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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자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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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
    한 장의 대자보가 불러일으킨 공명(共鳴)
    대한민국에서 당신은 진정 안녕한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자보들
    평범한 인사말에서 정치사회적 열쇠말로, ‘안녕’의 의미를 재구성하다!


    2013년 12월 10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철도 파업과 뒤이은 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 이후 고려대학교에 안녕을 묻는 대자보가 붙었다. 다음날 그 옆 자리에 40여 장의 화답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곧 전국 각지의 대학으로 퍼져나갔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10일 만에 페이스북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에 25만 명이 모여들었다. 대학교수, 외국 유학생에 이어 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까지, 다산 콜센터 직원과 대공장 노동자, 전업주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성노동자와 성소수자, 그리고 이른바 ‘김치녀’ 대자보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해가 바뀌면서 ‘안녕’ 대자보 열풍은 잦아들었지만 오히려 서로의 안녕을 묻게끔 했던 불안과 우울, 무기력과 좌절은 더 무겁게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듯하다. 그러므로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서 당신은 과연 안녕한가 ’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안녕’이란 말은 2013년 12월을 계기로 무심코 건네는 평범한 인사말에서 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지, 어떻게 해야 안녕할 수 있을지, 안녕을 위해 내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열쇠말이 되었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열쇠말을 들고 대자보를 썼던 사람들을 찾아 나섰고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 [안녕들 하십니까 ]는 바로 2013년 12월부터 두 달간 곳곳에 나붙었던 대자보들 가운데 200여 장을 추려 묶음으로써 ‘안녕들 사건’을 증언하는 생생한 기록이자 사건을 일단락 짓는 매듭이다. 동시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안녕들 대자보’ 이후 각자의 삶에서 어떠한 변화와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담아 ‘안녕들 사건’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 [안녕들 하십니까 ]에 실려 있는 수백 장의 대자보는 단지 수백 명의 생각이 아니라 수천, 수만의 안녕치 못한 이들의 고백이며 각각의 자신들로부터 출발한 살아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사슬은 그것의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는 우리가 느끼는 안녕치 못함이 나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와 공명한다는 것. 결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과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롤로그 ‘안녕하지 못함에 안녕을 고하며’ 중에서

    대자보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온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발신과 수신으로 접속된 ‘자기 정치’


    인터넷과 SNS의 시대에 낡은 형식이라고 여겨지던 손글씨 대자보 한 장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냈을까 무엇이 그들의 손과 마음을 움직였을까 1980~90년대 운동권의 전유물이었던 이전의 대자보들과는 달리 이번 ‘안녕들 대자보’는 ‘나는 안녕하지 못한데 당신은 안녕한가 ’라며 말을 걸고 있다. 그 말 걸기에 화답하면서 스스로의 안녕치 못함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안녕들 대자보’의 확산에 인터넷과 SNS가 커다란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손글씨로 대자보를 쓰고 붙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익명이든 실명이든) 자신의 생활공간, 일터, 배움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신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신하며 서로 공감했다. 그리고 공감을 넘어 고려대에서 서울역까지의 나들이, 성토대회, 대자보 백일장, 12.28 총파업 집회 등 ‘자기 정치’에서 비롯된 사회운동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주목해야 할 ‘사건’임에 틀림없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찾아보는 노력이야말로 ‘자기 정치’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 정치란 직업 정치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누가 완전히 대신해줄 수도 없습니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듯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프롤로그 ‘안녕하지 못함에 안녕을 고하며’ 중에서

    물음에 맨 먼저 화답한 이들은 동료 대학생들이었다. 사상 최장기간의 철도 파업 속에 연일 직위해제 노동자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고 그에 따라 철도 노조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도 높아져갔다. 한편으로는 학점과 스팩 관리 때문에 ‘안녕하지 못한데 안녕한 척 하며’ 또는 ‘자신만은 안녕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정치적으로 무관심했다는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재벌기업 재단의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었던 성균관대와 중앙대에서는 학생회 선거에서 대학본부의 개입 논란, 학내 언론의 탄압,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통폐합되는 학과 등 훼손된 대학 내 민주주의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흐름은 대학 청소 노동자들과 시간강사들의 싸움에 대한 연대로 모아졌다.

