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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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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백성을 위해 일어났으나 백성에 의해 죽어간 외롭고 작은 영웅의 마지막 날들!

    1894년 갑오년 4월, 전봉준은 농민군을 이끌고 전주성을 점령했다. 동학농민혁명이 거둔 최대의 승리였다. 1894년 12월, 전봉준은 민보군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간다. 을미년인 1895년 3월, 전봉준은 의금부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녹두장군’이라는 별명과 노랫말 ‘새야새야 파랑새야’, 그리고 농민들의 선봉에 선 동상으로 기억되는 전봉준.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성을 위해 싸웠지만 결국 백성들에 의해 밀고당해 끌려가는 천리 길. 그 기나긴 치욕과 실존을 작가 한승원이 소설 [겨울잠, 봄꿈]으로 처절하게 담아냈다. 적어도 이 책 속에 우리가 아는 전봉준의 모습은 없다.

    나는 지금 죽으러 가지만 나의 이름은 영원히 살 것이다!
    ‘생명의 작가’ 한승원이 치열하게 재구성한 인간 전봉준의 마지막 치욕 천리(千里)!

    소설 [겨울잠, 봄꿈]은 1894년 겨울부터 이듬해인 1895년 봄까지 전봉준의 ‘죽음의 길’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군사를 잃고 패주하던 전봉준이 잡혀서 역사에 기록된 바와 같이 죽는다. 전봉준은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이미 패군의 수장이다. 믿었던 옛 부하와 백성들에게 배신당하고 얻어맞아 다리가 부러지고 몸이 뒤틀렸다. 옷 속에서 들끓는 이와 마음에 맺힌 것이 많아 속 시원히 할 수 없는 배변, 백성에게서 빼앗아온 것이 분명한 기름진 음식들을 먹어야 하는 치욕… 숨 쉬는 것조차 고통인 그에게서 십만 대군을 이끌며 총알도 피한다는 영웅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런데 귓전에서 달콤한 속삭임 하나가 시작된다.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않느냐고, 일본에 협력한 다음 미국 유학을 다녀와 조선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라고, 일본의 정한(征韓)세력은 끊임없이 그를 회유한다. 전봉준은 처음으로 삶이 아닌 죽음을 두고 고민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나의 죽음을 통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나의 이름은 영원 속에서 살고,
    너의 칼은 역사의 죄로 더럽혀지리라.

    “나를 죽이되,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서 참수하라. 나의 피가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번져가게 하라.”
    (/ 본문 중에서)

    전봉준은 혀를 끊고 자결하는 대신, 살아서 서울에 닿고자 한다. 죽음으로, 간절한 피로 마지막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작가 한승원은 삶과 죽음을 저울질할수록 하루하루가 참담해지는 과정을 끔찍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과 긴장감 넘치게 전환되는 매 장면은 생생해서 더 눈물겹다. 작가는 비채와의 일문일답에서 이렇게 말했다. “착취와 살육의 현장. 그 가슴 아픈 실존 앞에서 나는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가의 시선은 이렇게 인물들의 욕심을 꿰뚫고, 전봉준의 컴컴한 희망을 관통하고,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훑는다. “가보세, 가보세, 갑오년에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하다가는 병신 되어 못 가네.” 전봉준이 전주성에 입성하던 날 농민군은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세상을 바꾸자고 마음을 모았다. 오는 2014년은 다시 갑오년이다. 그러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혹은 달라지지 않았는가. 이 책은 120년 전의 전봉준과 그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재구성한 작가 한승원이 세상에 던지는 거대한 물음이다.

    본문중에서

    전봉준은 두 가지 고통에 시달렸다. 하나는 으깨진 발등과 부러진 정강뼈, 재갈 찬 입의 고통이요, 다른 하나는 사로잡힌 채 눈을 번히 뜨고, 일본군의 잔혹한 만행들을 보아야 하는 치욕과 분노의 고통이었다.
    (/ p.106)

    어디론가 도망을 치는 것은, 최소한의 희망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성공적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과 도망쳐 간 다음 새로운 자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 나는 그러한 희망이 없으므로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나의 희망은 이들에게 붙잡혀 가,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인 까닭에 도망을 꿈꾸지 않는다. 아니, 이토가 이토 히로부미를 통해 열어준다는 새로운 살 길에 대한 희망 때문이지는 않은가. 전봉준은 그 더러운 희망을 가슴에 담고 있는 스스로가 가증스러워 이를 악물고 눈을 힘주어 감았다.
    (/ p.186)

    밥이 하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밥을 만들려고 산다. 밥을 쟁취하려고 싸운다. 더러운 밥이 있고, 깨끗한 밥이 있고, 떳떳한 밥이 있고, 부끄러운 밥이 있다. 내가 일어선 것, 고부 사람들이 관아로 몰려가 사또에게 대든 것, 아버지가 사람들의 소두로서 항거하다가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은 것, 호남 일대의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 다 이 밥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이 조선 땅에 들어온 것도 조선 사람의 밥을 빼앗아 가려고 온 것이다. 조선 사람에게는 쭉정이만 먹이고 저희는 알곡을 탈취해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전봉준은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마시면서 생각했다. 나는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슬픈 밥에 대하여 모두 말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
    (/ p.216)

    이 소설은 1894년의 겨울, 패주한 동학군의 지도자 전봉준이 밤을 도와 잠행하다가 민보군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가는 천리 길의 기나긴 참담한 여정을 서술한 것이다. 그 여정에서 전봉준이 만난 개 같은 세상을 보면서 나는 진저리치며 구역질을 하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9.10.13~
    출생지 전남 장흥
    출간도서 84종
    판매수 13,966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68년 <대한일보>에 「목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을 펴냈으며 장편소설 『불의 딸』, 『포구』, 『아제아제 바라아제』, 『아버지와 아들』, 『해일』, 『시인의 잠』,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해산 가는 길』, 『멍텅구리배』, 『사랑』, 『물보라』, 『초의』, 『흑산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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