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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형랑 : '삼국유사'속 새로운 영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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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삼국유사] 속 새로운 영웅의 발견, 비형랑!

진평대왕은 아이가 매우 특이하다는 말을 듣고는 거두어 궁중에서 길렀다. 열다섯 살이 되자 집사 벼슬을 주었다. 그런데 비형이 매일 밤마다 먼 곳으로 달아나 놀자 왕이 날랜 병사 쉰 명에게 지키게 했다. 그러나 비형은 매일 월성을 넘어 서쪽 황천 언덕 위로 가서 귀신들을 거느리고 놀았다. 날랜 병사들이 숲 속에 숨어서 엿보니, 귀신들이 여러 절의 종소리를 듣고 각기 흩어지면 비형랑 역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삼국유사]〈기이〉 ‘도화녀와 비형랑’ 중에서

신예 작가 최정금이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장편동화 [비형랑]은 [삼국유사]의 아주 짧은 이야기에서 비롯된 작품입니다. <기이> 편에 실린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대범하면서도 밀도감 있게 빚어낸 역사판타지입니다.

주인공 비형랑은 진지왕의 영혼과 사량부 여인 도화랑 사이에서 반은 귀신, 반은 사람으로 태어난 인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비정상적인 탄생과 어린 시절의 고난과 방황, 조력자와의 만남, 기적적 권능의 획득, 귀환으로 통하는 영웅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기존의 영웅 이야기들이 영웅의 위대한 점을 내세웠다면, [비형랑]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영웅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형을, 인간적인 면모를 두루 지닌 영웅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서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 역할로 내세워,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귀신의 아들,
억압과 편견을 무너뜨리고 희망의 이름이 되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비형랑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덕만 공주, 딸 덕만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왕이지만 자신의 딸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서 무자비해질 수밖에 없는 진평왕, 비형랑이 두두리 왕이 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깨비 길달, 아들인 비형을 통해 원한을 풀려는 진지왕, 살아생전 품은 한 때문에 쉽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두두리의 원혼들…….
[비형랑]은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 속 실존했던 인물들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도깨비와 귀신 들이 어우러져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 책은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왕족이나 귀족도 편 가름하고 평민과 귀족을 차별하는 신라 시대의 엄격한 신분제인 골품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형은 사람의 몸으로 영을 부릴 수 있는 두두리 왕, 즉 죽은 자들의 왕으로 두두리에 떠도는 영혼들의 한을 풀어 주면서, 아래위 구분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앞장섭니다. 하지만 비형은 죽은 자들의 원한을 물리적인 힘이 아닌, 대화와 설득으로 풀려고 노력하면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억압과 편견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희망의 이름이 됩니다.
이처럼[비형랑]은 역사와 판타지라는 독특한 형식적 만남뿐만 아니라, 주제에 있어서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작품입니다.

신비하고 기이한 그림 안에 담긴 ‘상징’을 보는 즐거움

이 책은 탄탄한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보는 즐거움 또한 선사하고 있습니다.
[비형랑]에 나오는 그림들은 이야기나 의미, 혹은 상징을 담고 있는 ‘그림문자’처럼 읽힙니다. 마주 보고 있는 진평왕의 두 얼굴이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거나, 복숭아나무가 길달의 얼굴이 되는 등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미처 발견할 수 없는 신비스럽고 기이한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기존의 동화 일러스트가 글을 보조하고 보완하는 데 그쳤다면, [비형랑]의 그림은 글을 곱씹게 하고, 글에 담긴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하며,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목차

글쓴이의 말
그리고, 꾸민이의 말

그림 속에서 나온 친구
공주의 소원
두두리 들판
하늘로 날아간 복숭아나무
반달성 담장을 넘어
귀신이냐, 사람이냐?
두두검의 주인
짐은 공평하다
엉킨 매듭
풀리는 수수께끼
넋을 위한 노래
다시 찾은 사람들
하룻밤에 놓은 돌다리
은빛 여우를 잡아라
분노의 불길
마지막 진혼가

본문중에서

소나무가 빙 둘러선 벼랑 아래 쓰레기터에는 온갖 음식물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귀족들은 먹을 게 남아돌아 멀쩡한 음식도 버린다고 하는데, 우리 평민들은 풀뿌리에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소. 아시오?’
두억시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것 같았다. 고깃덩어리며 생선 등이 거의 그대로 버려져 작은 산을 이루고 있는 걸 보니, 딱히 배고픔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부리도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굶어 죽어 가는 백성들이 저걸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부리는 생전 처음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pp.88~89)

“아니다 부리야. 너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난 아이다. 네가 지닌 두두검은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영력을 지닌 사슴뿔로 만들어졌지. 그것이 네게 있는 한, 너는 두 세계를 오가는 특별한 존재로 살 수 있을 게다. 네 안에는 아무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것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란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요?”
“부리야, 너도 두두리에 떠도는 영혼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 것이다. 그들은 이 나라 백성이나, 사람답게 살아 보지 못했고 죽어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너는 그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들의 힘이 되어 주거라. 이 나라 백성들이 하늘을 원망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아래위 구분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네가 가진 힘을 사용하거라.”
(/ pp.133~134)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부리는 온갖 감정이 뒤얽힌 심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선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었다. 마침내 부리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하늘 구름 흰 눈 되어
온 땅을 덮었네.
긴 세월 잠 못 들고
뒤척이던 산과 들.
붉은 눈 부릅뜨고
함께 지샌 님의 넋.
황천荒川 지나 황천黃泉이
지척이건만
머나먼 길 돌고 돌아
오늘에야 닿았네.
고단한 다리 펴고 편히 쉬소서.
하얀 이불 포근히 덮어 드리리.
(/ pp.204~20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인천광역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1년 인천 출생으로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영상, 설치, 출판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성장과 개발 논리에 의한 파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와 배제된 가치들을 찾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주요 전시로 2003년 [slow season project...탐구생활부록], 2004년 [戰時展示-Warvata], 2007년 [sticker project], 2008년 [Newism movement-paleface project], 2010년 [파블로프의 사나운 개와 슈뢰딩거의 게으른 고양이], 2013년 [금지된 숲], 2014년 [건축적 부록] 등이 있다. 최근에는 망각된 기억을 귀환시키는 아카이브 작업을 리무부라는 이름으로 병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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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오빠들 틈에 끼어 산과 들을 쏘다니며 온갖 신 나는 놀이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 덕분에 소중한 추억을 한 보따리 간직하게 된 것을 둘도 없는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마법처럼 존재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 이야기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달려라 바퀴](공저)와 [비형랑]이 있습니다.

안지미 디자인디렉터 [기타]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 책의 그린이 이부록과 함께 청계창작스튜디오, 경기창작센터 등에서 단독전을 열었고, "공공의 걸작"(경기도미술관) "예술가 프로덕션"(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북디자인’, ‘한국백상출판문화상’,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디자인이 아름다운 책’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은 책으로는 [기억의 반대편 세계에서_워바타], [스티커 프로젝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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