    안녕치 못한 사람들, 그리고
    안녕치 못하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


    대자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져갔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는 밀양 주민, 파주출판단지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대자보를 붙인 출판 노동자, 안녕치 못한 사회에서 안녕함만을 보도하는 공영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인,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노무사....... 이들의 ‘자기 정치’와 운동은 진지하고 솔직한 자기반성과 성찰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을 안녕치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 해학으로 ‘대자보 놀이’ 문화를 만들어내며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12월 18일 페이스북에 "저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대자보가 올라왔다. "성매매를 하러 온 구매자 남성이 자신도 자보를 썼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고 거기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주먹질을 당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는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끝맺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말대로 ‘누구나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지했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성노동자가 ‘안녕’에 동참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심각한 혐오발언도 등장했고 심지어 ‘안녕’ 대자보를 폄훼하기 위해 조작된 대자보라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소수자의 대자보를 한 연예인이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삼자 일베 커뮤니티가 그 연예인을 표적 공격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성정체성만큼이나 서로 다른 성적 소수자들과 그들의 지인, 부모가 쓴 대자보들이 잇달았다.

    삐딱하게 다시 묻기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질문은 정말 모두를 향한 것인가


    대표적인 여성비하 표현인 ‘김치녀’ 대자보도 등장했다. "당신은 학벌과 임금이 남성보다 낮거나 혹은 높거나, 연애상대로써 외국인을 선호하거나, 섹스 경험이 많거나, 연애하면서 섹스를 해주지 않았거나, 이상형이 키 큰 남자이거나, 여러 남자와 친하건, 여대에 다니거나, 내숭을 떨었거나 떨지 않았거나, 성형을 하고 예쁘거나, 성형을 안 하고 못생겼거나 등등의 이유로 인해 김장당한 김치"라는 일침에 많은 ‘김치들의 안녕을 묻는 대자보’가 화답했고 많은 이들의 대자보에 찬반 의견이 달리고 악성 댓글과 같은 혐오발언, 나아가서는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소년들의 대자보는 더욱 심각했다. 한 고등학교 학생이 학내에 붙이자 교장이 경찰에 신고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 페이지에 올라온 대자보의 수는 115장"이었으며 그 외 산발적으로 인터넷 등에 올라온 대자보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대자보는 단 15장뿐이다. 그것도 몇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익명이다.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계약의 동등한 주체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이 생각하고, 직접 손으로 쓴 대자보라 할지라도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무런 공적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한 청소년 대자보의 내용(‘그 많던 청소년의 대자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처럼 청소년은, 더불어 많은 소수자들은 아직도 발언의 기회, 공간, 자격조차 획득하지 못한 채 배제되는 현실을 다시금 뼈아프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 마지막에 실린 대자보의 끝맺음은 사뭇 삐딱하다. 혹시 이 삐딱함이 ‘안녕들 사건’의 제 2편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안녕들 하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삐딱하게 되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안녕들 하냐고 묻는 그 질문은, 정말 모두에게 묻는 것입니까 모두가 물을 수 있는 것입니까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요 "

    목차

    프롤로그 안녕하지 못함에 안녕을 고하며

    1. 안녕들 하십니까 ?

