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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 문명과 갈등의 역사를 엿보다! 수십 년 동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에 대해 정리한 『중동의 미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지낸 최창모 교수의 저서이다. 두 민족의 역사, 정치, 경제, 종교,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분석과 전망을 담았다.

석유로 가득한 중동 지방이 세계의 화약고가 된 지도 수십 년이다. 그리고 그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민족이 있다. 겪어온 역사, 신앙하는 종교,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른 두 민족. 한 민족은 2천 년 이상 부당한 차별을 받아온 끝에 나치의 홀로코스트까지 당했고, 또 한 민족은 그들 때문에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 사선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가자지구에서 이슬람 조직의 테러와 이스라엘군의 보복성 융단폭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분쟁의 연원과 경과뿐만 아니라 두 민족의 총체적인 면모를 포괄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서문에서도 말했듯, “중동의 역사가 1시간이라면 55분은 문명의 시기였고 5분만이 분쟁의 시간”이었으니, 분쟁의 시간만을 가지고 두 민족과 중동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저자가 그들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라는 것은, 그들이 우리가 접촉하고 교류해야 할 이웃이며 우리의 자화상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팔 문제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과 오해, 선입견 등을 지적한다. 과거 유대인의 우수성을 동경했던 것이나 최근 번지기 시작한 반유대 감정 역시 그러한 오해나 선입견일 수 있다. 또한 정부 정책 차원에서도 중동, 특히 이-팔 문제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대처할 뿐 장기적인 대응에서는 미비한 점이 많다. 복잡다단한 국제관계 속에서 대중동 외교가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의 행간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과 나라들이 부대끼면서도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세계에 대한 저자의 희망이 끊임없이 읽힌다.

서문

제1장 키워드로 읽는 역사적 배경
1. 지정학적 환경과 문명의 교차로
2. 이스라엘
1) 계몽주의와 유대교
2)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3) 시온주의와 국가 건립
3. 팔레스타인
1) PLO
2) 인티파다(독립운동)
3) 하마스
4. 맺음말

제2장 국가 형성과 민족정체성
1.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2. 이스라엘
1) 종교와 국가 ― 신학적 딜레마
2) 이민과 귀향법
3) 이스라엘 내부의 사회갈등 ― 다원주의 사회구조와 딜레마
3. 팔레스타인
1) 나크바와 자기정체성
2) 난민
3) 시민권
4) 인티파다(1987) 이후
4. 맺음말

제3장 정치와 거버넌스
1.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2. 이스라엘의 정치문화
1) 정치문화와 특성
2) 의회·법원·정부의 구조와 기능
3) 선거, 정당, 정당정치사
4) 군대
5) 노동조합과 비정부기구
6) 디아스포라 유대인과 네트워크
3. 팔레스타인의 정치와 현실
1) 점령과 정착촌
2) 캠프데이비드 협정
3) 오슬로 협정
4) 로드맵과 그 미래
5) 분리장벽
6) 아랍인 섹터의 거버넌스
7) 비정부기구들
8)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NGO 포럼
4. 맺음말

제4장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
1. 3대 유일신 종교의 무대 ―?예루살렘의 상징과 기호
2. 유대교
1) 유대교란 무엇인가?
2) 관습 ― 카슈루트(음식법)
3) 달력과 축제
3. 이슬람
1) 이슬람과 통과의례
2) 할랄과 하람
4. 기독교와 소수 종파들
1) 메시아닉 유대인
2) 팔레스타인 기독교인
3) 소수 종파들
5. 맺음말

제5장 국제관계의 특성과 전망
1. 이스라엘의 대외관계
1) 아랍국들과의 관계
2) 미국과의 관계
3) 러시아와의 관계
4) EU와의 관계
5) 중남미와의 관계
6) 아시아와의 관계
7) 아프리카와의 관계
2. 미국의 대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정책
1) 대이스라엘 정책
2) 대팔레스타인 및 하마스 정책
3. 이스라엘의 대하마스 정책
4. 이스라엘의 대헤즈볼라 정책
5. 최근의 동향

제6장 경제구조와 대내외 경제정책
1. 유대인 경제 오디세이
2. 이스라엘 경제구조의 특징과 현황
3. 키부츠와 모샤브
4. 팔레스타인 경제구조의 특징과 현황
5. 맺음말

