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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구 공백인 세계화 시대의 사회변동과 생애과정의 구조적 변동에 착안해 집필되었다. 그동안 축적된 세계화와 경제, 계급, 소득, 자산, 고용, 교육, 가족, 젠더관계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이 보여준 통찰력에 시사를 받은 것이면서도, 기존 연구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생애과정을 깊이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생애과정은 개인들 삶의 궤적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사회변동에 영향을 받아서 특정한 유형(pattern)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구조의 효과는 개인들이 생애과정에서 보여주는 삶의 궤적을 통해서 나타나며,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삶의 궤적 자체 변화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변동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개인들이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유형은 연령에 따라서 달라질 뿐만 아니라 사회변동이나 역사적 사건에 의해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생애과정의 전환에 대한 분석은 사회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책소개

세계화의 영향은 국가, 경제 및 노동시장, 가족과 같은 주요한 사회제도를 매개해 개인들의 생애과정을 어떻게 재구조화하는가
세계화는 기존의 생애과정의 구조에 사회적·역사적 변동을 가져오며, 개인들의 생애과정을 형성하는 조건이자 맥락으로 기능한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세계화에 의해 추동되고 있는 노동시장과 고용체제의 변화에 대한 개인들의 해석과 대응이 결혼 및 출산을 비롯한 가족구성의 변화와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 심화라는 집합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생애과정의 구조적 변동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화와 생애과정의 구조적 변동에 관한 내용은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묶어낼 수 있다. 첫 번째 주제는 한국 사회에서 세계화라는 거시적인 사회변동 속에서 소득 및 주거의 불평등 심화와 세대별 삶의 질의 차이라는 집합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생애과정의 구조적 변동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세계화와 같은 거시적인 변화뿐 아니라 문화와 이데올로기 등이 개인들의 생애과정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가족과 젠더관계이다. 가부장적 문화의 산물인 성별분업과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남성생계부양자 규범은 가족뿐 아니라 노동시장을 비롯한 사회 제반의 조직 운영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이것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이기는 하지만 남성과 여성 간의 차별과 격차를 낳으며, 생애과정의 변화 속에서도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세 번째 주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세계화가 생애과정을 어떻게 재구조화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국가의 경계에서 주로 수행되었던 생애과정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화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경제와 정치 영역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하면, 개인의 생애과정에서 중요한 가족구성과 가족전략에 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가족은 그 가족의 본원지인 일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면서 재구성되는 매우 유연한 단위가 되었다.

∥신간 출간의의(출판사 서평)

이제는 출생-교육-정규직 취업-결혼-정년퇴직-노후 등과 같은 표준적인 생애과정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생애과정을 살게 되는 시대이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가깝게는 동아시아 사회들에서도 세계화와 맞물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 비혼과 만혼의 증가, 저출산, 고령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탈표준화되고 있는 생애과정의 집합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회학적 연구들이 세계화가 추동하는 사회변동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것이 한국 사회에 끼친 거시적인 사회구조적 영향과 변화에 초점을 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변동 속에서 개인의 생애과정이 어떻게 변화했고, 새로운 생애과정이 구조화되는지에 대한 탐구는 연구의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은 연구 공백인 세계화 시대의 사회변동과 생애과정의 구조적 변동에 착안해 집필되었다. 그동안 축적된 세계화와 경제, 계급, 소득, 자산, 고용, 교육, 가족, 젠더관계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이 보여준 통찰력에 시사를 받은 것이면서도, 기존 연구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생애과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 일조하리라고 본다.