    안녕들 하십니까?/아니요, 안녕 못합니다/‘불법’이란 무엇인가요?/안녕하지 못합니다. 불안합니다/누군가 내게 안녕하냐고 묻는다면/즐거운 日記/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이제 좀 ‘미련’해지렵니다/밤새 안녕들 하셨습니까?/송구스럽지만, 우리는 안녕합니다/회색인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안녕할 수 없고, 안녕하면 안 될 세상입니다/안녕치 못한 사람들의 외침을 바라보며 저도 한마디 거들어봅니다/안녕할 리가... 없잖습니까/저도 제가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모두들, 안녕하세요!/정대 후문을 지나다니던 한 평범한 대학생의 글/모두가 안녕한 세상은 있을 수 없는 걸까요?/안녕들 하십니까/안녕하냐고 물어봐주어서 고맙습니다/이제야 진짜 안녕할 것 같다/안녕들 하십니까?/12월 19일, 조건 없는 안녕을 위하여/이봐요, 우리는 안녕한가요?/연세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나는 부끄럽습니다/안녕, 합시다!/다들 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누군가는 마지막으로 처음처럼/우리가 편치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동악을 거니는... 그대들은 안녕하신지요?/수상한 시절에 안녕들 하십니까?/미친 금붕어가 되고자 합니다/안녕들 하십니까? 외국인 대학생입니다/날씨 너무 덥네요/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아주대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우리 전남대는 안녕한가요?/나, 안녕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니/안암에서 고요한 외침에 춘천에서 기별합니다. 저 또한 안녕치 못하다구요/여러분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정녕, 안녕들 하십니까?/기억하십니까?/안녕하지 못합니다!/경성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인제대 학우 여러분, 안부를 묻습니다/계명대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안녕들 하십니까?/여러분 정말 안녕하십니까?/개신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학우 여러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공주대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2.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들 하시냐기에/건대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버스노선이 끊겨 안녕 못합니다/수원대는 언제 안녕들 합니까?/여러분들은 안녕하세요?/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성균관 학우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성균관대 학우 여러분! 저는, 우리는 안녕하고 싶습니다!!/꽁꽁 얼어붙은 학생자치, 학우 여러분들 안녕들 하십니까?/저는 저의 불편함을 말하고 싶습니다/성균관 학우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모든 사람들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우리도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성균관대학교’는 안녕하십니까/아! 나도 말해도 되는군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아니요, 결코 안녕할 수 없습니다."/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안녕하고 싶습니다. 안녕해야겠습니다!/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이 맞이할, 2014년/안녕들 하십니까, 에필로그/안녕하냐는 물음에 부끄러움을 내놓습니다/시험공부가 하기 싫어서 안녕하질 못합니다/나는 ‘안녕하기’를 거부한다/불편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하나도 안 괜찮아요/여러분의 학점은... 안녕들 하십니까/신방과 학생, 여기 안녕 못합니다!/어떻게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안녕하지 못한데, 안녕한 척 지냈습니다. 가슴이 쿵쿵대는데, 모른 척 지냈습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후를 묻는다/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과학은 산업역군이 아닙니다/무지랭이양의 작은 소망/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으려 합니다/당신의, 우리의, 나의 안녕을 빌며/우리들의 ‘목소리’는 안녕한가요?/안녕들 하십니까/안녕하세요?/이 겨울, 안녕하지 못한 우리에게/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정말로 진심으로 묻겠습니다/하 수상한 이 계절,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요/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 자신을 속이지 않겠습니다/‘안녕들 하십니까’가 사회 속에 끊임없이 ‘안녕하게’ 남기를 바라며/우리의 패러다임은 취업/‘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답/안녕들 하십니까?/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안녕이라는 말 대신: 이화를 떠나며 남기는 편지/저 궤변가들에 대하여/우리가 보았던 것은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에 안녕하지 못합니다/‘사회’ 없는 시대의 ‘정치’

    사진으로 보는 안녕들 하십니까

    3. 우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철도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기꺼이 그 길을 가겠습니다/Without international solidarity we can’t be okay!/원주의과대학 학우분들은 안녕하십니까/의대생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 모두, 건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 삼성제품을 사용해주시는 소비자 여러분/출판 노동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출판 노동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내가 조금만 덜 안녕했다면 우리는 어디쯤 달리고 있었을까/안녕들 하십니까?/"진정 안녕들 하십니까?"/안녕하세요, 학과 사무실입니다/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여러분의 텐트는 안녕들 하십니까?/인사를 받았으니 답을 해야지요!/안녕하십니까? 이 말이 새삼 강하게 와 닿는 이유는/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당신의 ‘등급’은 안녕하십니까?/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안녕들 하셨습니까/22기 동기 노무사님들, 안녕들 하십니까?/저는 아직도 부끄러운 대학생입니다/우리는 중앙대 청소 아줌마들입니다/청소 노동자분들, 불편해도 괜찮아요!/중앙대가 책임 있습니다/안녕하세요/백만 원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이것은 백만 원짜리 자보입니다/이것은 백만 원짜리 자보입니다/여기 백만 원짜리 자보가 있습니다/표현의 자유를 허하라!/고려대에서 보내는 100만 원짜리 대자보/학교를 위한 대자보/To. 청소 노동자분들/안녕들 하십니까/저는 성노동자를 지지합니다/나는 창녀, 매춘부, 윤락녀가 아니라 성노동자다/누구든 안녕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누구든 안녕할 수 있어야 합니다/여러분, 부디 안녕합시다/안녕들 하십니까

