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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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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빼어난 짜임새와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담긴
    다섯 여인 다섯 빛깔 이야기


    샘깊은오늘고전은 2006년[주몽의 나라]를 첫 권으로 시작해 이규보, 이옥, 허난설헌, 박지원, 조위한, 신류, 김시습, 최부, 정약용, 김려, 나만갑, 허균을 비롯한 무명씨의 문학 작품과 역사 기록을 오늘의 한국어로 새로이 다듬어 펴내고 있습니다. [주몽의 나라][일곱 가지 밤][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허생?거지 광문이][양반전?범이 꾸짖다?요술 구경][최척][북정록][부처님과 내기한 선비][홍경래][표해록][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남한산성의 눈물][할 말이 있다]의 원전 비평, 문체, 구성, 편집, 미술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호평을 거울삼아, 앞으로 총서의 목록을 더욱 알차게 채워 나가겠습니다.

    샘깊은오늘고전 열네 번째 이야기! 다섯 빛깔 다섯 이야기를 통해
    근세 이전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폭압의 실상을 이야기하다


    [다모와 검녀]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18~19세기 조선의 한문 작품 다섯 편을 오늘의 한국어로 다듬어 엮은 책이다. 이 책의 다듬어 쓴 이 고영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작품들 중에서 혼자 읽기 아까운, 조선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다섯 편을 골라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썼다.

    범죄 수사에 나선 한성부 다모 김조이의 이야기를 다룬 [다모], 춤추듯 칼을 휘둘러 원수의 목을 벤 여인의 삶을 그린 [검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무딘 식칼을 휘두른 길녀의 삶을 이야기한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가짜 장례식을 치르고서야 재혼을 할 수 있었던 여인의 슬프디슬픈 사연을 풀어낸 [몰래한 재혼], 총기 넘치는 말괄량이 소녀가 어엿한 양반집 귀부인이 된 이후 청상과부로 살게 된 고충을 보여준 [귀부인의 유언] 등이 그것이다.

    한 시대 안에서도 저마다의 삶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으로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분위기가 서로 다른 이 이야기들은 시대 상황 그리고 ‘여성’이라는 주제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듬어 쓴 이 고영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묶으면서 ‘한 시대 아래 이렇게 서로 다른 세상과 삶이 함께 존재했다’라는 책의 큰 줄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아울러 그는 “다섯 작품의 작품성은 모두 빼어납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고비를 지나 끝나기까지의 짜임새가 매우 뛰어나지요. 인물에서든 상황에서든 묘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빼어난 작품성의 안내를 받으며 독자는 따스한 사람됨에서 나온 진짜 배려, 살면서 말문이 막히는 순간, 떳떳한 사람이 터뜨린 정당한 분노, 거칠 것 없는 삶의 통쾌함, 사람이 미소를 띠고 죽을 수 있는 순간 들을 가로지르게 됩니다”라고 말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이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한 조선의 다섯 여인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이야기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결정했다. 중세 봉건사회, 특히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대부분 규중에 갇혀 집안을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했다. 그런데 이 다섯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질곡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노력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순탄하게 흘러갔던 건 아니다. 다섯 주인공들은 일시적으로 보상을 받거나 표창을 받았을 뿐, 사건이 끝난 뒤에는 이름 없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결말이 모두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모는 한성부에 딸린 관비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고, 검녀의 여종은 주인댁 처녀를 보호하는 여종의 신분 그대로였으며,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는 양반의 소실이 되었을 뿐이다. 또 재상의 딸은 이름 없는 무인의 부인으로서 세상을 마쳐야 했을 것이고, 전라도 장성의 장씨는 당시의 사대부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을 중시하여 욕정을 억누르고 수절을 지켜야 했다.

    이처럼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근세 이전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폭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18~19세기 조선 여성들이 어떻게 관습과 마찰을 일으키며 주체적 삶과 자유를 획득해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글을 열며
    다모
    검녀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몰래한 재혼
    귀부인의 유언
    해설

    본문중에서

    [다모]
    하루는 한성부의 아전과 군졸들이 남촌으로 밀주 단속을 나갔다.
    남산 아래 한 동네의 외진 데에 몸을 숨긴 일행은 다모 김조이를 급히 불렀다. 그러고는 나무를 질러 만든 다리 주변의 몇몇 집을 가리키며 임무를 맡겼다.
    “이쪽 집은 다 양반네인데, 큰일이네…. 우리 같은 아전, 군졸들이 양반네에 바로 들어갈 수도 없고…. 다모야, 일단 네가 집 깊숙이 들어가라. 몰래 빚은 술이 있는지 찾아보고, 술을 찾으면 신호를 보내! 그럼 우리가 바로 쳐들어갈 테니.”
    다모는 까치걸음으로 들어가 이 집 저 집을 깊숙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얼마 뒤, 한 집에 과연 항아리 하나가 있는데, 거기에는 석 되들이나 될까, 뽕나무 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쯤 담근 듯한 술이 들어 있었다.
    (/ p.24)

