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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 엠마뉘엘 카레르 장편소설

원제 : Limo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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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멋지고, 번득이며, 냉혹하다!프랑스 문단의 독보적인 존재 엠마뉘엘 카레르 신작!

    비평가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현대 프랑스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리모노프]는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다. 이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카레르의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문학적 다큐멘터리], [기록 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카레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한 치의 소설적 허구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이 담긴 [리모노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리모노프의 삶과 자연스럽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카레르의 치밀한 문장들이 어떤 소설보다도 강하게 독자를 매료시킨다.

    데뷔작 [콧수염](1986)으로 소설적 상상력과 기교를 인정받으며 [문학의 천재]란 찬사를 받은 카레르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문단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카레르는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 [적](2000)을 기점으로 [기록적 글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년 발표한 [나 아닌 다른 삶]에서는 스리랑카 쓰나미로 인해 어린 딸 쥘리에트를 잃은 부부의 삶과 카레르 부인의 여동생인 또 다른 쥘리에트가 암으로 죽은 뒤 남겨진 가족의 삶을 면밀히 기록했다. 재앙과 질병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공격자가 휩쓸고 간 자리를 조명한 이 작품은 감동적인 기록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아카데미프랑세즈 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신간 [리모노프]에서는 실존 인물 리모노프를 매개로 소련 시절, 또 소련 해체 이후의 현대 러시아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놀라운 시각을 보여 주었다. 이 작품은 2011년 프랑스 르노도상, 문학상의 상, 2012년 네덜란드에서 유럽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 현대 문단의 독보적인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르노도상 수상작

    너무도 러시아적인 한 사내의 생(生)

    2011년 프랑스 [르노도상], [문학상의 상] 수상작
    2012년 네덜란드 [유럽문학상] 수상작


    2011년 프랑스
    [리르], [렉스프레스] 선정 [올해 최고의 이야기]
    [르 푸앙] 선정 [올해 최고의 책 25권]
    [레쟁로큅티블] 선정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
    [프리미에르] 선정 [올해 최고의 책 15권]

    2012년 네덜란드 [더 파피런 만] 선정 [올해 최고의 책]
    2013년 스페인 [엘 파이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
    2014년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 최고의 책 10권]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 50권]
    [워싱턴 포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논픽션 50권]

    영웅과 인종지말, 문인과 깡패를 오가는 한 사내의 파란만장한 삶
    그 삶은 러시아 현대사 전체와 무수히 교차한다


    [리모노프]의 주인공 에두아르드 리모노프를 두고 카레르는 [역사에 몸을 던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카레르는 리모노프의 위험천만한 삶이 [그 자신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2차 대전 종전 이후 우리 모두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개인은 끊임없이 교차한다. 개인의 욕망, 사랑, 애정, 고뇌 같은 감정들은 시대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카레르는 리모노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깡패로 출발해 소비에트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돌, 맨해튼의 거지, 억만장자의 집사를 거쳐 파리의 인기 작가로, 발칸 반도를 헤매던 사병으로, 그리고 이제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혼란기에 청년 무법자들의 당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늙은 보스로 변신해 있다. 스스로는 영웅이라고 자부하지만, 남들 눈에는 인종지말로 비칠 수도 있다.](본문 38쪽 인용) 소비에트 연방에서의 삶, 쫓기듯 고향을 떠나 오른 미국 이민 길, 소련 해체, 러시아 공산주의 붕괴를 모두 겪은 사내. 여성 편력, 자기 연민, 자격지심, 일그러진 야망과 출세욕, 그러나 화려한 것들을 향한 조소, 자신은 배에 기름 낀 자들과 다르다는 자부심까지 가졌던 복잡한 인간 리모노프의 삶은 너무도 파란만장하고, 때로는 혐오감이 들 지경이며, 때로는 처연하기 그지없다. 리모노프의 삶은 소련 시절부터 현대 러시아까지의 시대와 무수히 많은 교차점을 지녔다. 맹렬히 몰아치는 시대의 폭풍 속에서 땅에 두 발 붙이고 서 있고자 이 악물고 버텨 온 그의 삶에는 모두 다 공평하게 가난했던 소련 시절의 추억, 소련 해체로 인해 소시민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혼란과 절망, 분노, 아수라장이 된 정치판까지 현대 러시아사가 모두 담겨 있다.

