 협박하면서 살았으니까. 만일 내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면, 그런 삶을 비겁하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인 것을 부끄러워해야겠지.
(/ p.390)

저자소개

아녜스 르디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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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에서 안나 가발다와 마르크 레비를 잇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아녜스 르디그는 아픈 아들의 차도를 지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처음 글을 썼다. 매주 일요일마다 발송했던 이메일은 그녀에게 감정적 배출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안을 주었다. 나아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움트게 한 계기가 됐다. 아들이 떠난 뒤, 본격적으로 펜을 든 그녀는 서른여덟 살 되던 해인 2010년, [높은 곳의 마리]로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가로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2013년에는 20만 부 이상의 판매를 올린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으로 프랑스 전 언론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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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파리3대학에서 영화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옮긴 책으로 『히피』 『지도와 영토』 『복종』 『아주 특별한 컬렉션』 『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 『10월의 아이』 『포기의 순간』 『부영사』 『엘르』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인생의 맛』 『비밀 친구』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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