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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왈, 소크라테스 왈……
‘철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고개부터 돌릴 것이다. 왜 그럴까? 철학이란 신비스럽고 어렵고 골치 아픈, 즉 내 삶과는 별 관계가 없는 학문이란 인식이 확고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리라. 그럼 왜 그런 인식이 뿌리내렸을까?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씌어진 책들만 읽었기 때문이리라. 지금껏 보아왔던 전통적인 철학입문서를 떠올려보면 더 확실해진다. 독자들은 지금껏 ‘지혜에 대한 사랑’이란 정의에서 시작해 추상적이고 심오한 주제에 대한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고견과 그에 대한 해설로 가득 찬 책들을 보아왔다. 그게 우리네 철학입문서였다.

거침없는 서술형식과 색다른 논의주제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철학입문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추상적이고 심오한 주제보다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주제를 대상으로 삼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고견과 해설보다는 주제에 대한 뚜렷한 주장과 근거 있는 논증이 분명하고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이 씌어진 목적은 철학사나 철학에 대한 이론이나 교양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철학적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생각해보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책의 서술형식과 논의주제는 그를 뒷받침하도록 조직되어 있다. 우선 서술형식이 색다르다. 친구나 동료 또는 부부 간의 대화, 모의법정, 신과 신자 사이의 논쟁, 로봇과 주인의 설전, 외계인과 지구인의 논리싸움 등이 펼쳐져 무겁게 느낄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그리고 다루는 주제도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봤음 직한 것들이다. 동성애에서부터 세계의 존재원인, 시간여행의 가능성, 예술의 정의까지 차례만 훑어봐도 퍽 흥미로운 논쟁주제들이다.

철학적 생각훈련소
이 책의 원제에 있는 ‘Gym’을 학교로 번역하긴 했지만, 학교보다는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갈고 닦는 곳’에 가깝다. 철학적 생각 훈련소라고나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방식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그를 유도하고 있다. 즉 주어진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고 그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일, 그리고 근거들이 주장을 올바로 뒷받침하는지를 따져보는 일 등 말이다. 사실 이런 활동은 전문적인 학문으로서의 철학에서도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에서도 기본이 되는 철학하는 방식이다. 각 장은 독립된 주제를 다룬다. 거기에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특정한 입장과 그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가 나와 있다. 독자들은 주장과 근거를 살펴보면서, 그 주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반대주장은 없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다. 요컨대 그런 철학하기 훈련이 독서와 토론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 생각훈련을 도와주는 밀도 높은 삽화
이 책의 삽화는 주목받는 젊은 만화가 김태권이 새로 그린 것이다. 물론 원서보다 훨씬 풍부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그렸다. 단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황설명 식의 삽화도 몇점 있지만, 그보다는 본문의 내용과 관련된 철학적·철학사적 지식을 묻는 삽화와 본문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요구하는 삽화가 대다수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의 각 장은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굳이 앞부터 차례차례 읽을 필요가 없다. 독자의 마음에 드는 장부터 읽으면 된다. 어느정도 내용을 이해한 후, 삽화를 다시 본다면 책 읽는 기쁨이 커질 것이다. 삽화에 쏟은 공력도 물론이거니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삽화가와 옮긴이, 그리고 편집자가 여러차례의 회의를 거쳐 생산한만큼 원서를 뛰어넘을 만하다고 자부한다.

- 책머리에
- 한국의 독자들에게
- 이 책을 이용하는 방법
제1장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제2장 동성애는 무엇이 잘못인가?
제3장 도둑맞은 두뇌
제4장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제5장 상대주의자들의 거짓말
제6장 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
제7장 신은 있을까?
제8장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제9장 그런데 그건 예술일까?
제10장 신과 종교가 없어도 도덕은 존재할까?
제11장 창조론은 과학적일까?
제12장 맞춤아기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