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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원제 : Va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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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태양이 지평선 뒤로 넘어가면 혼령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폐허가 된 수도원 위로 달빛이 어슴푸레 비치고
    밤의 피조물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뱀파이어를 언급하지 않고 21세기 대중문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뱀파이어라는 소재로 사춘기 소년소녀의 섬세한 감정을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으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200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뱀파이어를 소재로 욕망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감각적으로 묘사했다. 10대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소설과 영화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올해 겨울 [브레이킹 던] 2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5~2006년 방영된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 가족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우리에게 뱀파이어는 더 이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뱀파이어 소설과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에 열광한다. 뱀파이어가 계속해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점 때문에 우리는 뱀파이어 문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를 밝히기 위해 고대 신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중세 민담과 낭만주의 소설을 거쳐 스크린과 무대를 누비며 우리를 뱀파이어의 세계로 데려간다.

    뱀파이어는 고대의 여신이었다?
    뱀파이어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끼 덮인 묘석들로 가득한 음산한 묘지로 가야할 것 같다. 그러나 묘지가 뱀파이어의 고향이 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뱀파이어의 선조를 찾기 위해서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신화 속 뱀파이어는 낙원에서 추방당한 릴리트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검은 망토를 두른 신사가 아닌 여성이다. 이 외에도 무덤을 뒤져 시체를 뜯어먹는 굴, 헤라의 벌을 받아 반인반수가 된 라미아,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 새의 날개를 가진 아름답고 젊은 여인으로 인간들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는 하르피아,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 등 고대 악령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문학작품과 그림으로 남아 있어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뱀파이어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이들 악령들은 그들의 먹잇감인 인간들의 상상력 속에서, 무시무시하지만 욕망을 자극하는 관능적인 유혹녀로 발전해갔다.

    뱀파이어, 송곳니를 기르다
    뱀파이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흡혈 행위로, 생명을 의미하는 피를 마신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위해 뱀파이어에게는 뾰족한 송곳니와 길게 기른 손톱 같은 요소가 더해졌다. 또한 무덤에서 돌아온 생과 사의 중간자로 영원한 삶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신비로운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중세에는 전염병이 퍼지면 덩달아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가 기승을 부렸고, 뱀파이어를 이성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럽, 특히 남동유럽의 미신에는 흡혈귀들이 가득하다. 드라큘라 백작의 근거지로 알려진 카르파티아 산맥 근방도 예외가 아니다. 하필 왜 그곳일까? 프랑스?독일에서 철학적?정치적으로 계몽주의가 흥하던 18세기에도 여전히 중세 봉건 사회구조가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독교 내세관은 천국에서 영생한다는 위안을 주는 한편 지옥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위협도 담고 있었으므로, 기독교도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공포는 몰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이교의 사자숭배에서 유래한 주술적인 행위로써 그러한 위험에 맞서려고 했다. (지금도 뱀파이어가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 거울 같은 물건을 무덤에 부장한 것도 한 예다. 나아가 사람들은 극단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망령들을 처리하려 했는데,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문학이나 영화에서 뱀파이어를 끝장내기 위해 쓰는 것과 같다. 즉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머리통을 가르거나, 시체를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망자들은 아예 불에 달군 쇠로 심장을 꿰뚫은 다음 매장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행해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무덤에서 파낸 다음 심장을 뜯어내 동물에게 먹이로 던져주었다."
    - p.51~52, [chapter 2. 무덤에서 나온 씨앗] 중에서

    뱀파이어, 대중문화를 탐하다
    그러나 으스스하면서도 낭만적인 18~19세기 고딕 문학의 소재로 쓰이면서 뱀파이어는 점차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창조되었다. 괴테의 [코린트의 신부], 호프만의 [뱀파이어 이야기],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같은 소설을 거쳐 너무나도 유명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탄생한다. 잔인한 형벌을 집행했던 실존인물 블라드 체페슈 3세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영화로도 옮겨진다.

    "뱀파이어는 살아 있는 존재의 피를 섭취하는 한 계속 번성하지. 우리가 보았듯이 그는 심지어 더 젊어질 수도 있어. [...] 그림자도 생기지 않고 거울에도 비치지 않지. [...] 게다가 수백 년 동안 교활함도 계속 발달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간계에 능하다네. 죽은 혼령들을 불러낼 수도 있고, 죽은 존재들에게 접근하여 자기 명령을 따르게 만들 수도 있어.[...] 게다가 쥐나 올빼미, 박쥐, 늑대 같은 하등한 동물들을 지배하는 힘도 있다네. [그에게 물린다면] 우리 역시 그처럼 역겨운 밤의 피조물이 될 것일세."
    -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중에서