    포상금을 받기 위해 아전에게 밀주를 고발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쯤에서 일을 마치고 한성부로 돌아오는 아전을 기다리곤 했다. 다모의 눈에는 대번에 그 젊은이가 들어왔다. 젊은이를 주의해 살펴보니 그 생김새가 아까 주인 할미가 일러준 그대로였다. 뭔가를 결심한 듯한 다모는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다가가서는 팔을 휘둘러 젊은이의 뺨을 휘갈겼다. 욕설도 퍼붓고 침도 뱉었다.
    “니가 양반이냐? 양반이 병든 형님을 위해 술을 빚은 형수를 고자질하겠다고? 고자질해서 포상금을 받아먹겠다고?”
    갑작스런 소동에 행인들이 크게 놀랐다. 십자가의 온 행인들은 다모와 젊은이를 담처럼 에워싸고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했다. 다모와 함께 나갔다 돌아오던 군졸들은 군졸들대로 화가 났다.
    “다모 네가 주인 할미의 꼬드김에 넘어갔구나! 우리를 속이고 범죄를 숨기고, 도리어 고발한 사람에게 욕질을 하고 행패를 부려?”
    군졸들은 다모를 상관에게 끌고 갔다. 이들의 상관인 종6품 벼슬아치 한성부 주부가 다모에게 사실을 확인하니, 다모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파악한 상관이 짐짓 화가 난 체하며 말했다.
    “범죄를 숨기려 하다니 용서하기 어렵다! 태형笞刑매질을 하는 형벌. 법률에 따른 정식 형벌이다 스무 대에 처한다!”
    이윽고 유시酉時오후 5시에서 7시 사이가 되어 관청이 일과를 마칠 즈음, 다모에게 태형을 내린 한성부 주부가 조용히 다모를 불렀다. 주부는 돈 열 꿰미를 주면서 말했다.
    “너는 밀주 범죄자를 숨겨 주었다. 법을 집행하는 벼슬아치가 너를 용서하고 만다면 법이 제대로 설 수 없다. 내가 내린 태형의 뜻을 알겠느냐. 그렇지만 네게는 의로운 데가 있구나. 의로운 데만큼은 칭찬 받을 만하다. 이 돈은 그 상이다. 받아라.”
    (/ pp.30~31)

    [검녀]
    하루는 한 여자가 소응천을 찾아왔다. 소응천은 웬 여자가 찾아왔기에 놀랐으나, 찾아온 여자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의 큰 명성을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비록 신분이 보잘것없는 미천한 몸이지만 가까이서 모시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소응천이 더욱 놀라 대꾸했다.
    “너는 지금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아낙네의 모습으로 바꾸지도 않고, 사내를 찾아와 버젓이 한다는 말이 스스로 한 사내를 모시겠다니…. 너는 도대체 남의 집 종이냐? 아니면 몸을 파는 여자냐?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다른 남자와 혼인하고서도 짐짓 처녀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는 여자냐?”
    여자는 이번에도 담담히 말을 받았다.
    “예, 저는 남의 집 종이었습니다. 한데 주인집이 망해 주인집 사람도, 그 집의 종도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주인집이 그렇게 망했으니 제게는 돌아갈 데가 없습니다. 비록 이런 신세지만 마음속으로 원하는 한 가지가 있기에,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를 남편으로 떠받들다 일생을 마칠 생각은 없습니다.”
    (/ pp.42~43)