∥주요내용

서론에서는 생애과정 관점이 시간, 장소, 맥락에서 개인의 삶을 역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연구 접근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1장 ?세대, 생애과정과 계급 불평등?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생애과정에서 경험하는 소득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 연령에 따른 계급 구성의 변화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2장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만족에 대한 시계열분석?은 차별적인 세대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의 인구구조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955~1963년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붐 세대와 1968~1973년의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만족도를 분석하고 있다.
3장 ?주거 생애과정 불평등의 계층적 요인과 가족자원: 2000년대 자가 취득 가구에 대한 사건사 분석?은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 분가가구의 자가 주택 취득 기회가 분가가구 단위의 소득수준과 더불어 출신가구의 소득·자산수준과 연관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4장 ?과잉노동사회와 고학력 기혼여성의 일-생활 불균형: 생애과정 접근으로 본 젠더화된 대응?은 1990년대 고학력화의 본격적 세대 여성들이 세계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구조변동 맥락에서 직장, 결혼, 출산, 양육 등의 생애단계를 밝으면서 일과 가족관계를 어떻게 재종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5장 ?생애전이(life transition) 과정으로서 남성생계부양자의 부재?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빈곤집단으로 인식되어왔던 여성가구주들의 생애전이 과정을 남성생계부양자 부재 상황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6장 ?‘조선족’ 기혼여성의 초국적 이주와 생애과정 변동: 시간성과 공간성의 교차 지점에서?는 조선족 기혼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초국적 이주를 통해 수행하는 가족전략과 여성들의 생애과정 변동을 분석하고 있다.
7장 ?동아시아의 세계화와 생애과정의 변화: 한국, 일본, 타이완 비교?는 공시적인 비교(cross-sectional comparison)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하는 역사적인 비교(historical comparison)의 관점을 통해 현대 한국, 일본, 타이완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실업, 불완전 고용, 저임금과 빈곤 등 생애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서론|신광영

1장 세대, 생애과정과 계급 불평등|신광영

2장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만족에 대한 시계열분석|이병훈·남정민

3장 주거 생애과정 불평등의 계층적 요인과 가족자원
: 2000년대 자가 취득 가구에 대한 사건사 분석|신진욱·이민아

4장 과잉노동사회와 고학력 기혼여성의 일-생활 불균형: 생애과정 접근으로 본 젠더화된 대응|우명숙

5장 생애전이(life transition) 과정으로서 남성생계부양자의 부재|김경희·강은애

6장 ‘조선족’ 기혼여성의 초국적 이주와 생애과정 변동
: 시간성과 공간성의 교차 지점에서|우명숙·이나영

7장 동아시아의 세계화와 생애과정의 변화: 한국, 일본, 타이완 비교|신광영

결론 생애과정 연구의 의의와 과제|김경희

방법론적 개인주의(Elster, 2007; Udehn, 2012)는 사회가 개인의 합이라는 관점에서 개인이 없이는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사회를 이해한다. 분석의 출발은 사회 전체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9쪽)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절대적 규모로 인해서 그들의 생애과정을 통해 사회적 파장을 적잖게 불러일으킨 출생동년배집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 1차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 후 낙후한 경제 여건하에서 출산해 초·중등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고, 양질의 노동력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해 1970~1980년대의 산업화 역군으로 이바지했으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장년기에 오랜 개발독재에 항거해 1987년의 정치민주화를 이뤄낸 결정적 다중(critical mass)(차성란, 2011)으로 역할했다. (51쪽)

이 연구는 분가가구의 자가 취득에 출신가구의 근로소득과 부동산소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주택 불평등의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며, 개인들의 경제적 성취와 전혀 무관한 귀속적 요인에 의해 생애과정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106~107쪽)

‘생애과정 접근(The Life Course Approach)’은 유사한 시기의 성장 경험과 대격변의 역사적 시간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특성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의 개별적 차이들을 분별해내는 데 유용한 이론적 지향이자 방법론이다. (114쪽)

세계화의 과정이 경쟁주의를 완화하는 제도 부재나 미약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매우 강하게 촉진하고 있는 일 중심적 생활양식은 여성들을 더욱 일과 생활의 불균형 문제에 노출시키고 자신들의 노동 정체성과 가족 정체성을 불편하게 재조정하도록 만들었다. 과잉노동사회는 남성들의 일 중심적 일-가족관계 구조를 강화하며, 여성들의 선택지를 제한했다. (149쪽)

여성들의 생계부양자라는 역할전이는 노동자이면서 어머니라는 다중적 역할을 통해 성별분업과 젠더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된, 젠더화된 사회구조의 맥락에 순응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179쪽)

조선족 기혼여성들은 자녀양육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생애단계에서 초국적 이주를 결정하고, 현재 머무는 곳에서의 삶과 떠나온 곳에서의 삶, 그리고 현재 생애단계와 다음 생애단계를 연결시켜나가는 실천을 해왔다. 따라서 이주와 함께 시작된 이들의 생애과정의 변동이 동반한 노동과 가족의 변화는 초국적 장소의 이중성과 생애시간적 연속성이 상호교차되는 지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