    영화적 기법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 뱀파이어는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1922년에는 세계영화사에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 탄생하는데 바로 무르나우 감독의 [노스페라투-공포의 교향곡]이다. 한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이 뱀파이어는 그 거대함만으로도 영사막의 차원을 뚫고 나와 곧바로 관객을 위협할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뱀파이어의 영향력은 음악계로도 번져갔다. 섬뜩한 퍼포먼스와 암울한 선율로 뱀파이어를 얘기하는 록음악이 등장했고, 미트 로프의 [Bat Out of Hell]은 전 시대를 통틀어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으로 남았다. 이런 유형의 메탈밴드 중 하나였던 ‘블랙 사바스’와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1982년 아이오와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어느 관객이 무대 위로 던진 박쥐를 오지 오스본이 집어서 얼떨결에 머리를 물어뜯었다. 그는 그것이 고무로 된 모형 동물이라고 생각했다가, 박쥐가 꿈틀거리고 턱으로 피가 흘러내리자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한 전도사가 블랙 사바스의 음반들을 공개적으로 소각하기도 했다."
    - p.294, [chapter 10. 지옥에서 온 박쥐들] 중에서

    뱀파이어 영화의 큰 성공으로 에로틱함이나 잔인함에 치중한 B급 영화들이 범람하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게임이나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고전적인 뱀파이어 캐릭터를 넘어 새로운 모습의 뱀파이어가 속속 등장했다. 미국만화 캐릭터 뱀피렐라나, 일본 애니메이션 [블러드 -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 등장하는 여고생 뱀파이어 사냥꾼이 그 예이다(실사영화에서는 전지현이 연기했다). 이렇듯 뱀파이어의 숨결은 문화 전반에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뱀파이어는 생명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
    뱀파이어는 처음에는 단순한 악령이었지만, 이윽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어둠속의 유혹자로 변화해갔다. 현대에 가장 인기 있는 모티프인 뱀파이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저자는 오늘날의 다양한 뱀파이어 문화를 가득 차려진 식탁에 비유한다. 여기에는 패스트푸드도 있지만, 섬세한 고급요리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뱀파이어의 매력과 아름다움은 이들이 우리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며, 욕망과 공포는 결국 한 쌍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결국 뱀파이어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이제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뱀파이어, 인간의 삶이 계속되는 한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목차

    Chapter 1 밤의 여자 악령들 : 고대 뱀파이어 이야기의 기
    Chapter 2 무덤에서 나온 씨앗 : 미신 속 되살아난 망령들
    Chapter 3 검은 날개를 단 낭만주의 : 뱀파이어의 달, 문학 위로 떠오르다
    Chapter 4 카르밀라 : 피를 빨아먹는 숙녀들
    Chapter 5 드라큘라 :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어두운 힘
    Chapter 6 노스페라투 : 영화 속의 드라큘라
    Chapter 7 악령이 깃든 스크린 : 뱀파이어 영화의 걸작들
    Chapter 8 B와 피 : B급 흡혈귀 영화
    Chapter 9 저녁밥일 뿐이야 : 패러디와 희화화
    Chapter 10 지옥에서 온 박쥐들 : 밤의 음악
    Chapter 11 뱀피렐라 : 죽어서도 죽지 않는 만화 속 여주인공들
    Chapter 12 피의 유행 :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시대

    본문중에서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망자들은 아예 불에 달군 쇠로 심장을 꿰뚫은 다음 매장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행해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무덤에서 파낸 다음 심장을 뜯어내 동물에게 먹이로 던져주었다."
    ('chapter 2. 무덤에서 나온 씨앗' 중에서/ pp.51~52)

    "1982년 아이오와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어느 관객이 무대 위로 던진 박쥐를 오지 오스본이 집어서 얼떨결에 머리를 물어뜯었다. 그는 그것이 고무로 된 모형 동물이라고 생각했다가, 박쥐가 꿈틀거리고 턱으로 피가 흘러내리자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한 전도사가 블랙 사바스의 음반들을 공개적으로 소각하기도 했다."
    ('chapter 10. 지옥에서 온 박쥐들' 중에서/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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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요아힘 나겔(Joachim Nage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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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문학연구가이자 문화사가이며 주로 위대한 예술가들의 인생을 다루어왔다. 괴테에 관한 책으로 상을 받았고 클림트의 사생활에 관한 연구서도 저술했다. 또한 그는 미술과 문학, 영화에 나타난 암흑의 존재들에 관한 권위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뱀파이어] [초현실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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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문학을 공부한 뒤 영어와 독일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여, 더 재미있고 알찬 책들을 번역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유쾌한 딜레마 여행], [르네상스의 비밀](공역), [보쉬의 비밀],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마녀 백과사전], [상처난 무릎 운디드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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