    저는 보검 한 쌍을 팔아 500냥 남짓을 마련해 바로 아씨를 장사지냈습니다. 나머지 돈으로는 논밭을 사서 주인집과 아씨의 제사가 끊어지지 않고 받들 수 있도록 했지요. 그러고도 저는 남자 옷을 벗지 않았습니다. 남장을 한 채로 3년을 더 떠돌아다녔답니다.
    그런 끝에 이름 높은 선비로 선생님만 한 분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낮추어 선생님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휴, 가만히 선생님이 잘한다고 하는 바를 보니… 그 잘하는 바라는 것이 글 쓰는 데서의 잔재주와 천문, 역술, 형법, 산수, 사주, 점보기, 부적 만들기, 도참圖讖 따위의 하찮은 잡술뿐입니다.
    이는 마음을 닦고 몸을 지키는 큰 처방과 세상을 다스려 후세에 모범을 보이는 큰 도리에 까마득히 못 미칩니다. 빼어난 선비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닙니까? 실제보다 지나친 이름을 얻은 사람은 비록 태평한 시대에 산다고 해도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라면 어떨까요? 이제부터 조심하신다 해도 선생님께서는 화를 당하지 않고 일생을 보내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바라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 지금부터라도 깊은 산속을 벗어나 남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전주 같은 큰 도회지로 나가십시오. 그런 데서 모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사십시오. 아전이나 구실아치의 자제들을 가르치시면 입을 옷과 먹을 밥은 나올 테고, 분수에 맞지 않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면 세상의 화는 면할 수 있을 테지요.
    (/ pp.49~50)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혼인을 마치고 몇 달이 지나 신명희는 곧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향 인천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향에 가 보니 이 일 저 일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신명희는 바로 영변에 들러 길녀를 데려가지 못했다. 그런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어느덧 길녀의 친척들은 영변과 인천 사이가 멀기도 하고, 신명희가 다른 마음을 먹어 이 혼인이 어긋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한번 그런 의심이 들자, 친척들은 길녀를 고을의 부자나 권세 있는 남자에게 억지로 다시 시집보낼 궁리를 하게 되었다. 이럴 때의 억지 혼인이란 거의 신부를 팔아먹는 일과 다름없었다. 길녀도 이 낌새를 알아챘다. 그래서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길녀가 사는 데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바로 평안도 운산이었다. 운산에는 길녀의 당숙堂叔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때 운산에는 무관 출신의 젊은 원님이 부임해 있었는데 원님은 첩이라도 하나 들일까 싶어 읍내 소식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길녀의 당숙은 이때다 싶었다. 운산 관청을 들락거리며 길녀를 운산 원님에게 팔아먹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억지 혼인을 할 날짜까지 잡아놓은 것이다.
    (/ pp.63~64)

    그날 밤 운산 원님이 당숙네로 왔다. 운산 원님이 사랑방에서 기다릴 때 당숙은 비로소 골방 문을 열었다. 방 안에 움츠리고 있던 길녀는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나가 식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되는 대로 내지른 칼에 큰아들부터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길녀는 소리소리 지르며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러 앞길을 헤치고 나갔다. 감히 길녀를 막을 자는 없었다. 길녀의 칼 끝에 걸린 자들의 이마는 터지고 얼굴은 찢어졌다. 땅은 그들이 흘린 피로 물들었다.
    운산 원님은 간이 떨어져 도망치지도 못하고 문고리만 잡고 벌벌 떨었다.
    길녀가 문짝을 냅다 걷어차고 창살에 손발을 동시에 날리니 문짝이 부서졌다. 길녀는 방안에 오그라든 채 벌벌 떨고 있는 원님을 꾸짖기 시작했다.
    “너는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이 고을의 원님이 되었다. 네임무는 인민을 사랑하고 임금께 보답하는 것이다. 그런데 백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 여색을 밝히다니! 흉악한 자들과 짜고 여자에게 몹쓸 짓을 하려 들다니! 이런 짓은 개돼지도 하지 않는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내가 어차피 죽을 몸이라면 네 놈부터 죽이고 나서 죽겠다!”
    (/ pp.71~72)

    [몰래 한 재혼]
    한 재상의 딸이 시집을 갔다가 갑자기 남편이 죽는 바람에 혼자가 되었다. 이 딱한 여자는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하루는 재상이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속상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아랫방을 지나는데, 딸이 곱게 화장을 하고 몸단장을 마치고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았다. 그러더니 거울을 던져 버리고는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 소리 내어 우는 게 아닌가! 그 꼴을 본 재상은 속으로 어찌나 측은한 생각이 들든지 도로 밖으로 나왔다. 재상은 얼마간 아무 말도 없이 앉아만 있었다.
    양반집 딸은 아무리 어려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되더라도 재혼을 할 수 없었다. 평생을 혼자 산 여성은 돌아간 남편에 대한 의리와 정절을 지켰다고 하여“열녀”로 칭송을 받았다. 열녀가 난 집안은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것은 물론 나라에서 주는 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나 재혼한 여자는 의리와 정절을 저버린 여자로 손가락질을 받았으며, 그 집안도 딸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막된 집안 취급을 받았다.
    (/ pp.77~79)