    "나는 러시아의 유일한 지식인이다."
    러시아 정치계의 노장 록스타, 에두아르드 리모노프


    리모노프의 본명은 에두아르드 베니아미노비치 사벤코다. 레몬을 뜻하는 러시아어 [리몬], 수류탄을 뜻하는 [리몬카]에서 따온 리모노프라는 이름은 그 주인의 뾰족하고 전투적인 성격을 고려해 만들었다. 소련 시절 모스크바 언더그라운드 문학계에서 활동하면서 만든 이 예명을 그는 평생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러시아와 프랑스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70~80년대 파리 문학계에서 데뷔작의 성공과 연이어 발표한 책의 호평으로 이미 유명 인사였으며,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두긴과 함께 [민족볼셰비키당]을 창당하고 강제 수용소를 거쳐 현재는 반(反)푸틴 운동의 주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러시아 젊은이들에게는 록스타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존재다.
    1943년 소련에서 하급 체카 요원의 아들로 태어난 리모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동경하며 자랐다. 아버지의 군화를 닦아 광내면서, 적군(赤軍) 거리를 걸으면서 전쟁 영웅이 된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러나 강인한 영웅인 줄 알았던 아버지는 일개 사병, 공장 앞에서 보초나 서는 인물이었고 결국 적군 거리에서 쫓겨나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의 시골 동네로 이주한다.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으리라 결심한 리모노프는 [아버지 같은 박봉의 조무래기 형사들뿐만 아니라 여자들과 깡패들, 진정한 사나이들까지 압도하는 사람이 되리라](본문 59쪽 인용)는 목표를 세운다. 이후 소련 언더그라운드 문학계에서 시인으로 주목받다가 당시로서는 귀향을 보장받지 못하던 미국 이민 길에 오른다. 뉴욕에서 빈민으로, 노숙자로, 억만장자의 집사로 살면서 써낸 글이 파리의 전설적인 편집자 장자크 포베르의 눈에 띄면서 파리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러시아적인, 너무도 러시아적인 생(生)
    태생적 기반으로부터 멀리멀리 뻗어나간 이 삶이
    우리 삶도 한층 깊어지게 한다


    뉴욕과 파리 문단의 총아로 자리매김했으니 안정된 문인의 삶을 이어 가도 됐을 텐데, 발칸 반도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리모노프는 세르비아로 날아간다. 1992년 BBC에서 제작한 [세르비아 서사시Serbian Epics]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는 리모노프가 라도반 카라지치와 함께 세르비아군이 주둔한 고지대를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카라지치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 리모노프는 병사의 권유에 기관총을 붙잡고 포위된 사라예보를 향해 탄창을 비운다. 소설 [리모노프]를 집필하던 카레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본 뒤 1년 간 집필을 중단했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러시아에서 함께 이민 온 아름다운 아내 엘레나로부터 버림받은 뒤 뉴욕에서 부랑자로 살던 시절은 또 어떤가. 극빈자 구호 기관으로부터 월 278달러를 받아 근근이 연명하면서도 일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원 놀이터에서 흑인 청년과 관계를 맺고, 센트럴 파크에 드러누워 부유한 자들을 원망하며 공책에 글을 끼적이던 시절이었다.
    리모노프가 마냥 선량하고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카레르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고 말한다. 리모노프는 호주머니에서 시작 노트를 꺼내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쥐 죽은 듯 조용하게 만드는 시인이었다. 자기 여자에게는 맹목적인 애정과 충심을 퍼붓는 사내, 수용소에서 잡범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고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글로 쓰는 사내, 양심수로 수용소를 나설 때 평생 수용소에 있어야 할 수감자들이 건넨 [행운을 빈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내다. 시대의 거센 흐름에 휩쓸려 때로는 휘청거렸을지언정, 꿋꿋하게 버텨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리모노프. 인간으로서의 그에게 호감이 가든 그렇지 않든, 그의 삶이 매력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추천사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행동과 신념은 1989년 이후 소련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혼란, 분노, 절망, [와일드웨스트]식 자본주의, 올리가르히에 의한 경제적 침탈, 보통 사람들이 가진 저축의 파탄, 매일매일 이어오던 평범한 상태의 상실 같은 것들...... 그 평범한 상태가 지루하고, 퇴색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을지라도.
    - 줄리언 반스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실존 인물을 다루는 데서 오는 복잡함을 카레르는 자유자재로, 완벽하게 다룬다.
    - 르 몽드