제7장 교육, 과학, 문화, 언론
1. 이스라엘
1) 언어와 교육
2) 과학·기술
3) 현대 히브리 문학
4) 문화예술
5) 미디어와 여론
2. 팔레스타인
1) 교육
2) 팔레스타인 저항문학
3) 미디어와 여론
4) 예술과 박물관
3. 요약

제8장 한국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1. 한국의 대중동 정책 ― 회고와 전망
2. 외교 관계
3. 통상·투자 현황
4.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상원조
5. 여행자 및 한인동포
6. 한국 사회의 유대인 이미지
7. 한국 언론의 이-팔 갈등에 대한 사설 분석
8. 한국과 이-팔 관계 증진을 위한 정책 제안
1) 평화 체제 구축 관련 정무 교류 확대
2)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교류 협력 방안
3) 교육·문화 교류 협력 방안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중동 지역에는 분쟁뿐 아니라 오래된 문명도 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중동의 역사가 1시간이라면 55분은 문명의 시기였고 5분만이 분쟁의 시간이었다. 중동의 문명과 문화는 깊고 넓으나, 그곳의 분쟁과 갈등은 짧고 얕다. 중동 지역에는 인류 최초·최고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이 꽃을 피웠고, 서구의 본류인 그리스 문명과 로마 제국이 머물렀으며, 찬란한 페르시아와 오스만 문명도 걸쳐 있다. ‘이성’의 헬레니즘과 쌍벽을 이루는 ‘신앙’의 헤브라이즘(히브리 문명)과 이슬람 문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중동 지역은 문명의 발상지이자 동서 문명의 교차로였다. 바다와 육지의 ‘길’은 인류 문명이 소통하는 대동맥이었다.
그러나 건설자가 있으면 언제나 파괴자가 있게 마련이던가. 이스라엘과 아랍국들 간의 갈등과 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숱한 내전과 전쟁은 중동의 비극이자 현실이다. 분쟁의 연원(淵源)이 무엇이든 간에 중동 지역에는 뿌리는 같으나 서로 다른 역사의 길을 걷는 동안 합일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민족, 두 종교가 하나의 땅을 두고 겹쳐 있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 그중 뇌관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바로 그 지점이다.
한쪽의 건국일이 다른 한쪽에서는 ‘나크바(재앙)’의 날이 되고, 한쪽이 오랜 세월 타지를 헤매다가 고토(古土)로 돌아온 ‘귀향’에 의해 다른 한쪽은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이 되고, 한쪽은 다른 한쪽을 ‘테러리스트’라 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독립투쟁’으로 믿는다. 똑같은 높이의 담장을 두고 한쪽은 ‘보안장벽’이라 일컫고, 다른 쪽은 ‘분리장벽’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히 ‘관점과 입장의 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숙명(宿命)의 차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쪽의 지배가 다른 쪽은 종속이 되는 곳, 애당초 거기에서는 공존이란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무지로 인한 오해와 미숙함으로 인한 편견과 국익 우선주의로 인한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이 지역에 대하여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우리’가 이 지역을 어떻게 대하고 상대해야 할지를 행간 속에 담으려 최대한 노력했다. 내가 행간 속에 담아내려 했던 것이란 바로 서로의 차이를 차분히 찾고, 올바로 인식하고, 정중하게 인정하는 것―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하는 것을 냉정하게 살펴본 연후에야 비로소 상대를 제대로 보게 되고, 올바로 볼 수 있어야만 상대를 인정하게 될 테니까. 두 민족이 한 집에서 같이 혹은 최소한 이웃으로 따로 살아가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상대 녀석들(fellow citizens)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조상의 땅에서 온전히 나 홀로 살기를 원해왔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경우에도 아랍-팔레스타인은 존재했듯이 역시 유대인들은 지구상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과거 유대인들이 그러했듯이 이 땅에 사는 아랍-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꿈이 있고 욕구가 있다고,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 거기에는 더 이상 다수의 유대인만이 아니라 숨 쉴 권리가 있는 또 다른 소수의 아랍-팔레스타인인들도 있다고, 테러리즘에 의한 단번의 기적적인 해결책은 결코 없다고, 계속해서 싸우되 도덕성이 결여된 방법으로는 안 되는 법이라고, 과거 나치하의 유대인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팔레스타인을 지금 당장 돌보지 않는다면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이 건설한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민주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 없이는 시온주의도, 민주주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를 알지 못하면 결국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라고, 마지막으로 평화롭게 살기 원한다면 반드시 일정한 ‘선한’ 희생과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공짜는 없을 거라고―이것이 이 책이 요구하는 숨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