    4. 안녕하지 못하다 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성소수자, 안녕들 하십니까?/이러나저러나 넌 내 친구/약자를 괴롭히는 이 사회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쉽지 않은 삶/낡은 시계처럼/뜻밖의 반응/사랑에 허락이 필요한가요?/저는 바이로맨틱 에이섹슈얼 여성입니다/"저는 성소수자입니다" 하고 말하기엔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1월 7일, 조건 없는 안녕을 위하여/트랜스젠더, 양성애자의 이름을 가진 나의 딸에게/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개념녀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멋진 여자이며 김치녀이고 꼴페미가 쓰는 개념 없는 글/왜 화장을 해야 하나요?/김치녀가 될 수밖에 없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정대 후문이 ‘김치’의 성지가 될 조짐을 보며/당신의 몸매는 안녕들 하십니까?/김치녀라는 허상에 침을 뱉는 사람들/김치 공포증에 걸린 여러분들의 안녕이 걱정됩니다/김장글/나는 온전한 ‘나’이고 싶습니다/노동자와 어머니 사이에서/저는 전업주부입니다/우리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군대’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합니다/당신은 왜 여성주의에 반대하시나요?/김치여! 김장독을 탈출하라!/나의 여자 친구들에게/그 많던 청소년의 대자보는 다 어디로 갔을까?/개포고 학생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대한민국의 고3, 안녕들 하십니까?/친애하는 살레시안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불행하게도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쓸쓸한 찬바람만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우리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없습니다/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모든 언론을 접하는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이제는 내려놓을 때입니다"/학생 여러분들, 안녕들 하십니까?/날 좌절에서 구한 "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학생자치와 교육/ㅅㅁ인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냐는 그 질문은,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요?/안녕들 하냐고 묻는 옆의 삐딱선에서

    에필로그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못 다한 이야기

    본문중에서

    이전까지 확인하지 못했던 그러나 함께하고 있었던 공동체의 구성원이 나와 비슷한 물음을 던지며 "안녕치 못하다"라고 말하는 현실에서 이미 불은 번져나가는 중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뜨겁게, 그리고 동시에 젖은 장작을 말리듯이 서서히 말입니다.
    (/ p.23)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 p.39)

    공대생이기 전에 한 사람의 대학생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저는 결코 안녕하지 못합니다. 마틴 루서 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적 전환기에서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 감히 제 짧은 의견과 목소리가 선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침묵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바보놀음을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 p.77)

    다름에 대한 혐오가 인터넷 너머 사회에까지 점점 팽배해져가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온갖 막말과 모욕, 차별적 언사를 거리낌 없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본은 끝없이 더 높은 수준의 노동유연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연체동물이 아닙니다.
    (/ p.125)

    가을바람이 불 때 나는 편지를 쓰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자기 속여서 쓰는 자기소개서에 진짜 ‘나’는 없어요. (...) 다 쓰니 나는 돼지고기가 된 느낌이었어요. (...) 그리고 겨울, 첫눈이 내리기 한 주 전에 면접을 봤어요. 흑백논리적인 정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몸이 떨렸어요. (...) 그날 밤 난 스물여덟에 몸도 거구인데 신생아처럼 울었어요. 한참 우는데 TV에서 이문세 노래가 나왔어요.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거야." 참 터무니없이 해맑네요.
    (/ p.136)

    저는 학교에서, 밀양에서, 대한문 앞 24명의 분향소 앞에서, "과연 바뀔 수 있을까?"라는 무기력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녕들 하시냐"는 어느 20대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요. 뭐라고 말 한마디만 하면 ‘종북’,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그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은 안녕들 한지 모르겠습니다.
    (/ p.148)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소박한 ‘품앗이의 정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축제의 밤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학생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거기서도 여전히 삶은 지리멸렬하게 지속됩니다. 거기서도 타인의 행동과 몸짓이 지니는 의미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일상의 문제를 정말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는 정당정치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 손으로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이 공유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나누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 p.177)

    안녕하냐는 물음에 제 부끄러움을 내놓습니다. 나의 ‘안녕’을 꾀하면서 비겁하게 위선을 부렸던 지난 나날들과 그마저도 만족하지 못했던 날들의 부끄러움. 우리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것에 위축되어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더 힘이 되지 못한 부끄러움. 나의 부채감 때문에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들을 흘기며 따뜻한 ‘안녕’조차 묻지 못하고 위로가 되지 못했던 기만의 날들의 부끄러움을 내놓습니다.
    (/ p.183)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의 마지막 행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안녕하지 못했지만,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아프다고 말합니다. 학우 여러분. 우리는 더 많은 아픔이 수면 아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아픔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길 희망합니다.
    (/ p.203)