    가장 독창적인 프랑스 작가 중 하나인 엠마뉘엘 카레르가 완벽한 주제를 찾아냈다.
    - 뉴욕 타임스

    이름도 낯선 이 사내의 삶을 읽는 것이 너무도 즐겁다.
    - 텔레그래프

    미친 듯이, 열광적으로 읽게 되는 책.
    - 뉴요커

    목차

    프롤로그 모스크바, 2006년 10월, 2007년 9월
    제1장 우크라이나, 1943~1967년
    제2장 모스크바, 1967~1974년
    제3장 뉴욕, 1975~1980년
    제4장 파리, 1980~1989년
    제5장 모스크바, 하리코프, 1989년 12월
    제6장 부코바르, 사라예보, 1991~1992년
    제7장 모스크바, 파리, 크라이나세르비아공화국, 1990~1993년
    제8장 모스크바, 알타이, 1994~2001년
    제9장 레포르토보, 사라토프, 엥겔스, 2001~2003년
    에필로그 모스크바, 2009년 12월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세면대를 보며 그는 아련한 생각에 잠겼다. 동료 수감자들 중에 이런 비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고상한 뉴욕 호텔의 고상한 투숙객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처럼, 볼가 강변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감된 일반범의 세계와 필립 스탁의 디자인 속에서 유영하는 멋쟁이 작가의 세계, 이토록 이질적인 세계들을 두루 경험한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틀림없이 많지 않아, 라는 결론에 이르는 순간 그는 자긍심을 느꼈다. 그 심정, 나도 이해한다.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쓰려는 것이다.
    (/ p.37)

    온전히 이런 시인의 삶을 살기 위해 그에게 필요했던 딱 한 가지, 우중충한 우크라이나 농사꾼의 성이 아닌 참신하고 그럴듯한 성이었다. 하룻저녁은, 안나의 집에 모인 패거리들이 재미삼아 각자 성을 하나씩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로냐 이바노프는 아제야로프가, 사샤 멜레호프는 부한킨이, 에두아르드 사벤코는 에드 리모노프([리몬]은 레몬을, [리몬카]는 수류탄을 뜻하는 만큼, 그의 뾰족하고 전투적인 성격을 고려한 작명이었다)로 재탄생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의 재미로 끝냈지만 에두아르드는 이때 만든 필명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는 이름마저도 남의 힘을 빌리지 않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 p.91)

    신바람 나는 삶의 방식은 아니지만, 괜찮았다. 다들 요령껏 살았다. 정말 어리석은 짓만 안 하면 크게 잘못될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도 시큰둥했고, 정치 얘기는 그저 술자리의 안줏거리에 그쳤다. 무기력이 존립 근거인 이 체제가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은 건재하리라고, 솔제니친을 뺀 모두가 확신하던 시절이었다.
    (/ p.97)

    내가 이미 앞에서 비슷한 장면을 한 번 쓴 것 같다. 픽션을 쓸 때는 선택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한 번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권장 사항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두 번은 과하다. 반복의 위험이 있다. 현실에서, 나는 리모노프가 여러 번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넘어지고, 의지가지없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그토록 망가지고, 처절하게 외롭고 곤궁해도, 역정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 필연적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힘을 얻고, 언제나 털고 일어서고, 언제나 다시 전진한 것은 내가 리모노프를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점이다.
    (/ pp.213~214)

    우선, 그가 사라지기 무섭게 모범적인 집사 에두아르드가 지붕 밑에 있는 그의 방에서 내려와 2층에 있는 [마스터 베드룸]을 차지했다는 사실. 주인의 실크 시트 위에서 뒹굴고, 주인의 욕조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주인의 옷을 걸쳐 보고, 주인의 폭신폭신한 카펫 위를 맨발로 걸어다녔다. 주인의 서랍을 뒤지고, 주인의 샤토 마르고 와인을 꺼내 마시고, 당연히, 여자들도 불러들였다. 거리에서 낚은 여자들, 그것도 더러는 두 명을 한꺼번에 데려와 섹스를 하면서 킹 사이즈 침대 위에 적당한 각도로 걸려 있는 베네치아산 대형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올려다보았고, 여자들 앞에서 집주인은 아니라도 집주인의 친구 정도는 되는, 동급의 사람인 양 행세했다.
    (/ p.216)