    조선 시대 도성에는 통행금지가 있었다. 밤 10시에는 종을 스물여덟 번 쳐서 통행금지인“인정人定”을 알렸고, 이튿날 새벽 4시에는 종을 서른세 번 쳐서 통행금지 해제인“파루”를 알렸다. 파루와 함께 도성의 성문은 열리지만, 파루 무렵은 도성 안팎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조용한 때였다.
    무관은 어안이 벙벙했다. 믿자니 너무나 황당한 말이고, 안 믿자니 앞뒤가 딱 떨어지는 말이 아닌가. 무관은 반은 믿고 받은 의심하면서도 은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재상의 말대로 말과 가마를 준비해 뒷문에서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어둠 속에서 재상이 나타났다. 재상은 한 여자와 함께였다. 재상은 데리고 나온 여자를 가마에 태우더니 무관에게 단단히 일렀다.
    “곧장 함경도로 가라. 그곳이 너희들의 새 고향이다!”
    무관은 뭐라 대꾸할 줄도 모르고 여자가 탄 가마와 함께 허둥지둥 도성을 빠져나갔다.
    재상은 바로 아내가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통곡을 하며 외쳤다.
    “우리 딸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
    새벽의 곡소리에 온 집안이 당황했다.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 모두가 여인의 죽음을 동정하며 슬퍼했다.
    (/ pp.81~82)

    [귀부인의 유언]
    돌아선 선비는 바로 서울로 올라가 회시에 응시했다. 그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집을 찾아갔다.
    그 집의 사정을 이웃에게 물으니 대대로 양반 집안인 장씨 댁이라고 했다. 그런데 집안이 가난해 숙부의 집 옆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모녀 단 둘이 서로를 의지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딸이 혼인할 곳을 정하지 못한 형편임도 알게 되었다.
    선비는 그 숙부에게 중매를 넣어 혼인을 청했다. 할미는 처음에는 선비가 자기 딸을 첩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할미는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나중에 의심이 풀리자, 마침내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했다. 선비는 소녀를 맞아 집으로 돌아갔다.
    선비와 정식으로 혼인한 소녀는 워낙 총명해 예의범절에도 금방 눈을 떴다. 선비도 아내 장씨와 새로이 시작한 삶에 적이 만족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불행이 찾아왔다. 선비가 임진왜란 때 싸우다 유복자를 남기고 먼저 저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 p.95)

    세월이 흘러 장씨에게도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장씨는 죽음을 예감한 즈음 손자, 증손자, 며느리들까지 불러 둘러앉힌 다음 말했다.
    “내가 한마디 할 말이 있구나. 너희들이 들어 보아라!”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이에 장씨가 입을 열었다.
    “며느리들아, 너희가 우리 집안에 들어와 모두 남편과 함께 평생을 함께한다면 참으로 우리 집안의 복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불행하게도 젊은 나이에 홀로 남겨진다면, 그때는 스스로 헤아려 수절할 자신이 있으면 수절하고,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위로 집안 어른들과 의논해 개가하는 것도 또한 삶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여든도 넘은 장씨가 정신이 혼미해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씨는 모인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제 정신을 잃고 이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니? ‘수절’이라는 두 글자는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이란다. 나는 그 가운데를 지나온 사람이다. 너희에게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싶구나.”
    (/ pp.96~9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3년 월간 [현대시]에 시 "달팽이집이 있는 골목" 외 2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04년, 2008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강변 따라 쉬엄쉬엄 걷기] 등이 있다.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위원, 도서출판 ‘문학의 전당’ 대표, 계간 [시인시각] 편집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년월일 1782~미상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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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성균관대사성, 이조참판 등 여러 벼슬을 했습니다. 저서로는[낭산문고朗山文稿]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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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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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수 0권

    조선 시대의 학자이자 무명작가인 안석경은 숙종,영조 대의 문인인 안중관의 둘때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후대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현재 전해지는 한시만 해도 400여 수에 달할 정도로 많은 시와 산문을 남겼습니다. 또한 [검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삽교만록]이라는 한문소설을 썼습니다.

    생년월일 1772~1839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전주 판관 및 황주 목사를 지냈고 독특한 기행문과 설화집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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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807~1887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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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높은 벼슬을 두루 지냈습니다. 방대한 야담집인[동야휘집東野彙輯]을 편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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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브라운슈바이크와 베를린에서 공부했습니다. 1999년부터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독일에서 일곱 번의 개인전과 여러 기획전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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