    그래요.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여성입니다. 88만 원 세대입니다. 대학생입니다. 노동자계급을 물려받은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또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부를 수 있을까요? (...) 저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상적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젊은 세대를 봉으로 취급하는, 대학생이 학문이 아닌 취업에 열중하기를 강요하는 게 오늘날의 한국 사회입니다. 제가 어느 이름으로 불려야 안녕하겠습니까.
    (/ p.225)

    좋아하는 글귀 중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밤하늘의 별처럼 스스로 빛나진 못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바라봐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저를 안녕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분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듯합니다. 더욱 힘내겠습니다. 내가 모는 기관차처럼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 p.292)

    노동조합이 생겨 우리 삶도 바꿔보자 외치던, 돌도 안 된 사랑스런 딸아이를 남기고 배가 고파 못살겠다, 옆의 동료가 힘들어하는 걸 보지 못하겠다며 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난 최종범 열사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객 댁 앞에 초인종을 누르며 "삼성 서비스입니다"라 말하고 업무 중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또 하나의 가족 삼성서비스입니다" 안내 멘트를 하는데도 자기 직원이 아니라는 삼성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 p.307)

    하 수상한 시절, 텐트는 안녕치 못한 이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중앙대 청소 노동자의 텐트,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장애인들의 텐트, 과천에 있는 코오롱 정리해고자의 텐트, 밀양의 농성 텐트, 심지어 텐트도 없이 진행된 삼성본관 앞의 노숙도 있었지요.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은 광고탑 위에까지 올라가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대자보를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 여러분의 텐트는 무엇입니까?
    (/ p.327)

    자신의 정치를 외친다는 강한 흐름 속에서도 청소 노동자는 "미안하다"는 말로 벽보를 시작해야 했고, 성노동자의 첫 자보는 붙일 자격, 목소리를 낼 자격을 대중평가단(?)이 검증하듯 따져 물었습니다. 청소년이 자보를 붙이자 교장은 경찰을 불렀습니다. 성소수자가 자보를 붙이고 이를 한 연예인이 용기를 내어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삼자 일베라는 커뮤니티의 공격 표적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소수자와 약자는 목소리를 내는 데에 자격을 요구받았습니다.
    (/ p.376)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인터섹슈얼, 퀘스처너, 그리고 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성소수자들은 이방인이 아닙니다. (...) 우리는 우리의 사랑과 삶의 맥락을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혹자들의 동정과 도덕적?원칙적인 수긍만이 아니라,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현실의 변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함께 비를 맞자고, 모든 사람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 p.385)

    한참의 고뇌 끝에, 저는 소중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아이는 ‘신이 버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 아이가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이고 양성애자인 것은,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 아이는 ‘신이 버린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제 아이는, 너무나도 소중한 내 새끼입니다.
    (/ p.409)

    ‘개념녀’의 자리에 저를 놓는 불가능한 일을 그만두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살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사는 데에 붙여지는 이름이 ‘김치녀’라면 그 이름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불편한 ‘개념녀’이기보다 제 자신이 행복하기를 선택한 저는 ‘김치녀’입니다.
    (/ p.416)

    제가 보기에 식모나 노예 생활과 다른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빠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은 전업주부는 먹고 놀기 때문에 이런 일상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먹고 노는’ 우리 엄마는 별로 안녕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분들의 어머니는 안녕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집에서 먹고 노는’데도 불구하고 안녕하지 못한 우리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 p.445)

    그러므로 안녕들 하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삐딱하게 되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안녕들 하냐고 묻는 그 질문은, 정말 모두에게 묻는 것입니까? 모두가 물을 수 있는 것입니까?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요?"
    (/ p.493)

    저자소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41권

    2013년 12월 10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철도 파업과 뒤이은 대량의 직위해제 이후 고려대학교에 안녕을 묻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양한 곳으로 퍼져 많은 이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와 답장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수천 장의 대자보가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도무지 안녕할 수 없는 하 수상한 시절, 자신과 사회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안녕하지 못하다”라는 대답을 내놓은 사람들. 각자 안녕하지 못한 이유와 안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안녕한 사회를 위해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출판팀 [편저]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안녕을 묻는 대자보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이후 질문을 넘은 해결을 고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가 안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토론회, 집회 참가, 공연 관람, 총회 개최 등 여러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중 전국 각지에서 울려퍼진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엮는 일이 모두가 안녕하는 데 필요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출판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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