    알리에의 집과 가깝다 보니 에두아르드는 정기적으로 편집 회의에 참석했고, 이따금은 나타샤도 데려갔다. 갈수록 편안하게 느껴졌다. 극좌와 극우가 어우렁더우렁 술에 취하고, 극히 상반되는 의견들도 논쟁이라는 상스러운 형식으로 귀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환되었다. 사람들은 알리에한테서 원고료를 떼이지 않는 비법([한 손으로 기사를 내밀면서 다른 손으로는 지폐를 받아 쥔다]는 솔레르식 기술)을 공유하고, 알리에와 대판 싸우고, 사이가 틀어지고, 화해하고, 불면증 환자인 그에게서 새벽 다섯 시에 걸려 오는 전화를 자다가 일어나 받았다. 인쇄업자한테는 대금 결제를 못 하고, 변호사한테는 수임료 지급을 못 하고, 채권자들은 장사진을 치고, 명예 훼손 소송이 줄을 잇는 속에서 어느 누구도 다음 호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보주 광장의 풍경까지 한몫해 에두아르드는 청소년 시절에 열광했던 [삼총사]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 p.275)

    옛날에는 사는 게 고생스러웠어도, 구시렁구시렁 불평은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자긍심을 느꼈다. 가가린,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강한 군대, 광활한 제국의 영토가 있다는 사실이, 서양보다 공정한 사회에서 산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글라스노스트] 이후로 고삐가 풀린 표현의 자유 때문에 맞은편의 사내 같은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1917년부터 이 나라를 지배한 자들은 모두 사디스트고 살인자이며 작금의 참패를 불러 온 장본인이라는 사고가 각인되었다고 에두아르드는 판단했다.
    (/ p.301)

    러시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국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도시 근교의 단독 주택에 사는 유복한 가정, 그리고 꼬마 녀석과 개 한 마리가 나오는 광고였다. 만면에 웃음을 띤 부모가 투표소로 향한다. 부모가 투표소 밖으로 나오자 아들 녀석이 윙크를 하며 말한다. [우리도 투표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강아지야?] 순전히 가상의 중산층을 겨냥한 이 선동적인 광고는 99퍼센트의 러시아인들에겐 모욕이라고 에두아르드는 핏대를 세웠다. 청중들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투표권이 주어지면 응당 집권당에 표를 주는 게 러시아 유권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차피 집권당에 투표할 사람들이었다.
    (/ pp.390~391)

    이번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러시아 내에 허가를 받고 공식 등록된 정당이 130개인데, 이중 상당수가 당원이 없는 유령 정당이다. 당원이 7천 명에 이르는 그의 정당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허가를 못 하겠다면 민족볼셰비키당은 지하 결사체로 활동할 수밖에 없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으로 치닫더라도 자신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장관이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당신 당에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폭탄을 설치하겠다, 이거요?] [제 말은, 합법적인 길을 막으면 우린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 pp.439~440)

    [솔직히, 이번 리가 사건을 선생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십니까? 러시아가 자국민들을 그렇게 버리는 게 정상입니까?] 에두아르드의 저돌적인 질문에 장교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당신과 생각이 같소. 하지만 그건 당신이나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오. 국가의 권한이지.] [엄밀히 말하면, 바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를 탄압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이용하세요. 당신들은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하게 놔두라는 겁니다.]
    (/ p.450)

    엄혹한 수용소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남은 생을 살아갈 두 소년 중 한 녀석이 사라토프를 떠나는 에두아르드에게 말했다. [행운을 빌어요, 에딕.] 에두아르드는 머릿속이 아득했다. 가슴이 찡했다. 그 행운, 고맙게 잘 받으마.
    (/ p.474)

    저자소개

    엠마뉘엘 카레르(Emmanuel Carre'r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7~
    출생지 프랑스 파리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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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유의 저널리즘식 글쓰기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으며 문단에 확고한 입지를 굳힌 현대 프랑스 작가. 비평가들은 그의 소설을 두고 [문학적 다큐멘터리],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한다. 1957년 파리 16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파리에 살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에서 공부했고, 인도네시아에서 2년간 대체 복무를 했다. 대학 재학 중 주간지 [포지티프]에 영화 비평글을 게재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현지 취재 다큐멘터리 제작, 르포르타주 게재 등 현실과 맞닿은 작업을 계속해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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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STI)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공역), [파피용],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콧수염] [겨울 아이],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배고픔의 자서전]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후에] [천사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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